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경제 게임, '뤄양의 사람들'
뤄양의 사람들 (2009) <출처: divedice.com>
아그리콜라의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Uwe Rosenberg)는 한 권의 책에서 영감을 받아 2009년 새로운 수확 게임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아그리콜라(2007), 르 아브르(2008)를 잇는 작품으로, 비옥한 땅에서 번영을 위해 살아가던 고대 중국의 농민들을 다뤘다. 전세계 보드게이머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이 게임의 이름은 뤄양의 사람들이다.
게임 방법
뤄양의 사람들은 중국 서부에 있는 도시 '뤄양(낙양)'을 배경으로 한 수확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은 뤄양의 상인들이 되어 성문 밖에서 물건을 사고 팔며 '번영의 길'을 걸어야 한다. 번영의 길에서 가장 멀리 전진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번영의 길을 전진하려면 엽전(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엽전을 지불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점수를 획득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각 라운드마다 첫걸음은 1원, 추가로 전진할 때에는 칸에 적혀 있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출처: divedice.com>
이 게임에서 번영의 길은 점수 트랙을 의미한다. 게임 말이 번영의 길을 전진하는 것이 곧 점수이며, 점수를 획득하려면 엽전을 지불해야 한다. 매 라운드에서 번영의 길을 처음 1칸 전진하는 비용은 1냥이지만, 추가로 트랙을 전진하는 비용은 트랙에 적힌 숫자만큼이다.
예를 들어 15번째 칸에 위치한 게임 말이 18번째 칸까지 이동하려면, 16번째 칸을 지나는 비용 (1냥, 매 라운드 첫걸음은 1냥), 17번째 칸 비용(17냥), 18번째 칸 비용(18냥)을 합한 총 36냥(1+17+18)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똑같이 엽전을 내고 전진하는 만큼,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멀리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럼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밀, 호박, 순무, 배추, 콩, 파와 같은 작물을 밭에 심어 수확하고, 가게와 계약을 해서 납품하거나 노점에 납품하면 된다. 이때 조력자의 도움을 받으면 더 큰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게임 시작 전, 플레이어들은 '개인 게임판'과 '게임판에 그려진 작물', '시작 밭 카드', 그리고 '엽전 열 냥'을 받는다. 9칸이 그려진 시작 밭에 밀, 호박, 순무 중 하나를 골라 비용을 지불하고 밭에 심는다. 이 게임에서는 항상 작물을 밭에 심으면, 나머지 칸을 모두 똑같은 작물로 채운다. 그리고 각 플레이어는 3, 4, 5, 6칸이 그려진 밭 카드를 2장씩 받아 섞어 더미로 만들고, 수레 카드를 가져간다.
게임 준비 <출처: divedice.com>
플레이어들은 9라운드를 진행해 승부를 가린다. 각 라운드는 수확 단계, 카드 분배 단계, 행동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수확 단계는 간단하게 밭 카드 더미에서 밭을 하나 펼치고, 기존 밭에 있는 작물을 1개씩 수확하면 된다. 이렇게 수확한 작물은 수레에 싣는다.
수확 단계 <출처: divedice.com>
카드 분배 단계에서 플레이어들은 상품을 납품해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노점, 계약을 맺어 주기적으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가게, 상품을 1:1 혹은 2:1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소, 더 많은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밭인 공유지,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조력자를 얻을 수 있다.
카드 분배 단계 <출처: divedice.com>
플레이어들은 행동 카드를 4장씩 받으며, 시작 플레이어부터 1장씩 모두가 볼 수 있게 중앙(안마당)에 내려놓는다. 내려놓은 카드는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도 있다.
시작 플레이어가 카드를 1장 내려놨다면, 이후 플레이어들은 2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다.
1) 손에 있는 카드 1장을 내려놓고 다음 플레이어에게 차례를 넘기거나,
2) 손에 있는 카드 1장과 안마당에 내려놓은 카드 1장을 가져가 개인 게임판에 바로 놓는다.
카드를 가져가면 이번 분배 단계에서 빠지며, 마지막으로 카드를 가져간 플레이어는 새로운 시작 플레이어가 되어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행동 단계에서 플레이어들은 밭에 작물을 심거나, 상점에서 작물을 사고 팔고, 교환소에서 작물을 교환하거나, 가게나 노점에 작물을 납품해 돈을 버는 등 다양한 활동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
행동 단계 <출처: divedice.com>
주의해야 할 점은, 가게와 계약을 맺게 되면 그 때부터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약을 맺고 나서 납품을 하지 못하면 평판이 떨어지게 되고, 2번 이상 납품을 못하면 납품을 못할 때마다 2냥을 지불해야 한다.
