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데스크탑 성능의 초미니 PC, HP 엘리트데스크 705 G1
[IT동아 김영우 기자] 2015년 현재, 데스크탑 시장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수요가 계속 줄고 있어 전체 PC 시장에서 노트북보다 비중이 작아졌으며, 여기에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스마트기기에도 속절없이 밀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매체에서도 주인공들이 데스크탑을 쓰는 장면이 거의 안 나올 정도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데다 '스타일'이 살지 않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데스크탑의 장점은 분명하다. 우선 유사 가격대의 노트북보다 월등한 성능을 갖춘 점, 보기 좋고 치기에도 좋은 모니터와 키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며, 기능 확장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최근 출시되는 몇몇 신세대 데스크탑 제품은 미묘하다. 모니터와 본체가 하나로 합쳐진 일체형(올인원)PC라던가 본체 크기가 극히 작은 미니 PC가 대표적이다. 이런 제품들은 일단 공간을 덜 차지하고 보기에도 좋긴 하지만, 크기를 줄이기 위해 성능이 떨어지는 노트북용 부품을 유용하거나 성능 확장 기능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소개할 HP의 엘리트데스크(EliteDesk) 705 G1(모델번호 L0K14PA) 역시 얼핏 보기엔 흔한 미니 PC 중 하나로 보인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세대 데스크탑을 추구하면서도 데스크탑 고유의 특징을 상당부분 계승한 것을 알 수 있다.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기존 데스크탑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며, 제법 폭넓은 기능 확장까지 가능한 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나무랄 데 없는 공간 활용성
HP 엘리트데스크 705 G1은 정말 작고 얇다. 너비나 높이는 흔히 쓰는 인터넷 공유기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니 공간 활용성 측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다. 전용 세로 스탠드를 이용해 본체를 세우면 좀더 다양한 배치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는 별매라는 점이 약간 아쉽다.
크기에 비해 무게는 상당히 묵직하다. 1.3kg에 이르니 어지간한 노트북 수준이다. 하지만 휴대용 제품도 아니니 이를 단점이라 할 순 없다. 오히려 빈틈없이 꽉 찬 느낌이 좋다. 본체를 구성하고 있는 철판도 상당히 두껍고 단단하다.
모니터 3대 동시 출력도 가능한 충실한 포트 구성
작은 크기에 비해 달려있는 인터페이스는 제법 충실한 편이다. 일단 본체 전면에는 2개의 USB 3.0 포트와 음성 입력 및 출력 포트가 각각 1개씩, 그리고 전원 버튼이 달려있다. 무난한 구성이다.
본체 후면의 구성은 한층 본격적이다. 음성 출력 포트 및 4개의 USB 포트(USB 2.0 x 2, USB 3.0 x 2)외에 기가비트(1Gbps) 속도를 지원하는 유선랜 포트를 탑재하고 있어 최근 보급이 본격화된 기가인터넷 환경에 적합하다. 내부적으로는 802.11n 규격의 무선랜(와이파이) 기능도 내장하고 있는데, 본체 밖으로 드러난 안테나가 없어서 깔끔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모니터 연결 인터페이스다. 구형 모니터를 연결할 때 주로 쓰는 D-Sub(VGA) 포트 1개 외에 신형 모니터에 달리는 디스플레이포트(DP)도 2개를 탑재하고 있어 3대의 모니터로 동시에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덕분에 온라인 주식투자나 그래픽 편집 작업, 문서 번역 작업 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참고로 DP가 없는 구형 모니터 사용자를 위해 DP-HDMI 및 DP-DVI 변환 젠더도 기본 제공한다.
확장 모듈을 이용한 기능 추가
본체에도 충분한 인터페이스가 구비되어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한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 확장용 모듈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CD나 DVD를 읽거나 구울 수 있는 ODD 모듈(K9Q83AA), 구형 키보드나 마우스를 연결하는 PS/2 포트 및 일부 산업용 장비에서 필요한 시리얼 포트, 그리고 2개의 USB 포트를 확장하는 I/O 확장 모듈(K9Q84AA), PS/2와 시리얼 포트 확장 겸 500GB HDD도 내장한 다기능 모듈(K9Q82AA) 등이 그것이다.
이들 확장 모듈은 엘리트데스크 705 G1에 특화된 전용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며, 쌓아 올리듯 설치하고 동봉된 나사로 고정한다. 연결은 USB 3.0 방식이다. 이런 모듈을 모두 장착한다면 어지간한 일반 데스크탑 못잖은 기능을 쓸 수 있고 보기에도 깔끔하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아직 국내 시세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ODD 모듈은 약 100 달러, HDD 모듈은 약 170달러, I/O 확장 모듈은 64달러, HDD 모듈은 약 17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일반적인 외장형 ODD나 외장하드에 비하면 제법 비싼 편이다.
이번 리뷰에 이용한 엘리트데스크 705 G1의 국내 인터넷 최저가가 65만원 정도이니 저런 확장 모듈을 모두 사서 단다면 100만원은 훌쩍 넘을 것이다. 물론 있으면 편리할 것이고, 디자인이나 만듦새도 괜찮은 것이 사실이지만, 꼭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엘리트데스크 705 G1 단독으로도 충분히 쓸만하니 말이다.
