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도 좋았지만 진한 아쉬움만 남아... 소니 엑스페리아 Z4 태블릿
[IT동아 강형석 기자] 태블릿PC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 수는 지난해 대비 7% 가량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스마트폰의 크기가 충분히 커졌다는 점도 있겠고, 뚜렷한 차별성을 느낄 수 없다는 점도 성장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니 엑스페리아 Z4 태블릿(SONY XPERIA Z4 Tablet)을 소개하는 것은 조금 불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왜 태블릿PC 시장이 추락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방수에 키보드를 품고 찾아 왔습니다
소니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키보드'다. 기존에는 태블릿PC 본체만 제공되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거치할 수 있는 키보드가 제공된다. 당연히 분리가 되고 원할 때는 평범한 태블릿PC으로, 어느 때는 노트북처럼 키보드 거치형으로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PC에 별도로 거치형 키보드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종종 있으니 패키지 내에 동봉된다는 점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 키보드를 품은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 >
문제는 이로써 89만 9,000원이 되었다는 점이다. 키보드를 포함하지 않은 일반 모델도 있는데, 정확히 10만 원 저렴한 79만 9,000원이다. 이 제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키보드 미포함 모델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
소니코리아 측이 제공한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 키보드는 문제가 상당히 많았다. 바로 블루투스 연결이 되지 않은 것. 분명히 블루투스 장치는 인식되는데, 작동을 하지 않는다. 근거리무선통신(NFC) 태그를 통해 연결해도 결과는 같았다. 결국 블루투스 연결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기자가 가지고 있는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는 정상 연결되어 사용 가능했다.
(추가 : 차후 소니코리아 측이 제공한 동일한 제품에서 블루투스 키보드 연결을 시도한 결과 정상 사용 가능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문제는 안드로이드 롤리팝 운영체제 내의 버그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내용은 확인 후 다시 알릴 예정입니다.)
< 활용도가 좋지 않은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의 순정 키보드 >
블루투스 키보드에 대한 아쉬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거치대 역할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배터리를 품고 충전을 지원했거나 블루투스가 아닌 물리적 연결로 사용할 수 있었다면 정이라도 붙였을 것이다. 태블릿PC 충전하고 키보드 충전하고, 제법 귀찮은 조합이다.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터치패드. 터치가 중심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왜 터치패드를 넣었는지 궁금하다. PC가 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소니 품을 떠난 바이오에 대한 그리움일까?
< QHD 해상도의 10.1인치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
아쉬운 첫인상을 뒤로하고 이제 좋은 점을 찾아 나서본다. 일단 큼직한 화면이 눈에 띈다. 약 10.1인치(25.65cm)의 디스플레이는 QHD 해상도(2,560 x 1,600)로 제법 선명하고 화사하다. 흠집에 강한 강화유리를 적용했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생활방수 기능이다. IP65/68에 대응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야외에 나가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이 외에 810만 화소 사양의 후면 카메라와 51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가 탑재되었고, 6,000mAh 용량의 배터리를 통해 장시간 활용 가능성을 열었다.
< 가볍지만 그로 인해 희생된 요소가 많아 보인다 >
손에 쥐어보니 제법 가벼운 느낌이다. 폭 254mm, 높이 167mm, 두께 6.1mm의 덩치지만 무게는 393g 정도로 가볍다. 휴대성 자체는 좋은 편이지만 역시 키보드가 붙었을 때 얘기가 달라진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였을까? 재질 자체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이전 엑스페리아 Z3 태블릿PC 컴팩트와 마찬가지의 느낌인데, 가격대비 어울리지 않는 재질이라 생각된다. 방수는 논외로 하고 비슷한 가격의 다른 태블릿PC만 하더라도 이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느낌으로 보면 약 3~40만 원대 태블릿PC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마이크로 SD나 통신카드(USIM)는 상단에 있는 슬롯에 꽂는다. 실링처리 된 덮개로 잘 닫혀 있어서 처음에 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 참고하자. 그만큼 방수 처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통신카드는 4G LTE에 대응한다. 그러나 데이터 쉐어링만 가능하고 통화 지원이 불가능하다. 마이크로 SD 카드는 최대 128GB까지 확장 가능하다. 기본 메모리가 32GB 이므로 고해상도 동영상이나 사진, 앱을 활용하려면 적어도 64GB 이상을 확장하는게 좋을 듯 하다.
탄탄한 성능과 기능에 몸도 마음도 뜨뜻해
이제 소니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를 켜고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가 왔다. 사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로 PC와 같은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지만 키보드를 제공하는 만큼 그에 따른 특징이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리고 그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이 태블릿PC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악명 높은 퀄컴 스냅드래곤(Qualcomm Snapdragon) 810이다. '화룡'으로 잘 알려진 이 것은 여러 제품에 탑재되며 그 명성을 확고히 다졌다. 여기에도 그 명성을 이어갈 지 여부가 궁금했다.
일반적인 영상이나 사진, 인터넷 검색 등에서는 상단부가 조금 미지근한 정도의 발열을 보여준다. 대신 게임 같은 AP 가속이 화끈하게 이뤄지는 환경이라면 그만큼 상단의 발열도 미지근한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물론, 냉각 면적이 넓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같은 재앙은 벌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타 AP 기반 제품 대비 발열이 높은 점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5.0(롤리팝)이고 메인 메모리는 3GB를 제공해 비교적 여유로운 성능을 보여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메모리 관리 부분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기본 제공되는 대부분의 기능은 기존의 엑스페리아와 크게 다르지 않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배터리. 하루는 배터리를 완전 충전한 다음 퇴근하고, 다음날 출근해 배터리 상태를 확인한 바 있다. 약 10시간 가량 자리를 비운 상태인데, 확인해 보니 55%가 남아 있었다. 와이파이 하나 연결되어 있었을 뿐인데 10시간 동안 45%를 쓴 셈이다. 언젠가 펌웨어나 소프트웨어 등으로 고쳐지겠지만 제법 충격적인 결과였다.
왜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 입니까?
방수나 휴대성(키보드 제외) 등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엑스페리아 Z4 태블릿PC의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요소들이 굳이 필요 없다면? 확실히 말하지만 소니 팬심이 아니라면 79만 9,000원~89만 9,000원 상당의 가격으로 구매할 태블릿PC나 스마트 기기는 널렸다.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에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명분은 사라지게 된다. 가격이라도 저렴했다면 '가성비'로 인기를 얻었을지 모르겠다.
소니에게 미안하지만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하는게 좋을 듯하다. 이것으로 어떻게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구축할 것이며, 여가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나하나 보면 특징은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그 특징들이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바이오 P나 X, Z 시절의 소니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이라도 있었다. 그마저도 느껴지지 않는 엑스페리아 Z4 태블릿은 아쉬울 따름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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