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세계] 2014년 아이들을 흔든 게임, '흔들흔들 해적선'

안수영 syahn@itdonga.com

흔들흔들 해적선 (2012)
흔들흔들 해적선 (2012)

흔들흔들 해적선 (2012) <출처: divedice.com>

2013년부터 국내에도 다양한 완구형 보드게임이 출시되면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중 2014년에 TV 광고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게임이 바로 '흔들흔들 해적선'이다.

게임 방법

'흔들흔들 해적선'의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해적선을 조립하고, 파도 받침에 배를 올려놓는다. 각 플레이어들은 해적 펭귄 게임말을 인원수에 맞게 똑같이 나눠 갖는다. 그리고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해적 펭귄 게임말을 하나씩 배 위에 올려두면 된다. 펭귄 게임말은 원하는 대로 올려둘 수 있으며, 게임말이 배에서 굴러다니도록 눕히지만 않으면 된다.

펭귄을 눕혀서만 놓지 않으면 된다.
펭귄을 눕혀서만 놓지 않으면 된다.

펭귄을 눕혀서만 놓지 않으면 된다. <출처: divedice.com>

배 위에 펭귄을 올려 놓으면 무게 중심이 바뀌어 배가 휘청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해적선에 올라타는 펭귄이 많아질수록 흔들림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이렇게 펭귄들을 배에 태우다가, 해적 펭귄을 배 밖으로 떨어뜨리는 플레이어가 패배한다. 패배한 플레이어의 이전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하게 된다.

펭귄을 떨어뜨리게 되면 게임에서
패배한다.
펭귄을 떨어뜨리게 되면 게임에서 패배한다.

펭귄을 떨어뜨리게 되면 게임에서 패배한다. <출처: divedice.com>

'흔들흔들 해적선'은 배의 갑판, 돛, 망루 등 다양한 층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와 유사한 다른 게임들이 평면적인 게임판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다른 플레이어의 차례에 해적선이 크게 흔들리도록 망루에 게임 말을 놓는 등, 여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입체적인 게임판을 가진 다른 게임들은 인위적으로 게임판의 층을 나눈 경우가 많은데, '흔들흔들 해적선'은 실제 배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며 게임판의 층을 만들어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펭귄의 두건은 갈고리 모양으로 살짝 튀어 나와
있다.
펭귄의 두건은 갈고리 모양으로 살짝 튀어 나와 있다.

펭귄의 두건은 갈고리 모양으로 살짝 튀어 나와 있다. <출처: divedice.com>

해적 펭귄은 두건을 쓰고 있는데, 이 두건에 튀어나온 갈고리 부분을 이용하면 갑판이나 망루, 돛에 말을 걸어둘 수 있다. 이런 소소한 부분도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며, 몇 초에서 최대 5분 안에 게임이 끝날 만큼 게임의 속도도 빠르다. 5세 이상이면 누구나, 심지어 혼자서도 즐길 수 있어 2014년 가장 많이 판매된 신규 보드게임 중 하나가 됐다.

균형 게임

사실 이 덱스터리티(Dexterity, 손재주 혹은 민첩) 분류의 게임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젠가(1983)나 밤볼레오(Bamboleo, 1996) 등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흔들흔들 해적선'과 유사하거나 영향을 주었을 법한 '균형잡기 게임'들을 살펴보자.

리프래프 (Riff Raff,
2012)
리프래프 (Riff Raff, 2012)

리프래프 (Riff Raff, 2012) <출처: divedice.com>

2012년에 발매된 게임 중 '흔들흔들 해적선'과 유사한 게임이 있다. 바로 '리프래프'다. 독일의 가족 보드게임의 명가 조흐(Zoch)사에서 제작된 이 게임은 멋진 구성물로 순식간에 보드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나무 말과 배에 달린 추가 눈에
띈다.
다양한 나무 말과 배에 달린 추가 눈에 띈다.

