드론의 가능성 콘텐츠로 확장한다, 문태현 DJI 한국법인장
[IT동아 강형석 기자] 무인비행장치, 드론계의 애플이라는 DJI가 국내 상륙했다. 그동안 수입 유통사를 통해 국내 소개됐던 것과 달리 한국 법인을 통해 정식으로 소비자들과 만난다. 지난 3월 12일, 홍대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해외에서는 첫 번째, DJI에게는 두 번째 직영 매장이라는 점이다.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기자는 DJI가 왜 다른 곳이 아닌 대한민국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졌다. 저변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보다 더 매력적인 시장은 많았을 터다. 미국이나 유럽도 있을 것이고, 아시아 시장을 넓히고자 했다면 중국 내 지점을 늘리거나 일본을 택할 수도 있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문태현 DJI 한국법인장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대 거리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에서 문태현 법인장을 만날 수 있었다. 니트와 면바지를 입고, 손목에 스마트 시계를 차고 나타난 그의 모습에서 한국 시장을 책임지는 무거운 이미지 보다 마치 방금 친해진 친구 같은 친근함이 더 느껴졌다. 하지만 이야기 나눈 1시간 동안, 기자는 그에게서 드론과 콘텐츠를 대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열정적임을 알 수 있었다.
제일기획에서 링크드인… 그리고 DJI
그의 이력을 보면 'DJI에 왜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7월 DJI에 합류한 그는 제일기획 싱가포르 법인, 링크드인 홍콩 법인을 거쳤다. 생각해 보자. 제일기획은 국내에서 유명한 마케팅 솔루션 기업이다. 그리고 링크드인은 비즈니스 인맥망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둘 다 쟁쟁한 기업들이다. 여기에서 드론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문 법인장이 DJI로 이직한 이유는 꽤 낭만적이다. 먼저 콘텐츠 위주의 일을 하다 드론에 눈을 떴다고 한다. 특히 링크드인 재직 시절 1주일에 한 번씩 실리콘 밸리의 흐름을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드론을 발견했다고. 그는 콘텐츠에 대한 잠재력을 느껴 "내가 전문가가 되어 보자"고 마음 먹었다 한다.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드론과 콘텐츠가 더해지면 큰 파급력이 있을거라 예상한 것이다.
마침 중국 선전(Shenzhen)에 DJI 본사가 있다는 부분도 영향이 있었다. 홍콩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드론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있었다는게 그에게는 기회였다. 찾아가 문을 두드렸고, 동시에 DJI에서 함께 일할 생각 있느냐고 회신이 왔다고 한다.
"전 솔직히 잦은 이직을 좋아하지 않아요. 링크드인에서도 즐겁고 편하게 일했습니다. 그런데 DJI로 가겠다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어요. 바로 제 친구 덕분입니다."
문 법인장은 조심스레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 친구는 DJI가 선보인 드론, 인스파이어를 가지고 여가를 즐겼는데 처음 본 드론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친구가 드론 날리는 모습을 봤어요. 눈에 보이는 디자인이 너무 인상 깊었습니다. 심장이 계속 떨릴 정도였어요. 동시에 DJI라는 기업이 너무 궁금했어요. 그리고 저는 이걸 이용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지 상상하게 된 거에요.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됐죠."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줄 전초기지는 한국
DJI가 우리나라에, 그것도 젊음의 상징이라는 홍대(홍익대학교) 거리 한복판에 거대한 매장을 세운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매장은 중국 선전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매장이자, 해외에 만들어지는 첫 직영 매장이기 때문이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 준비에도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다. 문 법인장은 DJI에 합류해, 콘텐츠 융합에 대한 계획을 구상하던 중 한국을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콘텐츠 품질이나 인재도 중요하지만 파급을 어떻게 빨리 하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 점에서 한국은 적합한 시장이라고 판단했어요. 당시 DJI 내부에는 한국 시장을 위한 팀이 없었어요. 저 혼자 했거든요. 그러다 제가 제안한 내용을 가지고 본사 내부적으로 검토를 했는데, 잠재력이 크겠다 본거에요. 그 이후 한국을 위한 팀을 꾸리고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국내 진출 준비 초기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위주로 하려 했단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이럴 바엔 브랜드 구축이 낫겠다"고 판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고.
