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집중력 강화에는 색칠보다 점잇기 - < 점잇기&컬러링북 > 시리즈
[IT동아 이문규 기자]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에 최근 들어 서점가에 이른 바 '색칠공부' 책 열풍이 불었다. 복잡한 문양을 하나하나 색칠해 최종 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고, 스트레스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힐링의 기회로 삼고있다. 이 책들 덕분에 색연필 판매량도 덩달아 대폭 상승했다.
색칠공부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그림 그리기 책이 발간되어 '안티 스트레스'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최근 영진닷컴에서 내놓은 <점잇기&컬러링북> 시리즈는 색칠공부 장르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그리기 경험을 선사한다. 어렸을 적 한번은 그려봤을 '점이어 그리기'다. 숫자가 붙어 있는 점을 하나씩 직선으로 연결해 그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 점의 개수가 무려 1,000개다. 그리고 완성된 그림은 점잇기 그림의 혁명이라 할 만큼 독창적이고 아름답다.
이 책 시리즈는 총 4종으로 구성되어, '인물', '도시', '동물', '명화'의 주제로 각 20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색칠공부 책처럼 색감에 대한 감각이 없어도, 그림 그리기에는 애당초 조금의 소질이 없어도 이 책은 편안하게 그림을 아무 생각 없이 '이어' 그릴 수 있다.
첫 장을 열면 '이게 도대체 그림이 되나' 싶을 정도로, 깨알 같은 숫자와 점 1,000개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 시작점인 1번 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마음을 가다듬고 1번부터 출발해 선을 잇는다. 모두 직선이니 10센티 자가 반드시 필요하겠다. 그래도 덜 헛갈리도록 숫자를 친절하게도 100 단위마다 색상을 달리 표시해뒀다. 절반인 500번 점을 이어도 무슨 그림인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론 맨 뒷 장에 완성된 그림이 실려 있지만, 가급적 이를 참고하지 않는 게 좋다. 서서히 완성되는 윤곽을 보며 그림을 유추하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점 잇기 그림이라 1번부터 1000번까지 선이 끊기지 않는다. 한붓 그리기 인 셈이다. 그리기 책이라 판형이 크긴 하지만, 선을 따라 그리기에 용이하도록 각 장을 깔끔하게 뜯어낼 수 있도록 했다. 자녀가 열심히 그린 그림이라면 각 장씩 떼어 (표구까지는 필요 없지만) 자녀방 벽에 붙여 놓기 좋다. 참고로 숫자를 따라 점을 잇다가 자칫 틀린 숫자를 이었다 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원래 숫자를 찾아 이으면 된다. 전체 그림에 거의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점잇기 그림이 다른 색칠공부보다 한결 수월하게 느껴지는 건 소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색칠공부 책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려면 며칠은 꼬박 작업해야 하지만, 점잇기 그림은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집중하면 1시간 즈음이면 완성한다. 결과를 빨리 볼 수 있으니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다(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색칠 작업이 완성 후 성취감은 더 클 수 있다). 특히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 초등학생 자녀에게 적합한 듯하다. 실제로 필자의 초등4학년 자녀 역시 색칠공부 책을 이전에 접한 적있는데, 그림 테두리 정도만 색칠하고 이내 포기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에 반해 점잇기 책은 한 시간 남짓 그리면 구체적인 결과를 볼 수 있기에(그리고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기에), 색칠공부 책보다 오랜 시간 집중하며 점 그림을 그렸다. 이 책에 대한 한국집중력센터의 집중력 향상 효과 입증 자료가 아니더라도, 특히 자녀들의 집중력 지속 훈련에는 도움이 되리라 본다.
아울러 이 점잇기 책이 색칠공부 책보다 자녀들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이유는, 완성 그림이 구체적인 형상을 띄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오드리 햅번이나 마를린 먼로, 앨비스 프레슬리 등 유명인의 얼굴이나 세계적인 명화 작품, 세계 각지의 유명 도시 등을 직접 그려보며 그 특징을 익힐 수 있다(예를 들어,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대형예수상,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등).
1000번 점까지 선 잇기가 완료되면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그림 윤곽이 나타난다. 가까이서 보면 왠지 어설픈 듯한데, 1미터 정도 떨어져 보면 제법 근사한 그림으로 바뀐다. 삐죽빼죽한 직선 다발이 묘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오른다.
적어도 1000개의 점을 모두 잇는 한시간 정도는 정말이지 아무 생각, 걱정, 고민, 번뇌, 상념 없이 점 잇기 그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도 들여다 보지 않았다. 1000번째 점에 도달하는 순간 자랑할 것은 못 돼도 자그마한 보람과 뿌듯함도 느꼈다. 그림을 그림으로써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안정이 이런 거라면, 지금부터 4권 80여 개의 점잇기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보려 한다.
끝으로, 책 이름이 <점잇기&컬러링북>이라 점 잇기 그림책 외에 점 그림에 채색할 수 있는 컬러링북(색칠공부 유형)도 별책으로 제공된다. 허나 채색된 그림보다는 선으로만 그린 점 그림이 왠지 더 강한 끌림을 준다.
<사진 제공: 영진닷컴>
저자: 토마스 패빗 (Thomas Pavitte, 뉴질랜드)
출판사: 영진닷컴 (도서
정보)
분량: 점잇기 48쪽, 컬러링북 48쪽
발행일: 2015년 6월 8일
가격: 각권 12,000원 (컬러링북 포함)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