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리싱크 지원 게이밍 모니터, 에이수스 MG279Q
[IT동아 김영우 기자] 이른바 '게이밍 기어'라고 불리는 게임 특화 PC 주변기기 관련 시장은 꾸준하게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초기엔 마우스나 키보드와 같이 입력기기가 등장했고, 나중엔 헤드셋이나 사운드 카드와 같은 음향기기로 범위를 넓혔다. 그리고 최근엔 '게이밍 모니터'까지 등장했다. 어지간히 게임을 한다는 매니아나 게임 자체를 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게이머라면 이제 키보드나 마우스, 헤드셋 외에 모니터까지 전용으로 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게이밍 모니터 중 일부 제품은 묘한 장삿속이 느껴지는 제품이 눈에 띈다. 현재 일반 모니터에는 IPS나 VA 와 같이 광시야각 패널이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게이밍 모니터를 지향한다는 제품 중에는 TN 패널을 적용한 것이 상당수다. 물론 TN 패널이 IPS나 VA 패널에 비해 반응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게임에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색감이나 시야각을 비롯한 화질이 떨어지는 데다 원가도 저렴하다.
그리고 또 몇몇 제품은 게임의 프레임 수치를 높이기 위해선 너무 고해상도 모드는 필요하지 않다며, 일반 모니터와 다름 없는 풀HD급 해상도까지만 지원하거나, 잔상이나 화면 갈라짐의 우려가 있는 60Hz 주사율까지만 지원하는 제품을 게이밍 모니터라고 팔기도 한다. 저가 모니터에 몇 가지 잡다한 기능을 단 것 뿐인데, 비싸게 팔기 위해 '게이밍'이라는 허울을 씌운 것은 아닌가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수스의 MG279Q는 이런 의혹(?)에서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는 27인치급 게이밍 모니터다. WQHD(2,560 x 1,440) 고해상도의 IPS 패널을 탑재했으며, 최대 144Hz의 높은 주사율을 발휘한다. 게다가 입력 지연이나 급격한 프레임 변화 없이도 화면의 갈라짐을 막는 최신 기술인 AMD의 프리싱크(FreeSync) 기술까지 탑재하는 등, 꼼수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고자 하는 면모가 엿보이는 제품이다.
'각' 잡힌 디자인과 다기능 스탠드 인상적
에이수스 MG279Q의 외형은 '각'이 잡혀있다. 화면 주변의 베젤 부분 및 스탠드 모서리를 깎아내듯 다듬어 포인트를 줬다. 상대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쥐야하는 게이밍 모니터 다운 모습이다.
본체 두께가 아주 얇지는 않은 대신, 활용성이 높은 다기능 스탠드를 기본으로 갖췄다. 전후 각도를 조절하는 틸트(Tilt) 기능 외에도 높이의 조절도 가능하며, 화면 전체를 세로로 돌려 쓸 수 있는 피벗(Pivot) 기능도 제공한다. 특히 피봇 기능은 세로로 긴 문서나 웹 페이지를 한 번에 열람할 때, 혹은 세로 스크롤 방식의 전통적인 슈팅 게임을 즐기고자 할 때 유용하다.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화면 각도를 좌우로 돌리는 스위블(Swivel) 기능도 가지고 있다. 여느 모니터처럼 화면 부분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니터 바닥 부분의 회전 원판을 통해 모니터 전체의 각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스탠드는 분리가 가능하며 여기에 VESA 규격의 호환 스탠드를 결합, 벽걸이와 같은 다른 형태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기술 다수 적용된 인터페이스 구성
후면에서 근래의 기술이 다수 적용된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탑재하고 있다. PC 외에 비디오 게임기나 셋톱박스와 같은 여러 기기의 연결이 가능하다. 2개의 HDMI 포트는 모두 MHL 규격을 지원하므로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 1자형 MHL-마이크로USB 케이블로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를 연결해 영상과 음성의 출력이 가능하다.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요즘 나오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대부분 이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팬택의 베가 시리즈와 같이 예외도 있으니 참고하자.
