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Jam] 고교생의 앱 개발 시간, '14시간 30분의 해커톤' 1부
[IT동아 권명관 기자]
"저희 앱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노력했습니다."
지난 2015년 3월 27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요일 아침 늦잠을 즐기고 있을 시간, 전국에서 모인 약 200명의 고교생들이 졸음과 싸우며 아침을 맞이했다. 어느새 10회를 맞이한 'AppJam(이하 앱잼)' 해커톤 현장. 어느새 행사장은 결과물을 발표하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하루 동안 개발한 앱을 설명하기 위해 강당 위는 그야 말로 전쟁터다. 청소년들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순간이다.
< 제 10회 앱잼 시작을 기다리는 청소년들 >
해커톤은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내에 앱 개발을 즐기는 개발자들의 축제다. 길게는 해커톤은 어찌 보면 행사라기 보다 개발 캠프에 가깝다. 특정 제품을 홍보하기 위함이 아닌 개발자들이 한데 모여 토론하고 협업(協業)하는 자리다. 길게는 2일~3일까지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해커톤은 24시간, 만 하루만에 결과물을 낸다. 특히, 서로 모르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이 모여 한 주제로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난상토론이 펼쳐진다. 자연스럽게, 기존 앱과 다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등장하는 이유다.
제 10회 앱잼은 안양시(시장 이필운)와 SK테크엑스(대표 김영철)가 전국 청소년 IT 개발자 생태계 확대를 위해 마련한 행사로 지난 3월 26일(토)부터 3월 27일(일)까지 안양창조경제융합센터에서 진행했다. 특히, 앱잼은이 전국 고교생 앱개발 경진대회 '스마틴앱챌린지'의 5기 회장단과 안양시 및 SK테크엑스가 함께 준비한 행사로, 청소년 기획자와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팀을 구성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한다. 참고로 앱잼은 웹사이트에 공고를 내면 이틀 만에 참여 인원이 마감되는, 중/고교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청소년 해커톤 중 하나다.
'바람의 빛깔', 자연의 소중함을 담아주세요
3월 26일 오후 1시. 안양 창조경제융합센터 9층은 전국에서 찾아온 약 200명의 청소년들도 왁자지껄했다. 분위기는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전국에서 모인 또래의 학생들이기에 서로를 대하는 것에도 크게 거리낌이 없다. 스마틴앱챌린지, 앱잼 등을 통해 이미 친분을 쌓은 학생들은 행사 시작 전 삼삼오오 모여 노트북을 꺼내 의견을 주고 받기 바쁘다. 사실 해커톤은 서로 다른 분야의 개발자, 디자이너, 개발자 등이 모이기에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이같은 사전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 앳된 얼굴의 학생이지만, 노트북을 다루는 손은 전문가와 같다 >
1시 30분. 강당 내 탁자와 의자에 모든 학생들이 앉았다. 강당 위에서는 오리엔테이션 준비가 한창. 이 와중에도 학생들은 계속 강당으로 들어오는 상황. 급하게 강당 뒤 쪽에 의자와 탁자가 추가로 투입되고, 학생들의 대화 소리도 점점 커져 갔다. 아직 이번 앱잼의 주제도 발표하지 않은 상황. 학생들이 강당의 빈 자리를 메울수록 기자는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여학생들이 상당히, 매우 많다. 어림잡아 남여 비율은 6:4 정도. 보통 해커톤은 9:1 비율로 남자가 많아 다소 삭막했는데 말이다.
< 생각보다 많았던 여학생들 >
1시 35분. 사회를 맡은 스마틴앱챌린지 5기 윤상호 회장의 시작 멘트와 함께 오리엔테이션 시작. 강당 앞에 SK테크엑스 오픈이노베이션팀 모진철 팀장이 나섰다. 그는 "좋은, 행복한 1박 2일이 되었으면 한다. 여러분들에게 도움되는 앱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한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여해 좋은 앱을 개발하는 것, 서로 친분을 쌓아 가는 것 모두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아프지 말고, 제발 건강하게 행사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SK테크엑스 오픈이노베이션팀 모진철 팀장 >
오리엔테이션 내용 중 아이들이 가장 크게 호응하고, 가장 크게 웃음을 터트린 내용은 오늘의 개발 주제가 아니었다. 바로 바뀐 음식. 밤새 진행하는 해커톤이기에 오늘 야식과 내일 아침은 중요한 이슈다. 개발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윤 회장의 "참치마요와 토스트에 지쳤죠? 이번에는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치킨과 피자를 먹을 수 있는 푸드트럭이 있습니다"라는 말. 앱잼 시작 이후 아이들의 얼굴에 가장 큰 웃음꽃이 피었다.
