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KT가 제시한 '커넥티드 카', T2C 사용해 보니...
[IT동아 이문규 기자] 자동차에 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되어,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 혹은 자동차와 IT기기 사이의 데이터 통신이 가능해 졌다. 이를 통해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형태의 운전 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커넥티드 카(Connected-car)'로 부르는 이 IT 트렌드는, 이미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와 IT 기업의 2016년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통신 기능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동통신사(이통사)의 대응도 눈에 띄는데, 국내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이 최근 선보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솔루션인 'T2C'가 병신년 새해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인포테인먼트: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로, 정보 전달에 오락성/재미를 더한 소프트웨어나 미디어를 말함]
T2C는 'Tab to Car'의 줄임말이며, '최신 태블릿PC를 자동차에 적용해 태블릿PC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차안에서 활용하도록 한 서비스다. 이에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액티브'에 이동통신 기능을 넣어, 르노삼성자동차의 SUV 차량인 '2016년형 QM3' 운전석 전면부(센터페시아)에 이식했다. 그냥 부착한 게 아니라, 마치 QM3 순정 내비게이션 세트처럼 자연스럽고 완전하게 처리했다.
'어쨌든 태블릿PC를 운전석 주변에 거치한 것과 비슷한 건데, 딱히 특이할 게 뭐가 있나?'라 의아해 하는 이들을 위해 T2C의 차별점을 알아본다.
참고로, SK텔레콤 T2C는 2015년 12월 현재 르노삼성 QM3 2016년형 차량에만 적용돼 있다. QM3 구매 시 '인포테인먼트' 옵션을 선택하면 되며, 삼성 갤럭시탭 액티브가 순정 액세서리로 제공된다(SE, LE 모델은 40만 원, RE, RE시그니처 모델은 10만 원). 갤럭시탭 액티브는 8인치 크기에 1.2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1.5GB 램+16GB 메모리 등을 내장한 태블릿PC다.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는 '데이터 함께쓰기' 서비스로 추가요금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타 이통사 가입자는 SK텔레콤 LTE 데이터 전용 요금제에 별도로 가입하면 된다. (혹은 이통사 관계 없이 스마트폰 테더링/핫스팟을 사용해도 된다.) 참고로 SK텔레콤 가입자는 T맵 사용 시 데이터 비용이 과금되지 않는다.
갤럭시탭을 QM3에 이식한 주체가 삼성전자 혹은 르노삼성이 아니라 'SK텔레콤' 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자동차 등은 당연히 자동차 제조사가 만들어야 하지만, 커넥티드 카의 핵심인 통신 기능은 어차피 이통사가 책임져야 한다. 이에 SK텔레콤은 T2C를 QM3 이외의 차종으로도 확산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말한 대로, T2C의 갤럭시탭 액티브는 QM3 실내 센터페시아에 전용 장착대를 통해 차와 완전 밀착된다. 장착대 오른쪽 슬롯으로 액티브를 밀어 넣으면 '딸칵'하는 소리를 내며 장착된다. 이때부터 액티브는 T2C 앱이 자동 실행되며, 인포테인먼트 기기로서 본격 기능을 제공한다.
<장착 프레임 오른쪽 슬롯에 밀어 넣어 장착하거나, 상단의 분리 버튼으로 간편히 분리할 수 있다>
T2C에는 SK텔레콤 T맵을 토대로 한 내비게이션(내비)을 비롯해, 현재 시간과 지역별/날짜별 날씨 정보, 전화 발/수신 기능, 인터넷 라디오 청취, 음악 및 멜론 재생, 영상 시청 등, '커넥티드 카'를 지향하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들어 있다. 내비게이션인 T맵은 상용 내비게이션보다 지도가 화려하진 않지만(지도가 꼭 화려할 필요는 없다), 운전 경로 안내에는 전혀 부족함 없다.
특히 T2C의 T맵이 유용한 이유는, 몇 시간 간격으로 교통정보(교통량)가 갱신되는 일반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이동통신 기능을 통해 교통정보, 도로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갱신되기 때문이다. 화려한 지도보다는 정교한 정보가 안전운전, 명확운전에 훨씬 유리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수 많은 사용자들이 T맵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8인치 화면으로 보는 T맵 지도 화면은 여느 일반 내비 못지 않은 실행 수준을 보여준다.
운전정보 기기로서는 T맵이 적용된 이상 더 바랄 게 없겠고, 인포테인먼트 기기로서 T2C는 인터넷 연결을 통해 다양한 멀티미티어 콘텐츠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가장 유용한 것이 바로 '멜론'과 '팟캐스트'다. 멜론은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의 음악 서비스로 국내 최대의 음원을 제공한다. 운전하며 듣고 싶은 음악을 언제든 즉시 검색해 들을 수 있어 본 기자 역시 몇년 동안 가입, 이용하고 있다. 아이가 함께 타고 있다면 동요나 만화 주제곡을, 부모님이라면 흘러간 옛노래를 검색해 들려주면 된다.
