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네가 좋아할 것 같아 다 준비해봤어, 올림푸스 OM-D E-M10 II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금이야 어디서나 쉽게 미러리스 카메라를 접하지만 이를 처음 제안한 것은 올림푸스-파나소닉이 제안한 ‘마이크로포서드(Micro-Fourthird)’ 진영이었다. 처음 이를 알리기 위해 올림푸스 일본 담당자가 방한했을 당시, 그는 “누구나 DSLR급 화질과 재미를 경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첫 미러리스 카메라는 올림푸스가 아닌 파나소닉을 통해 선보여지게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림푸스도 펜(PEN)을 통해 미러리스 시대를 활짝 열어 나갔다. 결과야 어찌되었건 그들이 원했던 것처럼 지금은 누구나 DSLR급 화질과 재미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펜에 이어 지난 2013년 출시된 올림푸스 OM-D는 조금 더 특별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를 찾는 소비자의 마음을 겨냥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향상된 성능은 물론, 과거 필름 시절 카메라인 OM을 오마쥬한 디자인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다소 높은 가격대가 아니냐는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이후에는 중급기와 보급기까지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올림푸스 OM-D E-M10
II
올림푸스 OM-D E-M10 II

지금 소개할 올림푸스 OM-D E-M10 II는 OM-D 시리즈 중 보급기인 E-M10의 2세대 제품이다. 상위 제품의 장점은 그대로 흡수하면서도 사진에 입문하는 사람을 겨냥한 다양한 기능을 품었다. 그러면서도 겉보기와 다른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췄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외모

너도 나도 클래식 감성을 담았다고들 한다. 가죽 느낌의 그립을 덧대거나 레트로한 감성을 물씬 풍기는 일부 요소를 접목한 것들이 많다. 물론 처음부터 옛 필름카메라의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있다. OM-D E-M10 II는 후자에 해당한다. 과거 올림푸스 필름카메라인 OM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강렬한 뷰파인더의 형상과 실루엣은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손에 쥐고 들었을 때 느낌은 여느 보급형 미러리스 카메라와 다르다. 약간 묵직한데, 금속 재질을 주로 채용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무게 자체는 렌즈를 제외하고 390g 정도다. 수치만으로 보면 무겁다 보기 어려우나 크기가 조금 작기에 상대적인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참 간사한 존재다.

올림푸스 OM-D E-M10 II
올림푸스 OM-D E-M10 II

< 올림푸스 필름카메라 OM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

그립감은 성인 남성이 들기에 조금 작은 감이 있다. DSLR보다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 기자가 손에 쥐었을 때, 반지와 새끼 손가락이 남는 정도다. 여성이 쥐었을 때에는 적당해 보인다.

카메라 전면을 보자. 전면에는 렌즈 교체를 위한 버튼을 제외하면 특별한 조작계는 없다. 초보자가 어려워할 복잡한 조작은 대부분 배제한 흔적이 보인다.

밋밋한 전면에 비하면 상단은 제법 화려하다. 요철이 있는 다이얼 3개가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준다. 이 외에 기능 버튼과 녹화 버튼을 가지런히 배치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한다. 재미 있는 부분은 셔터버튼이다. 상단에 있는 다이얼 중앙이 셔터버튼인데, 빠른 조작과 함께 셔터를 누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3개의 다이얼 중 1개는 P/A/S/M 등을 오가는 모드 다이얼이고 2개는 조리개와 셔터속도 등을 전환하는 명령 다이얼이다. 각 다이얼은 엄지와 검지로 빠르게 돌릴 수 있다. 기계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재빠른 설정까지 가능한 장치다.

전원 스위치는 마치 옛 카메라의 필름감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 느낌을 100% 주지 못하지만 겉 보기에 그럴싸하다. 잊지 말자, 이 카메라는 디지털이라는 것을.

올림푸스 OM-D E-M10 II
올림푸스 OM-D E-M10 II

< 기계적인 느낌을 가미한 OM-D E-M10 II의 인터페이스. >

후면 인터페이스를 보면 상단에 비해 단순하다. 대부분 미러리스 카메라는 전면과 상단을 간소화하고 후면을 복잡하게 구성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이것이 DSLR 카메라에 익숙했던 사람들을 골탕먹이는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는데, 필요한 기능만 배치해 간결한 인상을 준다.

실제 배치된 기능도 메뉴, 화면 표시 변경, 결정, 상하좌우, 삭제, 리뷰 버튼 정도다. 필요한 기능이나 설정은 메뉴 버튼을 누르거나 OK 버튼을 눌러 화면에서 즉시 설정할 수 있다.

액정은 3인치, 104만 화소로 터치를 지원한다. 비율은 3:2로 포서드의 기본 이미지 비율이 4:3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뭔가 오묘한 느낌이 든다. 실제 4:3 비율로 촬영하려면 액정 좌우 일부에 레터박스가 생긴다. 메뉴에서 1:1이나 3:2, 16:9 등을 설정할 수 있지만 센서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3:2를 제외하면 액정에 레터박스가 생긴다.

틸트 기능을 지원하는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위로는 80도, 아래로 50도만 된다. 그러니까 여성들이 좋아하는 셀카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상단으로는 뷰파인더 때문에 그렇다 쳐도 하단으로 틸트가 가능하게 만들어 셀카 정도는 지원하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뛰어난 성능과 기능, 충실한 결과물 까지... 초보자용 맞아?

