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아이폰 6s '3D 터치' 알아보기
[IT동아 김태우 기자] 애플이 아이폰 6s, 6s 플러스에 새로운 입력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애플은 '3D 터치'라고 이름 붙였다. 이번 시간에는 3D 터치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 한다.
왜 만들었을까?
2007년 처음 등장한 아이폰은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키패드 없이 전면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손가락 터치로 모든 작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다가 멀티 터치를 도입, 손가락 2개 이상을 사용해 다양한 입력 방식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손가락 2개를 사용해 간편하게 확대, 축소할 수 있는 것도 멀티 터치 때문이다.
어느덧 아이폰이 나온 지 8년이 되었다. 그동안 하드웨어 성능은 매년 향상되었고, iOS 기능은 점점 많아졌다. 하지만 비대해진 아이폰의 기능에 비해 멀티 터치라는 입력 방식은 초기 그대로이다 보니 사용성은 점점 나빠졌다. 여기저기 화면을 전환해 가며 필요한 것을 찾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 애플은 이미 이런 문제를 몇 년 전에 파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근본 해결은 입력 방식 개선이라는 걸 애플도 놓치지 않았다. 아이폰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었던 멀티 터치에 압력이라는 Z축을 더해 차세대 터치 방식인 3D 터치를 내놓은 것이다.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3D 터치는 굉장히 오랫동안, 수년간 작업했다"며, 3D 터치를 만든 이유에 대해 "콘텐츠와 유기적인 연결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력 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이폰의 사용자 경험도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좋은 방향일지 안 좋은 방향일지 아직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3주가량 아이폰 6s를 써보면서 느낀 건, 이전 버전의 아이폰으로 돌아가기는 싫다는 것.
어떻게 작동할까?
압력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는 모두 96개다. 이 센서는 디스플레이의 백라이트와 통합되어 있다. 손가락이 아이폰 화면을 누르면, 커버 글래스와 백라이트 사이의 거리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를 즉각 측정하게 된다.
얇은 장비에서 힘을 측정하는 센서이기에 무척 민감할 터. 그만큼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많기에 고려해야 할 것도 여러 가지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인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자는 순간 감정적이 될 수도 있으며, 걷는 중이거나 소파에 누워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여러 상황은 센서에 분명 영향이 있다. 중력을 상쇄할 수 있도록 가속도계를 센서와 결합하기도 하지만, 기기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중력을 빼야 할 때도 있다.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과 터치 센서가 다르게 읽을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압력을 읽고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6s에서 화면을 직접 눌러보면, 압력에 제법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느낄 수 있다. 3D 터치가 적용된 앱을 찬찬히 누르면 화면이 서서히 흐려지다가 순간 메뉴가 뜨면서 탭틱이 '팅'하는 피드백을 준다. 3D 터치는 평평한 화면을 누르는 것이다. 그렇기에 물리적인 버튼을 누를 때처럼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반응은 없다. 이를 애플은 탭틱 엔진을 사용해 대신하고 있다.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으로도 3D 터치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
화면을 누르는 힘에 대한 민감도는 조절된다. 사람마다 손가락 압력은 다르므로 그에 맞춘 3D 터치 감도도 필요하다. 아이폰 '설정 > 접근성
3D 터치' 메뉴에서 할 수 있다.
써보자 - 픽앤팝
3D 터치를 써보자. 3D 터치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픽앤팝(Peek&Pop)'. 픽앤팝은 픽과 팝 2가지 행위를 합친 것이다. 픽은 3D 터치에서 가장 많이 쓰이게 될 기능으로 쉽게 이야기하면 미리 보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팝업 창을 띄워 쉽게 미리 보기를 할 수 있다. 목록에서 원하는 이메일을 꾹 누르면, 미리보기 화면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손을 떼면 미리 보기 화면은 쏙 들어가고 원래의 이메일 목록으로 돌아간다.
픽을 사용해 미리보기 창을 띄웠지만, 전체 내용을 다 볼 수는 없다. 이럴 땐 팝을 쓰면 된다. 픽 상태에서 한 번 더 힘을 줘 누르면 전체 화면이 된다.
