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시작은 IBM의 반자동 타자기에서, 워드 프로세서

이상우 lswoo@itdonga.com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워드프로세서(word processor)는 문서를 작성, 편집, 저장 및 인쇄할 때 사용하는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칭하는데, 새 문서를 만들 때뿐 아니라 기존 문서를 불러와 내용을 확인하거나 수정할 때도 쓰이기 때문에, 문서를 주고받을 일이 많은 현대 업무 환경에서는 컴퓨터에 반드시 하나 이상의 워드프로세서가 설치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와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이하 한글)'이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로 꼽힌다.

문서편집기와의 차이

워드프로세서는 문서편집기(text editor)와 다르다. 문서편집기도 문서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워드프로세서에 비해 기능에 제한이 많다. 예를 들어 글자를 입력하거나 수정할 수는 있어도 글자크기, 폰트, 글자색깔 등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웹문서용 소스 코드를 입력할 수 있는 일반 텍스트(plain text) 파일로 저장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또 어떤 문서편집기에서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호환성이 높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문서를 작성할 때도 많이 쓰인다. 문서편집기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메모장(Notepad)이나 매킨토시운영체제의 텍스트에디트(Text Edit)처럼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만, IDM사의 울트라에디트(UltraEdit)처럼 기능을 강화해 유료로 판매되기도 한다.

문서편집기
문서편집기

<문서편집기. 워드프로세서에 비해 문서 작성의 기능이 제한되어 있으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또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문서를 작성할 때주로 활용된다>

워드프로세서
워드프로세서

<대표적인 워드프로세서, MS워드의 편집창 모습. 편집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호환성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반면 워드프로세서는 문서편집기보다 다양한 기능을 자랑한다. 글자크기, 폰트, 글자색깔 등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지를 삽입하거나 도표를 넣어 문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워드프로세서에 따라 사전 기능, 문법 교정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워드프로세서간 호환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한글로 작성된 파일(.hwp)을 MS워드에서 제대로 불러오지 못하거나MS워드로 작성된 파일(.doc)을 한글에서 불러오지 못했다.

물론 이 경우는 변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되지만, 주석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여백에 변화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여러 개의 워드프로세서를 동시에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 왔다. 그러나 최근 개방형 문서 표준이 대세가 되면서 워드프로세서간 호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추세다. 2010년 한글과컴퓨터도 21년간 지켜왔던 파일 형식을 공개하면서 개방화에 동참했다.

워드프로세서의 역사

원래 워드프로세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아닌 반자동 타자기를 뜻하는 말이다. 1964년, IBM은 마그네틱 테이프를 저장장치로 탑재한 셀렉트릭(selectric) 타자기를 출시하며 이를 '워드 프로세싱 머신(word processingmachine)'이라고 불렀다. 마그네틱 테이프는 타자기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반영구적 저장장치로, 제한적이긴 하지만 내용을 수정 및 편집해서 다시 인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당시 문서를 작성하다가 오타가 발생하면 수정 테이프를 문서 위에 덧대거나 문서를 새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인 해결책이었기 때문에, 간단하게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이 타자기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내용을 수정 및 편집할 수 있는 반자동 타자기들이 속속 등장했고, 이들을 기존 타자기와 구분하기 위해 워드프로세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셀렉트릭 타자기
셀렉트릭 타자기

<워드 프로세싱 머신. IBM이 1964년출시한 마그네틱 테이프를 저장장치로 탑재한 셀렉트릭 타자기.워드 프로세서는 하드웨어로 시작해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소프트웨어 형태로 진화한다>

워드스타
워드스타

<워드스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최초의 소프트웨어 형 워드프로세서>

이후 컴퓨터가 타자기의 자리를 대체하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형태의 워드프로세서가 등장했다. 1976년에는 최초의 컴퓨터용 워드프로세서 '일렉트릭 펜슬(Electric Pencil)'이 등장했으며, 1979년에는 '워드스타(Wordstar)'가 소프트웨어 형태의 워드프로세서로서는 최초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특히 1982년 출시된 도스(DOS) 운영체제용 워드스타 3.0 버전은 시장을 거의 장악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등장하는 다른 워드프로세서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98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MS워드를 첫 출시했다. 도스 운영체제용으로 출시된 이 워드프로세서는 당시 대세였던 '워드퍼펙트(WordPerfect)'에 밀려 고전했지만, 윈도우 운영체제로 넘어오면서 점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현재 MS워드의 전세계 사용자는 약 5억명으로 추산된다.

