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블루투스 이어폰도 하이브리드? 티피오스 H100JBT
[IT동아 이상우 기자] 과거에는 블루투스를 이용한 음향기기의 음질이 유선 제품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블루투스는 대역폭이 좁아서 소리를 무선으로 전송하기 위해서 압축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음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음향기기 시장은 아주 작은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 저항이 적은 순금 케이블을 따로 구매해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음질에 민감하다.
이런 블루투스 이어폰도 이제는 무선 연결이라는 단순한 특징에서 벗어나 음질을 논하고 있다. 대역폭이 넓은 블루투스 4.0 규격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고효율 압축 전송 기술을 탑재하거나 유명 음향기기 제조사의 음장기술을 적용하는 제품도 늘어났다. 이번에 소개할 티피오스 H100JBT 역시 음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H100JBT는 일반 이어폰과 달리,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 이어폰에서 소리를 내는 부품은 '드라이버'로, 이것이 떨리며 내는 소리가 우리 귀로 전달된다. 드라이버의 형태는 크게 필름막을 사용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금속 소재의 진동판을 사용하는 밸런스드 아마추어 드러이버가 있으며, 전자는 중/저음을, 후자는 고음을 담당한다.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이어폰 하나에 이 두 가지 드라이버를 모두 탑재한 제품이다. H100JBT는 지름 8mm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묵직한 중저음을, BA 드라이버로 선명한 고음을 나눠서 내기 때문에 각 드라이버의 약점을 상호 보완한다. 따라서 낮은 음역 위주의 전자음악이나 가수의 목소리가 강조되는 높은 음역 위주의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다이내믹 드라이버만 장착한 일반 이어폰(왼쪽)과 티피오스 H100JBT(오른쪽)>
외형을 살펴보면 약 75cm 정도의 플랫 케이블(일명 칼국수) 양쪽 끝에 이어폰이 부착돼 있고, 오른쪽 이어폰 바로 아래에 배터리와 블루투스 모듈을 포함한 컨트롤러가 부착돼 있다. 배터리 등을 포함한 탓에 일반적인 이어폰의 컨트롤러와 비교하면 상당히 커서 부담감이 들 수도 있다. 마이크를 내장해 핸즈프리로 사용할 수 있으며, 컨트롤러에 진동 모터가 탑재돼 있어 전화 수신이나 배터리 부족 등의 상황을 진동으로도 알려준다.
<동그란 부분이 진동 모터다>
컨트롤러의 버튼은 세 개지만, 이 버튼만으로 다양한 기능을 실행할 수도 있다. 가운데 있는 전원 버튼을 굴게 누르면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으며, 블루투스 연결도 이 버튼으로 할 수 있다. 재생 및 일시 정지도 전원 버튼이 담당한다. 양쪽에 있는 +/- 버튼은 단순히 음량을 조절하는 것 외에도 이전 곡/다음 곡 등의 기능을 함께 갖췄다. 짧게 누르면 음량을 조절하고, 길게 누르면 곡 탐색 기능이 작동한다.
전체 무게는 약 18g 정도고, 하우징은 일반적인 이어폰과 거의 비슷한 크기다. 일반적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은 목걸이(넥밴드) 형태나 귀에 거는 방식인데, 이 제품은 케이블과 컨트롤러로만 구성돼 있는 만큼 더 가볍다. 몸에 직접 고정하는 장치가 없어 흘러내릴까 우려할 수도 있다. H100JBT는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해 이어폰 하우징을 자석으로 붙이는 방식을 적용했다. 목에 걸었을 때 양쪽 하우징을 하나로 붙이면 목에 걸고 다녀도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또한, 집게 모양 클립을 기본 구성품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옷깃에 달면 조금 더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보급형 이어폰으로서는 기본 구성이 제법 다양하다. 3종류의 실리콘 이어팁, 고정용 클립, 귓바퀴에 이어폰을 고정하는 이어훅 등이 포함돼 있으며, 선착순 구매자에게는 폼 재질의 이어팁과 파우치를 추가로 제공한다.
실제 소리는 어떨까? 음향기기는 개인의 취향을 유난히 많이 타는 제품이다. 필자의 경우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평소 사용하는 제품이 고음역에 특화한 제품이라 날카로운 느낌이라면, H100JBT는 비교적 강한 저음때문에 고음역의 섬세한 소리가 묻히는 느낌이었다(물론 일반적인 다이내믹 드라이버 제품과 비교하면 고음역이 비교적 선명하다).
하지만 계속 들으면서 H100JBT의 소리에 익숙해지니 새로운 맛도 있었다. 더 풍부해진 저음 덕분에 소리에 묵직함이 더해졌고, 음악의 전체적인 균형이 생겼다. 어울리는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생악기와 보컬 위주의 음악은 물론, 전자음을 주로 사용하는 EDM에도 어울린다. 이 정도면 대중적인 음악 대부분은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선명하고 청아한 고음을 원하는 사용자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강한 저음 때문에 소리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듯하다.
제품 가격은 2015년 10월 초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4만 9,800원이다. 다른 하이브리드 이어폰과 비교해 가격이 아주 합리적이며, 비슷한 가격의 이어폰과 비교해도 음질의 특색이 있는 제품이다. 컨트롤러의 부피나 디자인은 조금 아쉬움이 남지만, 가볍게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