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메라의 탈을 쓴 4K 캠코더, 소니 RX10 II
[IT동아 강형석 기자]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를 지향하는 소니 RX 시리즈는 RX1부터 RX100까지 단순한 숫자 차이가 아닌,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RX100 시리즈는 빠른 세대 변경을 통해 초기의 아쉬움을 개선하며 완성형에 점점 다가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반면, 겉보기엔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지만 대대적 변화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RX10이 그렇다. RX100 II(2013년 8월)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됐지만 RX100 IV(2015년 6월)가 출시되고 나서야 숫자 2를 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출시된 RX10 II는 2,020만 화소와 24-200mm(35mm 환산) 초점거리를 갖는 칼 자이스 렌즈 등을 보면 얼핏 RX10과 큰 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속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DSLR 카메라 같지만 DSLR은 아닙니다
소니 RX10 II의 외형은 흡사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와 비슷하다. 대부분 대구경 렌즈를 탑재한 하이엔드 카메라들이 취하는 디자인이다. 덩치가 크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휴대는 조금 불편해도 대구경 렌즈는 DSLR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전문가의 인상을 줄 것이다. 생김새도 소니 중보급형 DSLT 카메라와 흡사한 형태다. 그러니 렌즈 일체형이지만 조금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크기는 가로 129mm, 세로 88.1mm, 두께 102.1mm로 오히려 덩치가 있어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좋다. 두께는 렌즈 경통 때문으로 렌즈를 제외한 본체 자체는 여느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포함한 것이 813g 가량이다. 소형 미러리스 카메라에 조금 큰 렌즈 한 개를 결합한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 덩치는 크지만 DSLT 카메라를 손에 넣은 듯한 느낌적 느낌을 준다. >
상단을 보면 RX10 II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좌측에는 P/S/A/M 및 장면모드 등을 변경하기 위한 모드 다이얼, 우측에는 노출 값을 조절하는 다이얼과 셔터버튼, 전원 스위치 등이 달려 있다. 셔터 속도나 기타 정보를 볼 수 있는 LCD 창도 눈에 띈다. 어설프게 하이엔드 카메라라는 이미지를 주기 보다는 자사 DSLT 카메라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는 흔적이 남아 있다.
< 하이엔드 카메라라기 보다 DSLT 카메라 느낌을 살리려는 흔적이 곳곳에 있다. >
카메라 후면은 소니 DSLT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를 적절히 섞은 느낌이다. 뷰파인더와 함께 아래에는 3인치 틸트 액정이 탑재됐고, 우측으로는 조작 다이얼과 기능 버튼을 배치했다. 다이얼이나 버튼은 오른손으로 쥐고 있는 상태에서 엄지 손가락이 대부분 닿는 위치에 있어 쉬운 조작을 돕는다.
뷰파인더는 XGA OLED 사양으로 밝고 시원한 화면을 보여준다. 광학식을 선호하는 기자의 눈에는 아직 어지럽고 불편하지만 분명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 화소는 약 235만으로 시야율 100%에 해당한다.
액정 화면도 3인치로 크고 선명하다. 약 122만 화소를 담았고, 상단으로 약 107도, 하단으로 약 42도 젖히는 틸트 액정도 그대로다. 이를 통해 로우 및 하이앵글 촬영이 가능하지만 액정을 바라보고 촬영하는 셀카는 어렵다.
1인치 센서가 전해주는 사진영상의 세계
소니 RX10 II와 함께 촬영에 나섰다. 상황에 따라 조리개 우선, 수동, 셔터우선 모드 등을 사용했으며 감도 역시 상황에 맞는 설정을 적용했다.
소니 RX10 II의 사양은 동급 카메라 중 단연 돋보인다. RX100에도 쓰인 1인치(13.2 x 8.8mm) 규격 엑스모어 RS CMOS 센서는 2,020만 화소로, 화소 자체만 따져보면 DSLR과 비교해도 아쉬움 없는 수준이다. 물론 이미지 센서 자체의 크기도 가로 23mm 정도인 APS-C 대비 작을 뿐이지, 하이엔드 중에서는 단연 크다.
렌즈 또한 여느 카메라들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다. 이 카메라에는 칼 자이스 바리오-소나(Carl Zeiss Vario-Sonnar) 렌즈가 탑재됐다. 초점거리 8.8-73.3mm, 35mm 필름 규격 환산 시에는 24-200mm에 해당한다. DSLR 카메라로 따지면 24-70mm와 70-200mm 렌즈, 두 개를 들고 다녀야 하지만 RX10 II 하나면 그럴 필요가 없다.
