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의 하루를 기록해 드립니다, 소니 스마트밴드2
[IT동아 강형석 기자] 피곤에 찌든 하루 일과를 어떻게 기억할까? 누군가는 다이어리나 메모장에 차근차근 수기로 적어가며 오늘을 기록할 것이고, 누군가는 귀차니즘에 몸서리치며 잠자리에 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사람에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은 같은데, 활용부터 마무리하는 과정은 모두 제각각이다.
소니 스마트밴드 2(SWR12)는 하루의 일상을 기록해주는 고마운 친구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글로 작성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정도는 남겨준다. 걷거나 뛰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했거나 잠을 잤거나 하는 등 말이다. 나의 움직임은 스마트폰에 차곡차곡 기록되고 필요하면 언제든 볼 수 있다.
손목에 감기는 찰진 감촉
소니 스마트밴드 2는 코어 유닛이라 부르는 본체와 실리콘 밴드가 한 쌍이다. 코어 유닛과 밴드가 일체형이 아니고 밴드에 탈착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밴드의 색상을 여럿 만들어 시장에 판매 중이다. 코어 유닛과 밴드가 포함된 패키지는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인데, 여기에 별도로 분홍색과 파란색 밴드를 판매한다. 가격은 일체형이 14만 9,000원, 밴드가 2만 7,000원이다.
코어 유닛과 밴드간 체결감은 흠잡을 곳 없다. 끼우는 과정도 어렵지 않고, 힘 들일 일조차 없다. 사용 과정에 따른 문제를 완전히 차단하려는 소니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코어 유닛을 밴드에 고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체를 밴드 안에 끼워 넣기만 하면 끝. 실리콘 재질의 밴드는 잘 늘어나 말 그대로 '쏙' 들어간다. 잘 빠질 것 같지만 고정도 잘 된다는 점이 인상적. 코어 유닛 형상에 잘 맞춰 만들어져서 일체감도 느껴진다.
아쉬움은 여기서부터 느껴진다. 충전을 하려면 결국 밴드에서 코어 유닛을 분리해야 한다. 그냥 끼워 넣은 상태에서 바로 충전하도록 해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충전단자가 밴드 끝자락에 있어 어려웠겠지만, 차후 제품에는 측면이나 바닥 즈음에 충전 단자를 만들어 번거롭게 빼고 끼우는 일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목에 스마트밴드를 고정하려면 시계와 비슷한 느낌으로 장착하면 끝이다. 밴드 한 쪽에 홈을 여럿 만들고 금속 재질 고정쇠로 단단하게 밴드를 잡아주기 때문에 사용 중 밴드가 빠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반적인 착용감은 부드럽다. 손목 혈액순환을 생각해 세게 조이지는 말자. 게다가 팔에 땀이 많이 나는 사용자는 밴드와 제품의 관리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피부와 잘 밀착되는 실리콘 재질 특성 때문에 통풍은 꿈도 꿀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당신의 손목과 밴드에는 땀내로 얼룩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당신의 활동을 차근차근 기록해 드립니다.
스마트밴드 2를 손목에 찼으니 이제 스마트폰에다 내 생활을 차곡차곡 쌓아 나갈 차례다. 연결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조금 귀찮다. 코어 유닛 측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인가되는데, 약 10초 가량 길게 눌러줘야 페어링(연결) 모드로 전환된다. 인내심을 가지고 누르고 있다 보면 강렬한 진동과 함께 어서 연결하라며 파란색 LED가 점등된다.
문제는 아주 재빨리 연결하지 않으면 다시 버튼을 길게 눌러 연결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 가급적 미리 스마트폰 설정에서 블루투스 모드를 켜두고 시작하는게 좋다. 블루투스 연결 시 SWR12라는 이름이 나타난다. 빠르고 신속 정확하게 터치해 스마트밴드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주자.
제품간 블루투스 연결(페어링)은 미리 해두는게 좋다. 스마트밴드2 애플리케이션을 설치 후, 실행해도 결국 연결작업을 선행해야 하는 이유에서다.
블루투스 연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려 받을 차례다. 소니 스마트밴드 2를 위한 앱은 총 2개로 '스마트밴드(SmartBand)2'와 다양한 정보를 기록하는 '라이프로그(Lifelog)'다. 각각 검색해서 설치하면 된다.