무선 키보드 및 마우스도 동봉
본체를 구매하면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도 함께 제공된다. USB 방식의 수신기 1개를 꽂아 본체와 접속한다. 딱히 특별한 사양의 제품은 아니지만 본체 디자인과 잘 어울리며 타이핑 감각도 무난한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진짜' 데스크탑 프로세서를 탑재한 흔치 않은 미니 PC
외부의 구성 못지않게 주목할 만한 것이 내부 사양이다. AMD A8 PRO-7600B APU(코드명 카베리)를 메인 프로세서로 탑재했으며 8GB의 넉넉한 메모리 및 속도가 빠른 128GB의 SSD를 내장했다. 특히 이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메인 프로세서인 AMD A8 PRO-7600B APU다. 이는 기본 3.1GHz, 최대 3.8GHz의 클럭속도로 구동하는 쿼드코어 CPU(중앙처리장치)와 내장형 그래픽 중에서도 상위권의 성능을 발휘하는 라데온 R7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통합한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다.
이런 미니 PC엔 크기나 발열, 단가 등의 문제로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엘리트데스크 705 G1은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를 그대로 단 것이 인상적이다. 이른바 '무늬만 데스크탑'이 아니라 진짜 데스크탑의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노트북용 프로세서는 이름이 비슷한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진다.
AMD A8 PRO-7600B APU의 경우, PASSMARK CPUMARK 기준 4,946점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어 i7-5500U(3,943점) 같은 노트북용 프로세서보다 확실히 앞서는 성능이고, 코어 i3-4160(5,035점)과 같은 제법 쓸만한 데스크탑용 프로세서와 대등하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사무작업을 하다가 성능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내부 부품 교체를 통한 업그레이드도 간편
사용자가 직접 내부 부품을 교체해 성능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 이런 소형 제품은 내부 부품을 교체하기가 난해한 경우가 많은데, 엘리트데스크 705 G1의 경우는 본체 뒷면의 큰 나사 1개만 풀고 커버를 밀면 간단히 상판의 분리가 가능하다. 교체가 가능한 부품은 2.5인치 규격의 SSD나 HDD, 혹은 노트북용 DDR3 메모리다. 메모리의 경우 2개의 슬롯이 있고 그 중 1개 슬롯에 8GB가 꽂혀 출고되므로 성능을 높이고 싶다면 8GB 메모리 1개를 더 꽂아 16GB 구성으로 쓰는 것이 괜찮겠다. 물론 기본 8GB 메모리도 충분히 넉넉하기 때문에 메모리 업그레이드는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다.
그리고 일반 PC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어서 AMD FM2+ 소켓 규격의 다른 프로세서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다. 다만, 제조사인 HP에서는 메모리 및 SSD/HDD의 업그레이드만 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으니 무리해서 프로세서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추천하기 어렵겠다. 소켓 규격은 맞기 때문에 장착 자체는 가능하지만, 정상적인 작동은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데스크탑과 완전히 동일한 쾌적한 사용감각
실제로 엘리트데스크 705 G1을 구동해 이용해보니 뭔가 허전했던 노트북이나 올인원과는 확연히 다르다. 데스크탑 고유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탑재된 윈도 8.1 운영체제를 4~5초 만에 부팅 할 수 있고,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할 때도 반응속도가 빠른 편이라 전반적으로 상당히 쾌적한 이용이 가능했다. A8 APU를 비롯한 전반적인 사양이 데스크탑의 그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쿼드코어 CPU와 넉넉한 메모리, 빠른 SSD 덕분에 멀티미디어 성능도 기대 이상이고 멀티태스킹 능력도 좋은 편이다. 풀HD급 동영상 2~3개 정도를 띄우고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포토샵으로 이미지 편집 작업을 해도 그다지 느려짐은 느껴지지 않는다.
라데온 R7 그래픽을 내장한 제품답게 게임 성능 역시 나쁘지 않다. LOL이나 디아블로3 수준의 대중적인 온라인 게임을 풀HD 해상도에서 40~50 프레임 내외로 스트레스 없이 구동할 수 있었다. 물론 게임을 하기 위해 이런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그다지 없을 것이고, GTA5나 위쳐3 같은 본격적인 고사양 게임을 즐길만한 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괜찮은 그래픽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고무적이다.
아주 싸지는 않다, 하지만 '돈 값'은 한다
HP 엘리트데스크 705 G1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크기가 작은 미니 PC는 이전에도 몇 번이고 접해본데다가, 가격도 아주 싸다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현재, 이 제품(모델번호 L0K14PA)의 인터넷 최저가는 65만원 정도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접하고 활용해보니 기존의 미니 PC와는 확실한 차이점 몇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크기를 줄이기 위해 성능이나 확장성을 희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기존 미니 PC와 달리, 일반 데스크탑과 동등한 성능을 발휘하며, 기능 및 성능 확장도 비교적 용이한 편이라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 제품의 재질이 견고하고 내부 설계도 상당히 충실하다. 상당히 공들여 만든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본체 발열이 제법 있다는 점, 블루투스 기능이 없다는 점 정도이지만 원활한 이용에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데스크탑의 성능을 원하지만 공간 활용성도 포기하기 싫은 사용자라면 HP 엘리트데스크 705 G1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사무실 인테리어를 개선하면서 업무 효율까지 높이고자 하는 기업에서 쓰기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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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