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투자의 세계...투자와 멘토링 사이
[IT동아 김태우 기자] 스타트업 투자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엔젤 투자와 VC(벤처 캐피탈) 투자가 그것이다. 이 둘은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스타트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다.
지난 11월 30일 국내 대표 엔젤 투자자 그룹인 '매쉬업 엔젤스(Mashup Angels)'가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국내는 엔젤 투자가 그리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투자비 회수 시장 빈약, 지원제도 부족, 신뢰성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2000년 벤처 붐 붕괴의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매쉬업 엔젤스는 엔젤 투자만을 고집하며, 스타트업이 시장서 살아남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천사라는 단어를 품고 있는 엔젤 투자의 세계는 과연 어떨까? 투자에 있어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일 행사에서 오간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리그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에는 5명의 매쉬업 엔젤스 파트너가 모두 참석했다.
▲ 매쉬업 엔젤스 파트너(왼쪽부터 이택훈, 인상혁, 이택경, 민윤정, 류중희)
엔젤 투자는 자신의 돈을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자금 규모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탓에 대부분 엔젤 투자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루어진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엔젤 투자가 어렵다.
매쉬업 엔젤스가 지난 1년간 살펴본 스타트업은 1,500여개. 이메일로 신청한 경우도 있지만, 각종 데모 데이, 경진대회, 심사, 창업스쿨 등에서 만났거나 지인 추천 등으로 이루어진다. 매주 화요일마다 20~30개 팀을 살펴보고, 7~10개 정도 면접 팀을 결정하게 된다. 1년에 직접 만나는 팀만 400여 개가량 되며, 이 중 올해 투자가 이루어진 팀 수는 20개다. 7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투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 겨 볼 부분은 매쉬업 엔젤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총 35개 스타트업이 하나도 낙오없이 생존해 있다는 점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을 꿈꾸고 있지만, 살아남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2013년 기준 41%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조사로는 2000년 존재하던 기업이 2012년까지 살아남은 비율이 제조업 25.1%, 서비스업 21%에 불과하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 좋은 팀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호하는 기업이 있을테고, 자신만의 선택 기준이 있을 터. 매쉬업 엔젤스 류중희 파트너는 생활 밀착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 주의 깊게 본다고 한다. 이성적으로는 좋은 회사라는 생각을 해도 해당 기업의 서비스가 공감되지 않으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물론 이 때문에 놓치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스타트업의 서비스로 자신의 삶이 바뀌면, 다른 이의 삶도 바꿀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택훈 파트너는 패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탓인지 스타트업에서도 패션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매쉬업 엔젤스 포트폴리오를 보면, 패션 분야에서 눈에 띄는 스타트업이 몇몇 포진해 있다. 또한, 개인 관심사와 일상사에 연관이 많은 업체도 투자를 진행한다.
▲ 매쉬업 엔젤스는 아주 초기 스타트업에게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할 스타트업을 선별하는 기준에 대해서, 인상혁 파트너는 자신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1,000개가 넘는 업체를 서류로 살피고 수많은 팀을 만나다 보면, 주변 사람의 이야기에 흔들릴 때가 많은 것. 자신만의 비법으로는 "부지불식간에 전화해 응대 방식에서 인성을 살피며, 사무실을 꼭 방문해 본다"며 "사무실을 방문해 보면 분위기를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민윤정 파트너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업 계획서를 살펴본다. 언론에 보도된 시장 조사 자료가 아니라 해당 시장을 잘 알고 싶어 직접 발로 조사하고 준비된 곳이라면, 투자하고 나서도 성과가 좋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영혼 있는 비즈니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과정을 거쳐 투자할 스타트업이 정해지면, 이후 매쉬업 엔젤스는 다양한 지원을 해주게 된다. 투자에 그치지 않고, 엑셀레이터를 통해 빠르게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택경 대표 파트너는 "창업가를 존중해 주는 것이 기본 취지"라며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자기 인생을 걸고 하는 사업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무작정 실리콘 밸리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에 따라 지역을 추천한다며, 미국, 중국, 아시아 등 여려 지역을 고민하고 있다고 이택경 대표는 설명했다. 이런 해외 진출에는 그 나라의 VC나 로컬 네트워크 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란다.
▲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수많은 스타트업이 있고, 수백 개의 팀을 직접 만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이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특히 생존 가능성이 낮은 스타트업이기에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음에도. 류중희 파트너는 엔젤 투자에 대해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돈을 입금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며, 돈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한다면, 엔젤 투자에 도전해 보라고 덧붙였다.
민윤정 파트너는 엔젤 투자는 잃을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자금 회수가 굉장히 오래 걸릴 수 있기에 여유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택경 대표는 앤젤 투자에 대해 기반의 문제라며, 페지 주워 수십억 기부하는 이도 있는 만큼 기부나 투자 문화에 대한 패러다임이 정립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스타트업 역량이 다른 나라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데, 엔젤이나 엑셀러레이터가 없다면 다음 단계의 VC 투자 기회도 적어진다. "자생적으로 초기 단계 엔젤이 많아지고, VC가 연결되면 탄탄한 기반이 된다"며 "미국, 중국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