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PC 관련 '미신' 몇 가지, 그 실체는?
[IT동아 김영우 기자] PC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대표적인 디지털기기다. 다만, 너무나 대중화된 탓인지 성능이나 사용방법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고, 사용자마다 독특한 제품 선택 기준이나 관리 방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근거가 부족한 PC 관련 상식이 마치 정설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이는 IT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부 사용자들이 퍼뜨리곤 한다. 그리고 아주 옛날 PC에만 해당하던 특징 몇 가지를 지금 쓰는 신형 PC에도 유효한 것으로 오해하거나 PC의 제조사나 판매원에서 하는 광고의 영향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PC 관련 미신(?) 몇 가지를 예로 들어 그 실체를 가늠해 보도록 하자.
내부 먼지 청소를 하면 PC가 빨라진다?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PC 내부 먼지 청소를 했더니 PC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내부 먼지와 동작속도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PC 내부의 부품들은 전기적인 신호를 주고받으며 작동하기 때문에 먼지가 낀다고 하여 속도가 저하되지는 않는다.
다만, CPU나 그래픽카드, 파워서플라이 등에 달린 냉각팬에 먼지가 달라붙어 냉각팬의 원활한 동작을 방해하는 경우는 가끔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열로 인해 갑자기 PC가 꺼져버리거나 블루스크린을 발생시키곤 한다. 속도 저하보다는 아예 정상적인 사용이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가끔 PC 내부의 먼지를 청소해 주는 건 좋은 습관이긴 하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먼지 청소로 인해 PC가 빨라진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마우스를 흔들면 작업 속도가 향상된다?
파일 다운로드나 그래픽 렌더링과 같이 한참 동안 기다려야 하는 작업을 할 경우, 마우스를 잡고 커서를 흔들면 작업 속도가 향상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PC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돌던 이야기다. 실제로 1990년대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포맷을 할 때 마우스를 잡고 빙빙 돌리면 포맷이 더 빨리 끝나며, 실제로 경험하기도 했다는 사용자들도 많았다. 다만 이게 사실인지, 그리고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IT동아에서는 500GB HDD를 이용, '빠른 포맷' 모드로 처음에는 마우스를 그대로 두고, 두 번째에는 마우스를 빙글빙글 돌리며 포맷을 해봤다. 그러자, 처음에는 10초가 걸리던 포맷 시간이 두 번째에는 8초가 걸렸다. 진짜로 마우스 흔들기가 효과가 있는 걸까?
다만, 같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환상은 깨졌다. 세 번째 이후 작업부터는 마우스를 흔들지 않아도 8초만에 포맷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면 해당 데이터가 CPU나 HDD의 캐시(임시저장소)에 저장되면서 좀 더 속도가 향상되는 경향이 있긴 하다. 결론적으로 마우스 흔들기와 작업 속도 향상 사이의 연관성은 증명할 수 없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할 때 가끔 마우스를 흔들어 줄 필요는 있다. 윈도우 시스템의 초기 설정 상, 수십 분 이상 아무 조작을 하지 않으면 모니터의 화면이 꺼지며 대기모드나 절전모드로 진입하게 되는데, 일부 작업은 이 상태에서 동작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씩 마우스를 움직여주면 대기보드나 절전모드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윈도우 제어판에서 아예 대기보드나 절전 모드로 들어가지 않도록 설정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AMD의 CPU나 그래픽카드는 호환성이 떨어진다?
AMD는 CPU 시장에서는 인텔에, 그래픽카드 시장에선 엔비디아에 비해 점유율이 낮다. 이 때문인지 인텔 CPU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에 비해 AMD의 제품은 소프트웨어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용자들이 제법 많다. 실제로 AMD의 점유율이 갑자기 상승 추세를 보이던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인식 부족이나 장치 드라이버(하드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의 미흡함으로 인해 AMD 시스템이 간혹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AMD의 시장 점유율이 일정 수준으로 자리잡고, 다이렉트X를 비롯한 표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이 일반화된 2015년 현재 시점에서 AMD의 CPU가 그래픽카드가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과거에서 비롯된 선입견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이유로 일어나는 오류나 문제 발생 시에도 AMD 시스템의 탓이라고 오해를 받는 경우는 아직도 많다.
전면 USB 포트는 후면 USB 포트보다 속도가 떨어진다?
최근 쓰이는 데스크탑 PC는 본체 후면과 전면에 모두 USB 포트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와 같은 휴대용 저장장치는 전면 USB 포트에 꽂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간혹 전면 USB 보다는 후면 USB의 성능이 더 좋다고 추천하는 사용자들도 제법 있다. 동일한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를 꽂더라도 전면보다는 후면 USB 포트에 꽂아야 파일 복사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그다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해당 포트의 버전(USB 2.0, 3.0 등)이 같다면 데이터 전송 속도는 차이가 거의 없다. 후면 포트에 별도의 컨트롤러(제어기)를 탑재한 일부 메인보드의 경우에는 약간의 속도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다만, '속도'의 차이는 거의 없을지라도 '안정성'에 차이가 나는 경우는 제법 있다. 메인보드에 곧장 달려있는 후면 USB 포트와 달리, 전면 USB 포트는 메인보드에 달린 핀과 본체 전면의 포트를 가느다란 케이블로 연결해 구동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약간의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USB 메모리 정도의 사용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비전력이 높은 일부 외장하드는 전면 USB 포트에 꽂을 경우 동작 중에 오작동을 하거나 아예 인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외장하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전면 보다는 후면 USB 포트에 꽂는 것이 좋다.
HDD를 SSD로 바꾸면 게임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
최근 PC의 구성품 중에서 가장 '핫'한 물건은 역시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다. 기존의 HDD에 비해 훨씬 빠르게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어 운영체제 부팅 속도나 프로그램 실행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체감성능 향상 면에서 발군이기 때문에 이른바 PC를 빠르게 만드는 '보약'으로 통하기도 한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SSD가 모든 면에서 만능은 아니다. SSD는 어디까지나 저장장치로 파일을 읽거나 쓰는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이지 데이터 연산 능력 자체를 높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을 즐길 때 화면의 초당 프레임이나 동작 속도를 향상시킬 순 없다. HDD로 구동했을 때 움직임이 뚝뚝 끊기 게임이 SSD로 바꾼다 하며 부드럽게 구동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게임을 할 때 SSD가 전혀 소용이 없다는 건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SSD는 저장된 데이터를 읽어 들일 때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게임을 처음 실행할 때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로딩(데이터를 읽는 과정)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 HDD 기반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쾌적하긴 하다. 다만, 근본적인 게임 구동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저장장치가 아닌 그래픽카드나 CPU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