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자체 발광, 스스로 빛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 OLED

김영우 pengo@itdonga.com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본체가 앞뒤로 튀어나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CRT(브라운관) 방식의 TV나 모니터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차츰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평판 디스플레이 방식의 제품이다. 평판 디스플레이는 제품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높일 수 있으며,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의 소형 기기에 적용하기에도 유리하다.

이러한 평판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표시하는 방식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2015년 현재,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평판 디스플레이는 LCD(Liquid Crystal Display) 방식이다. LCD는 가해지는 전기 신호의 종류에 따라 빛의 굴절 패턴을 바꾸는 액정(液晶) 소자를 사용한다. 이 액정 소자가 촘촘히 배열된 패널을 이용해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다만 액정 자체는 빛을 내지 못하므로 반드시 액정 패널에 빛을 공급하는 후방 조명, 즉 백라이트(back light)가 함께 탑재 되어야 한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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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확대한 OLED 패널의 모습. OLED는 LCD와 달리 각 소자가 자체적으로 빛을 발한다>

하지만 최근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s: 유기 발광 다이오드, 혹은 유기 EL) 방식의 경우 이와 같은 백라이트가 필요하지 않다. OLED란 형광성 유기화합물을 기반으로 한 발광 소자의 일종으로, 액정과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는 특징 때문에 OLED는 제품 두께를 더욱 얇게 만들 수 있으며, 특수 유리나 플라스틱을 이용해 구부리거나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기도 제작할 수 있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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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의 특징

화질 측면에서도 OLED는 기존 LCD에 비해 유리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명암비(contrast ratio)이다. 명암비란 화면 상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얼마나 잘 구분되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이다. 명암비가 높은 디스플레이 기기는 어두운 배경이나 야경 속에 묻힌 회색 빛의, 혹은 크기가 작은 사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지만, 명암비가 낮은 디스플레이 기기는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못하다.

LCD는 백라이트에서 전달되는 빛에 의존하여 화면을 구성하므로 각 소자 별로 밝기를 세밀하게 조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OLED는 각 소자 별로 자체 발광을 하며, 발광을 멈추는 것 만으로 검은색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LCD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명암비를 발휘할 수 있다.

참고로 LCD 방식의 디스플레이 기기의 경우 1,000 : 1 정도의 기본(정적) 명암비를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라이트의 밝기를 순간적으로 조절해 명암비를 높이는 동적 명암비 기술을 이용하면 LCD 에서도 수백만 : 1의 명암비를 구현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엔 화면 전반의 색상이 무너지며 이미지가 왜곡된다. 반면, OLED 방식의 기기는 수백만 : 1 정도의 명암비도 기본적으로 무난하게 표현하며, 이론적으로는 무한대에 가까운 명암비도 구현 가능하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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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비가 높은 화면(상)과 명암비가 낮은 화면(하)의 비교>

또한, 화면의 응답 속도 측면에서도 OLED가 유리하다. LCD의 경우 기본적으로 액정의 분자 배열을 변형시키는 과정을 거쳐 화면의 변화를 표현하므로, 움직임이 빠른 화면에서는 액정 분자의 변형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그 한계를 넘는 속도로 변화하는 화면에서는 잔상이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OLED는 공급되는 전류의 변화에 따라 순간적으로 다른 빛을 내므로 응답 속도가 매우 빠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OLED방식의 디스플레이기기에서 사람의 눈으로 잔상을 느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OLED는 이론상 시야각이 완전한 180도에 이르기 때문에 LCD와 달리 상하, 혹은 좌우측 면에서 화면을 봐도 이미지의 윤곽이나 색상에 왜곡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며, 실제로는 OLED 화면이 제품에 적용되면서 표면에 보호용 유리를 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유리 자체의 반사율 및 두께 때문에 제품에 따라서는 약간의 시야각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OLED는 유기물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산소 및 수분에 매우 취약하다. 때문에 개발 초기에는 OLED 제품의 수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며, 큰 화면의 디스플레이용으로 사용되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제조 기술이 향상되어 최근 출시되는 OLED 제품들은 3만 시간 이상의 수명을 보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발광 방식 차이에 따른 OLED 디스플레이의 구분

