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빔프로젝터, TV 만큼 쉽다 - LG전자 미니빔 'PF1500'
[IT동아 이문규 기자] 빔프로젝터는 극장의 영사기처럼, 영상을 빛으로 쏘아 내 흰 스크린에 출력하는 영상장치다. 회사에서 회의 때 문서나 사진, 영상 등을 출력하는 업무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그외 일부 AV매니아나 영화애호가들이 빔프로젝터를 집안에 설치해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출력해 영화를 감상하곤 한다. 밝은 환경에서는 보기가 어렵고 TV보다는 화질이 약간 떨어지지만, 100인치 이상의 큰 스크린을 통해 마치 극장처럼 가정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영화애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빔프로젝터를 가정 내 거실 등에 설치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가정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한다는 게 TV 한 대 바꾸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빔프로젝터를 배치할 공간(대개는 천장에 거치)을 확보해 별도 설비를 마련해야 하고, 대형 스크린도 벽면에 걸어야 한다(웬만해서는 전문 시공자를 불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형 스크린에 어울리는 사운드 시스템(홈시어터나 오디오 기기 등)도 마련해야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크고 작은 시공이 필요한 터라 부담이 크다.
이에 여러 제조사는 AV에 관해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도 손쉽게,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정용 빔프로젝터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 이중 LG전자 '미니빔' 시리즈가 단연, 본 리뷰어같은 일반 사용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물론, AV전문가, 영화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빔프로젝터에는 사양적, 성능적 측면에서 (비슷한 가격대임에도)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미니빔을 직접 사용해 본 일반 사용자로서 평가하는 미니빔 시리즈는 이를 상쇄하는 명확한 장점이 있다. 사양도 성능도 아닌, '사용자 접근성'이다.
본 리뷰어는 LG전자 미니빔 'PF1500'을 한달 정도 충분히 사용하면서, 이 제품의 사양적, 성능적 부분보다는 일반 사용자에 대한 제품의 의미와 그 가치를 찾으려 했다. 회사에서도 빔프로젝터 한번 만져 보지 않은 일반 사용자가 이걸 가정에서 얼마나 간편하게 접근, 활용할 수 있을 지를 체험했다. 따라서, 이 리뷰는 전문 리뷰라기 보다는 가정 내 적용기다.
우선 미니빔 PF1500은 일반 벽돌보다 조금 큰 정도의 빔프로젝터이며, 가정용 소형 제품으로는 1400 안시(ansi-lumen, 사람의 눈으로 보는 빛의 밝기 기준)를 지원한다. 이전 미니빔 모델이 대개 500~800 안시를 지원하는데 비해, PF1500은 소형 빔프로젝터로서는 비교적 밝은 제품이다. 안시가 높으면 밝은 환경에서도 영상을 제대로 볼 수 있고, 그런 만큼 비싸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회사 회의실에 적용되는 빔프로젝터는 3000 안시 이상급 제품이다.
참고로, 800 안시 정도면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하기 적합하고, 1000~2000 안시 정도는 웬만큼 밝은 환경에서도 영상을 볼 수 있다. 3000 안시 이상은 대낮에도 볼 수 있을 만큼 밝은 빔프로젝터로, 대개 교육용, 업무용 등으로 사용된다.
1400 안시를 지원하지만, 대낮에 커튼을 열어놓고, 혹은 전등을 다 켠 상태에서는 영상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빔프로젝터는 어디까지나 빛을 쏴 출력하는 기기니 어두운 환경이 적합하다. PF1500 역시 그러하다. 거실 전등 하나 정도는 켜 놔도 큰 무리 없지만, 영화관처럼 주변이 컴컴해야 선명하게 보인다. 밤에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
<화면 아래 빨간 사각형이 40인치 TV 크기>
PF1500을 사용하면서 유용했던 또 하나는 TV 수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TV 튜너를 내장했기 때문이다. 공중파 TV 방송을 빔프로젝터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빔프로젝터의 활용 범위를 넓힌다. 영화볼 때만 켜는 게 아니라 뉴스볼 때, 드라마 볼 때, 예능/시사 프로그램을 볼 때도 켤 수 있다. 이 밖에 HDMI 단자도 있으니(2개) IPTV 셋탑박스와 연결하면 IPTV 콘텐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PF1500은 풀HD를 지원하는 빔프로젝터(1,920 x 1,080 해상도)라 화질은 웬만한 TV 못지 않게 선명하다. 그동안 회의실 등에서 접한 흐리멍덩한 화질의 제품(SD급)과는 확연히 다른 화질, 색감 차이를 체감했다.
<출력 화면이 비스듬하게 보이는 이유는 화면 정면에서 촬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우측에는 USB 메모리를 꽂을 수 있는 단자도 있어(USB 2.0 2개), USB 메모리에 영화, 영상, 문서 파일 등을 복사해 꽂으면 PF1500에서 바로 재생, 출력할 수 있다(그러니 노트북이 필요 없다). 본 리뷰어는 이 방법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노트북과 연결하려 케이블을 주렁주렁 매달지 않아도, 무선 연결하려 설정 화면을 들락날락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남아 도는 32GB USB 메모리에 영화 파일 몇 개를 복사해 재생하면 정말 간편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입력 기능은 빔프로젝터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한층 강화한다. 모든 조작은 마치 TV를 사용하듯 리모컨으로 할 수 있다. 빔프로젝터지만 그 근본은 LG TV다.
빔프로젝터의 최대 관건은 배치다.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빔프로젝터는 천장에 거꾸로 장착한다. 애당초 그런 시공을 할 작정이었다면 미니빔보다 중형 빔프로젝터를 선택하는 게 좋다. 하지만 그저 간단하게, 마치 아무 곳에서 노트북 펼쳐 업무 보는 것처럼, 집안 어느 곳이든 적절히 배치해 빔프로젝터를 활용하는 수준에서는 PF1500이 대단히 유용하다.