다양한 나무 말과 배에 달린 추가 눈에 띈다. <출처: divedice.com>

나무로 조각된 돛과 배, 그 밑에 달려 있는 추, 게임 박스를 활용한 파도 이미지는 망망대해에서 거센 파도를 만나 배가 크게 흔들리는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이 게임 역시 균형 감각을 요구하는 게임이었는데, 다른 게임과 다른 특별한 점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이 게임에는 선원, 쥐, 나무판자, 보물상자, 화물, 호리병, 나룻배, 술통 등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게임말이 있다. 다양한 크기의 말은 무게를 가늠하기 어렵게 했고, 다양한 모양은 게임에 고민을 더했다. 호리병, 술통 동글동글한 물체는 굴러다닐 수 있었고, 이 동글동글한 물체를 고정해주는 나룻배, 배에 걸어둘 수 있는 선원, 상대적으로 올려놓기 쉬운 나무판자 등 말을 고르는 행동 또한 전략으로 삼았다. 둘째, 이 게임은 카드를 통해 누가 먼저 게임말을 올릴지 결정하는 규칙과 연속으로 게임말을 놓을 수 있는 규칙이 있다. 이 때문에 눈치 싸움이 종종 벌어졌다. 셋째, 게임말을 떨어뜨리면 게임에서 패배하는 기존 게임들과 달리, 떨어지는 물체를 손으로 잡아 게임에서 제거할 수 있는 규칙이 있다. 이에 배가 크게 흔들려 게임말들이 우수수 떨어지더라도 게임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이 게임은 보드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발매 당시 이 게임의 염가판으로 눈길을 모았다. 리프래프에서 무게 추에 의해 크게 흔들리는 배의 모습은 송곳 같은 막대기에 해적선을 올려놓는 방식으로 해결해 원가를 절감했다. 특히 모든 구성물이 목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흔들흔들 해적선'은 리프래프의 1/3 가격으로 거의 동일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발매된 펭귄 파일업(Penguin Pile-Up, 1996)의
독어판
2006년 발매된 펭귄 파일업(Penguin Pile-Up, 1996)의 독어판

2006년 발매된 펭귄 파일업(Penguin Pile-Up, 1996)의 독어판 <출처: boardgamegeek.com>

세계적인 장난감, 퍼즐, 보드게임 제작사인 라벤스부르거(Ravensburger)가 출시한 '펭귄 파일업'은 '흔들흔들 해적선'처럼 펭귄을 이용한 균형잡기 게임이다. '흔들흔들 해적선'에서 해적선을 송곳 같은 막대기 위에 올려두는 것처럼, 이 게임 또한 뾰족한 받침대 위에 빙산을 올려두고 게임을 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 26개의 펭귄을 나눠 받아 자기 차례에 하나씩 빙산에 두는데, 이런 식으로 모든 펭귄을 빙산 위에 올려두면 승리한다. 펭귄들이 빙산에서 우르르 미끄러지면 떨어진 펭귄들을 모두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펭귄을 놓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빙산에 펭귄을 놓을 수 있는 장소가 각기 달라, 어디에 펭귄을 놓을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펭귄 파일업과 펭귄
펭귄 파일업과 펭귄

펭귄 파일업과 펭귄 <출처: boardgamegeek.com>

국내에서도 익숙한 이 게임은 '흔들흔들 해적선'과 같은 게임 방식, 비슷한 게임 배경을 지녔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국내에서는 교육 도구로 많이 활용됐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1970년대 주요 보드게임 제작사인 밀튼 브래들리에서 출판된 '락 더 보트(Rock the boat, 배를 흔들어)'와도 유사하다. '흔들흔들 해적선'의 원제가 '돈 락 더 보트(Don't Rock the boat, 배를 흔들지 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게임들이 얼마나 유사한지 추리하기란 어렵지 않다. '배를 흔들어'와 '배를 흔들지 마'라는 제목은 의미가 상반되지만, 락 더 보트의 부제가 "…하지만 뒤집지 마(…but don't tip it over)"라서 실제 의미도 유사하다.