써보자 - 퀵액션
나머지 하나는 '퀵 액션'이다. 퀵 액션은 특정 기능을 빠르게 쓸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셀카를 찍으려면, 보통 카메라 앱을 실행한 후 전면 카메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퀵 액션에서는 카메라 앱을 꾹 누르면, 셀카 찍기, 비디오 녹화, 슬로 모션 녹화, 사진 찍기 등의 메뉴가 뜬다. 카메라 앱을 실행하지 않고 바로 셀카 찍기로 진입할 수 있다.
활용
3D 터치는 iOS 9 구석구석에 이미 녹아들어 있으며, 써드파티 앱은 빠르게 적용되어 가고 있다. 이메일, 문자, 노트 등에서 픽을 사용해 미리보기를 할 수 있으며, 특히 사파리에서 글 목록을 볼 때 픽을 사용해 내용을 보다가, 팝으로 전체 내용을 볼 수 있어 편하다. 전체 내용 확인 후에는 좌측 끝을 옆으로 밀면 뒤로 가기가 된다.
문자로 주로를 받았다면, 이를 픽하면 지도 창이 뜬다. 캘린더에서는 픽을 통해 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애플 뮤직에서 플레이 리스트의 내용도 픽이 된다. 카메라 실행 후 좌측 하단 썸네일을 꾹 누르면 썸네일 이미지가 이동 막대와 함께 표시되면서 픽을 사용해 촬영된 사진을 미리 보기 할 수 있다.
이메일 내용을 보다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면, 주소록에서 찾을 필요 없다. 우측 상단의 프로필 사진을 꾹 누르면 퀵 액션이 작동해 저장된 연락처 내용을 불러온다. 이는 이메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메일, 메시지 등 아이폰 6s를 쓰다가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이 보인다면, 쓸 수 있다. 주소록에서 더는 그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다.
애플 지도 앱을 꾹 누르면 집으로 가는 경로를 바로 실행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애플 지도의 경로 찾기 결과가 미흡하다. 특히 대중 교통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는데, 이때 하단의 '경로 찾기 App 보기'를 선택하면 설치된 다른 지도 앱을 사용해 경로를 볼 수 있다.
픽앤팝과 퀵액션 외에도 3D 터치는 쓰인다. 타이핑을 하는 도중 자판을 꾹 누르면, 자판이 트랙패드로 변신하다. 커서를 옮기고, 텍스트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노트에 추가된 스케치 기능에서는 압력을 인식해 펜의 굵기가 조절된다. 아이폰 6에서는 아무리 힘들 줘도 동일한 굵기로 그려지지만, 아이폰 6s에서는 힘을 주면 더 굵게 그려진다.
iOS 9에 추가된 이전 앱으로 돌아가기 기능을 아이폰 6s에서는 3D 터치로 할 수 있다. 좌측 모서리를 살짝 누른 후 그대로 우측으로 밀면 된다. 처음에는 이전 앱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요령만 알면 쉽게 할 수 있다. 좌측 모서리를 누르고 이전 앱으로 넘기는 도중에 손을 놓으면 멀티태스킹 화면이 된다. 더는 홈 버튼을 2번 연속 누르지 않아도 된다.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도 3D 터치를 해야 움직이게 된다. 잠금 화면에 라이브 포토를 적용하면, 잠금 화면에서도 꾹 눌러 사진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아이폰 조작의 가장 기본인 터치의 새로운 방식이 아이폰 탄생 이후 8년 만에 추가됐다. 소프트웨어만의 처리가 아닌 하드웨어에서부터 시작하는 3D 터치는 아이폰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근원적인 기술이기에 아이폰의 사용 방식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편리함을 주지 않는다면 쓰이지 않겠지만, 2주가량 아이폰 6s를 쓰는 동안 어느새 3D 터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짧은 경험임에도 3D 터치가 없는 아이폰 6에서도 습관적으로 화면을 꾹꾹 누른 적도 있을 정도다.
3D 터치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현재는 픽앤팝과 퀵 액션이라는 2가지 경험을 가지고 나왔지만, 사용자 경험은 앞으로 계속 개선될 것은 분명하다. 아이폰의 조작 방식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몇 년 후 어떻게 아이폰을 쓰고 있을까?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