OLED는 화면을 구동하는 방식에 따라 PMOLED(Passive Matrix OLED: 수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와 AMOLED(Active Matrix OLED: 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로 나뉜다. PMOLED는 화면 상에 배열된 발광 소자의 가로축과 세로축에 각각 전압을 넣어 그 교차점을 빛나게 하는 방식으로,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생산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드는 편이다. 하지만 정교한 화면을 구현하기가 어려운데다, 화면의 크기가 커질수록 소비 전력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단점이 있어 활용폭이 크게 축소되었다. PMOLED가 쓰인 대표적인 사례는 폴더 타입 휴대폰의 외부 디스플레이, 혹은 MP3 플레이어의 재생정보 확인 디스플레이 등이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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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PMOLED의단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AMOLED다. 이는 발광 소자마다 박막 트랜지스터(TFT: Thin Film Transistor)를 내장하여 각 소자의 발광 여부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AMOLED는 PMOLED 방식에 비해 정교한 화면을 구현하기 쉬우며, 소비 전력도 줄어들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정교한 공정을 요구하고 생산에 드는 비용도 높다. 때문에 2010년대 초반까지 AMOLED는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충분치 못해 스마트폰과 같이 크기가 작으면서도 고화질 화면이 필요한 제품에만 주로 쓰였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해 TV와 같은 대형 기기에도 본격 적용되기 시작, 이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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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 구조에 따른 OLED 디스플레이의 구분

2015년 현재 쓰이는 OLED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AMOLED 발광 방식을 이용한다는 점에선 거의 같지만, 소자의 배열 구조에 따라 몇 가지 형식으로 구별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3원색(적색, 녹색, 청색)의 OLED 소자를 일정한 간격으로 패널에 수평 배치한 RGB 방식 OLED(이하 RGB-OLED 방식이다. 이는 3원색의 OLED 소자가 각기 다른 색을 내면서 하나의 픽셀(점, 화소)을 구성한다.

또 하나는 백색으로 발광하는 OLED 소자(내부적으로는 3원색의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구성)를 이용해 하나의 픽셀을 구성한 뒤, 여기에 3원색을 투과하는 컬러 필터를 씌워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는 화이트 OLED(이하-W OLED) 방식이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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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B-OLED는 컬러 필터를 투과하지 않고 화면을 구성하므로 색 재현성과 휘도면에서 좀더 유리하다. 반면, W-OLED는 좀더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생산 수율)에서 이점을 가진다. 이 때문에 RGB-OLED는 주로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화면의 제품에, W-OLED는 TV와 같이 큰 화면의 제품에 주로 쓰인다. 2015년 현재, RGB-OLED는 삼성 디스플레이, W-OLED는 LG 디스플레이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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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RGB-OLED 방식의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픽셀이 인접 픽셀과 일부 색상의 OLED 소자를 공유해 컬러를 구현하는 펜타일(PenTile) 기술이 적용되기도 하며, W-OLED 경우, 3원색 외에 백색을 픽셀을 추가해 화질을 개선하는 WRGB 방식을 도입하기도 하는 등,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OLED는 언젠가 LCD를 대체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LCD도 본래 가지고 있던 단점(명암비, 시야각, 응답 속도 등)을 개선한 신제품들이 계속 개발 중이며,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큰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 때문에 LCD가 갑자기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OLED와 공존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최근에는 ‘LED TV’, ‘LED 모니터’ 등으로 불리는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다수 나오고 있지만, 이는 사실 OLED와는 관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일반적인 LCD와 같은 구조를 기반으로 백라이트만 무기 LED 소재로 대체한 것으로서, 사실상 ‘LED 백라이트를 갖춘 LCD 제품’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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