이제 올림푸스 OM-D E-M10 II를 손에 쥐고 촬영에 나설 차례. 설정은 기본에 두고 감도와 조리개 등을 조작해 촬영했다. 렌즈는 기본으로 포함되는 M.ZUIKO 14-42mm f/3.5-5.6 EZ 렌즈다. 크기가 작지만 35mm 환산 28-84mm의 초점거리를 제공하는 등 재주가 좋다.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가니 시원한 화면이 펼쳐진다. 전자식 뷰파인더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화질이 많이 개선되었음을 느낀다. 시야율은 100%, 236만 화소 OLED로 보급형에서는 보기 힘든 사양이다. 배율도 촬영 면적에 따라 1.08~1.23배 가량으로 어지간한 중급형 풀프레임 DSLR 카메라 수준의 뷰파인더 화면을 볼 수 있다.

초점 속도도 민첩하고 정확하다. 반셔터를 누르면 즉시 ‘삐빅’하는 소리와 함께 피사체를 잡아낸다. 초점은 터치 스크린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뷰파인더를 본 상태에서 손을 액정에 가져가면 측거점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 버튼을 누르지 않고 즉시 초점 영역을 바꿀 수 있어 편했다. 이는 상위 제품에도 없는 것이라서 의미 있다. 물론 향후 선보일 제품들에는 이 기능이 들어가겠지만 말이다.

올림푸스 OM-D E-M10 II로 촬영한
사진
올림푸스 OM-D E-M10 II로 촬영한 사진

< 셀카가 안 되는 부분은 아쉽지만 틸트 액정은 이런 로우 앵글도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 >

셔터를 누르고 촬영한 이미지를 보니 기본렌즈임에도 제법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마이크로포서드 규격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OM-D E-M10 II의 화소는 1,610만으로 요즘 2,000만은 우습게 넘는 카메라와 비교하면 조금 낮지만 충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A3 용지 이하의 인화 환경이나 웹에서의 활용은 이 카메라로도 무난하다.

감도는 ISO 3,200까지 선명도가 높고 노이즈를 거의 찾기 어렵다. 이후 노이즈가 증가하면서 선명도는 떨어진다. 감도는 카메라 내에서 ISO 200부터 2만 5,600까지 지원하게 되는데, 최대로 높여도 그럭저럭 괜찮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물론 컬러 노이즈가 많고 디테일은 떨어져도 해상도를 줄여 웹용으로 쓰기에 적당하다는 말이다. 확장 감도를 지원하는데 높일 수는 없고 저감도(ISO 100 상당)는 가능하다.

올림푸스 OM-D E-M10 II은 고감도 촬영도
무난하다.
올림푸스 OM-D E-M10 II은 고감도 촬영도 무난하다.

< 고감도로 촬영한 결과물도 해상도를 줄여 웹에서 활용하기에 적당한 정도다. >

촬영하며 느낀 부분은 손떨림이 적다는 것이었다. 이 카메라에는 5축 손떨림 보정 기능이 있다. 기본적인 상하좌우 보정 외에 수평과 수직, 광축회전의 흔들림까지 보정해 준다. 반셔터를 하면 적용되는데,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5축 손떨림 보정은 그간 OM-D 상위 제품군에만 쓰였으나, 이번 OM-D E-M10 II에도 적용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사진의 재미를 더하는 아트필터.
사진의 재미를 더하는 아트필터.

< 아트필터는 사진의 재미를 더한다. 위 효과는 디오라마, 수채화, 은은한 컬러, 드라마틱 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아트필터도 OM-D E-M10 II의 즐거움 중 하나다. 팝아트, 디오라마, 빈티지, 셀렉티브컬러, 필름효과 등 총 14가지가 제공되는데, 촬영 전 설정하면 독특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한 번에 촬영한 여러 이미지를 한 장으로 합쳐주는 포토스토리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심도를 표현하는 포커스 브라케팅, 여러 동영상을 하나로 묶어주는 무비클립도 제공되니 필요할 때 활용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를 와이파이로 연결해 무선 촬영하거나 촬영한 이미지를 기기로 전송하는 기능도 탑재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4K 미지원 부분이다. 최근 카메라들이 4K 영상 촬영을 지원하는데 비해 OM-D E-M10 II는 풀HD를 지원한다. 물론 촬영 기능이나 포맷 측면은 충실히 구현됐지만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줬다면 하는 부분은 있다. 4K 타임랩스 무비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4K 욕구를 100% 채워준다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보급형이라지만 보급형 같지 않은…

올림푸스 OM-D E-M10 II의 가격은 기본 렌즈(14-42mm f/3.5-5.6)를 포함해 99만 9,000원이다. 분명 가격은 보급형인데, 기능이나 성능 등을 보면 중급기 이상이라 평가할 정도로 뛰어나다. 물론 판형이 큰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할 수 있겠지만, 판형만 제외하면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탄탄한 마감에 기능도 충실하고 렌즈 역시 다양하다. 마치 ‘초보자들에게 이런 것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하나 둘 넣다 보니 이렇게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성능이나 기능적 측면으로 보면 이와 비슷하거나 뛰어난 제품은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디지털 이미징 시장이 상향평준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특유의 클래식한 느낌과 찰진 손 맛으로 다양한 사진을 기록하고 싶다면 OM-D E-M10 II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평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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