<국내 최대 음원을 보유하고 있은 만큼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해 바로 들을 수 있다>
T2C에는 화면 구성에 맞는 멜론 앱이 사전 설치돼 있어, 로그인 계정/암호를 입력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멜론은 유료서비스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팟캐스트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즐겨 듣는, 혹은 듣고 싶은 방송 채널을 언제든 QM3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참고로 T2C는 QM3 실내 스피커와도 연결되어, [화면/사운드] 설정에서 실내 소리 균형도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량 실내 소리 균형도 T2C 설정 화면에서 설정할 수 있다>
멜론이나 팟캐스트를 차 안에서 듣는 건 여느 태블릿PC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얼마나 간단하고 편리하게 듣느냐가 중요하다. T2C는 갤럭시탭 액티브를 QM3에 이식하면서 운전 중 기본 조작을 무리 없게 처리하도록 했다. 운전대 오른손 쪽 아래에 'T2C 조작 전용 레버'를 두고, 이 레버로 T2C의 미디어 조작을 할 수 있게 했다. 멜론의 곡 선정이나 팟캐스트의 방송 선택, 전화 받기/끊기, 볼륨 조절 등이 가능하다. 마치 고급 대형 승용차의 편의 옵션 같다. 이 레버 외에 T2C 전면 아래 왼쪽에도 볼륨 조절 다이얼이 달려 있다(꾹 눌러 전원을 끌 수 있다).
운전대를 잡으면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로 각 버튼과 다이얼을 무리 없이 조작할 수 있지만, 화면은 센터페시아 쪽에 있으니 운전 중에 시선은 당연히 전방을 바라봐야 하겠다.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음악 선곡이나 채널 변경 정도는 가능하다.
T2C의 골격이 태블릿PC다 보니 음악뿐 아니라 영상도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다. 단 도로교통법 상 운전 중 동영상 시청은 금지돼 있어서, 동영상 재생 중 시속 20km 이상 속도가 올라가면 영상은 자동으로 꺼지고 소리만 출력된다. 법 위반이 문제가 아니라 안전운전에 지장이 있으니 운전 중 동영상 시청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시속 20km 이상 주행하면 영상은 자동으로 꺼진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스마트폰 내 미디어를 자동차 스피커로 들을 수도 있고, 전화가 오면 핸즈프리 역할도 대신한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와 동기화되니 전화 발신자 정보를 T2C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 뿐만 아니라 후방카메라와 연결되어 후진 기어를 넣으면, T2C 화면은 매립형 순정 내비처럼 후방 화면을 띄운다.
<사용 중 전화가 오면 수신 정보를 화면으로 출력한다>
<후진 기어를 넣으면 화면은 자동으로 후방 카메라 화면을 띄운다>
이게 끝이 아니다. T2C는 기본적으로 탈착이 가능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기다. T2C 장착 프레임 우측 상단의 분리 버튼을 누르면 가볍게 '툭' 튀어 나오면서 일반 태블릿PC로 활용할 수 있다. 뒷좌석에 어린 자녀가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뽀로로'나 '터닝메카드' 영상을 틀어줘도 좋다. 분리되는 순간 8인치 크기의 갤럭시탭이 되니, 뽀로로를 보기에 아빠의 4~5인치 스마트폰보다는 훨신 낫다. 이후 다시 장착 프레임에 밀어 넣으면 T2C 앱이 자동 실행되며 초기 화면을 띄운다.
<차량에서 분리하는 순간 갤럭시탭이 된다>
이렇게 매립형 기기가 원터치로 간편히 분리되니 장시간 주차해야 할 경우 따로 보관할 수 있다. 일반 내비가 아닌 태블릿PC라 업데이트/업그레이드도 한결 용이하다. 와이파이 연결 가능한 곳에서 T2C 앱이나 시스템 설정을 통해 업데이트하면 된다. 무엇보다 언제든 필요에 따라 태블릿PC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 이점이다.
단지 몇 시간 사용해 봤지만 T2C는 일반 내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넓은 활용도를 보였다. 이런 수준이라면 일반 내비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듯도 하다. 일반 내비에도 내비 기능 외 멀티미디어 재생 기능을 몇몇 내장하고 있지만, 사용 상의 번거로움 때문에 활용도는 급격히 낮다(내장 SD메모리를 빼서 PC에 꽂고 음악이나 영상을 복사한 뒤 재생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스마트폰 내 음악이나 사진도 QM 차량으로 출력할 수 있다>
그에 비해 T2C는 스마트폰처럼 인터넷에 늘 연결돼 있기에, 교통정보든 일상정보든 스트리밍 음악 재생이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T2C가 이후 개선되어 차량 내부 ECU(전자제어장치)와 통신하게 된다면, 운전자의 운전 패턴이나 습관, 운전 및 주행 정보 등을 그대로 T2C로 가져와 분석, 출력할 수 있다. 이런 정보가 고스란히 인터넷에 저장, 관리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운전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더구나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등 정보통신 기술이 가미된 자동차 기술이 전세계에 걸쳐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물론 현재의 T2C를 두고 '커넥티드 카의 완성'이라 말하기엔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 르노삼성 등에게는 의미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 그 동안 각 분야에서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인 이통사, IT기기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가 이제 하나의 공통 키워드로 협업하고 있다. 올 한해, T2C로 시동을 건 SK텔레콤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눈 여겨 봐야 할 이유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