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건전지로 구동하는 50배 줌 카메라, 후지필름 S9900W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디지털카메라업계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좋은 카메라를 만들면 일정수준 이상의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굳이 카메라를 사야 하는 이유부터 설명해야 한다. 이는 알다시피 스마트폰 카메라가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화소수만 따진다면 스마트폰 카메라가 일반 디지털카메라 못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후지필름 S9900W
후지필름 S9900W

이러다 보니 현대의 디지털카메라는 좋은 화질은 기본이고, 여기에 스마트폰 카메라가 가지지 못하는 독특한 재주까지 갖추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 고급 사용자층을 노리는 DSLR 제품군은 그나마 꾸준한 편이지만, 그 외의 렌즈 일체형 일반 디지털카메라는 어지간히 독특한 제품이 아니고서야 주목 받기 힘들다. 이번에 소개할 후지필름(Fujifilm)의 파인픽스(FinePix) S9900W에도 그런 고민이 보인다. 특히, 50배의 광학 줌이 가능한 고배율 렌즈를 탑재하고 전용 배터리 대신 일반 AA 규격 배터리를 이용한다는 점 등이 눈에 띈다.

최대 20cm 길이의 렌즈로 구현한 50배 줌 기능

후지필름 S9900W의 외형은 DSLR의 축소판, 혹은 고배율 줌렌즈를 장착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연상시킨다. 물론 렌즈의 탈착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이엔드 카메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 무게는 577g(배터리 제외)로 생각보다 묵직하지만 제품의 좌우폭이 11.62cm로 한 뼘보다 작기 때문에 휴대가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후지필름 S9900W 50배 줌
전개
후지필름 S9900W 50배 줌 전개

렌즈를 접은 상태에서의 제품 길이는 12.26cm 이지만 50배 줌을 최대로 전개하면 약 20cm까지 제품 길이가 길어진다. 언뜻 보기엔 좀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만약 DSLR에서 이 정도 배율을 가진 렌즈라면 소위 '대포' 수준의 덩치가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자. 그에 비하면 S9900W는 귀여운 수준이다. 이 제품에 탑재된 후지논 렌즈는 4.3(광각)~215mm(망원) 사이의 대단히 폭넓은 초점거리를 가지며, 촬영 밝기에 영향을 미치는 조리개 수치는 F2.9(광각)~F6.5(망원)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셔터 주변 줌 레버
셔터 주변 줌 레버

배율을 조절하는 줌 레버는 렌즈 측면에 하나, 그리고 셔터 버튼 주변에도 또 하나가 있다. 어느 쪽을 이용하더라도 줌 기능은 동일하지만 DSLR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렌즈 측면, 콤팩트카메라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셔터버튼 주변의 줌 레버를 이용할 것 같다. 이런 선택의 여지를 준 건 확실히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양호한 그립감, 조달이 편한 AA 배터리 채용

제품의 외형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손으로 잡는 그립 부분이 상당히 두툼하다. 손가락 안쪽이 닿는 전면 표면에는 고무를 덧대어 촉감이 좋다. 다만, 엄지 손가락을 파지하는 후면 버튼 주변도 언뜻 보기엔 고무를 붙인 것 같지만 실은 플라스틱 표면을 고무 표면처럼 우둘투둘하게 처리한 것뿐이다. 사실 이런 처리는 S9900W 본체 전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고가 카메라에 적용되는 마그네슘 합금처럼 표면을 처리했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플라스틱임을 알 수 있다. 고급스러움이 약간 떨어지는 점은 아쉽지만 이게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제품을 실제 원가보다 좀 더 비싸게 보이게 하려는 노력은 후지필름 외의 다른 업체들도 모두 하고 있다.

제품 후면 구성
제품 후면 구성

오른손 그립이 두툼한 또 하나의 이유는 S9900W의 독특한 전원 구성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카메라는 전용의 충전 배터리를 이용하는데, S9900W는 AA 규격 배터리 4개로 구동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손가락 모양 건전지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오른쪽 그립 부분의 내부는 이 4개의 배터리 탑재 공간이 차지하고 있다. 제품 패키지에 AA 규격 알카라인 건전지 4개가 포함된다. 참고로 메모리카드(SD, SDHC, SDXC 규격)를 꽂거나 뺄 때도 배터리 커버를 열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가 쏟아지지 않도록 주의하자.