행동 단계의 마지막에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비용을 지불해 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투자도 고려해, 전진과 투자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전진과 투자를 조화시켜라 <출처: divedice.com>
독특한 게임 디자인
뤄양의 사람들은 우베 로젠베르크의 '수확 3부작' 중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다만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는 수확 3부작 이후로도 농경을 주제로 한 게임을 여럿 출시해, 수확 3부작이라는 호칭은 예전에 비해 무색해졌다. 하지만 뤄양의 사람들은 여전히 우베 로젠베르크의 대표작으로 아그리콜라나 르 아브르와 함께 손꼽히고 있다. 뤄양의 사람들은 여느 게임들과는 다른 독특한 재미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안티쿼티(Antiquity, 2004) <출처: boardgamegeek.com>
뤄양의 사람들은 아그리콜라가 발표되기 전인 2005년 1월과 4월 사이에 개발됐다.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에 따르면, 이 게임은 네덜란드의 제작사 즈플로터 아펠렌(Splotter Apellen)사에서 수제작으로 소량 출판된 '안티쿼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뤄양의 사람들과 아그리콜라의 수확 시스템이 이 게임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변형한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우베 로젠베르크는 뤄양의 사람들의 게임 디자인 중 특별한 부분을 몇 가지 언급했다.
프로토 타입을 플레이 하는 우베 로젠베르크 <출처: cliquenabend.de>
먼저, 뤄양의 사람들은 얼핏 보면 처음에 선택하는 작물에 따라 승리가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 밀, 호박, 순무를 각각 3냥, 4냥, 5냥의 가격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농작물과 보유 자금의 조건이 각자 달라지는데, 이 조건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커보인다.작가는 이 3가지의 조건을 모두 점검해 밸런스에 이상이 없게 디자인했다고 자신한다.
여담으로 작가는 3명 이상 게임을 할 경우, 2명 이상 같은 작물을 고를 수 없게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플레이어들은 같은 작물을 골라 게임을 하면 지루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지만, 작가가 밝힌 이유는 단순했다. 3명 이상 같은 작물을 고를 경우에는 게임 내 구성물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뤄양의 사람들의 카드들. 오른쪽부터 교환소, 노점, 가게, 밭, 조력자. <출처: divedice.com>
두 번째로 카드 분배 단계가 독특하다. 이 게임에서는 4장의 카드를 받아 들고 원하는 카드를 2장 고른다. 이 때 자신의 손에 있는 카드 2장을 한 번에 고를 수 없는 점은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고민을 안기는 장치였다.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원하는 카드 중 상대방이 고르지 않을 것 같은 카드를 1장 골라 내려놓고, 다음에 자기 차례가 왔을 때 가져가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그 카드를 상대방이 가져갈까 노심초사하는 심리전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상대방에게 필요할 것 같은 카드를 가져갔을 때 상대방의 원망 어린 표정을 보는 것도 이 게임의 묘미 중 하나가 됐다.
세 번째로, 시작 플레이어를 결정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카드를 가장 마지막으로 가져간 사람이 다음 행동 단계부터 시작 플레이어가 되고, 두 번째로 늦게 가져간 사람이 그 다음 순서가 되는 방식은 플레이어들에게 승부의 타이밍을 고민하게 했다.
특히 4명이서 게임을 할 때는 시작 플레이어와 두 번째 플레이어가 각자 다른 플레이어들 중 1명을 골라 파트너로 삼아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게임 진행이 빨라질 뿐 아니라, 어떤 상대방과 파트너를 맺어야 하는지도 전략적인 선택지가 되어 흥미진진하다.
뤄양의 사람들의 차용증. 아그리콜라의 구걸 카드나 르 아브르의 대출 카드를 연상케 하지만, 다르다.
