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시대 임박' 알린 오큘러스 리프트 예약판매, 시작부터 헉!
[IT동아 강형석 기자]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격이 공개됐다. 예약판매를 통해 공개된 오큘러스 리프트 가격은 599달러로, 원화 환산기준 약 71만 8,000원에 달한다. 해당 제품에는 배송료와 세금이 제외되어 있는 상태이기에 국내에서 구매대행 방식으로 구매하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큘러스는 가상현실 체험기기 '리프트(Rift)'를 국내 시간으로 2016년 1월 7일 1시(미국현지 기준 1월 6일 오후 6시)부터 일반 소비자 대상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오큘러스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판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고, 1인당 1개씩 주문 가능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쉽게 구매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오큘러스 측이 공개한 1차 출시국에는 대한민국이 없기 때문이다. 1차 출시국은 미국과 영국, 일본, 독일 등을 포함한 20여 국가다. 주문 방식도 해당 국가만 선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는 해외 구매대행 방식으로 리프트를 구매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다. 그러나 지난 5일, 팔머 럭키(Palmer Luckey) 오큘러스 창업자가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이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된 것은 '정부규제(government regulation)' 때문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정확히 어떤 규제 때문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중요한 것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국내 가상현실 예비 소비자들은 다가올 차세대 콘텐츠를 즐기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 오큘러스 리프트 예약 구매를 위한 지역 선택에 대한민국은 없다. >
가격도 예상보다 높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오큘러스는 대중화를 염두한 가상현실 기기로 주목을 받아왔다. 대다수 전문가나 소비자들은 미국 기준으로 399~499달러(원화 환산 약 47만~59만 원 상당) 사이에 발매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가격은 599달러로 다소 비싼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성 자체로만 본다면 높은 가격이 아닐 수 있다. 구성품에는 오큘러스 리프트 헤드셋과 위치를 인지하는 센서, 오큘러스 리모트와 케이블, 엑스박스 원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약 구매자들에게는 가상현실 환경에 맞춰 개발된 게임 2종도 제공된다. 단순 가상현실 기기를 70만 원 이상 지불하기엔 장벽이 높아 보인다.
이를 즐기기 위해선 고성능 PC도 있어야 한다. 오큘러스는 리프트를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사양으로 인텔 코어 i5 4590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 또는 AMD 라데온 R9 290 급 이상을 제안했다. 국내에서 PC 자체를 구성하는데 최소 100만 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가상현실을 100% 원활히 체험 가능하다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에 고가의 가상현실 기기까지 구매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기의 접근성을 따져보자. 단순 기기만 71만 원 상당인 오큘러스 리프트는 국내로 구매대행을 진행할 경우, 실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599달러에 부과되는 관세(모니터 기준 약 10%)와 배송료, 배송대행지(배대지) 지정에 따른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 소비자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구매할 때 90만 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에 따라 가격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가격 공개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될 예정인 가상현실 기기 가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리프트의 대항마로 주목 받고 있는 HTC 바이브(Vive)도 2016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스팀VR로 알려진 이 제품은 리프트와 성능이 비슷하지만 공간과 동작을 인식하는 스캐너 2개를 부착해야 되고, 행동이나 상태를 인지하는 센서 70여 개 이상 탑재되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많다. 플레이스테이션 VR은 플레이스테이션 4 전용 대응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주목 받기 위해서는 기성 제품군을 밀어내가 위한 요소가 필요하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거나, 새로운 경험 및 대중화를 위한 콘텐츠와 가격 부분도 필수다. 가상현실은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단연 앞선다. 하지만 대중화라는 부분은 물음표가 남는다. 가상현실이 뜨기 전 주목 받다 한 순간에 식어버린 3D 콘텐츠를 떠올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3D 콘텐츠는 새로운 경험의 측면에서 주목 받았으나 대중화는 부족했다. 3D 구현 방식을 놓고 대립하기도 했고, 안경에 탑재된 렌즈를 좌우 60회씩 열고 닫으며 3D를 구현한 셔터글래스 방식은 안경 가격이 생각 이상으로 높아 대중이 구매를 꺼려했다. 콘텐츠도 없었고 3D TV나 모니터의 가격도 높았음은 물론이다. 시간이 흐르며 가격이 안정화됐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가상현실도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시작이 어찌되었건 가상현실은 이제 막 기지개를 펴고 일어서는 중이다. 그러나 콘텐츠와 기기, 소비자 사이에서 그려질 시장 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냉정히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