AA 배터리 슬롯
AA 배터리 슬롯

이렇게 일반 배터리를 이용하는 디지털카메라는 2000년대 초반에 제법 있었다가 최근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2015년에 출시된 최신 제품에 적용되었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어찌 보면 시대의 역행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AA 배터리의 이점도 상당하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구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AA 배터리는 어딜 가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배터리가 완전히 소모되더라도 쉽게 대처가 가능하다.

그리고 AA 배터리 중에도 1회용이 아닌 충전 가능한 제품도 있으니 이를 이용한다면 다른 디지털카메라와 유사한 감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일반 AA 배터리는 전용 배터리에 비해 용량이 적다는 것이 단점인데, 후지필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일반 알카라인 건전지를 이용할 경우 대략 300매 정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전용 배터리를 이용하는 콤팩트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좀더 오래 쓸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면 리튬 건전지, 혹은 니켈수소 방식 AA 충전 배터리를 사서 이용해 보는 것도 생각해보자.

후면 LCD보다 화질 좋은 전자식 뷰 파인더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이라면 후면에 위치한 LCD와 뷰파인더(전자식)다. 특히 뷰파인더의 경우, 0.2 인치의 작은 크기에 약 92만 화소의 고해상도를 구현해서 하단에 위치한 3인치 LCD(약 46만 화소)보다 화질이 좋다. 다만, 화면 재생률(초당 프레임)이 그다지 높지 않은지 카메라를 움직일 때마다 뷰파인더 영상에 조금씩 잔상이 느껴지는 것이 옥의 티다. EVF/LCD 버튼을 눌러 뷰파인더와 LCD 사용 여부를 전환할 수 있다.

제품 후면의 LCd와 뷰파인더
제품 후면의 LCd와 뷰파인더

3인치 LCD는 쓸 만은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있다. 특히 셀카를 찍을 때 유용한 LCD 각도 변경 및 회전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점, 그리고 초점을 맞출 때 편리한 터치스크린 기능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체 상단에는 팝업 플래시, 그리고 음성 녹음용 스테레오 마이크가 탑재되었다. 촬영 상황에 맞춰 어둡다고 생각되면 직접 버튼을 눌러 플래시를 노출시키자.

팝업 플래시
팝업 플래시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커버하는 다양한 촬영모드

그 외의 인터페이스 구조는 다른 동급 제품과 유사하다. 차별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요소는 상단의 모드 다이얼을 보면 알 수 있듯, 상당히 다양한 촬영 모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P(프로그램), S(셔터우선), A(조리개우선), M(수동), 그리고 AUTO(자동)과 같이 다른 카메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촬영 모드 외에도 몇 가지 추가적인 모드를 제공한다.

모드 다이얼
모드 다이얼

사용자가 저장한 촬영 설정을 불러오는 C 모드, 촬영자 주변 360도 반경의 풍경을 담는 파노라마 모드, 파티 / 꽃 / 인물 / 아기 / 풍경과 같은 특정 조건을 선택해서 촬영하는 SP 모드, 로모카메라 / 하이키 / 로우키 / 스케치 / 어안렌즈와 같이 특별한 필터를 이용한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Adv 모드가 있으며, 카메라가 장면을 인식해 자동으로 촬영 조건을 설정하는 SR AUTO 모드도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AUTO나 SR AUTO 모드로 촬영을 하겠지만 이렇데 선택의 자유를 다수 제공하는 건 분명 긍정적이다.

그리고 동영상 촬영은 최대 풀HD급(1,920 x 1,080) 해상도에 초당 60프레임으로 찍을 수 있다. 본체 후면에 동영상 촬영 시작 버튼이 따로 있기 때문에 어떤 모드를 이용하던 중이라도 이 버튼을 누르면 곧장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므로 사용이 편리하다.

괜찮은 성능의 50배 광학 줌 기능, 100배 디지털 줌도 의외로 쓸만

디지털카메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미지센서는 1,620만 유효 화소의 1/2.3 인치 CMOS를 탑재했다. 단순히 이미지 센서의 크기만 봐서는 컴팩트카메라나 일부 스마트폰 카메라와 별 다를 바가 없어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50배나 되는 고배율 줌 기능을 갖춘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의 크기를 키우는데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본체의 크기도 너무 커지면 곤란하니 말이다. 이게 과연 쓸만할지는 직접 촬영해보며 가늠해 볼 일이다. 참고로 ISO 감도는 최대 128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연사는 초당 10매가 가능하다.

