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사운드의 조화' 뱅앤올룹슨 90년 역사의 정수, 베오랩 90
[IT동아 강형석 기자]
"대한민국에는 굴지의 기업들이 있어 치열하고 소비자 눈높이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하지만 뱅앤올룹슨은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과 디자인을 앞세운 고품질 제품으로 한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룩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5년 12월 2일,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의 창립 90주년 및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 새단장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튜 맨토니(Tue Mantoni) 최고경영자(CEO)는 뱅앤올룹슨의 기술과 디자인 철학을 더 발전, 계승시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스피커 '베오랩 90'도 함께 선보였다. 오디오에 대한 고뇌와 장인정신을 담아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상의 소리를 구현한 작품이라고 소개된 이 제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뱅앤올룹슨의 90년을 기념해 나온 특별판이다.
< 베오랩 90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튜 맨토니 뱅앤올룹슨 최고경영자. >
1925년부터 이어진 사운드와의 인연
덴마크 프리미엄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로 유명한 뱅앤올룹슨은 라디오에 관심이 많은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드 올룹슨(Svend Olufsen), 두 엔지니어가 만나 1925년 설립한 기업이다. 이 때만 해도 두 창업자는 덴마크 퀴스트럽 영주저택 옥탑방에 작은 라디오 공장을 세워 주전원 소스를 갖춘 라디오를 개발하는데 매진했다.
1년 뒤인 1926년, 배터리 없이 플러그만으로 라디오 주 사운드를 낼 수 있었던 엘리미네이터(Eliminator)를 발명했다. 이 라디오는 두 창업자의 이름을 따서 적용한 첫 제품이라고 한다. 시작은 라디오지만 결국 소리를 들려주는 장치이니 이 때부터 사운드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겠다.
이후 뱅앤올룹슨은 오디오/영상(AV)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 1950년에는 TV인 508S를 선보였고 1995년에는 CD 플레이어 베오사운드 9000을 내놨다. 이 제품은 CD를 밖으로 노출시킨 파격적인 형태로 오디오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린 기념비적 작품으로 손꼽는다.
< 독특한 형태가 인상적이었던 베오사운드 9000. >
1997년에는 TV와 오디오가 한 조를 이룬 베오센터(BeoCenter) AV5를 선보인다. 일반 TV와 다른 독특한 형태는 주목 받기에 충분했다. 당시 검은색이 주를 이룬 TV에 붉은 색상을 적용해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뱅앤올룹슨은 베오랩(BeoLab), 베오플레이(BeoPlay), 베오리트(BeoLit), 베오비전 아반트(BeoVision Avant)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장르도 스피커 외에도 음악 플레이어, 블루투스 스피커 등 다양하다.
소재와 디자인으로 독특한 아우라 발산하는 베오랩 90
베오랩 90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디자인. 그 동안 뱅앤올룹슨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인간 감성에 다가가는 제품을 만든다는 철학을 추구하는 뱅앤올룹슨은 출시되는 제품마다 미학적인 요소를 가미해 왔다. 강렬한 디자인 특성으로 정작 소리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뱅앤올룹슨은 디자인과 기술력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사내 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계속 외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해 왔는데, 이는 기술에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자율성을 가두지 않기 위해서다. 디자이너들은 개발 초기부터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 결정권을 갖고, 콘셉트 개발부서인 아이디어 랜드(Idea Land)와 긴밀히 협력하며 제품을 개발한다.
지금의 뱅앤올룹슨 정체성을 확립하게 해 준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와 야콥 옌센(Jakob Jason)도 사내 디자이너가 아닌 프리랜서 디자이너였다. 이들도 기술자들과 아이디어와 제품 기초를 다지는 아이디어 랜드에서 많은 제품을 선보였다.
< 베오랩 90도 특유의 독특한 디자인이 포인트다. >
이번 스피커는 베오사운드 에센스(Essence)와 모멘트(Moment) 등을 디자인한 바 있는 스튜디오 Frackenpohl Poulheim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BMW의 콘셉트카인 지나(Gina)에서 영감을 얻어 알루미늄 캐비닛에 검은 직물커버를 입혔다. 마치 스피커를 끌어 올리는 듯한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스피커 본체를 잇는 알루미늄 프레임은 세련미와 함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굽어진 바닥 면은 스칸디나비아(북유럽)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를 사용했다. 쉽지 않겠지만 이거 하나면 북유럽 감성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얘기다.
