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콘텐츠가 중심이어야 한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6년 2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문화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한 콘텐츠 신시장 창출 간담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문체부와 미래부 장관들뿐만 아니라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대표, 볼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 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회장, 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 한국VR산업협회 현대원 회장,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윤종록 원장,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 콘텐츠 민/관 합동협의회 유해영 의장 등이 참석해 게임과 가상현실(VR) 등의 융합콘텐츠 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정책 발표 이후 이어진 각 참석자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넷마블게임즈 권영식 대표
"최근 PC 온라인 시장은 중국 시장과 동남아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PC 온라인 시장 성장은 둔화되었고, 모바일 시장으로 넘어갔다. 글로벌도 마찬가지로 PC 온라인 중심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다행히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시장 전환이 빨랐다. 작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고, 매출의 90%는 모바일에서 나온다. 작년 4분기 글로벌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한다. 결국 지금의 게임 시장은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넷마블의 비전도 그렇다.
다만,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정말 생각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넷마블은 인지도 있는 대형 IP를 이용해 모바일 게임을 선보였다. 마블슈퍼파이트로 이미 성공을 거뒀고, 최근에는 디즈니 모두의마블을 발표했다.
북미와 일본, 중국이 가장 큰 3대 마켓이라고 말한다. 이에 넷마블은 3대 마켓 중심으로 각 지역마다 세분화해 공략한다. 특히, 모바일은 새로운 신규 게이머 유입이 많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은 20대 젊은 층이 주로 많았지만, 모바일은 20대부터 50대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의 사용자가 존재한다. 이에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공략해야 한다.
VR 산업은 이제 막 시작하는 태동기로 보고있다. 이에 VR, 증강현실(AR) 전문가 및 투자자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시장의 변화와 현황 등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개발자협회 윤준희 회장
"게임 산업은 모바일 패러다임으로 변화했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님의 말은 잘 들었다. 모바일 전환을 빠르게 해 작년 1조 원 매출도 돌파하셨다고 했지만… 사실 국내 10명에서 50명 정도의 작은 콘텐츠 업체는 전멸한 상황이다. 벤처 중심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이 아직 어렵다. 또한, 신규 사업자나 신규 개발자 등의 유입도 좋지 않다. 업계에서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말도 많고, 시장 상황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이번 정책 발표에 감사의 말을 표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대기업 위주의 정책뿐만 아니라도, 작은 업체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콘텐츠 진흥 정책이나 국가 R&D 과제는 대부분 신기술에만 집중했다. 세계 최고 기술과 비교하고, 국내 최초의 기술 발전 등을 목표로만 움직인다. 이건 과거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을 육성했을 때의 잔재라고 생각한다. 너무 신기술에만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 콘텐츠 산업은 다르다. 과거 제조업 산업도 신기술 가지고 공장 지어서 성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궁극적인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게임은 안좋다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문화다. 축제, 아케이드 등 게임을 보다 즐길 수 있는 행사 등을 열어 문화적인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보다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볼레크리에이티브 서동일 대표
"VR 산업은 콘텐츠가 먼저 발전한 것이 아니라 오큘러스와 같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먼저 등장해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산업이다. 국내 시장 및 업계 관계자 들도 VR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경우 VR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정작 중요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없다.
또한,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 대응하는 방식도 글로벌과 국내 시장의 시선은 조금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해외 업계는 오큘러스에 대한 문제점 보다 그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오큘러스에 대한 문제점을 먼저 찾는다. 이러한 접근법의 차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지원도 많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들을 정책적으로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가상현실 시장은 일반 사용자가 먼저, 직접 다가갈 수 없는 시장이다. VR 기기, VR 콘텐츠와 일반 사용자간에 접점이 없다. 기존 게임 시장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닌텐도를 샀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사람들이 게임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VR은, 정확히 VR 콘텐츠는, 일반 사용자들이 아직 잘 모른다.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이,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다. 테마 파크나 4D 체험관과 같은, 필요한 제반 기술 등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VR산업협회 현대원 회장
"두 장관님들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오늘 이 자리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지금의 콘텐츠 산업 시장 성장은 한계가 분명하다. 콘텐츠 산업만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 등을 아우르는 ‘CPND’ 생태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CPND 생태계에서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중요도를 국내 시장에서는 너무 낮게 평가한다. 국내 ICT 업계는 추격하는 것에 대한 속도가 빠른데, 선도적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주춤거리곤 한다. 중국의 경우를 보자. 중국 샨다게임즈는 VR 체험 테마파크에 4,200억 원을 투자했고, 알리바바는 AT 전문 기업 매직리프에 9,200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시장은 어떤가. 반성해야 한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스토리텔링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빠른 과금과 유료 콘텐츠에 너무 치중한다. 본질적인 스토리텔링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두 부처가 게임과 VR을 어떻게 융합할지, 양질의 신시장 개척에 어떻게 집중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오늘 발표하신 정책적인 부분은 정말 환영한다. 다만, 보다 현실적인, 실질적인 정책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생태계 전체를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묶어서 지원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10인 이하의 영세 사업자도 이러한 전체 생태계 지원의 한 부분에 참여하는 것이 궁극적인 발전에 좋지 않겠는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결국 한 몸이다. 두 부처의 협업에 많은 신뢰와 기대를 가지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
"가상현실, VR은 아직 미래의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말하고 싶다. 서 대표님이 중국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사실 그러한 투자는 힘과 여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국내 시장은 어떤가. 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부분부터 바뀌어야 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업계 종사자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수수료 부분도 개발자, 콘텐츠 생상자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애플이나 구글, 카카오, 그리고 여러 퍼블리셔들과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부분이지만, 작은 개발사 또는 개인 입장에서 수수료는 뼈아프다. 이번 문체부와 미래부의 협업으로 플랫폼 전체를 선도할 수 있는 비전을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연계해 또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정책과 협업 발표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는 입장에서 정말 환영하는 일이다.