네 번째로, 이 게임에서는 언제든 자유롭게 5냥을 빌리고 차용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독특하게도 빌린 돈은 게임 내내 갚을 수 없다. 단, 게임이 끝나면 차용증 1장 당 번영의 길에서 1칸 후퇴하는 것으로 차용증을 갚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뤄양의 사람들에서는 번영의 길에서 멀리 간 플레이어가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하는 셈이 됐다. 작가는 이 방식이 르 아브르처럼 매 라운드마다 이자를 내는 방식보다 훨씬 깔끔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섯 번째로, 뤄양의 사람들은 게임이 끝나고 승자를 가릴 때 동점인 상황이 꽤 많이 발생한다. 이 때는 다른 조건을 비교해 승자를 가리는데, 이 순간이 짜릿함을 준다. 이 게임에서 동점 상황 해결은 돈을 많이 벌어 번영의 길을 전진해야 하는 승리 조건의 연장선상에 있다. 먼저 “누가 돈을 많이 벌었는가?”를 비교한다. 그래도 동점이라면 곳간과 밭에 있는 작물을 비교해 누가 남은 라운드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지 그 잠재력을 판단한다. 작가가 동점자 처리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뤄양의 사람들은 혼자서도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우베 로젠베르크가 2007년 이후 출시한 게임들은 대부분 혼자서도 게임이 가능하다. 보통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승리하는 형식으로, 자신과의 싸움 혹은 기록과의 싸움을 펼치게 된다.
작가는 보드게임이 1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점은 플레이어가 게임의 구조와 전략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뤄양의 사람들은 혼자서 플레이할 경우, 12장의 카드를 4줄로 펼쳐놓고 카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즐기면 된다. 여기서 카드의 줄 별로 다른 가격이 매겨져 있고, 카드가 채워지는 방식이 색달라 2~4인이 게임을 할 때와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처럼 뤄양의 사람들은 1명, 2명, 3명, 4명이 할 때 모두 다른 느낌을 주는 특이한 게임이다.
홀 게임즈에서 빛을 보다
이 게임이 작가의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닌 데에는 낯선 제작사에서 비롯된 것 같다. 아그리콜라를 비롯한 우베 로젠베르크의 게임은 대부분 룩아웃 게임즈(Lookout Games)에서 제작됐는데, 뤄양의 사람들이 발매된 2009년은 아그리콜라 확장: 새로운 도전(2009)을 출시하느라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뤄양의 사람들은 당시 새로 설립된 제작사인 홀 게임즈(H@ll Games)에서 출시하게 됐다.
홀 게임즈는 2014년 페어플레이 차트 1위를 차지한 아쿠아 스피어를 제작해 또 다시 화제를 모았다. <출처: divedice.com>
홀 게임즈의 설립자인 랄프 브룬(Ralph Bruhn)은 독일의 유명 보드게임 잡지이자 포럼 중 하나인 H@ll 9000에서 운영진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2009년 발매된 아그리콜라의 규칙을 비평하면서 우베 로젠베르크와 만났다.
그는 이후 르 아브르와 뤄양의 사람들의 규칙 편집을 맡으며 우베 로젠베르크와 친분을 쌓게 됐고, 우베 로젠베르크의 도움을 받아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 제작사 설립에 도전하게 됐다. 이 인연이 이어져 첫 게임으로 뤄양의 사람들을 제작하게 됐다. 규칙 편집자였던 그의 손길 때문인지, 뤄양의 사람들은 2010년 올해의 독일 게임상(2010 Deutscher Spiele Preis)에서 '가장 잘 이해하기 쉽게 정돈된 규칙을 가진 게임(2010 Essener Feder Best Written Rules Winner)'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익히 알려진 이스터 에그. 왼쪽은 르 아브르 타일에 그려진 병인데, 멀리 돌고 돌아 뤄양까지 왔음을 알 수 있다. 오른쪽은 아그리콜라의 직업 카드를 패러디한 조력자 카드다. <출처: boardgamegeek.com>
홀 게임즈에서 출시된 뤄양의 사람들은 우베 로젠베르크의 다른 게임들과 같은 크기의, 같은 그래픽 디자인으로 제작돼 다른 게임들과 큰 이질감이 없었다. 게다가 곳곳에 다른 게임들과 이어지는 이스터 에그가 있어,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의 팬들을 즐겁게 했다.
뤄양의 사람들에서 사용하는 화폐, 엽전. <출처: divedice.com>
이 외에 뤄양의 사람들의 엽전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베 로젠베르크가 자기 이름을 한자로 표현한 네 글자가 엽전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까마귀 오'자는 '우베'의 음차, 그 뒤의 두 글자는 장미를 뜻하는 표현으로 독일어 '로젠'을 의미했고, 마지막 글자는 산봉우리 할 때의 산 자로 독일어 '베르크'를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팬들에게 재미를 줬다.
