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1D X M2·EOS 80D' 공개, 중·고급기 시장 접수 나선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은 2016년 2월 18일,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새 일안반사식 디지털 카메라(DSLR) 'EOS-1D X 마크2(이하 EOS-1D X M2)'와 'EOS 80D'를 발표했다. 각각 최상위 및 중급기 라인업으로 사진 전문가 및 하이 아마추어 등을 겨냥했다. 출시된 제품은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니콘 D5와 D500과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사장은 "이 자리에 공개되는 두 카메라는 캐논의 혁신적인 광학 기술력이 집중되어 있다. 2016년 브라질 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생생히 담아낼 것이다. 사진 외에도 영상 기능으로 VDSLR(영상촬영 DSLR)의 지평을 확대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찰나를 위한 궁극의 카메라 지향 'EOS-1D X M2'
EOS-1D 시리즈는 캐논 플래그십 DSLR 카메라 라인업으로 과거 연사 속도에 초점을 둔 EOS-1D(4세대까지 출시)와 고화소에 초점을 맞춘 EOS-1Ds(3세대까지 출시)가 있었다. 그러나 2012년 3월, 두 라인업을 통합한 EOS-1D X를 출시하며 제품 구성에 변화를 꾀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하는 새 카메라는 4년 만에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마츠모토 토시오 캐논 ICP 제2 사업부 책임부장은 "EOS-1D X M2는 혁신과 숙성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개발했다. 장점은 더 살려 숙성하고 여기에 새로운 기술을 더 추가한 것이다. 이제 이건 못 찍는다며 포기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제품이 되었다"며 신제품을 소개했다.
캐논의 새 플래그십은 2,02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다. 풀프레임 규격으로 일반 35mm 필름(36 x 24mm)에 준하는 면적이며, 렌즈의 모든 초점거리와 화각을 활용할 수 있다.
왜 2,020만 화소일까? 다른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 카메라의 화소는 3,000만이 넘고 캐논 역시 5,000만 화소의 풀프레임 센서를 EOS 5Ds에 탑재한 바 있다. 그러나 EOS-1D X M2에 2,000만 화소를 채택한 것은 반응속도와 고감도 영역에서의 결과물 조율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소니가 선보였던 A7S M2도 최대 감도를 높인 대신에 1,200만 화소 센서를 채택했다.
캐논 측은 EOS-1D X M2에 탑재된 센서는 새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세 공정 적용과 새 포토 다이오드 구조 등으로 집광 면적을 최대화하면서 처리 속도와 반응 속도를 끌어 올렸다. 여기에 두 개로 구성된 영상처리엔진(디직 6+)은 컬러 노이즈와 암부 노이즈 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최대 16매 연사가 가능하다.
상용감도는 ISO 100부터 5만 1,200을 지원하고, 확장 시 ISO 50에서 40만 9,600까지 대응한다. D5의 최대 감도와 비교하면 낮아 보이지만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측 관계자는 "D5의 고감도는 수치적으로 인상적이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초고감도로 촬영한 결과물이 모두를 만족시킬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풀프레임 센서로는 처음으로 듀얼 픽셀 CMOS AF(자동초점)을 적용한 점도 특징. EOS 70D부터 EOS M 시리즈 등 폭넓게 쓰인 이 기술은 뷰파인더가 아닌 라이브뷰 상태에서도 빠르게 초점을 잡아준다. 마츠모토 토시오 부장은 이에 대해 "풀프레임에서도 모든 영역의 초점을 잡아야 해서 개발 난이도가 높았으나, 신공정 도입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게 초점을 잡아줄 것"이라 설명했다.
초점을 잡는 기구도 달라졌다. 측거점 61개가 제공되는데, 모든 측거점은 조리개 f/8인 저조도에도 대응 가능하다. 이는 초점거리 확장 어댑터를 사용해도 정확히 초점 검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의 초점 영역은 -3 스텝의 저조도 환경에서도 피사체를 인지한다.
