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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의 세계] 오목을 밀어내는 게임, '퀵소'

안수영

퀵소 (1995)

퀵소 (1995) <출처: divedice.com>

학창 시절, 종이와 펜으로 즐길 수 있어 많이 했던 놀이 중 하나가 오목일 것이다. 오목은 간편하면서도 재미가 있어 전세계에서 플레이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보드게임으로도 출시됐다. 실제로 전세계에 출판된 보드게임들 중 오목과 유사한 게임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오목의 변형 게임 중, 가장 잘 만들어진 게임 중 하나가 바로 '퀵소'다.

고전 게임 틱택토

틱택토

틱택토 <출처: boardgamegeek.com>

오목(5목) 이전에는 3목이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 게임을 '틱택토(Tic-Tac-Toe)'라 부르는데, 쉽고 재미있어서 유아들을 위한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틱택토는 3X3칸을 가진 게임판을 만들고, 각자 동그라미 심볼(O)와 가위표 심볼(X)을 고른 뒤 번갈아 가며 심볼을 그리는 게임이다. 가로, 세로, 대각선 상관 없이 직선으로 자기 심볼 3개를 먼저 만들면 승리한다.

이 게임의 원형은 BC 1세기 로마 시대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일각에서는 1864년 영국에서 발행된 소설의 한 장면에 묘사된 게임을 현대의 틱택토 게임과 연결짓고 있다. 틱택토라는 게임 이름은 시간이 가는 소리, '똑딱(Tick Tack)'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심볼로 쓰이는 동그라미와 가위표(OX)의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틱택토 게임은 유아용 교육 게임으로 소개될 만큼 게임 규칙이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무승부가 자주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먼저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유리하며, 특히 중앙을 선점하면 높은 확률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틱택토

틱택토는 아이들이 하기 적합한 게임이라, 외국에서는 놀이터에서도 즐길 수 있다. <출처: boardgamegeek.com>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틱택토의 게임판을 크게 만들고 게임말을 더 추가한 4목, 5목이 생겨났다. 하지만, 플레이어들 간의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변형 게임이 제작됐다. 특히 일본은 큰 관심을 기울여 복잡한 오목 규칙들을 만들었으며, 이 규칙은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규칙이 복잡해지자, 대만의 한 교수는 훨씬 간단한 규칙의 6목을 만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틱택토를 변형한 게임이 출판됐다. 2013년 발매된 '틱택토 어택'은 틱택토의 규칙을 살린 카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상대방이 내려놓은 카드 위를 더 높은 숫자의 카드로 덮을 수 있어, 언제든지 전세 역전이 가능하다. 먼저 5점을 획득하면 이길 수 있는 승리 조건 때문에, 상대방이 한 줄을 완성하더라도 1점을 내줄 뿐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운영하게 된다.

틱택토 어택

틱택토 어택 (Tic Tac Toe Attack, 2013) <출처: divedice.com>

특히 중앙을 선점하는 부분을 전략적인 선택지로 만들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카드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아무 곳이나 연필로 표기하면 됐던 기존 틱택토 게임과 달리, 숫자에 따라 제한된 위치에 카드를 내려놓을 수 있어 치열한 자리 싸움이 벌어진다.

다만, 틱택토 어택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다. 국내에서 틱택토 스타일의 게임으로 유명한 게임은 단연 퀵소다.

게임 방법

퀵소는 게임판이 계속 변화하는 오목 게임이며, 2명 또는 4명이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 준비

게임 준비 <출처: divedice.com>

먼저, 게임판에 25개의 큐브를 빈칸인 면이 위로 가도록 놓는다. 각 플레이어들은 동그라미나 가위표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심볼로 삼는다. 게임판에 있는 자신의 심볼 5개가 가로, 세로, 대각선 등 직선을 이루면 승리한다.

이렇게 만들면 동그라미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이렇게 만들면 동그라미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출처: divedice.com>

자신의 차례가 되면 큐브 하나를 골라 심볼이 나오도록 뒤집으면 된다. 단, 게임판 가장자리에 위치한 큐브만 꺼낼 수 있다.

게임판 밖의 말만 꺼낼 수 있다.

게임판 밖의 말만 꺼낼 수 있다. <출처: divedice.com>

이렇게 큐브를 꺼내면 빈 자리가 생기는데, 한번 뽑은 큐브는 방금 뽑은 자리에 다시 놓을 수 없다. 대신, 다른 3방향에 위치한 큐브들을 밀어내며 내려놓아야 한다. 큐브를 꺼낸 빈 자리가 없어지도록 큐브를 가장자리로 밀어넣는 것이다.