< 전국 최대 규모의 청소년 개발 행사, 앱잼 >
드디어 오늘의 주제가 발표됐다. 주제 선정에 가장 많이 고민했다는 윤 회장이 "지난 앱잼의 주제에 대해서 참가자분들이 가장 많은 피드백을 줬다. 정말 많이 고민했다. 이번 주제는 야심차게 준비했다"라고 말하자, 강당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 제목은 '바람의 빛깔'. '아마 그대 눈에는 내가 그저 야만인으로만 보이겠지요. 그 누구도 나를 그렇게 볼 순 없어. 우린 서로가 너무 다른 것 뿐이죠'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바람의 빛깔은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은 유명한 노래. 이번 주제의 포인트다. 이어서 윤 회장은 "이번에는 어떤 힌트도 전달하지 않겠다. 여러분들의 생각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전 앱에서 주제를 밝히고 힌트를 드렸더니 대부분 거의 같은 앱을 개발하더라. 여러분들의 상상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꿈보다 해몽이 중요한 법"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해커톤의 의미, 같은 꿈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이 모인다
주제 발표 후 윤 회장이 말했다. 그는 "두 자리수 진행을 맞이한 앱잼. 앱잼 본연의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이번에 새로운 규칙을 정했다"라며, "이전에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데 제약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팀안에 학교가 다른 2개 이상의 팀이 꼭 함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커톤이라는 행사의 취지 즉, 앱잼의 기본을 강조하자는 뜻. 같은 꿈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루고, 그 팀 안에서 공통 주제의 앱을 개발하자는 의미다.
앱잼의 일정과 주의사항,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 본격적인 팀 빌딩에 들어갔다. 기획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 기획자는 이 3분 안에 주제에 맞는 앱 개발의 대략적인 틀을 설명해야 하고, 뜻이 맞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찾아 즉석에서 팀을 꾸려야 한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첫 기획자가 강당 앞으로 나섰다.
미림여자정보고등학교 1학년 6반에 재학 중인 구지원 학생. 그는 "자연의 소중함을 넘어 사회의 문제를 다시 한번 재해석할 수 있는 앱을 기획했다. 오늘의 이슈와 같은, 주요 이슈를 가져오고 그 아래 전문가의 견해를 연결하는 방식이다"라며, "일반인들도 같은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커뮤니티장을 연결하고 싶다. 지금은 기획자인 저와 친구 2명이 있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구지원 학생의 말이 끝난 뒤, 학생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14시간 30분 동안 쉴 틈 없는 개발, 앱잼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 드디어 시작된 기획자들의 발표 >
14시간 30분, 밤을 붙태운 청소년 개발자들
초를 다투는 싸움. 마감의 압박. 이게 바로 사회의 치열함일까. 약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팀 빌딩이 끝난 뒤, 내일 아침 8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는 마감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획 의도를 외치는 기획자와 마감 시간의 고충을 호소하며 현실 불가능을 외치는 개발자의 토로, 소스가 없다는 디자이너의 한탄이 뒤섞이는 전쟁. 게임, 앱 등을 개발하는 현 개발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정말 예상치 못한 걸작이 튀어나오는 법. 이 치열함의 현장은 열 마디 말보다 아래 사진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 팀 빌딩 이후 시작된 팀 별 기획 기회 >
< "이건 말이지…" >
< 기획 회의 중에도 카메라는 바라본다 >
< 개발… >
< 그리고 개발… >
< 학생들의 야식을 책임진 푸드 트럭 >
[AppJam] 고교생의 앱 개발 시간, '14시간 30분의 해커톤' 2부에 계속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