최대광각
최대광각
< 최대 광각>
최대망원
최대망원

< 광학 줌 50배 최대 망원>

실제로 후지필름 S9900W로 촬영을 해보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역시 50배 광학 줌 기능이었다. 수백 미터 가량 떨어진 오브젝트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촬영이 가능했으며, 적용된 손떨림 방지 기능도 상당히 효과적이라 이런 원거리 촬영에서 흔히 발생하곤 하는 흔들림도 생각 이상으로 적게 발생했다. 참고로 위 샘플 이미지는 모두 삼각대의 이용 없이 손으로 파지한 상태에서 촬영된 것이다.

디지털 줌
디지털 줌
< 디지털 줌 포함 100배 최대 망원>

참고로 후지필름 S9900W는 50배 광학 줌에 디지털 줌 기능까지 합치면 최대 100배 줌이 가능하다. 디지털 줌은 렌즈 능력의 도움 없이 단순히 이미지의 일부만 확대하는 것이라 화질이 크게 떨어지곤 하는데, 후지필름 S9900W의 100배 디지털 줌 기능은 의외로 화질 저하가 덜한 편이라 쓸만했다.

접사 기능 기대이상, 어두운 곳에서의 노이즈는 다소 아쉬워

이런 고배율 줌 렌즈를 탑재한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접사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후지필름 S9900W는 그렇지도 않다. 렌즈의 줌을 완전히 집어넣은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슈퍼 매크로 모드에서 1cm 바로 앞에 있는 사물도 정확하게 접사 촬영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선명도도 상당한 수준이라 제법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SR AUTO 모드를 이용한다면 초보자들도 간편하게 사물 앞에 반 셔터를 누르는 것 만으로 이러한 초 근접 접사 촬영 기능을 쓸 수 있다.

슈퍼 매크로 촬영
슈퍼 매크로 촬영

1cm 접사 결과물
1cm 접사 결과물
< 1cm 근접 슈퍼 매크로 접사가 가능하다>

다만, 야간과 같이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촬영할 때는 노이즈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크기가 작은 이미지센서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후지필름 S9900W의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제품이지만 야간 촬영을 많이 한다면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야간촬영을 할때 노이즈가 심한 편이다
야간촬영을 할때 노이즈가 심한 편이다
< 야간 촬영>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무선 통신 기능, 유용하지만 개선도 필요

그 외의 부가 기능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쓸 수 있는 무선 통신(와이파이) 기능이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해 후지필름 카메라 리모트(Fujifilm Camera Remote) 앱을 설치하고 후지필름 S9900W의 무선 통신 기능을 실행,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연결하면 몇 가지 부가 기능을 쓸 수 있다.

4가지 기능을 쓸 수 있는데, 카메라의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찍은 원격제어 기능,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복사하는 사진 가져오기 기능,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카메라 탐색 기능,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감지한 현재 위치 정보를 카메라와 공유해 사진에 담는 지오태깅 기능이다.

스마트폰 연동 리모트 촬영
스마트폰 연동 리모트 촬영

이 중에서 가장 쓸만한 건 역시 원격 제어 기능이다. 카메라에서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 이미지를 확인하고 셔터 등의 기능을 제어하며 촬영이 가능하다. 다만, 위에 소개한 4가지의 기능을 연속해서 쓸 수 없고, 한 가지 기능을 쓸 때마다 접속이 끊어지므로 다시 연결을 해서 기능을 실행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 향후 개선이 되었으면 한다.

독특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후지필름의 파인픽스 S9900W는 카메라 구매 욕구가 좀처럼 들지 않는 요즘 같은 시기에 좋은 포지션을 잡고 태어난 제품이다. 이 정도 크기의 카메라에서 제법 훌륭한 50배 광학 줌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접사 기능도 상당히 좋다.

후지필름 파인픽스 S9900W
후지필름 파인픽스 S9900W

그 외에 그립감이나 AF 속도 등 전반적인 사용감도 무난하며,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AA 규격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한다는 점도 요즘 카메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다. 다만, 저조도 촬영에 다소 취약한 편이고, 스마트폰 연동 기능도 쓰기에 조금 불편한 것이 아쉽다. 후지필름 S9900W의 2015년 9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는 30만원 초~중반대로 형성되어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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