아래아한글 VS MS워드

한글97
한글97

<한글 97. 성능과 안정성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토종 워드프로세서들이 강세를 보였다. 최초의 독자 개발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1988년 한컴퓨터연구소에서 개발한 '한글2000'이다. 이전에도 삼보컴퓨터의 '보석글(1985년)'과 같은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있었으나, 이들은 외국 소프트웨어의 기능 일부를 수정하여 한글화 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1989년에는 이찬진을 중심으로 뭉친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출신의 개발자들이 개발한 한글(아래아한글) 1.0이 출시되었다. 한글 1.0은 한컴퓨터연구소의 한글 2000을 참고로 하여 개발된 것이지만 당시 고어를 포함한 한글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는 한글 1.0이 유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후 이찬진은 '한글과컴퓨터'사를 설립했으며, 완성도를 높인 새로운 한글 버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토종 워드프로세서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한글97'은 많은 사람들에게 성능이나 안정성 부분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 1988년 삼성도 '훈민정음'이라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지만 시장에 안착하지는 못하고, 현재 삼성 및 계열사에서만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MS워드와 한글이 양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은 MS워드가 압도적으로 높다. 2014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의 국내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MS 워드가 8, 아래아한글이 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MS 오피스 제품군(MS, 액셀, 파워포인트 등)은 문서 표준을 공개하여 어떠한 워드프로세서 및 문서 편집기에서도 읽고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유연한 호환성으로 MS워드는 일반 사용자 쪽에서, 표 작성이 많은 한국식 문서에 강한 한글은 관공서 쪽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협력업체나 공문서를 열람할 일이 많은 민간기업들은 MS워드와 한글 모두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 왔다(특히 유료 구매 비용이 문제다). 하지만 ODF(Open Document Format, 개방형 문서 표준)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워드프로세서간의 장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다만 ODF가 공공문서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기존에 한글로 작성된 문서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숙제로 남아 있다.

구글 독스
구글 독스

<구글 독스. 구글의 온라인 워드프로세서>

네이버 워드
네이버 워드

<네이버 워드>

참고로 MS워드나 한글, 훈민정음 등의 패키지 소프트웨어(컴퓨터에 설치, 사용하는 방식) 외에도 웹 브라우저만으로 문서를 작성, 편집, 저장할 수 있는 온라인 워드프로세서(네이버 워드, 구글 문서 등)나 무료로 내려 받아 설치, 사용할 수 있는 공개형 워드프로세서(오픈오피스 등)도 사용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단순 편집을 넘어 공유와 협업으로

2013년 이후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문서편집기도 클라우드와 하나가 됐다. 사용자의 PC 대신 클라우드 서버에서 문서편집기를 실행해 윈도, 리눅스, OS X, 안드로이드, iOS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문서편집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구글 독스의 성공(2013년 기준 실사용자만 1억 2,000만 명)으로 클라우드 문서편집기의 저력이 입증됨에 따라 MS 워드와 아래아한글 역시 클라우드 문서편집기 '오피스365'와 '넷피스'로 새로 태어나기에 이른다.

오피스365와 워드 2013
오피스365와 워드 2013

<클라우드 문서편집기인 오피스365(MS 워드 온라인, 위)와 기존 문서편집기 MS 워드 2013(아래). 클라우드 문서편집기의 문서편집 기능은 일반 문서편집기보다 떨어지지만, 대신 공유와 협업이라는 강력한 특징이 생겼다.>

클라우드 문서편집기의 가장 큰 특징은 공유와 협업이다. 생성한 문서를 PC 대신 클라우드 저장소에 보관해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다. 이 저장된 문서를 타인과 공유할 수 있고, 여러 사용자가 문서를 함께 작성할 수도 있다. 문서의 내용뿐만 아니라 문서가 처음부터 어떻게 변해왔는지 진행상황까지 모두 클라우드 서버에 보관된다. 문서 작성이 중간에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면, 그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문서편집기의 변화에 맞춰 개인과 기업의 문서작성 방식도 공유와 협업 위주로 변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용어로 보는 IT'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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