먼저 스마트밴드 2 앱은 연동된 상태에서 스마트폰과 밴드가 서로 통신하며 걸음이나 심박수 등을 표시해 주는 기능을 한다. 끊어진 기기간 연결도 여기에서 터치 한 번으로 이뤄진다. 이 외에 계속 전원을 켜고 실시간 정보를 주고 받을지, 메시지 수신 시에 진동을 울릴지 여부도 여기에서 설정된다. 한 마디로 주요 기능 설정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정보는 표시해준다. 내가 잠을 얼마나 잤는지, 심박수가 어떻게 되는지, 얼마나 걷고 뛰었는지 여부를 상단에 보여준다.
스마트밴드로 스마트폰을 간단히 제어하는 것도 된다. 설정 메뉴에서는 리모컨 기능이 있는데, 활성화 여부를 선택하면 된다. 거창한 기능은 아니고,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찾을 때 쓴다. 버튼은 하나 밖에 없기에, 조작도 버튼을 한 두 번 눌러가며 쓰는 정도에 불과하다. 음악 재생 기능은 그렇게 와 닿는 기능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분실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벨을 울려 찾는 기능은 유용해 보인다.
이 외에 절전 모드를 해제할지 여부나 일부 기능을 설정해 줄 수 있는데, 절전 모드는 가급적 끄지 않는게 좋다. 기본 설정은 비활성화 되어 있다. 왜냐면, 절전이 진행되지 않으면 심박수나 센서들이 실시간으로 작동해 라이프로그에 더 자세히 기록됨과 동시에 배터리가 광속으로 떨어진다. 실제 절전 기능을 비활성화한 상태로는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충전 해달라 조르는 코어 유닛의 모습을 보게 된다. 기본 상태에서는 약 2일 정도 작동한다.
라이프로그는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여부를 더 자세히 보여준다. 상단에는 시간에 따른 현재 상태가 이미지로 나타나고, 하단에는 칼로리 소모와 걸음 수, 심장박동, 수면시간 등이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약 17개의 다양한 아이콘에 내 활동 내역이 기록된다. 일단위로 기록된다는 점 참고하면 되겠다.
기록된 것은 사용자가 따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메뉴 우측 상단에 있는 달력 아이콘을 터치하면 해당 날짜에 맞는 기록을 보여준다. 재생도 되는데, 빨리 흘러가는 터라 아쉽다. 조금 천천히 재생되었으면 좋았을 듯 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데이터는 쌓이고 애플리케이션은 이를 분석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지난 주 대비 이번 주에는 얼마나 더 걸었는지 여부와 특정 도전과정을 달성했을 때 알려주기도 한다. 기자는 사용한 지 2일 가량에 5만 걸음 돌파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도 라이프로그는 볼거리가 있다. 뛰거나 걷거나, 잠을 자는 등의 행위를 상단에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준다. 그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새겨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마트 시계는 흐르는 시간이라도 보는데…
스마트밴드는 라이프로그를 통해 내가 하루 24시간 동안 했던 행동을 기록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세밀함은 떨어지지만 내가 얼마나 걷고 뛰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잠을 잤는지 등 다양한 분류로 기록되고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10만 원 이상 비용을 들여 소니 스마트밴드2를 구매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아마 쉽사리 대답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정확도에 대한 것이다. 기자가 꽤 오랜 시간 손목에 차고 다녔는데 '이게 정말 맞을까?' 싶을 정도로 오차가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의심이 확신이 되는 계기가 있었다.
< 차량 안에서 특정 저속 구간으로 이동하면 걷는 행위로 인식할 때가 있었다. >
어느 날,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차량에 오르기 전에는 스마트밴드2를 잊었다가 잠시 신호대기 중일 때 손목에 차고 이동했다. 그 날은 유난히 교통 상태가 좋지 않았고, 10km 이하로 서행하던 때가 많았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고, 연결 확인을 위해 스마트밴드2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순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1,110 걸음에 97 걸음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앉아서 운동한 셈이다. 오, 놀라워라!
몇 번 확인해 보니 차량 안에서 저속으로 이동하면 걷는 행위로 인식할 때가 있었다. 이동하면서 진동에 의해 코어 유닛은 걷고 있다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정보가 더해지면 결국 특정 데이터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의 신뢰도에 큰 금이 간다. 향후 이런 점에 대한 보완은 필수라고 생각된다.
또한 손목에 차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전부다. 차라리 시간이라도 나와줬으면 심심하지 않을텐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인바디나 핏비트 같은 센스를 기대한 기자가 너무한걸까?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걸 손목에 찰 바에 애플워치나 기어S2 같은 스마트 시계가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즐길 요소는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