18개 유닛이 내뿜는 8,200W 출력
이날, 뱅앤올룹슨은 창립 90년의 역사를 응축한 디지털 라우드스피커(Loud Speaker) '베오랩 90'을 공개했다. 자사 역사상 가장 크고 진보한 디지털 라우드스피커라 소개한 이 제품은 높이 약 125cm, 무게 137kg에 달하는 대형 스피커다.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 만큼, 가격 또한 9,990만 원에 책정됐다.
베오랩 90은 스피커 하나에 총 18개의 유닛이 탑재된다.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7개, 중저음을 담당할 미드레인지와 우퍼는 총 11개(미드레인지 7개, 우퍼 3개, 전면 우퍼 1개)로 구성된다. 여기에 각 드라이버 유닛을 보조하는 앰프 역시 18개를 탑재하면서 스피커 한 대로 대형 영화관에 버금가는 8,200W의 출력을 자랑한다.
뱅앤올룹슨 측은 마치 스피커가 인간의 두뇌를 가진 것처럼 청취자가 위치한 곳에 정확한 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 18개의 드라이버 유닛으로 8,200W 상당의 출력을 자랑한다. >
이는 18개 드라이버 유닛이 전방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360도로 배치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사용자는 서라운드 환경 기능을 설정해 어느 자리에서든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준다. 드라이버 유닛은 각각 정밀하게 계산된 위치와 방향에 배치되었다는게 뱅앤올룹슨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확한 사운드 출력을 위해 뱅앤올룹슨 최신 기술을 아낌 없이 투입했다. 스피커 최상단에 있는 사운드 센서로 소리의 폭을 조정하는 '빔 위드 컨트롤(Beam Width Control)', 사운드 메인 출력 방향을 원하는 위치로 조정하는 '빔 디렉션 컨트롤(Beam Direction Control)', 스피커가 놓인 방의 환경을 분석해 최적의 사운드를 찾는 '액티브 룸 컴펜세이션(Active Room Compensation)' 등은 대표적이다.
일렉트로닉 쿨링 핀(Electronic Cooling Fin) 기술은 스피커 유닛의 온도를 조절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음질 변화까지 제어하도록 만들었다.
독특한 구성과 설계로 베오랩 90은 한 플랫폼에서 14 채널 구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독자 개발한 아이스파워(ICE Power) 앰프도 적용했다. 모든 기능은 뱅앤올룹슨 전용 애플리케이션 베오뮤직을 통해 제어된다.
< 외형에서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소리는 플래그십 다웠다. >
진행된 행사에서 베오랩 90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음원 2개를 재생했는데, 무향실이 아닌 매장 한복판이어서 외부 소음에 의한 청음 제약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괜한 생각이었다. 화끈한 저음과 함께 중고음이 고르게 표현되었던 것. 추후 기회가 된다면 소음이 통제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청음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초고가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와 견줘도 아쉽지 않은 수준이다. 뱅앤올룹슨이 왜 이 제품에 자신감을 피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뱅앤올룹슨 90주년과 함께 새단장한 플래그십 스토어
베오랩 90에 묻혀 크게 주목 받지 못했지만 뱅앤올룹슨이 90주년을 맞으며, 기존 압구정 플래그십 매장을 새단장 했다. 베오링크 멀티룸을 갖추게 되면서 이곳에 오면 모든 오디오 기기를 무선으로 자유롭게 연결해 청음할 수 있다. 스피커부터 TV,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과 헤드폰에 이르기까지 모든 뱅앤올룹슨 제품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존 외에도 사후서비스(A/S)와 제품 구매 및 상담 등 원스톱 서비스도 새단장한 압구정 플래그십 스토어의 특징이다. 꼭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한 번 방문하면 북유럽 감성도 충전하고 새로운 소리 정체성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