"매출도 중요해요. 하지만 브랜드가 뿌리 내리려면 기반이 더 중요합니다.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를 준비한 것이고. 여기를 중심으로 미래 콘텐츠 사업이나 다양한 사업을 준비할 예정이에요."
국내 진출의 원동력은 소비자
그 동안 DJI의 드론과 카메라 등 제품군은 수입 유통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었다. 하지만 플래그십 스토어의 문을 연 DJI는 한국 법인이다. 아무래도 기존 유통사와의 관계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 법인장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은 건 아니란다. 하지만 더 큰 계획을 위해 국내 진출했고 기존 유통사들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DJI가 있었던 것도 판매자(수입사)와 소비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유지되는 이 생태계를 바꿀 생각은 없어요. 우리 역할은 DJI의 인지도가 지금 10이라면 이걸 50, 100 이렇게 올리고 싶은 겁니다. 소비자가 중요하지 판매 방식이나 경로가 어떤 것이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는 솔직히 국내 진출 준비에 대한 시간상의 이유로 유통사와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한다. 이를 인지하고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에 동석한 석지현 매니저도 DJI 본사에서 수입사와 계속 접촉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소비자가 기존 구매한 모든 수입사의 DJI 드론에 대해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일환 중 하나라는게 문 법인장과 석지현 매니저의 설명이다.
"솔직히 잡음이 없다고 하면 말도 안 되죠.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플래그십 스토어는 인지도를 위한 공간이지, 하나 더 팔자고 마련한 곳이 아니라는 점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DJI 케어에 대한 부분도 언급했다. 아직 국내 도입은 되지 않았으나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실정에 맞는 방향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드론과 콘텐츠의 융합으로 시장 영향력 넓히겠다
문 법인장과 DJI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차례. DJI는 홍대의 문화 콘텐츠와 자사의 기술을 융합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마련된 공간인 홀 오브 인스파이어(Hall Of Inspire), 또 다른 하나는 온라인 콘텐츠 사이트 스카이픽셀(Skypixel)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먼저 스카이픽셀은 DJI가 운영하는 온라인 드론 촬영 영상 플랫폼이다. DJI 측에서 촬영한 영상이 올라가기도 혹은 제품 보유자가 직접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촬영 기법이나 기술 등을 공유하고, 마음 맞는 촬영자들이 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단다. 온라인을 활용해 드론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퍼트리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오프라인 콘텐츠라 볼 수 있는 홀 오브 인스파이어는 촬영 강좌 외에도 항공법 및 안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소비자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은 드론이 시장에 정착하는 단계라 보고 초급 위주로 운영할 것이라고. 1주에 1~2회 정도 온라인에서 신청을 받아 진행하게 된다. 비행이나 촬영 관련한 부분은 DJI 코리아 내에 상주하고 있는 전문가가 전담한다. 현재 1명이지만, 내부 직원 교육을 병행하며 실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문 법인장은 우리나라 항공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을 위해 마련한 규제는 당연히 따른다는 것이다. 교육에 집중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 생각됐다.
그는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도 드론과 콘텐츠를 융합, 드론을 누구나 갖고 싶고 재미 있게 즐기는 문화 아이콘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홍대를 선택한 것도 다양한 문화를 드론과 접목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어서다.
"홍대를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콘텐츠가 모이는 곳이라 판단한 부분도 있어요. 거리 공연(버스킹)이나 연예 기획사도 있고, 다양한 유행이 콘텐츠화 되어 민감하고 빠르게 흘러간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우리 드론이 함께 더해지면 그 파급력은 매우 커질겁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구요."
비록 한국 진출을 급하게 준비했고, 그만큼 미흡한 것이 많다고 말하는 문태현 DJI 한국법인장. 하지만 더 노력해 드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나아가 DJI를 중심에 세우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언급했다. 그 중심에는 그가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