본 리뷰어는 거실 소파 등받이 쪽에 PF1500을 올려 놨다. 재생하는 동안 안정감 있게 놓여 있도록 집안에 굴러다니는 받침목 하나를 받쳤 뒀다. 그게 PF1500 배치의 전부다. 시공도 공사도 필요 없다. 그냥 필요한 곳에 필요에 따라 걸쳐 놓으면 된다. 물론 폼은 안 난다. 폼 낼 필요가 없다. 100인치 이상의 큰 화면으로 영화만 보면 그만이니까. 스크린도 필요 없다. 물론 있으면 좋다. 아무 것도 없는 흰 벽면이라면 그 자체가 제법 훌륭한 스크린이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벽지 무늬도 영화 보는데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맞다. 여전히 폼은 안 난다. 하지만 빔프로젝터 본연의 역할인, 마치 영화관처럼 집에서도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본다는 목적은 무난히 달성한다.
<필요할 때만 꺼내서 올려 놓고, 집안 어느 곳이든 야외든 이동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제 사운드 부분이다. 모르긴 몰라도, 실감 나는 영화의 7할은 사운드가 책임진다. 빔프로젝터로 100인치 이상의 화면을 구현한다면, 이제 그에 걸맞은 사운드도 챙겨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그만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추려면 아마도 빔프로젝터 가격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설치 공간도 확보해야 함은 당연하고.
PF1500은 외부 스피커가 달려 있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음질은 못 되더라도, 소리는 들을 수 있다. 본 리뷰어처럼 PF1500을 곁에 둔다면 영화 보는데 지장은 없다(물론 사운드가 들리는 수준이다). PF1500에는 이어폰 단자도 있으니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해 들으면 한결 만족스럽다. 특히 음질이 괜찮은 헤드폰을 연결하면 사운드 문제는 거의 해소된다.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더라도, 빔프로젝터를 주로 밤에 사용한다면 사운드 출력에 제한이 따른다. 야간 이웃간 소음 문제 때문이다. PF1500이 '가정용' 빔프로젝터로 적합한 이유가 여기 있다.
PF1500은 또한 블루투스 연결 출력 기능도 제공한다.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을 연결하면 생각보다 훨씬 편하다. 영화 보다가 잠시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낸다거나, 화장실을 가더라도 사운드는 계속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얼마든지 볼륨을 높여도 잠자는 가족이나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완벽한 개인용 영화관이 되는 셈이다. LG전자는 블루투스용 헤드셋(톤플러스 시리즈)도 절찬리에 판매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스마트폰과 미니빔을 오가며 사운드를 무선으로 들을 수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사운드 시스템이 없어도 미세한 효과음과 배경음까지 듣기에 손색이 없다.
미니빔 PF1500은 작은 크기에 풀HD 화질, 1400 안시를 지원하며, 각종 TV 수신을 비롯해 입출력 단자를 제공하는 종합 멀티미디어 출력장치인 만큼 가격은 제법 만만치 않다. 원래 빔프로젝터 자체가 저렴한 제품군은 아니긴 하지만, PF1500은 현재 1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2015년 9월 기준).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이러저러한 이점과, 누구라도 간편하게 집안에서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 비하하긴 어렵겠다.
여러 블로그 등에서는 PF1500과 경쟁 제품을 비교하며 '가격대 성능비'만을 꼬집는데, 본 리뷰어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 그런 경쟁 제품은 AV매니아, 영화애호가에게 적합한 빔프로젝터다. 계획적인 설비와 공사, 구축 단계를 거쳐 설치해야 하는 전문 영상장비이고, PF1500 류의 미니빔 제품은 일반 사용자가 간소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다. 같은 제품군이지만 대상 사용자가 다르다. 대형차와 소형차의 대상 차이와 다름 아니다.
추가로, PF1500은 3D입체 영상 출력과 무선랜 연결(스마트TV 기능), 미라캐스트(스마트폰 영상 출력), 인텔 와이다이(WiDi) 연결 등 멀티미디어 영상 기기로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LG전자는 최근 영사 거리를 획기적으로 좁힌(38cm), PF1500의 후속 모델인 'PF1000U'도 출시했다. 영상 출력 면에 40cm 가까이 배치해도 약 100인치 크기의 영상을 출력할 수 있도록 설계한 미니빔이다. 이는 빔프로젝터의 일반적 활용도를 또 한번 강화한 제품이다(단 1000 안시 지원). 물론 이 제품 역시 다른 경쟁 제품과 가격대 성능비를 따지면(150만 원대) 형편 없는 제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제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격대 성능비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제는 그와 함께 사용자 자신에게 부여될 '제품의 의미와 가치'도 따져야 할 때다.
<38cm의 초점 거리를 지원하는 미니빔 PF1000U>
본 리뷰어는 미니빔 PF1500을 사용하면서, TV시청/영화관람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다. 40인치 TV로 보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100인치 빔프로젝터+헤드셋으로 보고 듣는 그것은, 몇 번을 본 내용이라도 또 다른 즐거움을 보여줬다. 본 리뷰어는 일반 사용자니 이 정도면 만족한다. 퇴근 후 편안한 모습으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소파에 앉거나 누워, 영화관 같은 영상과 사운드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건 일상의 작은 여유다.
미니빔 PF1500의 상세 사양은 LG전자 홈페이지(http://www.lge.co.kr/lgekr/product/detail/LgekrProductDetailCmd.laf?catid=1300&prdid=EPRD.287721)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