렌즈 조리개 밝기 또한 f/2.8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슈퍼 줌 렌즈를 탑재한 하이엔드 카메라는 최대 광각에서 f/2.8을 지원하더라도 최대 망원에서 f/5.6~6.3 정도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렌즈는 모든 구간에서 최대 개방 f/2.8을 쓸 수 있다. 이는 셔터속도 확보는 물론이고 심도 표현에 있어서 이점도 있다. 물론 센서가 필름에 준하는 풀프레임에 비할 바는 아니나, 시도는 해볼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 ▲초점거리 40mm ▲조리개 f/5 ▲1/40초 ▲ISO 400 ▲ 표준 설정 등으로 촬영한 결과물. 기존 RX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
< ▲초점거리 150mm ▲조리개 f/5.6 ▲1/80초 ▲ISO 3,200 ▲ 표준 설정 등으로 촬영한 사진. 광량이 부족한 실내에서
감도를 높이면 노이즈에 의한 화질 저하가 있다. 이 때 해상도를 줄이면 조금 나아진다. >
결과물은 하이엔드 카메라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품질이다. RX100 시리즈도 그랬고 RX10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RX10 II를 이전 모델과 비교해 결과물이 월등히 향상됐느냐고 물으면 그것은 또 아니다. 화소나 렌즈, 이미지 프로세서 등 화질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반응속도다. RX10 II는 RX100 IV에 쓰인 디램(DRAM) 적층형 1인치 센서를 탑재했다. 메모리와 센서간 데이터 이동거리가 짧아지고 바로 연결되니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이 때문에 연사 속도가 늘고, 4K 촬영이 가능해졌다.
세밀한 부분에서의 차이는 또 있다. RX10은 1/3,200초가 한계였지만 RX10 II는 이보다 더 빠른 1/3만 2,000초까지 끊을 수 있다. 비록 전자식이지만 밝은 조리개를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셔터속도가 빨라지만 왜곡이 생길 수 있으니 제품에 왜곡방지 셔터를 적용하는 성의도 보여준다. 기계식 셔터도 물론 있지만 1/3,200초까지 끊는다.
감도는 ISO 100부터 1만 2,800. 확장하면 ISO 64부터 2만 5,600(다중프레임 노이즈 감소)까지 쓸 수 있다. 촬영한 결과, ISO 1,600까지 무난히 쓸 수 있는 수준이고, ISO 3,200 이상에서는 노이즈가 점차 증가한다. ISO 3,200 이상은 이미지 크기를 줄이는 리사이징 작업을 하면 깔끔해진다.
놀라운 부분은 바로 4K 영상 지원이다. 100Mbps 대역의 XAVC S 포맷으로 선명한 영상을 기록하는데, 센서 영역을 모두 쓰는 풀 픽셀 리드아웃 방식을 쓴다. 화질 손실이 적기에 전문 4K 촬영 장비로 유용해 보인다. 기능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4K 캠코더와 비교해도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외에 픽처 프로파일, S-Log2 감마, 타임코드/유저비트, 클리어 HDMI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촬영한 영상물도 만족스럽다. 판형이 크고 센서 전체를 쓰기 때문이다. 흔들림도 적다. RX10 II에는 5축 손떨림 보정 기술이 적용됐다. 가로세로의 떨림과 움직임은 물론 카메라 자체의 움직임도 인지해 보정한다. 때문에 팔이 고생할 뿐이지, 삼각대 없이도 흔들림이 적은 영상 기록이 가능하다. 결과물은 기자가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https://youtu.be/9enR8YB0QlA)에 올려 놓았으니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올리는 과정에서 유튜브에 맞게 변환이 되니 화질 열화는 존재한다는 것 참고하자.
'카메라야? 캠코더야?' 모호하지만 그게 매력
소니 RX10 II의 가격은 소니스토어 기준 149만 9,000원이다. 단순 카메라의 가격으로 보면 왜 이렇게 비쌀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카메라 본연의 기능 외에 4K 영상장비라는 측면으로 함께 접근하면 제법 매력적인 카메라로 탈바꿈한다. 소니 4K 캠코더 AX-30만 해도 159만 9,000원이니 10만 원 저렴한 가격에 끝내주는 카메라와 캠코더를 모두 손에 넣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장점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약간 아쉬운 점도 있다. 때에 따라 줌 반응이 늦어지거나, 특정 영상 촬영 환경에서 렌즈가 초점을 잡지 않는 등 간혹 이상 증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물론 메뉴나 다른 화면을 불러 온 다음 다시 시도하면 정상으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1분 1초가 아쉬운 슈터에게는 아쉬운 요소일 수 있다. 기능적 아쉬움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하이엔드 카메라인지 4K 캠코더인지 정체는 모호하지만 그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RX10 II의 매력은 두 영역을 아우르는 능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