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학구열을 이끌어내는 게임, '파라오 코드'

안수영 syahn@itdonga.com

파라오 코드
파라오 코드

파라오 코드 (2011) <출처: divedice.com>

독일 멘사 셀렉트(Mensa Select) 후보작까지 오른 한국 보드게임이 있다. 바로 '파라오 코드'다. 최근 교육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 게임은 교육 시장에서 특히 각광받는 게임이다. 파라오코드는 전세계 15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면서 교육에 특화된 한국 보드게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게임 방법

파라오 코드의 구성물
파라오 코드의 구성물

파라오 코드의 구성물 <출처: divedice.com>

파라오 코드는 주사위 3개를 굴려 나온 숫자들을 서로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눠서 피라미드에 놓인 타일과 같은 숫자가 되도록 하는 사칙연산 게임이다. 연산식을 만들어 타일과 같은 숫자를 만들면 해당 타일을 획득한다. 이렇게 타일을 모으고, 타일 뒷면에 표시된 황금 풍뎅이(점수)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최종 승리한다. 사칙연산이 틀리면 타일 뒷면의 황금 풍뎅이만큼 점수를 제외하므로 주의하자.

황금 풍뎅이가 많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황금 풍뎅이가 많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황금 풍뎅이가 많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출처: divedice.com>

파라오 코드의 숫자 타일은 4가지 난이도로 구성돼 있다. 난이도별 타일 테두리의 색상은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이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난이도별로 타일을 모아 놓는다. 그리고 게임판 위의 피라미드 위에 타일들을 올려둔다. 가장 어려운 검은색 타일은 맨 위에, 가장 쉬운 노란색 타일을 맨 아래에 놓는다. 이제 게임을 진행한다.

난이도에 따라 타일을 배치한다.
난이도에 따라 타일을 배치한다.

난이도에 따라 타일을 배치한다. <출처: divedice.com>

플레이어 1명이 주사위 3개를 한꺼번에 굴리면, 모든 플레이어들은 동시에 주사위에 나온 수를 보고 그 숫자들을 이용해 연산식을 만든다. 연산식을 만들 때는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 3개 중 2개 이상을 사용해야 하며, 각 주사위에 나온 숫자는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다. 각 주사위는 8면체, 10면체, 12면체 모양으로 되어 있어, 굴렸을 때 나오는 숫자도 다양하다.

플레이어들은 주사위에 나온 숫자를 사칙연산으로 계산해, 그 해가 게임판에 있는 타일의 숫자와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숫자를 맞히면 해당 타일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때 플레이어들은 덧셈이나 뺄셈을 먼저 처리하기 위해 괄호를 사용해도 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굴려 2, 5, 11이 나왔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2 X 5를 해서 10이 적힌 타일을 가져와도 되고, (5-2) X 11을 해서 33이 적힌 타일을 가져와도 된다.

주사위를 2개 이상 사용해 연산식을
만들자.
주사위를 2개 이상 사용해 연산식을 만들자.

주사위를 2개 이상 사용해 연산식을 만들자. <출처: divedice.com>

어떤 플레이어든 사칙연산을 통해 정확하게 숫자가 일치하는 타일을 찾으면, 재빨리 그 타일을 가져올 수 있다. 라운드에서 누군가 처음 타일을 가져가면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아직 타일을 가져가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남은 30초의 시간 동안 타일을 가져갈 기회를 얻는다. 제한 시간 내 숫자 타일을 가져가지 못한 경우 라운드를 그대로 종료한다.

타일을 가져간다.
타일을 가져간다.

타일을 가져간다. <출처: divedice.com>

각 라운드마다 플레이어 1명이 가져올 수 있는 타일은 1개뿐이다. 따라서 큰 점수를 얻으려면 낮은 난이도의 숫자보다 높은 난이도의 숫자를 찾는 편이 낫다. 난이도가 높은 타일일수록 뒷면에 그려진 황금 풍뎅이(점수)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 제한이 있다면 낮은 점수라도 노려야 한다.

