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물열전] 세상 모든 정보를 연결하다, 테드 넬슨
[IT동아 이상우 기자] 우리는 책이나 서류 등을 읽을 때 위에서 아래로, 앞쪽에서 뒤쪽의 순서로 읽어간다. 이러한 구성 방식을 선형적 서사구조라고 한다. 내용의 처음과 끝이 있기 때문에 서사구조의 완결성이 있으며, 글쓴이가 정리해 놓은 순서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선형적 구조는 독자의 생각 흐름보다는 글쓴이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유리하다. 그런데 만약 독자가 책을 읽는 중, 자신이 읽은 문장에서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까? 지금 읽고 있는 문서 외에 다른 책이나 사전을 열어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서적과 문서를 본다. <출처: pixabay.com>>
하이퍼텍스트(Hypertext)는 기존의 문서와 달리 비선형적으로 구성된 문서다. ‘초월한(Hyper)’과 ‘문서(Text)’의 합성어로, 문서 내에 있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여러 문서를 넘나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사구조의 완결성, 즉 내용의 시작과 끝은 모호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하이퍼텍스트의 등장과 검색엔진의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 습득 방식을 선사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퍼텍스트는 노드(문서)와 각 노드를 연결하는 링크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을 고안한 사람은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테드 넬슨(Ted Nelson, Theodor Holm Nelson, 1937. 6. 17. ~ )으로, 하이퍼텍스트, 하이퍼미디어, 트랜스클루전(한 문서의 일부 내용을 다른 문서에 인용으로서 포함시키는 방법), 복합 문서(문자, 그림, 음성 등 다양한 형식의 정보가 포함된 전자문서로, 웹 페이지가 대표적이다) 등 정보 기술(IT)의 핵심이 되는 개념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하이퍼텍스트라는 용어를 만들고 개념을 세운 테드 넬슨 (Theodor Holm Nelson, 1937. 6. 17. ~ ) <출처:
위키백과>>
테드 넬슨은 1937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며, 1959년 스와스모어 대학교에서 철학 학사과정을 수료했고, 1963년에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학 학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학창 시절 세상의 모든 지식을 지속적으로 담을 수 있는 컴퓨터 기반의 문서 작성 시스템을 계획했고, 1960년 이를 만들기에 착수한다. 그에게 영감을 준 것은 버네바 부시의 'As we may think'라는 기고문이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과학이 평화를 위해 쓰이려면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집단 지성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는다. 또한, 여기서 기억 확장 장치(Memory Extender, 줄여서 ‘메멕스(Memex)'라고 부른다)라는 장치를 제안하는데, 이 장치의 개념이 하이퍼텍스트와 아주 유사하다.
<버네바 부시가 제안한 메멕스(Memex). 마이크로 필름을 저장하는 장치와 이를 불러와 읽고, 수정할 수 있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 여러
문서를 이동하며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필요에 따라 직접 수정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이퍼텍스트와 개념이 유사하다. 다만 이 장치가
실제로 구현되지는 못했다>
테드 넬슨이 1960년부터 발족한 제나두 프로젝트(Project Xanadu)는 최초의 하이퍼텍스트 프로젝트였다. 간편한 사용 환경과 컴퓨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한 버전의 문서를 취합해 새로운 문서를 만들고, 원본과 함께 비교해 볼 수 있는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특히 제나두 프로젝트에서는 원본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편집 혹은 인용 시 여러 분쟁(예를 들면 저작권 등)에서도 자유롭다.
<새너제이에 있는 테크뮤지엄(Tech Museum of Innovation)에서 연설을 하는 테드 넬슨 <출처: 위키백과>>
제나두 프로젝트는 1998년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완성되지는 못했고 현재는 이 프로젝트에 관해 소개하는 홈페이지(www.xanadu.com)와 개념을 구현한 페이지(xanadu.com/xanademos/MoeJusteOrigins.html) 정도만 존재한다. 미국의 한 잡지는 제나두 프로젝트에 관해 '컴퓨터 산업 역사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베이퍼웨어(개발에 관한 논의와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되지 못한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제나두 프로젝트의 개념을 소개하는 데모 페이지. 가운데 완성된 문서가 있고, 좌우로 각각 4열씩 원본 문서가 존재한다. 완성한 문서에는
원본에서 어떤 부분을 인용했는지 표시돼 있으며,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을 확대해 볼 수도 있다>
제나두 프로젝트는 완성은 하지 못했지만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는 훗날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 http://it.donga.com/20252/)가 월드 와이드 웹(WWW)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다. 월드 와이드 웹(줄여서 '웹'이라고 부른다)은 인터넷이라는 통신 기술에 하이퍼텍스트를 접목해 각 컴퓨터(혹은 서버)에 흩어져있는 정보를 하나로 모은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하이퍼텍스트로 구성된 웹 페이지에서 정보를 얻으며, 하이퍼링크를 통해 여러 웹 페이지를 이동한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 검색 서비스 '월드 와이드 웹(WWW)'을 개발한 팀 버너스 리>
현재 제나두 프로젝트는 웹을 통해 구현되어 있다. 웹의 탄생에 영향을 준 프로젝트가 웹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구성한 셈이다. 테드 넬슨은 제나두 프로젝트를 소프트웨어가 아닌 웹에서 구현한 이유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테드 넬슨은 1965년에는 지그재그(ZigZag)라는 이름의 데이터 교차 연결 구조를 구상했다. 오늘날 위키백과 등에서 쓰이는 교차 링크 방식과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링크는 현재 페이지에서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교차 링크를 이용하면 특정 단어를 통해 현재 웹 페이지에 들어오거나, 현재 페이지에 있는 링크를 통해 원래 페이지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이처럼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러 정보를 단순하고 통합된 정보로 모을 수 있다고 믿었다.
<테드 넬슨이 지그재그를 시연하는 모습 <동영상 출처: Ted Nelson on Zigzag data structures>>
테드 넬슨은 획기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선보이지는 않았으며, 집필이나 연구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더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저장하는 방법에 몰두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 중 '컴퓨터의 해방/꿈의 기계(Computer Lib/Dream Machine)'에서는 이런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개인용 컴퓨터 중심의 정보 혁명을 이야기했으며, 일부 대기업의 중앙 집중화된 고성능 컴퓨터에 반기를 들었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컴퓨터 활용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이는 정보에 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제나두 프로젝트의 취지와 흡사하다.
<테드 넬슨의 저서 '컴퓨터의 해방/꿈의 기계'의 표지로, 표지 인쇄 방식이 독특하다. <출처: www.cabinetmagazine.org>>
하이퍼텍스트는 정보의 완결성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자 장점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경우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보기 때문에 파편적인 정보만을 습득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문서의 시작과 끝이 없기 때문에 정보의 크기를 무한대로 확장할 수도 있다. 특히 일반적인 문서나 서적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수많은 문서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다. 테드 넬슨의 아이디어는 IT의 역사에 큰 영향을 준 셈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IT 인물 열전'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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