게임 제목 논란
아그리콜라의 흥행은 아그리콜라의 국내 유통사를 기쁘게 했다. 아그리콜라의 국내 유통사는 이 열기에 힘입어, 아그리콜라의 확장과 뤄양의 사람들을 모두 한국어판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르 아브르가 뤄양의 사람들보다 먼저 출시돼 호평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르 아브르는 생산일을 맞추기 어려웠고, 우베 로젠베르크의 신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 뤄양의 사람들로 결정됐다.
논란을 불러온 한국어판 제목. <출처: divedice.com>
아그리콜라의 흥행으로 국내 보드게이머들의 관심 또한 온통 뤄양의 사람들에 집중됐다. 하지만 판매에 앞서 게임 제목과 관련된 번역 문제가 불거졌다. 뤄양의 사람들 영문판은 'At the Gates of Loyang'으로 직역하면 '뤄양 성문 앞에서'였기에, '뤄양의 사람들'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보다 먼저 문제가 된 것은 뤄양과 낙양을 둘러싼 표기 문제였다. 당시 출시된 한국어판 게임은 아그리콜라나 팬데믹처럼 제목을 발음 그대로 표기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황소 뿔의 춤(Tanz der Hornochsen!, 2004)처럼, 잘못된 번역으로 널리 알려진 게임 제목이 국내에서 정답인 양 깊게 인식된 것과 관련해 뤄양의 사람들의 국내 유통사 내부의 깊은 문제의식이 있었고, 이를 반영한 결과가 '뤄양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소설 '삼국지'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표기였던 '낙양'을 사용치 않고, 표준국어대사전의 표기였던 '뤄양'을 채택한 것은 논란을 빚었다. 국내 유통사의 내부에서도 뤄양이 비록 표준어이지만, 이제까지 통용되고 있는 익숙한 지명, 인물들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졌다. 결국은 표준어를 지향해야 한다는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진행이 됐다.
지금은 '뤄양의 사람들'이라는 명칭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만큼 꽤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뤄양의 사람들의 국내 유통사는 이례적으로 '사람들'을 채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번역의 기준이 되는 독일어 제목(Vor den Toren von Loyang)의 의미는 '성 변두리'를 의미한다. 중세 유럽 상인들은 그 신분 때문에 성 안에 들어갈 수 없었고, 성 주변에서 시장이 열렸다.
따라서 성 변두리는 서양인들에게 '시장'이라는 의미로 다가가지만, 동양에서는 그 의미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고 판단됐다. 국내 유통사는 "상거래를 주제로 한 게임 속에 상당 부분 농민의 이야기가 반영되어 있어, 시장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주체를 통틀어 '사람들'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국어판의 부제로 '문전성시의 고대 중국'이 붙었다.
작가의 의도가 잘 반영된 제목, 폭풍의 대권주자. 하지만 카피캣(CopyCat)이라는 영어판 제목과는 차이가 많아 여전히 논란이 됐다. <출처: divedice.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제목에 실망해 영어판 게임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을 만큼 게임 제목에 대한 논란은 가열됐다. 뤄양의 사람들 한국어판이 출시되며 이 논란은 차츰 사그라졌지만, 이후 한국어판 제목을 결정하는데 이 때의 논의가 많은 제작사에 가이드라인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야기가 살아있는 게임
아쉽게도 몇 번의 논란으로 뤄양의 사람들의 국내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이 게임은 전세계 보드게이머들의 커뮤니티, 보드게임긱에서 전략게임 부문 119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보다는 해외 게이머들에게 더 인정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뤄양의 사람들은 아그리콜라, 르 아브르, 오라 엣 라보라(Ora et Labora, 2011), 글래스 로드(Glass Road, 2013), 카베르나(2013)를 잇는 작품으로 우베 로젠베르크의 게임 디자인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게임과는 차별된 독특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뤄양의 사람들'에 영감을 준 책 <출처: amazon.de>
작가 우베 로젠베르크는 <옛 도시들의 세계- 그때 사람이 살던 방식(Die Welt der alten stadte, 1982)>를 읽고 뤄양이라는 도시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뤄양의 사람들은 작가가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게임으로 표현한 느낌이다.
이 게임을 하면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경험하는 듯, 게임을 하는 내내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같다. 밭을 갈고, 작물을 심고, 가게와 계약하고, 노점에 작물을 판매하는 내내 플레이어는 농민과 상인을 오간다. 밀, 호박, 순무, 배추, 콩, 파를 닮은 아기자기한 게임 구성물, 특별하게 제작된 T자형 개인 게임판도 문전 성시의 고대 중국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고대 중국의 경제 활동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 마음에 들었다면, 뤄양의 사람들을 직접 플레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권성현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