락 더 보트
락 더 보트

락 더 보트 (Rock the boat, 1978) <출처: boardgamegeek.com>

1970년대 유행했던 스머프 캐릭터를 이용하기도 했던 락 더 보트는 하나의 축에 배를 올려두고, 색이 표시된 룰렛을 돌려 같은 색깔의 갑판에 게임말을 올려두는 게임이었다. 마찬가지로 배가 뒤집어져 게임말이 떨어지면 탈락하는 방식이다. 다만 '흔들흔들 해적선'과 달리, 모든 게임 말을 배 위에 올리면 게임 말을 배에서 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주어진 게임 말을 모두 해적선 위에 올리는 것 자체가 도전이긴 하지만, 말을 모두 올린 뒤에는 특별한 규칙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 '흔들흔들 해적선'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락 더 보트의 규칙을 활용해 게임을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흔들흔들 해적선의 인기 비결

국내에서의 '흔들흔들 해적선'의 인기는 국내 유통사의 입장에서도 의외였다. 독일 어린이 보드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루핑루이(1992)'나 어린이 보드게임 시장을 겨냥해 기획·제작한 '코코너츠(2013)'와 어깨를 겨룰 정도의 인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 국내에 소개된 '흔들흔들 해적선'은 대형마트에서 주최하는 보드게임 행사에 사용하기 위한 프로모션 아이템에 불과했다.

완구형 게임의 대표작, 루핑루이와
코코너츠
완구형 게임의 대표작, 루핑루이와 코코너츠

완구형 게임의 대표작, 루핑루이와 코코너츠 <출처: divedice.com>

'흔들흔들 해적선'의 인기 비결에 대해 2가지 분석이 있다. 먼저 잘 만들어진 TV CF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그 어떤 보드게임보다 TV CF가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핑루이'나 '코코너츠' 또한 TV CF를 통해 장시간 홍보가 이루어졌지만, 이들 CF는 '흔들흔들 해적선'만큼의 인지도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루핑루이'나 '코코너츠'의 인기는 그간 쌓아온 명성이나 해외의 반응에 힘입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흔들흔들 해적선'의 TV CF 중 한
장면
'흔들흔들 해적선'의 TV CF 중 한 장면

'흔들흔들 해적선'의 TV CF 중 한 장면 <출처: divedice.com>

'흔들흔들 해적선'의 TV CF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의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됐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인 해적, 펭귄, 배 등이 게임에 반영된 상태에서 CF만 봐도 간단하게 게임 규칙을 알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두 번째 인기 비결은 저렴한 가격과 그에 비해 아름다운 구성물이다. 해외에서도 이 게임의 가격은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으며, 보기 좋은 구성물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일반적인 펭귄이 아닌 해적 펭귄이라는 점은 어른들에게도 크게 어필한다. 안대를 걸치고, 의족을 한 해적 펭귄은 이 게임의 매력 포인트다. 그리고 3개의 돛을 갖춘 해적선은 그 크기뿐만 아니라 모형마저 돋보여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러한 구성물을 제작했다는 부분에서 게임 제작사의 노고가 느껴지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흔들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보기만 해도 게임 방법을 알 수
있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보기만 해도 게임 방법을 알 수 있다.

'흔들흔들 해적선'은 보기만 해도 게임 방법을 알 수 있다. <출처: divedice.com>

'흔들흔들 해적선'만 봤다면 이 게임이 크게 끌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장점은 다른 게임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가격 대 성능비'다. 저렴한 가격으로 값비싼 독일 게임인 '리프 래프'와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가격보다 더 중요한 이 게임의 매력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도 모른 채 상자를 들고 부모님에게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면, 도대체 이 게임의 어떤 면이 아이들을 저렇게 설레게 하는지 궁금해진다. 펭귄이 귀여워서? 바다의 매력? 큰 배의 로망?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 게임을 같이 즐긴다면 그 동심을 엿볼 수 있을까?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권성현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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