동영상은 풀HD부터 4K까지 모두 지원한다. 특히 4K 영상은 60프레임 기록까지 가능하다. 1프레임은 1초에 사진 1장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많을수록 더 부드러운 영상을 기록한다. D5가 30 프레임을 지원하는 반면, 캐논은 60 프레임 지원으로 한 발 앞섰다는 평이다. 60 프레임 영상을 기록하고 그 중 1 프레임을 지정해 정지화상으로 기록하는 기능(프레임 그랩)도 제공된다. 다만, 센서의 모든 영역을 활용하지 않고 일부만 쓴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13년 역사의 정점 'EOS 80D'
새로운 중급기 EOS 80D는 EOS 70D의 후속 제품으로 중급기를 표방한다. 사진 입문자부터 하이-아마추어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2003년 출시된 EOS 10D 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8세대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품은 점이 특징이다.
센서는 35mm 필름 대비 1.6배 초점거리가 더해지는 캐논 전용 APS-C 규격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2,420만 화소가 집적됐고 디직6 영상처리엔진과 호흡을 맞춘다. 감도는 ISO 100부터 1만 6,000까지를 카메라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확장하면 최대 ISO 2만 5,600까지 쓸 수 있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측 관계자에 따르면, EOS-1D X M2의 센서와 마찬가지로 EOS 80D도 새로운 공정이 적용된 센서다. 관계자는 "그 동안 캐논 센서는 사골이라는 별명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번 센서를 통해 향후 선보일 제품은 신공정에 기반할 것이기에 오명을 벗을 수 있음은 물론, 사진 유저들에게 더 좋은 성능과 결과물을 제공해 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점은 45개 측거점에 기반한다. 모두 교차 측정(크로스) 방식으로 듀얼 픽셀 CMOS AF 기술이 더해지면서 빠르고 정확한 피사체 검출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뷰파인더 또한 시야율 약 100%에 근접하게끔 설계해 보는 맛도 더했다.
동영상은 풀HD만 지원한다. 4K가 지원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제외됐다. 대신 MP4 확장자 기록을 도입해 누구나 쉽게 촬영한 영상을 바로 웹이나 소셜네트워크에 등록 가능하게 했다.
니콘 D5, D500과의 맞대결은 피할 수 없다
물론, 결과는 알기 어렵다. 두 제품 모두 아직 출시 전이기 때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에게 이번 니콘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 하니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입장이었다. 아직 서로 화질이나 성능 부분에 있어 세부 조율 중이고, 발매 이후 시장의 반응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니콘 D5와 D500의 사양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두 브랜드 모두 3월-4월 출시를 발표했기 때문에 출시 연기 같은 이변이 없는 이상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캐논도 "니콘은 사진, 우리는 영상이라는 구도인 듯 하지만, EOS-1D X M2도 사실 사진을 위한 플래그십 카메라다. 거기에 영상은 덤인 것"이라 말해 정면 충돌은 피할 수 없겠다.
때문에 올해는 플래그십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현지시간으로 8월에 열릴 제31회 리우올림픽에 어떤 카메라가 기자석을 메울지 예측해 보는 것도 사진 애호가들의 재미 중 하나다.
캐논 EOS-1D X M2와 EOS 80D는 각각 4월과 3월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존 선보였던 제품과 큰 차이 없거나 약간의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삼성 카메라 철수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기회
강동환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사장은 환영사에서 "지난해 카메라 시장은 많은 지각변동이 있었다"며 삼성카메라를 언급했다. 철수설에 대한 언급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다시 만난 강동환 사장은 "경쟁 관계지만 시장을 함께 끌고 가는 동반자이기에 철수설은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끊임 없는 경쟁 속에 발전하고 시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되지만, 이탈자가 발생하면 규모가 작아지고 발전 속도도 더디다는 의미인 셈.
삼성은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였다.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더라도, 출시 초기와 달리 사진 품질이나 성능 측면에서의 발전이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활동도 줄이거나 철회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캐논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내부에서도 삼성의 철수는 아쉽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캐논이 EOS M 라인업으로 지난해 12월, 점유율 27.2%를 기록한 것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소니라는 높은 산은 걸림돌이다. 하지만, 소니를 넘을 수 없더라도 대항마 이미지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양강 체제 구성도 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손숙희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마케팅 부장은 올해 고객지향 마케팅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카메라 고객 층에 따른 접점을 더 늘리고, 사진문화 구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2017년 이맘 때가 되면 누가 웃을지 알 수 있으리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