모래시계가 다 떨어져 라운드가 종료되면, 각자 주사위로 수식을 만들어 자신이 가져온 타일이 정확한지 증명한다. 올바르게 증명했다면 타일을 숫자가 표시된 앞면으로 내려놓고, 증명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타일을 뒤집어 황금 풍뎅이가 보이도록 놓는다.

라운드가 끝나면 빈 공간을 채운다.
라운드가 끝나면 빈 공간을 채운다.

라운드가 끝나면 빈 공간을 채운다. <출처: divedice.com>

그리고 게임판의 빈 칸을 난이도에 맞게 남은 타일로 채우고, 새로운 라운드를 진행한다. 만약 남은 타일이 없어 빈 칸을 채울 수 없다면 그 즉시 게임이 종료된다. 플레이어들은 앞면으로 놓여진 타일의 황금 풍뎅이를 모두 더하고, 뒷면으로 놓여진 타일의 황금 풍뎅이를 모두 빼 점수를 계산한다. 이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이 게임에서 승리한다.

파라오 코드의 개발

파라오 코드의 제작사는 국내 교육 시장의 발달 및 요구에 따라 새로운 수학 보드게임을 유통할 필요성을 느꼈다. 새로운 수학게임을 수입, 유통하기 위해 외국의 여러 보드게임을 검토했는데, 이때 고려된 게임 중 하나가 이퀘이트(Equate, 1996)였다.

이퀘이트
이퀘이트

이퀘이트 <출처: boardgamegeek.com>

숫자로 즐기는 스크래블(Scrabble, 1948)인 이퀘이트는 꽤 재미있었지만, 국내에서 스크래블의 인지도가 다소 낮고 이퀘이트 자체가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만큼, 국내에서의 성공이 불확실했다. 이에 파라오 코드의 제작사는 외국 수학게임의 유통을 포기하고 독자적으로 수학 보드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당시 개발팀을 신설한 것에 힘입은 것이었다.

'수학 게임 프로젝트'로 이름이 붙여진 이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프로토 타입을 실험했다. 도미노 형태의 수학 게임, 타일을 연결하는 수학 게임, 순발력 게임을 접목한 수학 게임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개발팀의 눈에 띈 것은 '수학 골프'로 명명된 게임이었다.

당시 잘 알려진 골프 보드게임들은 대부분 주사위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게임도 자연스럽게 주사위를 채택하고 있었다. '수학 골프' 게임은 목적지로 공을 보내야 하는 게임이었는데, 콘셉트에 맞게 숫자로 표시된 목적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게임에서 목적지는 좌표의 개념을 가지고 있어, 게임의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때문에 개발팀은 논의 끝에 수학 골프에서 주사위와 목표 개념만 가져와 새로 게임을 제작했다.

타일의 구성, 주사위의 개수 및 확률 조정이
중요했다.
타일의 구성, 주사위의 개수 및 확률 조정이 중요했다.

타일의 구성, 주사위의 개수 및 확률 조정이 중요했다. <출처: divedice.com>

먼저 1에서 30까지의 숫자가 적힌 카드를 제작, 주사위를 던져서 나올 수 있는 숫자들의 확률을 계산했다. 연산으로 자주 얻을 수 있는 숫자는 점수를 낮게 책정하고, 흔히 얻을 수 없는 숫자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10 단위까지 계산을 하려면 8면체 이상의 주사위를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숫자 카드의 범위와 주사위의 개수를 늘려가면서 테스트를 계속했다. 그 결과, 주사위가 많아질수록 게임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3개의 주사위를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한 1의 자리 계산이 자주 나오게 하기 위해 8면체 주사위 1개가 꼭 필요하며, 10의 자리 계산을 위해 12면체의 주사위 또한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어, 현재와 같은 주사위가 구성됐다.

