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구글 노트북의 한계와 매력, 포인투 크롬북 11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은 구글 관련 인터넷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로 못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구글 검색이나 구글 지도나 유튜브, 구글 캘린더 등은 너무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며, 구글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IE(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은 사무실 공략도 적극적이다. 이를테면 구글 독스(구글 문서도구)로 워드 문서를, 구글 시트로 엑셀 문서를, 구글 슬라이드로 파워 포인트 문서를 만들 수 있다. 고가의 소프트웨어인 MS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러한 구글의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되는 PC에 웹 브라우저 1개만 띄워도 모두 이용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그렇다면, 아예 PC에 아무런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로 웹 브라우저만 가지고도 어지간한 작업을 불편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구글에서 제안한 이색 노트북, '크롬북'
그런데 정말로 그런 환경에 최적화된 노트북이 있다 바로 '크롬북(chromebook)'이다. 이는 얼핏 보기엔 일반적인 노트북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결정적으로 운영체제가 다르다. 크롬북은 MS 윈도우가 아닌 구글의 운영체제인 '크롬 OS'로 구동한다. 여기서 말하는 크롬 OS는 이름 그대로 '운영체제'이며, 같은 이름의 '크롬 웹 브라우저'와는 다른 것이다(물론 크롬 OS 내부에는 크롬 웹 브라우저도 들어있다).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와 같은 다른 운영체제용 애플리케이션은 호환되지 않지만, 지메일이나 구글 독스, 구글 드라이브와 같은 구글의 주요 서비스는 대부분 지원하며, MS 오피스 온라인과 같이 웹 브라우저 기반의 타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이런 노트북이 과연 쓸 만 할까? 포인투랩(Poin2 Lab)의 '크롬북 11(Chromebook11)'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2016년 3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가 21만 9,000원에 불과하니 부담도 적다. 참고로 포인투 외에 삼성전자나 HP, 에이수스 등에서도 크롬북을 내놓은 적이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정식 판매되는 모델은 포인투 제품이 거의 유일하다.
외형은 누가 봐도 어엿한 '노트북'
포인투 크롬북 11의 외형은 그야말로 '노트북'이다. 11.6 인치의 LCD 화면(화면 해상도 1,366 x 768) 에 74키의 키보드. 그리고 하단 팜레스트 부분의 터치패드로 구성되어있다. 모니터 상단에는 화상 회의용 등으로 쓰는 웹캠도 달려있다. 터치스크린은 달려있지 않으며, 대부분의 조작은 키보드와 터치패드로 한다. 터치패드에 익숙하지 않다면 일반 PC에서 쓰는 USB 마우스를 연결해 이용해도 무방하다.
측면 포트의 구성 역시 특이점이 없다. 2개의 USB(2.0) 포트, 헤드셋이나 스피커 연결용 음성 입출력 포트를 갖췄으며, TV나 모니터 연결이 가능한 HDMI 포트와 메모리 카드를 꽂는 마이크로SD 슬롯도 달렸다. 일반 노트북을 써본 사용자라면 누구라도 어색함 없이 적응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유선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하는 랜 포트는 없다. 네트워크 연결은 제품 내부의 무선랜(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사양 아니지만 휴대성과 배터리 효율은 합격
화면 크기(11.6인치)가 작다 보니 무게도 가볍다. 측정을 해보니 1.13kg에 불과했다. 물론 요즘에는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합금 같은 고가 소재를 적용해 1kg 이하의 무게를 실현한 경량 노트북도 제법 나오고 있는 추세지만, 크롬북 11 정도면 늘 휴대하며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제품 가격이 가격인 만큼 외형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진 않지만, 터치패드 주변에 크롬 라인을 적용하고 팜레스트 표면에 헤어라인 무늬를 적용하는 등, 제한된 원가 내에서 나름의 멋을 냈다.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메인 프로세서는 락칩(Rockchip) RK3288(1.8GHz, 쿼드코어), 메모리는 2GB를 탑재했으며 내부 저장공간은 16GB다. 일반적인 노트북에 비해 그다지 사양이 높지 않다. 그래도 윈도우 운영체제에 비해 소비하는 성능 자원이 크지 않은 크롬 OS 특성을 생각해 본다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저장공간(16GB)이 부족한 점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어차피 구글 서비스는 대부분의 작업이 인터넷 접속을 통한 클라우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그리고 크롬북 11 구매자에게는 2년 동안 쓸 수 있는 100GB의 구글 드라이브 클라우드 저장소가 제공된다는 점이 위안이다.
