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망] 1. "만약 서울에 규모 7.0 지진이 발생한다면"

[웰링턴=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5년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지진은 7,000여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만약 일요일 아침, 서울 시내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결과는 참혹 그 자체다. 지난 2012년 소방방재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학교, 병원 등 주요시설물의 내진설계 비율은 18.4%에 불과했다. 내진설계 대상 건물 5만 1,903곳 중 내진설계를 적용한 곳은 8,477곳으로 16.3%에 그쳤으며, 내진설계 대상이 아닌 건물을 포함한 전체 공공건물 15만 1,233곳의 내진설계 비율은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내진설계 대상 소방서 703곳 중 적합판정을 받은 곳은 17.8%인 125곳에 불과하다.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 후 피해
모습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 후 피해 모습

<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지진 후 피해 모습 - 러시아 투데이 보도화면 >

당시 소방방재청이 공개한 지진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렇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 발생 시 사망자는 7,726명, 부상자는 10만 7,524명에 달한다. 또한, 규모 7.0 지진의 지진 발생 시에는 67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는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밝히지만, 재앙에 가까운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여전히 미진하다. 얼마 전 개봉한 재난 영화 '샌 안드레아스'를 떠올려 보자. 샌프란시스코 일대가 말그대로 '박살'나는 상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단 말인가.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어난
쓰나미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어난 쓰나미

<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어난 쓰나미 - 도호쿠 대지진 당시 보도화면 >

재난안전망, 그리고 PS-LTE

'(생략…) 재난안전망은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이 아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수많은 관계 기관이 모여 대책 활동을 진행한다. 군과 경찰청,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 이 때 만약 제각각 통신하고 있다면, 과연 원활하게 대책 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까. (…중략…) 재난안전망은 여러 관련 기관의 무선통신망을 하나로 통합해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무선통신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직 국내 (재난 관련) 무선 통신망은 그렇게 구축되어 있지 않다. 군, 경찰, 소방 등 관계 기관은 각각 다른 통신망(네트워크)를 이용한다.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지금 말하고 있는 재난안전망이다. 긴급재난문자 시스템이 아니라.

(생략…) 동일본대지진 당시를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폰 보급 이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다양한 기기에서 촬영한 사진, 동영상 등의 자료가 상당히 많았다. 수많은 멀티미디어 영상 정보가 재난 대책 센터로 모였고, 이를 기반으로 대책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걸 현장에 나가 있는 구조 요원이나 담당자에게 모두 말로 설명해야 했다는 점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멀티미디어 정보를 현장에 보내, 현장 요원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바로 볼 수 있었다면? 분명 대책 활동은 더욱 빨랐을 것이다. 이에 어떻게 하면 멀티미디어 정보를 현장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재난안전망은 '긴급재난문자'가 아닙니다' 기사 본문
중
'재난안전망은 '긴급재난문자'가 아닙니다' 기사 본문 중

(생략…) PS-LTE는 'LTE를 어떻게 재난안전망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기술이다. 재난안전망에 필요한 기능 및 성능 등을 LTE에서 구현하기 위한 기술 표준이 바로 'PS-LTE'다. 지난 2015년 3월에 발표한 LTE 기술 표준 '릴리즈12'에 재난안전망을 위한 기반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위 기사는 "재난안전망은 긴급재난문자'가 아닙니다(http://it.donga.com/21230/)" 본문 중 일부분을 발췌한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재난안전망은 재난 시 꼭 필요한 통신 구축 체계다. 특히, 현장에서 원하는 '정보를 담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공유', 'GPS를 활용한 위치 정보' 등 다양한 요구 사항도 필수로 만족해야 한다. 당연한 요구 조건이다.

참고로 한국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난안전망 시범사업에 조금씩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정부 사업공고를 낸 것. 제 1운영센터 평창(제 1사업)과 강릉/정선(제 2사업)으로 각각 발주된 이번 시범사업의 총 예산은 약 420억 1,400만 원으로 감리용역사업까지 포함하면 약 430억 2,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프로젝트에 착수, 180일간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 다만, 재난안전망 시범사업은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 상황이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바라는 재난안전망

재난안전망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PS-LTE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호주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재난안전망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2012년 10월, 현재 사용하고 있는 800MHz 대역의 10MHz 대역폭과 4.9GHz 대역의 50MHz 대역폭을 재난안전망에 할당했다.

이어 2015년 4월, 호주 정부는 관련 사업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으며, 여러 국제 표준화 기구를 통해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호주는 "LTE를 구축한 민간 기업 및 전문 업체와 공공 기관, 서비스 등의 조합이 가장 높은 효율을 보일 것"이라는 결론 하에 향후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11월 호주 1위 이동통신사 텔스트라가 모토로라와 함께 PS-LTE 시험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뉴질랜드는 2016년 2분기에 재난안전망 시범 사업을 준비 중으로, 기존 망과 연동해 PS-LTE를 사용하는데 초점이 맞혀 있다. 특히, 뉴질랜드는 도시와 시골이 공존하고 있는 현지의 특성에 맞춰 재난안전망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의 경우 LTE 상용망 등이 잘 구축되어 있어 유사 시 이를 재난안전망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시골의 경우는 통신이 단절되는 음영지역이 많기 때문. 이에 시골에서도 긴급 상황 발생 시 사용할 수 있는 재난안전망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이 두절된 지역, 긴급 통신 연결은 어떻게

뉴질랜드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재난안전망의 우선 순위는 '음영 지역의 연결성'이다. 완전히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빠르게 통신을 재건하고, 이를 활용해 구조 활동을 어떻게 펼칠 수 있느냐는 것. 그리고 이 같은 상황은 처음 언급했던 '서울에 규모 7.0 지진이 일어난다면'과 이어진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기존에 구축했던 통신 및 네트워크가 파괴되어 통신 음영지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촘촘하게 구축한 네트워크 망이라도 건물이 무너지고,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법이다. 이에 재난안전망은 재난 지역 내 통신이 두절될 시 이를 복구 할 수 있는 장비를 필요로 한다. 통신은 구조 활동의 근간이기 때문에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1년, 뉴질랜드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규모 6.3의 지진을
겪었다
지난 2011년, 뉴질랜드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규모 6.3의 지진을 겪었다

< 지난 2011년, 뉴질랜드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규모 6.3의 지진을 겪었다 >

노키아가 개발해 선보인 NIB(Network In Box) 솔루션이 좋은 예다. NIB는 유사 시 사람이 직접 들고 옮길 수 있는 가방 형태의 스몰 셀(Small Cell, 작은 기지국)이다. 무게는 약 30kg. 헬리콥터로 재난 지역에 공수할 수도 있다. NIB의 역할은 간단하다.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바로 LTE 망을 구축할 수 있는 것. 일종의 사설 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체 배터리를 탑재해 약 1시간 정도 운용할 수 있으며, 연결할 수 있는 지역은 최대 10킬로미터에 달한다(설치하는 안테나에 따라 변동). 또한, 위성과 연결해 타 지역과 연결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경찰관을 위한 긴급통신 앱이나 소방관을 위한 동영상 전송 앱 등도 지원한다.

노키아 NIB
노키아 NIB

< NIB. 재난 발생 시 주변 수 킬로미터에 PS-LTE 통신망을 복구한다 >

'과연 한국은, 한반도는 재난으로부터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100% 안전하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대규모 지진, 쓰나미 등은 현재 기술로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재난안전망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여러 논란과 별개로) 필요 여부를 논해야 하는 기술이 아니다. 예산과 기술 지원, 기술 표준 등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잊지 말아야 한다. 재난안전망은 안전을, 생명을 위한 기술이라는 것을.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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