게임 진행은 현재와 꽤 달랐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목표 숫자를 만들지 못한 플레이어는 점수를 얻지 못하게 해, 다른 사람보다 빨리 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각 플레이어가 라운드마다 1개의 타일만 가져갈 수 있게 해, 큰 점수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한 것은 지금과 동일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 방식은 점차 수정됐다. 이 방식은 누군가 게임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기에,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지금의 형식으로 바꾸게 됐다. 이로서 가족 구성원이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모래시계가 도입됐다. 주사위를 굴렸을 때 수식에 해당하는 타일이 없는 경우, 타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보다 모든 플레이어의 동의 하에 그 과정을 생략하고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게임 라운드에서 펼쳐놓는 숫자 타일의 개수는 처음부터 10개로 설정됐는데, 이는 숫자 타일의 난이도를 1개, 2개, 3개, 4개로 자연스럽게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 10개의 숫자 타일을 가져가는 모습에 착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꿀벌을 활용해 꽃에서 꿀을 모으는 배경이 제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10개의 숫자 타일이 피라미드처럼 쌓여있는 모양이 더 인상 깊다고 판단해, 이집트 배경이 게임 배경으로 채택됐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의 범람으로 홍수를 겪은 뒤 자기 땅이 어디까지인지 경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웠고, 이러한 환경 때문에 측량이나 수학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다. 이러한 점도 이집트가 게임 배경으로 채택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런 배경에 따라 피라미드를 탐험해 수수께끼를 풀어 보물을 가져간다는 이야기 구조가 만들어졌다.

탐험가 일러스트
탐험가 일러스트

_게임 배경으로 피라미드 탐험이 채택됨에 따라, 탐험가 일러스트가 박스에 삽입됐다. 이 일러스트는 파라오 코드의 디자이너인 James Lim의 포즈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출처: divedice.com> _

그리고 이집트 배경에 어울리는 게임 이름이 필요했다. 기자 피라미드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의 주인인 카프레 왕을 소재로 '베르 카프레(카프레 왕을 위하여라는 뜻)'라는 이름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카프레 왕은 국내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닌데다 이름 자체가 직관적이지도 않아 채택되지 않았다. 투탕카멘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 역시 게임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다빈치 코드(2004)의 흥행에 숟가락을 얹자는 의미로 '파라오 코드'가 제시됐고, 제작사의 내부 투표에 따라 '파라오 코드'로 최종 결정됐다.

모바일 게임과 동시 출시된 파라오
코드.
모바일 게임과 동시 출시된 파라오 코드.

_모바일 게임과 동시 출시된 파라오 코드. iOS에서 즐길 수 있다. <출처: divedice.com> _

또한, 개발팀은 파라오 코드 개발 당시 스마트폰 게임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파라오 코드의 출시 이전부터 모바일 게임 제작을 진행했다. 많은 개발자들이 모바일 게임 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개발은 비교적 손쉬웠다.

이 모바일 게임은 파라오 코드의 출시와 함께 무료로 배포돼 홍보에 큰 역할을 했다. 국산 보드게임 중에서 보드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동시에 제작돼 출시된 것은 파라오 코드가 첫 사례로 보인다. 이렇게 개발된 모바일 게임은 해외 마케팅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전세계 수학게임에 도전장을 내밀다

독일 아미고 사에서 출시한 파라오 코드
독일 아미고 사에서 출시한 파라오 코드

독일 아미고(Amigo)사에서 출시한 파라오 코드. <출처: boardgamegeek.com>

아쉽게도 파라오 코드는 해외 게이머들에게 다소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세계 보드게임 커뮤니티인 보드게임긱에서는 5333위에 머물러 있으며, 수학 부문에서는 세븐 에잇 나인(7 Ate 9, 4182위)이나 저스트 포펀(4709위)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파라오 코드가 더 널리 알려지면 이러한 평가는 반등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이머들의 평가는 조금 다르다. 이 게임이 어른들에게도 불타오르게 하는 면이 있으며, 두뇌 회전용으로 간단하게 즐기기 좋다는 평이 많다. 세트(1988)나 총알탄 로봇(1999)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자신 있게 추천할 만했다. 게다가 아이들의 구구단 학습용 혹은 수학 공부에 대한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임으로 좋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2015년 파라오 코드는 전세계 수학 선생님들이 꼭 소장해야 하는 게임으로 알려졌고,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벨기에, 폴란드, 러시아, 중국, 대만, 이스라엘 등 전세계 1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라트비아에서는 초등학교 교보재로 파라오 코드를 영재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파라오 코드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달의 게임'을 수상하고, '독일 멘사 게임상'의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국내외에서 교육성을 인정받고 있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임정훈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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