사양이 높지 않으니 소비 전력도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화면 밝기를 최대한으로 맞춰 의도적으로 전력 소비율을 높인 상태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연속 구동해 봤는데, 약 4시간 30분 정도를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만약 화면 밝기를 낮춘 상태였다면 7시간 정도도 온전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빠른 부팅, 쾌적한 이용 감각 매력적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써 볼 차례다. 구글 서비스에 특화된 제품인 만큼, 이를 이용하려면 구글 계정이 필요하다. 지메일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구글 계정 한 개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크롬북 11은 부팅 속도가 매우 빠르다. 본체의 전원을 누르고 불과 7초 정도만 기다리면 구글 계정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뜨며, 입력이 끝나면 곧장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대기 모드(화면 닫힘) 상태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더 빠르다. 화면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깨어나므로 곧장 쓸 수 있다.
크롬북의 전반적인 화면 구성은 얼핏 보기에 윈도우 PC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탕화면 하단에 작업 표시줄이 있고, 자주 쓰는 애플리케이션의 실행 아이콘이 작업 표시줄 좌측 하단에 있는 것 역시 윈도우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윈도우에서 '시작' 메뉴가 있을 법한 자리에 구글 실행 메뉴가 있으며, 이를 통해 구글 검색, 유튜브 등의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설치된 모든 앱의 확인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기능은 온라인 접속 상태에서 이용해야
초기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앱은 크롬(웹 브라우저), 구글 독스, 지메일, 구글 드라이브, 유튜브, 계산기, 구글 플러스 등, 익히 알려진 상당수의 구글 서비스를 포함한다. 만약 추가 기능이 필요하다면 웹 스토어에 접속, 새로운 앱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크롬북에서 말하는 앱이란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말하는 앱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 기기에 설치되어 단독으로 실행되는 응용 프로그램이 아닌 웹브라우저(크롬)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추가 기능)을 확장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따라서 크롬북의 웹 스토어를 통해 설치한 앱을 실행하면 대부분 웹 브라우저를 통해 구동된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이들 기능을 이용하려면 인터넷 접속이 거의 필수라는 의미다. 계산기나 카메라와 같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구동 가능한 몇가지 앱이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부 IE 전용 기능 제외하면 원활한 웹 서비스 이용 가능
그렇다면 크롬북을 통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일단, 크롬 웹 브라우저를 이용한 웹 서핑은 제법 쾌적한 편이다. 쉽게 말하자면 일반 윈도우 PC용 크롬 웹브라우저를 통해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가능하다. 국내 사이트의 경우, 예전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없이는 기본적인 웹 서핑도 곤란할 정도였지만, 요즘은 다양한 웹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사이트가 제법 많아졌다.
이를테면 크롬북을 이용해 '네이버 TV캐스트'나 '쥬니어 네이버' 등의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했으며, '신선도'나 '이색' 같은 웹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도 가능했다. 유튜브 동영상 감상 역시 인터넷 상태만 좋다면 제법 원활하다. 크롬북 11의 하드웨어 사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최적화를 통해 이를 보완한 것 같다. 다만,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용 플러그인이 필수인 정부 기관 사이트나 국내 쇼핑몰 등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음악, 사진이나 문서 파일을 구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의 경우, MP4나 AVI, MKV 파일 등을 지원하는데, 코덱(데이터 압축 규격)에 따라 구동이 되지 않는 동영상도 있으며, SMI 자막 파일도 지원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문서 파일의 경우는 구글 오피스 서비스에 지원하는 MS 워드나 엑셀, 파워 포인트 등을 문서를 열 수 있다.