큐브를 밀어 넣으면 게임판에 있는 큐브의 위치가 바뀌게 된다. 상대방의 큐브를 밀어 오목이 되는 것을 방해할 수 있고, 내 큐브를 밀어 오목을 만들 수도 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빈 큐브가 없어지며, 나중에는 자신의 큐브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게임의 후반에는 게임판 가장자리에 있는 내 큐브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퀵소는 4명이 즐길 수도 있다. 추상전략 게임을 여럿이 즐기는 것은 2인용으로 즐길 때보다 전략적인 성격이 퇴색해 잘 추천하지 않는데, 퀵소는 4명으로 즐길 때 더욱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것이 독특하다.

4인 플레이 시, 각 플레이어들은 2명씩 짝을 짓는다. 플레이어들은 같은 팀끼리 마주보도록 앉고,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게임을 한다. 자신의 차례에는 퀵소의 기본 규칙과 동일하게 가장자리에 있는 빈 칸의 큐브나 우리 팀 심볼의 큐브를 빼내고, 우리 팀에 유리한 위치로 큐브를 밀어 내려놓으면 된다.

4인 게임에서는 큐브의 점을 사용한다.

4인 게임에서는 큐브의 점을 사용한다. <출처: divedice.com>

팀 게임에서 특별한 부분은 큐브에 찍힌 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큐브를 자세히 살펴보면 동그라미와 가위표에 점이 하나 찍혀 있다. 자신의 팀 큐브를 뺄 때는 아무 것이나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앉아있는 방향으로 점이 찍혀 있는 큐브만 뺄 수 있다.

이 규칙 때문에 큐브를 넣을 때에도 같은 팀과 상의해 '누가 다음에 이 큐브를 움직일 수 있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 게임의 순서가 팀별 교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누가 큐브를 움직일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매력 때문에 퀵소는 팀 플레이가 빛을 발하는 게임이다.

한 줄을 만드는 게임들

틱택토의 게임 방식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이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심볼로 한 줄을 만드는 형태의 게임들은 다양하게 출판돼 왔다.

커넥트 포와 커넥트 포 스펀지밥

커넥트 포(Connect Four, 1974)와 커넥트 포 스펀지밥(Connect 4 SpongeBob Squarepants, 2008) <출처: divedice.com>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4목 게임, '커넥트 포'는 자신의 게임 말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법을 통해 틱택토를 입체적으로 바꾼 게임이다. 이 게임은 다양한 언어로 출판되며 30년이 넘도록 사랑 받았는데, 그 동안 이 게임 방식을 개량한 게임들이 다양하게 제작됐다.

예를 들면 3D 형태의 게임판으로 4층을 쌓으면 이기는 형태, 게임판의 위 아래를 바꿀 수 있는 형태, 특정한 칸을 막을 수 있는 형태, 게임 말을 날리는 형태 등 다양한 방식의 커넥트 포가 출시됐다. 이런 커넥트 포 게임들은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나 스폰지밥(SpongeBob Squarepants)과 같은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됐다.

메이크 파이브

메이크 파이브 (Make Five, 2008) <출처: divedice.com>

독일의 게임 제작사인 조흐(Zoch Verlag)에서 출판된 '메이크 파이브'는 2인용 게임으로, 각 플레이어들의 목표가 다르다. 한 사람은 상대방이 한 층에 같은 색 원반을 놓지 못하도록, 주머니에서 원반을 하나 뽑아 5칸 중에 한 곳에 놓아 굴린다. 다른 한 사람은 한 층에 같은 색 원반을 3개 이상 배치하기 위해 게임판에서 원하는 원반을 뽑아 굴린다.

한 층에 3개 이상의 같은 색 원반이 있다면 그 개수만큼 점수를 획득한다. 다음으로 서로의 역할을 바꿔서 플레이한다. 가장 점수를 많이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리하거나, 게임 중 누군가 5개의 똑같은 색깔의 원반을 한 층에 모으면 그 즉시 승리한다.

이 게임은 고저 차를 이용한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커넥트 포와 유사하지만, 중간의 원반을 임의로 뺄 수 있다는 것, 각 플레이어가 서로 다른 게임 목표를 가진다는 점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덕스 인 어 로우

덕스 인 어 로우 (Ducks in a Row, 2009) <출처: divedice.com>

2009년 발매된 '덕스 인 어 로우'는 퍼즐 게임 전문 제작사 씽크펀(Think Fun)에서 제작한 4목 게임이다. 각자 6개의 오리 말을 5X5 게임판 위에 놓고, 이 오리들을 한 마리씩 번갈아 움직여 4마리를 한 줄로 세우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오리는 다른 오리가 막고 있지 않다면 가로, 세로, 대각선 상관없이 직선으로 몇 칸이든 움직일 수 있다. 직선으로 움직이는 방식이 체스말 룩(Rook)을 떠오르게 해, 4목과 체스를 결합한 느낌이다.

시퀀스

시퀀스 (Sequence, 1982) <출처: boardgamegeek.com>

국내 보드게임 카페가 인기를 끌던 2000년대 초반에 잘 알려진 게임이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연속'을 뜻하는 말로도 쓰이는 '시퀀스'이다. 보드게임 '시퀀스'는 흔히 트럼프 카드로 알려진 플레잉 카드 2벌로 하는 게임이다.

