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일상이 된 고화질 영상 - 풀 HD
[용어로 보는 IT 2015 개정판] TV나 모니터와 같은 영상 기기는 화면의 정밀도가 높을수록 화질이 우수하며 가격도 비싸다. 이러한 화면의 정밀한 정도는 화면해상도(display resolution)에 따라 결정되는데, 화면해상도란 화면을 구성하는 점, 즉 화소(畵素, pixel)가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테면 '1,280 x 720'의 해상도의 모니터라면 화면 전체에 가로 1,280줄, 세로 720줄의 화소가 배열되어 약 90만개의 화소가 화면 전체를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1,920 x 1,080' 해상도의 모니터가 있다면 약 200만개의 전체 화소를 가진 것이니 화면의 크기가 같다면 당연히 1,280 x 720 해상도의 모니터 보다 정밀한 화면을 볼 수 있다.
< HD(좌)와 SD(우) 화질을 비교한 그림, SD에 비해HD는화소수가 많아 보다 정밀한 화상을 표시할 수 있다 - 출처: (cc) Andreas-horn-Hornig at wikipedia>
영상 기기의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SD(Standard Definition: 표준 선명도)급', 'HD(High Definition: 고 선명도)급' 등의 용어는 해당 영상 기기가 갖추고 있는 해상도를 등급에 따라 나눈 것이다. 640 x 480이나 720 x 480의 해상도는 SD급이며, 1,280 x 720이나 1,920x1,080 해상도는 HD급에 해당한다.
비월주사와 순차주사
그런데 같은 해상도라도 화면을 출력하는 방식, 즉 주사(走査, scanning) 방식에 따라 2가지로 나뉜다. 예를 들면 1,920x1,080 해상도의 화면을 완벽하게 표시하기 위해서는 화면의 세로축에 총 1,080개의 주사선(走査線, scanning line)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 압축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고용량의 영상 데이터를 제대로 전송하지 못하거나 영상기기 제조기술의 미약으로 인해 화면에서 모든 해상도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비월주사(飛越走査, interlaced scanning) 방식이다,
이는 쉽게 말하면 해당 영상기기가 갖추고 있는 주사선의 2배에 해당하는 세로 해상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만약 사용하는 영상기기가 540개의 주사선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초당 60 프레임으로 구동되는 세로 1,080줄 해상도의 영상을 비월주사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1,080줄의 영상 신호를 각각 540줄씩 짝수 줄과 홀수 줄로 나눠 1초에 각각 30번씩 교차적으로 화면에 출력한다. 이렇게 짝수 수사선과 홀수 주사선에 해당하는 영상을 순간적으로 교차시켜 화면을 출력하면 사용자는 눈의 착각으로 인해 실제 세로 해상도보다 2배에 해당하는 영상을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비월주사 방식은 TV가 막 개발되기 시작했던 시기인 1920년대부터 쓰였으며, 아날로그 방식의 TV는 대부분 비월주사 방식이었다. 데이터 전송 기술 및 영상기기의 성능이 열악했던 당시의 사정에 적합했다. 하지만 화면이 약간 떨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다음에 설명할 순차주사 방식에 비해 아무래도 선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비월주사 방식은 TV에만 쓰이며, 사용자의 눈과 가까운 곳에 두어야 하는 PC용 모니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비월 주사(interlaced scanning, 왼쪽)와 순차 주사(progressive scanning, 오른쪽)>
위와 같은 비월주사 방식과 비교가 되는 것이 바로 순차주사(progressive scanning) 방식이다. 순차주사 방식은 주사선의 교차 없이 한 번에 짝수 줄과 홀수 줄을 동시에 출력하는 것이다. 때문에 화면의 떨림이 없으며, 화면 선명도 역시 같은 해상도의 비월주사 방식 영상에 비해 2배로 우수하다. 때문에 PC용 모니터는 모두 순차주사방식을 쓰며, TV 역시 디지털 방식의 제품이라면 순차주사 방식의 화면 표시를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같은 해상도의 비월주사 방식 영상에 비해 2배의 데이터량이 필요하며, 이를 표시하는 영상 기기 역시 2배에 해당하는 주사선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데이터 전송 기술 및 영상 표시 기술이 필요하다.
720p/1080i는 'HD', 1080p는 '풀 HD'
주사 방식에 따라 해상도의 표기 방법도 다르다. 비월 주사 방식의 영상은 세로 해상도의 표시 뒤에 interlaced(비월)의 약자인 'i'가 붙으며, 순차 주사 방식의 영상은 progressive(순차)의 약자인 'p'가 붙는다. 예를 들면 1,920 x 1,080 해상도의 경우, 비월 주사 방식은 '1080i'라고 표기하며, 순차 주사 방식은 '1080p'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업계에서 'HD급'으로 분류하는 해상도는 720p와 1080i, 그리고 1080p다. 그 중에서도 1080p는 완전한 형태의 HD 해상도를 감상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풀 HD(Full High Definition)급' 영상으로 따로 분류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풀 HD TV', 혹은 ‘풀 HD 모니터’라고 부르는 기기들은 1080p의 영상을 표시할 수 있는 기기라는 의미다.
디지털TV가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사이에는 1080i급 HD 제품이 TV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2005년을 전후해 1080p급 풀 HD 제품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풀 HD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할 무렵에는 이 단어가 기업에서 만든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워낙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에 2015년 현재는 공식 용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참고로,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영상 미디어들은 각각 해상도가 다르다. DVD의 경우 480p의 영상을 담고 있으며, 공중파 HD 디지털 방송의 경우 1080i로 전송된다. 그리고 블루레이(Blu-ray) 디스크는 1080p의 영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풀 HD TV나 풀 HD 모니터로 재생해야 최적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때문에 DVD나 공중파 HD 디지털 방송만을 시청하는 경우에는 풀 HD TV가 그다지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풀 HD TV는 HD TV에 비해 해상도의 우위 외에도 각종 화질 보정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 제품이 많은데, 이 경우에는 1080p 영상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HD TV에 비해 좀더 나은 화질을 기대할 수 있다.
풀 HD의 뒤를 이어 시장에 정착하고 있는 4K(UHD) 해상도 규격
풀 HD는 등장 이후 고화질 규격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해 이보다 한층 높은 선명도를 갖춘 초고해상도 영상기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48 x 1.080 해상도의 2K 규격, 2,160 x 1,440 해상도의 QHD 규격, 2,560 x 1,440 해상도의 WQHD 규격, 그리고 4,000 x 2,000 해상도 남짓의 4K 규격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2015년 현재, 시장에서 4K 규격이라고 칭하는 해상도는 주로 3,840 x 2,160과 4,096 x 2,160의 2가지를 가리킨다. 전자는 주로 가정용 TV에서, 후자는 극장 영화 상영용으로 주로 이용한다. 다만, 이 때문에 용어 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3,840 x 2,160는 업체에 따라 4K나 QFHD, UD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곤 했는데, 2012년부터 CEA(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 미국소비자가전협회)에서 'UHD(Ultra High Definition, 울트라HD)'라는 이름으로 이 해상도를 부를 것을 업체들에게 제의했다. 이후 3,840 x 2,160 해상도는 UHD(간혹 업체에 따라서는 4K UHD) 규격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정착되는 추세다. UHD급 TV나 모니터가 점차 풀 HD급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의 '용어로 보는 IT' 코너에도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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