온라인 상태에선 MS 오피스 못잖은 업무 환경 꾸릴 수 있지만…
그렇다면 업무용으로 크롬북을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일단 앞서 소개한 구글 독스나 구글 슬라이드, 구글 시트 등을 이용하면 워드나 엑셀, 파워 포인트용 문서를 편집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구글 오피스 서비스의 MS 오피스 파일 호환성을 믿지 못한다면 아예 웹브라우저 기반의 서비스인 MS 오피스 온라인에 접속해서 완전하게 호환성이 보장된 파일을 생성할 수도 있다. 윈도우 PC를 이용해 웹 기반의 오피스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면 쉽게 적응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구글 서비스는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여야 온전한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는 MS 오피스 온라인과 같은 타사의 웹 기반 오피스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 독스나 구글 슬라이드, 구글 시트 등은 오프라인 모드를 지원하긴 하지만, 이 경우엔 기능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오프라인 모드에서 문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를 크롬북의 내부 저장소로 곧장 저장할 수 없다. 일단 온라인 접속을 해서 구글 드라이브에 파일 동기화를 거친 후에야 '파일' -> '다운로드' 메뉴를 통해 크롬북의 내부 저장소로 저장이 가능하다.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를 시키기 위해, 그리고 내부 저장 공간의 절약을 위해 이런 설계를 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상태에서 작성한 데이터도 저장하려면 반드시 온라인 접속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USB 메모리와 같은 외부 저장소에 담긴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문서 파일은 온라인을 거칠 필요 없이 곧장 편집과 저장이 가능하다. 만약 크롬북을 이용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업무를 보고자 한다면 USB 메모리에 편집하고자 하는 문서 파일을 넣고 다니도록 하자.
제품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매우 높은 활용성
포인투 크롬북 11을 통해 크롬북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 제품은 여러모로 콘셉트가 명확한 제품이다.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에선 정말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활용성이 상당히 높다. 웹 서핑이나 온라인 동영상 감상용으로는 손색이 없으며, 온라인 환경과 결합한 업무나 교육용으로 쓰기에도 적합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된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윈도우나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그다지 큰 아쉬움으로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다. 그리고 하드웨어 사양이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이용 감각이 쾌적한 편이며, 배터리 유지 시간도 긴 편이다. 게다가 작고 가벼운 데다 저렴하기까지 하다. 20만원 초반 대에서 이 정도의 활용성을 가진 노트북은 없을 것이다.
크롬북의 특성 확실히 이해하고 구매해야
다만, 명확한 콘셉트 만큼이나 한계도 분명하다. 일단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에선 제대로 쓸 수 있는 기능이 몇 가지 없는데다, 편집한 문서 파일의 저장과 같은 간단한 작업조차 온라인 상태가 아니고선 곤란을 겪게 된다.
게다가 지금 시중에 팔리는 보급형 일반 노트북 중에는 윈도우 8.1 with Bing(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 가능) 운영체제를 탑재하고도 3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것도 제법 있다. 크롬북에 비해 구동속도가 약간 느리긴 하지만, 이러한 제품에 크롬 웹 브라우저만 설치한다면 사실상 크롬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데다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활용성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 범용성 면에서 크롬북 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다.
포인투 크롬북 11은 제법 잘 만들어진 제품이고 매력도 확실하다. 다만, 이런 매력은 이 제품의 전반적인 콘셉트를 확실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환경에서 이용할 때만 유효하다. 막연히 '작고 싼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제품을 사고자 한다면 당장 말리고 싶다. 이 제품은 인터넷 서핑용, 온라인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용이나 업무용 등의 명확한 목적이 있는 상황에서 이용해야 최적의 활용성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