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체험, 남미 삶의 현장 < 19금 남미 >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이문규 기자] 솔직히 까놓고 말해, 제목 보고 시선과 관심이 쏠렸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19금'의 남미 여행기라... 책 표지의 빨간색 '19금'이 유독 강렬하게 눈에 들어온다. <19금 남미>에는 두 여행자(여행자라기 보다 두 '체험자')가 여행이라 하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인 35,000 시간 동안 남미에 머물며 몸소 겪고 느끼고 깨닫고 고생한 남미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금 남미> 표지
<19금 남미> 표지

여행기라 하면 흔히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은 광경을 즐기는 모습을 기록하는데, <19금 남미>에는 남녀 주인공 각자가 남미 콜롬비아를 비롯해 쿠바,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을 돌며, 열악하고 위험한 현지 환경에 적응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소설처럼 그려진다. 남미를 여행하라는 건지 절대 가면 안 된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조금은 불친절하지만 대단히 흥미롭고 독특한 여행기다.

두 남녀 저자는 나름의 이유와 목적을 안고 각각 남미행 비행기에 오른다. 우선 '그 남자(신종협)'는 락스타의 꿈에서 깨어나 한국에서의 씁쓸한 현실을 뒤로하고 남미 여러 나라를 돌며 현지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크고 작은 절도 사고를 비롯해 동양인(특히 중국인)에 대한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남미 각 나라의 그늘진 모습을 몸소 경험했다. 우리로서는 그저 끔찍할 만큼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도 천진스럽게, 그리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페루 아이들의 미소를 그 남자는 가슴에 새겼다.

그 남자는 또한 볼리비아에서 야생 퓨마 '리슈'를 돌보는 봉사활동도 한다. 75kg에 달하는 야생 퓨마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 층에 군림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 즈음 되면 그 남자의 남미 생활은 이미 달콤한 여행이 아니라 생사의 기로다. 단 한번의 움직임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야생 맹수와 목숨을 건 교감을 나누면서 그 남자는 서서히 리슈에, 볼리비아에, 그리고 남미에 조금 더 애착을 갖고 다가가게 된다. 그 남자는 리슈와 헤어지면서 '다시 올게'라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 과연 지킬 수 있을까?

볼리비아에서 만난 야생 퓨마
'리슈'
볼리비아에서 만난 야생 퓨마 '리슈'

한편 그 여자(한가옥)는 그 남자와 달리, 콜롬비아 한 곳에만 머문다. 남미가 정확히 어디 붙어 있는 대륙인지로 잘 몰랐던 그 여자는, 우연한 기회에 콜롬비아 현지에서 호스텔을 운영하게 된다. 그렇게 3년 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콜롬비아에서 어떻게든 정착하려 발버둥 치는 처절한 모습이 담겨 있다. 낯선 곳, 낯선 장소, 낯선 이들과 마주 하면서, 콜롬비아 현 시국의 맹점과 신변을 위협하는 강력 범죄, 믿었던 이들의 배신 등 지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 그래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절망적 상황에 용기 있게 맞선다. 과거 수녀원 부지에 지은 건물이라 죽은 수녀 귀신이 떠돈다는 소문이 도는 그 여자의 호스텔 '노베나'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 여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커피향이 은은히 깔려 있는 콜롬비아 허름한 동네의 어느 길모퉁이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꽃과 미녀의 도시로 유명한 콜롬비아
메데진
꽃과 미녀의 도시로 유명한 콜롬비아 메데진

이렇듯 두 여행자의 진솔하고 생생한 현지 기록이 담긴 이 책 제목에 '19금'이 들어간 건, 남미 문화의 특성과 성문화/성의식, 국민성 등이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달라, 읽는 이에 따라서는 이를 저자의 기록 의도와는 다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물론 이 책을 19세 이상만 구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미에서는 일상이 된 범죄, 폭력, 마약, 섹스, 매춘이 난무하는 현지의 민낯을 온전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독자라야 두 저자의 체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두 저자는 이 남미 여행을 통해 처절하고 혹독한 기억을 새겼다. 하지만, 둘은 하나 같이 남미의 오염 되지 않은 대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마음의 상처를 얻었어도 끈끈한 인간미를 보였던 남미인들에 대한 애정을 숨김 없이 표현하고 있다. 아울러 여행담을 풀어 내는 두 저자의 필력 또한 범상치 않아서, 두 편의 옴니버스형 기행소설을 읽은 듯하다. 책 중간중간 들어 있는 남미 현지의 아름다운 사진은 읽는 재미에 보는 맛을 더한다.

콜롬비아 남부 타타코아 사막
콜롬비아 남부 타타코아 사막

또한 저자 개인의 이야기 외에도 남미 각국의 현 정세와 간단한 역사, 습성이나 성향 등도 언급하고 있어 남미 이해에 도움이 된다. 여담으로, 이 책을 읽으며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남미 각 국의 위치와 도시 형태를 하나하나 참고 했다.

결론적으로, <19금 남미>는 서점에 빼곡히 꽂혀 있는 그런 흔해빠진 힐링 여행기가 아니다.

저자: 신종협, 한가옥
출판사: 지콜론북 (도서 정보)
분량: 276쪽
발행일: 2015년 5월 19일
가격: 14,500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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