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EL 2015] 전세계 보드게임 축제, '슈필 2015'를 엿보다
[IT동아 안수영 기자] 세계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 '슈필(SPIEL) 2015'의 첫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세계에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이 모여 본격적인 축제를 시작하는 날이지요.
슈필 2015가 개최되는 기간에는 박람회장인 Messe Essen까지 가는 지하철 비용이 무료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슈필에 관심을 갖고 방문한다는 뜻인데요. 아니나다를까, Essen Hauptbahnhof 역에 도착하니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습니다. 지하철에 몰린 모든 인파가 슈필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출근 시간(일반적으로 9~5시)이 지난 시각에 모인 것을 보면 대부분은 보드게임 유저임을 짐작케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지옥철'이 익숙한 풍경이겠지만, 평소에는 매우 한산한 독일의 에센 지역에서는 이례적인 풍경입니다.
행사가 펼쳐지는 Messe Essen에 도착하니, 수많은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 궂은 날씨인데도, 오픈 시간에 맞춰 행사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고, 오픈 시간 이후에도 관람객은 꾸준히 몰려들었습니다. 신작 게임을 선보이는 부스는 오전 10시부터 북새통을 이뤘고, 다소 인기가 없는 부스도 11시가 되자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행사장을 방문한 관람객들 상당수는 커다란 캐리어나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번거로운 행사장에서 왜 이렇게 큰 가방을 갖고 왔을까? 라고 생각했는데요, 알고보니 현장에서 보드게임을 구매하고 담아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4~28인치 정도 되는 가방을 갖고 온 분들이 많은 것을 보니, 이번 행사에 작정하고 오신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보드게임 매거진 '슈필박스'의 부스에서는 보드게임을 담아갈 큰 가방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부스를 둘러보는 관람객들은 성별이나 연령대에 큰 특징이 없었습니다. 어린이와 젊은 청년들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슈필 2015 행사 자체가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보드게임이 워낙 다양하기에 그런 것도 있겠습니다만, 독일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보드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은 나라임을 짐작하게끔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지스타를 제외한 보드게임 행사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은데요, 한국에서도 보드게임 문화가 어린이를 넘어 다양한 연령대로 확산된다면 좋겠습니다.
한편, 행사장 중간중간 독특한 옷을 입거나 분장을 한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는데요, 이는 '코믹 액션'이라 불리는 코스프레 이벤트 때문입니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근사한 옷차림을 한 분들을 목격하는 것도 슈필 2015의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슈필 2015는 여러 홀에 부스가 마련되어 폭넓게 즐길 수 있었는데요, 메인 장소는 3번 홀으로 유명 보드게임 부스가 다수 자리했습니다. 한국 보드게임관도 이 곳에 마련되어 있었는데요, '비밀요원 D'와 '젬블로'와 같은 보드게임을 즐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나머지 홀에서는 주로 중고 보드게임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는데요, 이 곳에서도 가방에 보드게임을 쓸어 담는 사람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현재 4번 홀은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요, 이는 '카탄' 보드게임 대회 준비를 위함입니다. 매년 슈필 행사에서는 카탄 대회가 열리는데요, 올해는 약 1,000여 명이 카탄 대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카탄 대회는 오는 10일(현지시각) 개최될 예정입니다. 홀 입구에는 카탄 보드게임을 크게 만들어 전시해 두어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장에서 원하는 부스를 방문하면 게임 플레이 방법을 소개받을 수 있는데요, 저 역시 간단한 캐주얼 게임 몇 가지를 즐겨봤습니다. 'Lift it!'은 카드에 그려진 그림대로 블록을 쌓는 게임인데요, 머리에 매달은 낚싯대를 이용해 제한 시간 내에,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블록을 쌓아야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Hit Them Out!'은 공을 던져 미니언을 맞춰 쓰러뜨리는 게임으로, 쓰러뜨린 미니언의 눈만큼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이웃집 몬스터'는 평범한 마을 사람으로 가장하고 있는 몬스터를 찾아내는 카드 게임인데요, 게임을 하면서 각 플레이어들이 가진 카드가 서로 섞여, 누가 몬스터인지 추리하는 재미가 특징이었습니다.
한편, 행사장에서 주목할 만한 보드게임의 순위를 표시하는 '페어플레이 차트'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슈필에서는 현장에서 인기를 끌 만한 보드게임들을 선정해 즉시 표시해 주는데요, 페어플레이 차트에 선정된 게임은 순식간에 매진이 되곤 합니다. 페어플레이 차트는 오늘 저녁에 처음 발표될 예정인데요, 과연 어떤 게임이 주목을 받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글 / 독일 에센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