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의 글로벌 전략, 키워드는 '협력'과 '반MS'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글로벌 진출 전략을 공개했다. 목표는 현재 0.4%에 불과한 글로벌 문서도구 시장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점유율 상승의 열쇠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가 접수 또는 진출하지 못한 제3세계 시장이다.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SW 회사로 거듭나려는 한컴의 야심을 정리했다.

한컴오피스 네오
한컴오피스 네오
<한컴오피스 네오>

현재 설치형 문서도구 시장은 MS 오피스의 완벽한 독점체제다. 나라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평균 91~93%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오피스, 클라우드, 윈도우, 디바이스 등 MS의 네 가지 핵심 사업 가운데 가장 큰 매출과 이익을 내는 것이 오피스다. 사실상 시장표준이다. 비영리재단에서 개발한 '오픈 오피스'나 '리브레 오피스'가 유럽을 중심으로 대항하고 있지만, MS의 독과점 체제를 깨부수기엔 역부족이다.

대한민국은 MS 오피스가 정식 판매되고 있는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MS 오피스의 점유율이 80% 내외인 시장이다. 남은 20%는 한컴의 한컴 오피스가 차지하고 있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MS 오피스와 대항해 유일하게 의미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SW는 한컴 오피스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한컴 오피스가 MS 오피스와 경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뛰어난 한글 문서 편집 기능에 있다. 우리나라 말인 한글에 최적화된 편집 기능을 제공해, 문서 작업이 잦은 사용자에게 호응을 이끌어 냈다. DOS 시절부터 '한글 문서 편집은 한글'이 정설이었다. 이렇게 강력한 한글 문서 편집 기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MS 워드'가 한글 문서 편집 기능 강화에 힘쓰며 '한글'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많은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물론 한컴 오피스에 대한 비판도 많다. 가장 큰 비판은 HWP라는 독자 규격에 대한 비판이다. 외국 기업인 MS가 국내 문서도구 시장을 접수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기에 정부, 관공서, 공기업은 한컴 오피스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한때 정부의 전자공문이나 자료가 HWP로만 배포되기도 했다. 한컴 오피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HWP 문서를 제대로 읽거나 편집할 수 없기에, 많은 사용자와 기업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컴 오피스를 구매해야 했다. 네이버 오피스나 폴라리스 오피스 같이 HWP 문서를 읽고 편집할 수 있는 SW가 있지만, 한컴 오피스에서 편집하는 것만큼 수월하진 않다.

HWP는 한컴 오피스의 글로벌 진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사실상 문서 도구의 표준인 MS 오피스에서 HWP 파일을 읽거나 편집할 수 없기에 MS 오피스가 점령한 해외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MS 오피스 2013부터 HWP 문서를 읽고 편집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완벽히 호환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HWP를 포기할 수는 없다. 자체 문서 규격을 포기한다는 것은, 독립된 문서 도구임을 포기하고 MS 오피스의 하위 SW가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는 선언이다. 자체 문서 규격을 포기하면 SW 기능 강화가 MS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MS가 신기술을 공개하면 그제야 기능 강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오픈 오피스나 리브레 오피스 역시 DOC, XLS, PPT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자체 규격인 ODF의 버전업에도 신경쓰고 있다.

넷피스24
넷피스24
<한컴 넷피스24>

글로벌 시장에는 진출해야겠고, 그렇다고 HWP는 포기할 수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한컴이 승부수를 던졌다. 방법은 협력과 반MS 및 반클라우드 정서를 공략하는 것이다.

한컴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기업과 손을 잡거나 잡을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의 웹 오피스 기업 '킹소프트'와 손잡았다. 한컴오피스와 넷피스24(한컴의 클라우드 웹 오피스 서비스)를 현지화한 후 킹소프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해나갈 예정이다. 다른 국가에도 현지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그룹웨어의 한축으로 진출한다.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유력 SW 회사와도 함께한다. 더존, 시스트란 등 경쟁력있는 국내 기업과 협력해 문서도구, ERP, 번역도구, 보안 등 다양한 국내 SW가 하나로 뭉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한컴은 최신 문서도구 '한컴 오피스 네오'에 시스트란의 번역 솔루션을 탑재했고, 김상철 회장은 더존 관계자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중동, 러시아, 중국, 남미, 인도 등 5개 거점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다. 반미 정서와 반클라우드 정서 때문에 MS 오피스의 지위가 위태로운 시장이다. 중국, 남미는 이미 한컴 오피스 관련 사업을 시작한 상태이고, 나머지 3개 지역도 올해 내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컴 오피스는 MS 오피스와 오피스365(MS의 클라우드 협업 도구)의 약점을 공략한다. 오피스365는 MS의 클라우드 서버 위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업의 문서와 데이터를 MS의 클라우드 서버에 임시 또는 영구 보관해야 한다. 유럽, 중국 등 반미 정서가 강한 국가에선 이러한 점 때문에 오피스365와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컴 오피스와 넷피스24는 자사의 모든 솔루션을 온프레미스(자체구축) 방식으로 제공한다. 한컴 오피스와 넷피스24를 채택한 기업은 자신의 문서와 데이터를 모두 자체 데이터 센터에서 관리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발 클라우드 서비스(AWS, 애저, 컴퓨트엔진 등)의 보안과 안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제 3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MS 오피스와 오피스365(+ 구글앱스)의 대체품으로 한컴 오피스와 넷피스24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한컴의 분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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