그리고 2개의 디스플레이포트(DP)는 고해상도 영상을 지원하는 최신 규격인 1.2 버전이며, 그 중 1개는 애플 기기에 자주 탑재되는 미니DP 사이즈다. 그리고 PC 본체와 연결해 2개의 USB 포트를 확장하는 USB 허브 기능도 있는데, 두 개의 USB 포트 모두 USB 3.0 규격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D-Sub(VGA)나 DVI와 같은 구형 영상 인터페이스는 달려있지 않다. 이 정도의 모니터를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신형 PC를 이용하겠지만 혹시나 구형 PC와 에이수스 MG279Q를 조합하고자 한다면 DVD-HDMI 변환 케이블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자. 스탠드 후면에는 케이블 정리를 깔끔하게 할 수 있는 고리도 끼울 수 있다.
그 외에 2W 출력의 스테레오 스피커도 내장하고 있는데, 음량이나 음질 면에서 모니터 내장용 소형 스피커의 한계를 넘지는 못한다. 내장 스피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모니터 후면의 음성 출력 포트를 이용해 별도의 스피커를 연결해서 쓰도록 하자.
모니터의 각종 설정을 바꿀 수 있는 기능 버튼은 모니터 우측 후면에 달려있다. 터치 버튼이 아니라 물리 버튼이라서 누르는 느낌이 좋고, 상하좌우로 커서를 옮길 수 있는 방향 스틱도 달려있어서 조작감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영상 모드 변경(풍경 / 레이싱 / 영화 / FPS / RTS 등)을 할 수 있는 게임 비주얼(Game Visual) 기능이나 게임용 부가기능(조준점, 타이머)인 게임 플러스(Game Plus) 기능은 별도의 버튼이 마련되어 있어서 빠르게 기능 전환이 가능하다.
4ms 응답 속도와 144Hz 주사율의 WQHD 해상도 IPS 패널 탑재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가장 중요한 화면을 살펴볼 차례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WQHD(2,560 x 1,440) 해상도의 27인치 IPS 패널을 갖추고 있어, 색감이 뛰어나고 보는 각도가 달라져도 이미지의 왜곡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화면 응답 속도는 4ms(millisecond, 1,000분의 1초)로, 요즘 1~2ms까지 구현하는 TN 패널에 비하면 다소 떨어지지만, IPS 패널 중에선 아주 높은 수준이다.
모니터 주사율(초당 화면 전환 수)은 144Hz까지 높일 수 있는데, 이는 60Hz 까지만 지원하는 일반 모니터에 비해 잔상이나 입력 지연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시력 보호를 위한 플리커 프리(떨림 방지) 및 로우 블루라이트(청색광 억제) 기능도 탑재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게이머 위한 돕는 부가 기능도 다수 탑재
하드웨어의 사양 외에 소프트웨어적인 보정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능도 있다. 게임 비주얼(Game Visual) 모드가 대표적인 기능으로, 풍경, 레이싱, 영화, RTS/RPG, FPS, sRGB 등의 모드를 제공, 여러 장르에 따라 밝기나 명암비, 선명도, 색상 등을 적합하게 조정한다. 이를테면 FPS 모드를 이용할 경우, 어두운 배경의 작은 오브젝트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높은 명암비의 화면을 볼 수 있다.
화면의 색상을 강화하고 선명도를 높여 전반적으로 또렷한 영상으로 보정하는 비비드 픽셀(VividPixel) 기능도 탑재했다. 이는 저 화질 영상을 감상할 때 유용하다. 다만, 과하게 적용하면 원본의 색감을 심히 왜곡하기도 하므로 경우에 따라 적당한 수준으로만 이용하자.
그 외에 화면 특정 부위에 별도의 조준점을 띄워 해당 부분을 강조, 정확하고 빠른 조준에 도움을 주는 에임 포인트 기능, 그리고 30분 ~ 90분 단위로 설정 가능한 시계를 화면 원하는 곳에 띄우는 타이머 기능 등, 최근 대부분의 게이밍 모니터에서 지원하는 부가기능도 제공한다.
입력지연과 화면 갈라짐 동시에 방지하는 AMD 프리싱크 지원
하지만 에이수스 MG279Q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신 기능은 역시 AMD 프리싱크(FreeSync) 기능일 것이다. 이는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에서 출력하는 화면의 프레임과 모니터의 주사율 수치가 어긋날 때 발생하는 화면 갈라짐, 즉 테어링(tearing) 현상을 억제한다. 테어링 현상이 일어나면 눈에 거슬릴 뿐 아니라 잔상도 심해져 불편하다.
