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EL 2015] 1천 명이 동시에 게임을 하는 기네스? '카탄'
[IT동아 안수영 기자] 각 나라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국민 게임'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둑을 두는 사람들이 많고, 중국의 경우 '티츄'와 같은 게임을 많이 합니다. 독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이 있는데요, 바로 '카탄(카탄의 개척자)'입니다.
카탄은 무인도에 도착한 개척자가 되어 나무, 벽돌, 철, 밀, 양모 등의 자원을 얻어 마을을 만들고, 마음을 도시로 발전시키며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게임입니다. 1995년에 발매된 뒤 독일의 대표 게임으로 자리잡은 보드게임으로, 전 세계에서 1,800만 개 이상 팔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독일 에센에서 열리는 '슈필 2015'에는 카탄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카탄을 즐기는 '빅 게임'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기네스에 도전하는 것이라 합니다. 카탄은 이전에도 기네스를 기록한 바 있으며, 당시 게임에 참여한 인원은 922명이었다고 합니다.
카탄 게임이 워낙 유명한데다, 대규모 인원이 기네스에 도전하는 만큼 행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게임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구경을 하기 위해 행사장 입구에 잔뜩 몰려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1,000명이 참가하는 카탄 행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카탄 행사는 4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좀 더 늦어졌습니다. 4시 30분 이후에도 게임에 참가할 인원들이 계속해서 입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사전에 신청한 사람들도 있지만, 현장에서 5유로를 내고 즉시 참여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널찍한 행사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운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정확히 몇 명인지를 물어보았으나, 스텝분들도 너무 정신없는 상황이었나 봅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지만 1,000명은 넘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1050명이다'라고 했는데, 그 다음에 입장한 사람들이 더 있었습니다. 어림짐작으로 1,050명에서 1,100명 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탄 행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만큼, 함께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요. 게임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서로 마주앉은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하는 장면도 펼쳐졌습니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참가자들은 국적이나 남녀노소에 구별이 없었는데요, 게임 하나로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 즐거웠습니다.
과연 1,000명이라는 인원이 어떻게 동시에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테이블마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하면 어떤 사람들은 빨리 끝나지만 어떤 사람들은 늦게 끝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함인지, 대회는 마주앉아 있는 사람과 팀을 나눠서 진행했습니다. 테이블 왼쪽에 앉은 사람들은 태양팀, 오른쪽에 앉은 사람들은 달팀 등으로 나눴는데요, 이는 게임 진행 순서를 의미했습니다. 이번에 태양팀이 자기 차례를 가졌다면 다음에는 달팀에 속한 사람들이 자기 차례를 하는 등, 차례차례 진행하도록 한 것이지요. 중앙에 빔프로젝터로 띄운 스크린에는 이번에 어떤 팀이 자기 차례를 갖는지, 몇 번 턴이 진행됐는지 표시해 두었습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45초 안에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중앙 스크린 공지했습니다. 째깍 째깍,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며 잽싸게 카드를 집고 게임말을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일찌감치 생각한 대로 행동한 뒤 여유롭게 스크린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카탄은 주사위를 이용하는 게임인데요,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다 보니 게임 주최측이 주사위를 굴리고 그 결과값을 스크린에 띄워준 것도 이색적이었습니다. 카탄에서는 주사위에 따라 게임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주사위 결과가 나올 때마다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점수 25점을 먼저 낸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규칙이었습니다.
한편, 스텝분들은 매 턴마다 카드를 집어들고 계속 뛰어다녔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게임 테이블이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겉보기엔 끝에 있는 테이블은 끊겨있는 것 같은데요, 실은 건너편 테이블과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습니다. 다시 말해, 테이블 끝에 앉아있는 사람은 건너편 테이블의 사람들과도 같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이를 위해 스텝들이 건너편 테이블에서 카드를 건네받아 계속 전달해 주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서로 연결해 게임을 하는 것은 어디서도 보기 힘들 광경일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게임 구조는 매 턴마다 바쁘게 뛰어다니는 스텝분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이번 카탄 대회는 규모와 진행 방식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처음 보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구분없이 어울려 게임에 참여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자, 여자, 독일인, 외국인, 어린이, 노인, 장애인, 아기를 업은 부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서로 배려하며 게임을 하는 모습들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카탄 행사의 진짜 의의이자, 보드게임이 발휘하는 힘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