게임은 하나의 문화이고, 게임 산업은 결국 문화 산업이다. 이렇게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
"그동안 게임 규제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오해하는 것이 있어 바로 잡고 싶다. 관리 또는 규제를 진흥, 육성과 별개로 보면 안된다. 관리하는 의도도 성장과 진흥을 바라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다 전문적인 심의 체계를 갖추겠다. 개인적으로 업계에 맡기는 자율적인 규제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고, DNA를 많이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그동안 게임 관련 규제로 인해 들어오는 입구를 막고 있었다. 업계에서 창의성을 발현하기 어려웠고, 개발자들이 답답함을 많이 토로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개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부터 이를 개방한다면,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심의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한다고 해도 이를 관리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이러한 문제도 같이 협의해 풀어야 한다.
VR 관련 논의는 아직 생각할 부분이 많다. 현재 VR 콘텐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이 혼자 보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심의, 규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VR 기술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 모바일로 빠르게 갈아타지 못했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한국이 게임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특히, 규모가 있는 게임 기업들은 성공하고 축하도 받지만, 그 외에 많은 업체가 갈 곳을 잃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작은 중소 규모 기업들도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윤종록 원장
"VR 콘텐츠 육성을 준비하며, 일바인들, 일반 소비자들도 직접 V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VR은 생활밀착형 콘텐츠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송성각 원장
"메이저가 살아야 마이너도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현실을 돌이켜보자. 현재 국내에서 (게임쪽) 대기업이라고 하는 넥슨이나 넷마블도 글로벌 시장이라고 본다면, 대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 10명 이하, 50명 이하 기업들을 위한 육성과 함께 이들을 위한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중소 기업과 넥슨이나 NC소프트, 넷마블 등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
"이제 문화와 기술, 문화와 산업은 함께 성공해야 하는 과제다. 이를 위해 미래부가 가지고 있는 정책과 철학을 녹여내겠다. 이런 말을 하고 싶다. 게임을 게임으로만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게임은 다른 산업, 일자리, 경제와 연결하면 10배 이상 성장할 수 있다. 저작권을 활용한 2차 산업, 테마파크, 스마트 기기와의 융합 등을 통해 게임은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함께 한다면, 게임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게임으로만 보는 않는, 게임과 문화, 게임과 산업을 더한, 게임 융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
"한국 게임은 중요한 콘텐츠다.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50% 이상을 차지한다. 한류를 이끈 콘텐츠가 게임이다. 국내 PC 온라인 게임 시장이 글로벌에서 강세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는 MMORPG의 서버 관리 기술 등 기술적으로도 성장했었다. 과거 MMORPG에서 이뤘던 성과를 되돌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현재의 시장 개발, 시장 개척에 대한 것은 걸림돌이 많다. 중국 시장 개척이라는 것이 누구 몇 사람 만나서 개척되는 것인가. 아니다. 쉽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 VR 콘텐츠 육성에 대한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가수, 드라마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는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니다. 산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투쟁 속에서 등장한 것이 한류다.
학부형들이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는 게임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교육 게임만 개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철학적 게임이 필요하다. 게임을 통해서 인생에 대한 교훈, 길잡이를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 철학적 게임이다. 앞으로 게임에 관련된 규제는 외과 수술처럼 꼭 필요한 것에 대해서만 진행하려고 한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생각이다.
지금 말하는 생태계, CPND 플랫폼은 하드웨어, 콘텐츠, 기술 등 모든 것이 협업해야 하는 시장이다. 앞으로 민관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