테어링 현상을 억제하는 기술로는 이미 현재 대부분의 게임에서 지원하는 '수직 동기화(Vertical Synchronization, V-Sync)가 있긴 했다. 이는 GPU의 성능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 초당 프레임을 모니터 주사율에 고정시키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모니터 주사율이 60Hz인 상태에서 수직 동기화를 활성화하면 화면 프레임 역시 60프레임으로 고정된다.
다만, 이렇게 하면 테어링 현상은 막을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급격하게 프레임이 요동을 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GPU가 초당 60프레임을 꾸준하게 낼 수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없지만, 순간적으로 40~50 프레임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면, 수직 동기화 상태에선 화면 프레임이 갑자기 초당 30프레임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60프레임으로 높이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상태라면 움직임이 뚝뚝 끊길 뿐 아니라 키보드나 마우스의 입력 지연 형상도 나타난다. 그래서 상당수 게이머들은 테어링 현상이 나타나더라도 수직동기화를 켜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리싱크 기능을 이용할 경우, GPU의 프레임에 따라 모니터의 주사율도 실시간으로 계속 전환된다. 화면 프레임이 60~80프레임 사이에서 변동이 심할 경우, 모니터 주사율 역시 60~80Hz 사이로 계속 변동하는 식이다. 덕분에 수직 동기화를 켜지 않고도 테어링 없는 화면을 볼 수 있다.
프리싱크 기능을 쓰려면 이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나 APU(CPU와 GPU의 통합 프로세서), 그리고 모니터가 필요하다. 2015년 6월 현재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7 260 이상의 AMD 그래픽카드, 그리고 A6-7400K 이상의 AMD APU다. 향후 출시될 AMD의 그래픽카드 및 APU들은 대부분 프리싱크를 지원할 것이다. 프리싱크 지원 모니터 역시 에이수스 MG279Q외에 삼성전자, LG전자, 그리고 벤큐 등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출시되었거나 출시될 예정이다.
직접 체험해 본 프리싱크의 효과
이번 리뷰에서 에이수스 MG279Q와 함께 이용한 PC에는 A10-7870K APU(고다바리) 역시 프리싱크를 지원하는 라데온 R7 GPU를 내장한 통합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별도의 그래픽 카드 없이도 제법 우수한 게임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순히 지원하는 모니터와 PC를 연결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프리싱크 기능이 활성화되는 건 아니다. 모니터의 설정 메뉴, 그리고 PC의 카탈리스트 제어판에 있는 등록정보(디지털 평면패널)의 프리싱크 기능을 활성화 해야 한다. 그리고 카탈리스트의 3D응용프로그램 설정에서 수직 재생 대기 항목도 '항상 끔'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프리싱크를 활성화한 상태에서 몇 가지 게임을 구동해보니 효과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테어링 현상이 눈에 띄지 않았으며, 수직 동기화 상태라면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프레임 변화나 입력 지연도 느껴지지 않았다. 화면 프레임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와 모니터의 설정 메뉴에서 확인해보니 화면 프레임이 60~90 프레임 사이에서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도 모니터의 주사율 역시 동일한 수치로 동기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MD 프리싱크 자체는 확실히 쓸만한 기능이다.
다만,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프리싱크 기능은 모니터 주사율 35~90Hz 사이 구간에서만 활성화되기 때문에 초당 90프레임을 넘는 성능을 발휘하는 고성능 GPU, 혹은 저사양 게임을 이용할 때는 테어링 현상이 조금씩 발생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직 동기화를 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프리싱크 기능은 현재 AMD의 그래픽카드와 APU에서만 쓸 수 있으며, 반드시 DP를 통해(HDMI나 DVI 연결 시에는 프리싱크 비활성화) 모니터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재주 많고 성능도 좋지만 가격은 부담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에이수스 MG279Q는 여러모로 제주가 많은 게이밍 모니터다. 정작 중요한 부품에는 원가 절감을 하면서 몇 가지 잡다한 기능만 넣어 게이밍 모니터임을 주장하는 몇몇 제품과는 다르다. 기본기(IPS 패널, WQHD 해상도, 144Hz 주사율, 다기능 스탠드 등)가 높은 수준이면서 여기에 게임에 관련한 부가 기능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AMD 프리싱크와 같은 최신 기술도 갖추고 있어 향후의 IT 환경 변화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다만, 관건이라면 역시 가격이다. 에이수스 MG279Q의 2015년 6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는 90만원에 달한다. 성능과 품질 자체는 인정할 만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권하기는 어려운 매니아 취향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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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