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퍼티노 현장 - 핸즈온] 4인치 아이폰 컴백 '아이폰 SE'
[IT동아 김태우 기자]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폰은 한 손 사용성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스마트폰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아이폰 6와 6 플러스를 내놓으면서, 한 손 사용성의 마지노선인 4인치를 넘어 4.7인치와 5.5인치로 화면 크기를 키웠다.
애플의 선택은 유효했다. 화면이 커진 아이폰은 출시되자마자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인기는 후속작인 아이폰 6s, 6s 플러스까지 이어지는 듯했지만, 2016년도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애플은 전략적 카드를 꺼낸다. 4인치 아이폰의 부활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는 이미 대화면으로 기울었음에도 아이폰의 상징이었는 4인치 화면을 다시 시장에 내놓은 것. 제품명은 숫자가 없는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아이폰 SE'.
아이폰 SE는 3년 전 제품인 아이폰 5s를 계보를 잇는 제품이다. 디자인이 거의 동일한 것. 행사 현장에서 직접 손에 쥐어보고 살펴봐도 아이폰 5s와의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애플 직원의 이야기로는 모서리 마감 처리와 버튼 크기가 미세하게 변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모서리를 보니 이전엔 다이아몬드 커팅으로 반짝반짝 빛이 났지만, 아이폰 SE는 무광 처리가 되어 있다.
또 하나 후면의 애플 로고도 아이폰 5s와는 다른 방식을 쓴다. 애플은 아이폰 6를 내놓으면서 애플 로고를 음각 기법으로 새겨 넣었는데, 아이폰 SE도 이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바디는 알루미늄이지만, 로고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다.
아이폰은 같은 디자인을 2번 사용한다. 3번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아이폰 SE의 디자인을 아이폰 6가 아닌 5를 사용했다. 아이폰 5, 5s에 이어 SE까지 쓰인 셈이다.
하드웨어는 아이폰 5s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A9 칩, 12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사용해 CPU와 GPU 성능은 아이폰 6s와 같아졌으며, 라이브 포토 지원, 4k 동영상 촬영 등을 쓸 수 있게 됐다. 터치 ID도 지원하지만, 3D 터치는 적용하지 않았다.
4인치 아이폰은 오랜만에 손에 쥐었다. 2년 동안 4.7인치의 아이폰에 익숙해진 상태. 하지만 다시 만난 4인치 아이폰은 작다는 인상보다는 다시금 돌아가고 싶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큰 화면의 아이폰도 좋지만, 역시 아이폰은 4인치가 제맛이라는.
이 때문인지 여전히 4인치 아이폰을 고수하는 이가 많다. 재밌는 점은 작년에 팔린 4인치 아이폰이 무려 3000만 대라는 것. 여기에 대기 수요까지 합친다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앞에서 아이폰 SE 카드는 다소 전략적이란 이야기를 했다. 애플이 무작정 4인치 제품을 다시 내놓은 것이 아니란 말.
여기에 3월이라는 시기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이폰은 하반기에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4분기와 1분기 판매량은 많지만, 2분기 3분기 판매량은 내려간다. 신제품에 대한 대기 수요로 인해 판매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떨어지는 2분기와 3분기를 매워질 제품인 셈.
가격은 16GB 399달러, 64GB 499달러다. 화면만 작을 뿐 성능이 준수한 점을 고려하면 제법 저렴하게 나왔다. 과거 다소 가격을 낮춘 아이폰 5c를 내놓은 바 있지만, 시장에서 반응은 냉담했다. 하지만 아이폰 SE는 다르다. 아이폰 판매량을 늘리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제품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