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 2015] 그들만의 '월드'였나? 진한 아쉬움 남긴 WIS 2015

강형석 redbk@itdonga.com

WIS 2015
WIS 2015

[IT동아 강형석 기자] 실망과 충격, 기자가 월드 IT 쇼 2015(이하 WIS 2015)를 보며 느낀 감정이다.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것이 국내 IT 산업의 현실일까? 그만큼 무기력했고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2015년 5월 2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나흘간 코엑스 A~C홀에서 개최되는 WIS 2015는 국내외 최신 ICT 대기업 및 스타트업을 한 자리에 모았다. 2008년, 국내 중소규모 관련 전시회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Connect Everything)'라는 주제로 총 421개 사, 1,421개 부스 규모로 운영된다.

당장 WIS 2015 홈페이지(www.worlditshow.co.kr)만 봐도 자동차와 TV, 드론, 웨어러블 등 모든 것이 연결된다고 홍보한다. 사물인터넷부터 핀테크, 스마트카 등 다양한 기술이 공개될 듯한 인상도 준다.

정말 그럴까? 5월 28일, 코엑스를 방문한 기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곳에 '기술'은 없었고 '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시장은 신기술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일부 전시장에서는 물건에 가격표를 붙여놓고 관람객 대상 판매에 열을 올렸다. 사람이 조금 몰려 있다 싶으면 대부분 상품을 팔기 위한 곳이었다. 돗떼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점은 다른 행사에서도 늘 있는 문제다. 큰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신기술이나 제품 공개에 많은 공을 들이지만 반대로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은 그럴 겨를이 없다. 행사장 내 부스(전시구역)를 임대하기 위한 비용을 판매로 어느 정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전시장인지 매장인지 알 수 없었던 부스들
전시장인지 매장인지 알 수 없었던 부스들

< 기술 전시장인지 시장인지 알 수 없는 모습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

일부 부스에는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담당자 없이 운영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일부 기관이나 포럼 전시장에는 안내자가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찾는 사람이 없으니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혹시 화장실을 간게 아닐까 싶어 기자가 약 30분 가량을 비어 있는 안내데스크 앞에서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담당자는 끝내 오지 않았다. 결국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안내 담당자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다. 일부 안내 담당자는 행사장 관련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가 3층에 자리한 미래부 전시장 안내창구에 다가가 해당 부스 및 참여업체 관련 정보를 요청하자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이 되돌아왔다.

이동 동선이나 전시장 배치도 아쉬움이 느껴진다. 삼성이나 LG, SKT, KT, 퀄컴 등 대기업 및 관련 정부 부서 기관(미래부, ETRI)은 3층 C홀에 배치하고 그 외 중소기업과 관련 지역 부서는 1층의 A. B홀에 배치한 점이 그렇다. 행사자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때문에 차분한 C홀과 대비될 정도로 A, B홀은 야시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월드 IT 쇼는 대한민국 IT 역사와 함께 하는 국내 최대 <마켓 플레이스>입니다'라는 홍보 문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라는 단어가 사전적으로 시장, 장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많은 인파가 몰린 삼성전자 전시장과 대조되는 전시장. 이 전시장은 삼성전자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많은 인파가 몰린 삼성전자 전시장과 대조되는 전시장. 이 전시장은 삼성전자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인파가 몰린 삼성전자와 달리 맞은편 전시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

여러 장르의 기술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이기에 관심의 불균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않나 싶다. 특히 C홀에서는 대기업과 정부 기관이 전시장 내 많은 면적을 차지하기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 부스는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실제 삼성전자 전시장 맞은편에 있는 전시장은 사람의 발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사전 검증을 거쳐 기술 전시회라는 취지에 맞는 기업을 추려 지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몇몇 부스 자리에 탄탄한 기술력을 지닌 중견기업이 배치된다면 적어도 3층까지 오르내릴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관람객이나 바이어도 차분히 신기술을 볼 수 있어 좋고 자연스레 WIS 자체의 경쟁력도 상승할 것이다.

행사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그 곳에 '월드'는 없었다. '월드(World)'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다. 차라리 '코리아 IT 쇼'라고 하는게 어울릴 듯 하다. WIS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시킬 것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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