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전시는 없었다... 정체성 상실한 '2015 서울오토살롱'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5년 7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 전시관에서는 2015 서울오토살롱이 개막됐다. 오는 12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국내 튜닝 애프터마켓 시장을 엿볼 수 있는 행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초라한 규모, 구색만 맞춘 듯한 전시 구성
먼저 놀랐던 부분은 규모다. 코엑스 3층의 C홀은 큰 규모를 가진 전시장은 아니다. 지난해 열린 2014 서울오토살롱도 이 곳에서 열렸기 때문에 규모 자체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 관람 전 예상을 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튜닝 규제 완화 원년'을 외치며 비교적 다양한 튜닝관련 전시물이 눈에 띄었었다.
가볍게 한 번 둘러 본 2015 서울오토살롱 전시장은 지난해보다 볼거리가 더 줄어든 듯 했다. 지난해에는 드레스업 특별관과 머슬카, 카오디오, 리스토어(올드카 복원), 튜닝 페스티벌, 마이크로 버스관 등이 준비되어 제법 볼 것이 많았다.
올해는 올드카 튜닝 특별관이 약간의 규모를 갖춰 전시됐을 뿐, 나머지는 구색만 맞춘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규모로 꾸며졌다. 슈퍼카, 푸드트럭, 카오디오, 머슬카, 아트카 특별관이 있었지만 전시된 차량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었다. 사실 올드카 튜닝 특별관이라고 해서 관람할 차량 수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티코나 프라이드, 티뷰론, 코란도, 갤로퍼 등 약 10대 가량이 전시돼 있었다.
실제로 아트카 특별관이라고 해서 가 본 곳에는 화려하게 꾸민 올드카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규모는 작았어도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관람객의 관심은 모았으나 그것 뿐이었다. 차 옆에서 간간히 사진을 찍는 가족 관람객 정도만 있었으며 유심히 차량을 보는 이는 없었다. 이 것이 왜 만들어졌는지 무슨 목적을 가지고 꾸몄는지 아무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슈퍼카 특별관에는 람보르기니와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 닛산 GT-R 정도가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접근을 막도록 제한선을 둘러 아주 잠깐의 눈요기에 그쳤다.
2015 서울오토살롱 홈페이지의 전시개요를 보니 100개 사가 500부스 규모로 치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 전시장 개요를 보니 특별관을 제외하고 약 80여 개에도 못 미치는 규모였다. 지난 해에는 약 60여 개 정도의 규모였으니까 양적으로 성장했을지 몰라도 질적으로 보면 1만 원이라는 일반 입장료(사전 예약은 조금 저렴했다)가 아깝다고 느껴질 수준이다.
홈페이지 내에서 안내하는 전시품목 설명도 엉터리인 부분이 많았다. 홈페이지에는 대부분의 튜닝 용품이 전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전시장 내에서는 썬팅 필름이나 차량 관리 용품들, 엔진오일이나 관련 첨가제, HUD, 브레이크나 휠 등의 일부 튜닝 용품, 차량 보호 용품, 유모차(?), 몇몇 외관 튜닝 용품 정도를 볼 수 있었다. 그마저도 다양한 브랜드가 아닌 일부 종합 브랜드가 내놓은 것들이라 신선함도 떨어진다. 휘발유 차량을 LPG 연료로 구조변경하는 업체 정도가 눈에 띄었다.
전시는 뒷전, 판매에 열 올려... '시장인가요?'
매년 열리는 전시회에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해는 된다. 비싼 비용을 들여 부스를 마련했으니 그 비용을 어느 정도 보전해야 하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2015 서울오토살롱은 대부분의 부스에서 이벤트나 현장 판매 식으로 이른바 '장사'를 하고 있었다. 부스에 들어가 제품을 보고 있노라면 설명하는 직원이 달려와 어김없이 "현장에서 할인 판매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나왔다.
어떤 부스에서는 40%, 어떤 부스에서는 2~30% 정도를 '현장 판매 이벤트'라는 명목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 두 군데가 아니라, 특별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스가 그랬다. 이 정도라면 여기가 전시장인지 대형 마트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
이런 이벤트는 형평성마저 무너뜨린다. 사정이 있어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이런 기회마저 박탈 당하는게 아닌가?
심지어 2015 서울오토살롱의 '튜닝 애프터마켓 전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행사에는 삼성화재가 자동차 보험 상품을 들고 왔는데, 이는 어느 정도 취지에 맞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저축상품을 판매한다거나 차량과 상관 없는 탄산수, 드론, 안마용품 등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지난해 보다는 낫다. 2014 서울오토살롱에서는 음주운전을 조장하기 위함인지 주류와 혼합해 마시는 음료 회사가 부스를 차렸을 정도다.
엉뚱하게 마련된 전시 부스로는 NH농협, 산업통상자원부의 동해자유무역지역관리원 등이다. 특히 NH농협의 부스 자리는 C812 구역이었는데 전시장 개요에는 '한국기업경영연구소'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에서는 이벤트 경품인지 "아이패드 받아가세요~"라고 직원들이 모객에 정신 없어 보였다.
동해자유무역지역관리원 부스는 그 존재 자체가 엉뚱하기도 하지만, 관리조차 제대로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부스 인포메이션 자리에는 한 사람이 앉아 넋을 놓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한 남성이 한 눈에 봐도 고가인 카메라 장비를 품에 안고 휴대폰으로 무언가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도 '레이싱 모델' 편중 현상은 여전하더라
사람이 많이 올 법도 한 토요일인데, 관람객이 많지 않아 제법 한산했다. 메르스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도 다른 행사였으면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부스를 돌았겠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매우 쾌적하게 전시장 내를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메르스라는 악재 속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바로 거대한 고가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사들. 이들 중에는 사진을 업으로 삼고 계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취미 삼아 즐기는 분도 있을거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정확히 한 곳에 집중된다. 바로 '레이싱 모델'이다.
부스에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싶으면 그 곳에는 어김 없이 레이싱 모델이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서 있다. 그녀의 자태를 한 장이라도 더 담아내고자 자리에 모인 사진사들은 쉬지 않고 셔터를 눌러댄다. 기자도 남자인지라 레이싱 모델의 자태를 쉽사리 피할 수 없었으나, 주변을 한 번 둘러보니 튜닝 문화를 즐기러 온 관람객보다 살색 가득한 그녀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진사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
부디 다음해에는 전시회 본 취지 살려줬으면...
13회째 열리는 2015 서울오토살롱,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다. 정부기관이 튜닝 규제 완화를 외치고서 1년이 지난 시점인데 그렇다.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 보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직 우리나라는 차량 초기에 받은 형식승인이 튜닝으로 인해 변경되면, 구조변경 승인을 받고 다시 인증을 받는 절차를 아직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튜닝 시장을 놓고 기관 및 정부 관리 체계가 이원화 되어 있는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산업통산자원부 관할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KATIA)', 국토교통부 관할 '한국자동차튜닝협회(KATMO)'가 있다. 두 단체의 기능과 목적이 차이가 있어 이견 조율이 어려운 부분도 튜닝 문화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결국 소비자(티켓구매자)가 찾는 서울오토살롱은 부디 본래의 취지를 살려 입장료 1만 원이 아깝지 않도록 행사를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도 1년간 열심히 준비한 전시회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4일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