시퀀스에는 10X10의 게임판이 있는데, 특수 카드 J를 제외한 100개의 카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게임은 카드를 5장씩 받고, 자기 차례에 카드를 1장 사용하고 카드더미에서 카드를 가져오면 된다. 카드를 사용하면 같은 그림이 그려진 칸에 게임 말을 두게 되는데, 넓은 게임판 어느 곳이든 한 줄 혹은 두 줄에 5개의 게임 말을 배치하면 승리한다.

이 게임은 팀플레이 게임이다. 팀원끼리 가급적 같은 줄을 만들 수 있게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술과 함께 즐기는 게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도라에몽 빙고팝

도라에몽 빙고팝 <출처: divedice.com>

이 게임은 도라에몽 캐릭터를 이용해 '도라에몽 빙고팝(2013)'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출시됐는데, 시퀀스와 게임 방식이 같은 듯하면서 사뭇 다르다. 다른 사람과 손에 있는 카드를 모두 교환하거나, 4개로 분할된 게임판을 회전시키는 등의 규칙이 있어, 게임 내내 혼란과 긴장이 공존한다.

게임 디자이너

퀵소의 게임 디자이너, 티에리 샤포

퀵소의 게임 디자이너, 티에리 샤포(Thierry Chapeau, 1969-)

프랑스인인 티에리 샤포는 보드게임 디자이너보다는 조형 예술가나 어린이 책 삽화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페닝겐 그래픽 아트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시의 장식미술학교에서 삽화를 전공했다. 그는 일본의 종이 연극을 프랑스 내에 유행시킨 칼리케팔 출판사를 통해 그림 연극에 큰 관심을 기울이게 돼, 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이벤트나 광고를 위한 그림을 그리거나, 보드게임을 출판하고, 쉬르멕 시 상상 축제(Festival Imaginaire)의 무대 장치를 만드는 등 다방면에서 거침없이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푸츠 디 부츠

잼으로 더러워진 돼지를 씻기는 게임, 푸츠 디 부츠.

보드게임 디자이너로서 그는 조흐, 지가믹(Gigamic), 드라이 마기어 쉬필(Drei Magier Spiele) 등의 출판사에 플레이하기 쉽고 상상력이 가득한 가족 게임들을 출판하고 있다. 퀵소 외에 그의 다른 보드게임들은 모두 '할리갈리'처럼 민첩성과 관찰력을 요구하는 실시간 게임이다. '스플래쉬 어택(Splash Attack, 2005)'과 '뢱(ROK, 2009)', '푸츠 디 우츠(Putz die Wutz, 2014)'가 그렇다. 다만 이 게임들은 크게 호평받지는 못했고, 퀵소가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다.

멋 부리기 좋은 게임

퀵소는 1995년 출판되자마자 멘사 셀렉트(Mensa Select 1995) 게임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추상 전략 게임 중에서도 오랜 기간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퀵소 또한 틱택토의 단점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특히 2인용일 때에는 더욱 아쉽다.

퀵소의 큐브는 25개로, 결국 누군가가 큐브 1개를 더 가져가게 된다. 보통은 시작 플레이어가 큐브 1개를 더 가져간다. 즉, 틱택토의 단점 중 하나인 시작 플레이어의 이점을 크게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퀵소 또한 다른 플레이어의 실수를 기다려야 할 만큼, 무승부는 아니나 대치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4인으로 플레이하면 이런 단점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퀵소의 매력이다. 초반에는 상대방을 압박해 빈 큐브가 아닌 자신의 큐브를 꺼내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큐브의 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초반을 이끌어가는 것이 좋지만, 상대방도 이 사실을 알고 있어 플레이가 녹록하지 않다.

내 큐브의 수를 늘리기 어렵다면, 내 큐브가 가장자리에 많이 오도록 해서 상대방이 움직일 수 있는 줄을 줄이고, 내 선택지를 늘릴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내 큐브로 게임판의 양 가장자리를 막아 상대방이 한 줄을 못 움직이게 하는 것도 좋다.

퀵소

최근 바뀐 퀵소의 이미지는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국내에서는 2종류 모두 판매되고 있다. <출처: divedice.com>

퀵소는 판매된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필승법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다. 매 차례마다 게임 전체가 변화하는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이런 구조는 다른 게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퀵소만의 장점이다.

나무로 된 구성물의 손맛과 함께 큐브를 밀어내는 느낌 또한 이 게임에서만 맛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커피 옆에 두기 좋은 게임'으로 퀵소를 추천하곤 한다.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원목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멋 부리며 만지는 풍경은 자못 심각하지만 도시적인 느낌을 풍기는 듯하다. 그 게임이 단순한 오목 형태의 게임이란 걸 알게 된다면, 그런 환상도 깨지겠지만 말이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권성현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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