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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의 세계] 새로운 게임 형식을 제시하다, '도미니언'

안수영

도미니언 (2008)

도미니언 (2008) <출처: divedice.com>

왕이 죽고 힘의 균형이 무너진 가운데, 다음 왕이 되고자 하는 야심가들이 모여든다. 당신은 그 중 하나가 되어 힘과 지혜를 증명해 왕이 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땅을 넓히고, 필요하다면 군사를 불리고, 자신의 세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적인 보드게임들이 자신의 세력을 게임판의 영역과 그를 대체하는 상징물로 표현했다면, 도미니언은 그 모든 요소를 카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장르의 탄생

보통 '카드 게임'이라 하면 트릭 테이킹(Trick Taking) 장르나 수집 카드 게임(Collectible Card Game, 이하 CCG) 장르를 떠올린다. CCG 장르는 덱에 사용될 카드를 직접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들과의 거래를 통해 카드를 얻고, 게임 전에 미리 덱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 게임을 한다. 덱을 준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상대방과의 대전을 통해 자신의 덱을 시험하고 개선할 수 있다.

2009년 등장한 도미니언은 이 CCG 장르에서 카드덱을 준비하는 부분을 게임으로 구성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바로 덱 빌딩(Deck Building) 장르다. 덱 빌딩은 일반적인 다른 게임들이 한정된 카드 덱을 활용해 전략을 짜는 것과 달리, 덱 그 자체를 만드는 게임 구조(Game Mechanics)다.

때문에 덱 빌딩 시스템을 가진 게임들은 게임 시작 전 미리 정해진 카드를 사용해 다른 카드를 획득하면서 점차 자신의 카드 더미를 늘려간다. 대개 이 장르의 게임들은 처음 시작하는 카드로 '돈'을 가지며, 이 '돈'을 이용해 다른 카드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구매한 카드는 처음에 가졌던 카드보다 더 좋은 효율을 보인다.

손에 카드가 없을 때는 버려두었던 카드 더미를 섞어 새롭게 덱을 만들고 여기서 새롭게 카드를 뽑을 수 있다. 때문에 시작 카드와 구매한 카드는 계속 순환한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효율적인 패를 얻을 수 있도록 카드 더미에 카드를 계속 추가한다. 이렇게 추가한 카드들은 이후 게임 플레이를 위한 '엔진'이 된다.

원하는 카드를 구매해 카드 더미를 불려 나간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원하는 카드를 구매해 카드 더미를 불려 나간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출처: divedice.com>

도미니언은 이렇게 '덱 빌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자신의 카드 더미를 왕국으로 표현하며, 필요한 카드를 구매하고, 승점 카드를 구매해 오는 방식은 이 장르의 표준이 됐다.

2009년 이후 도미니언에 영향을 받아 '어센션(Ascension, 2010)'과 '룬 에이지(2011)', '스타랠름즈(Star Realms, 2014)' 등 같은 장르의 좋은 게임들이 출시됐다. 이 게임들은 도미니언만큼의 인기를 누렸지만, 여전히 이 장르의 대표적인 게임은 도미니언이다.

잘그락 왕국 (2014)

덱 빌딩의 영역을 확장시킨 게임 중 하나인, 잘그락 왕국 (2014) <출처: divedice.com>

2014년에는 덱 빌딩의 개념을 확장하는 게임인 '잘그락 왕국', '오를레앙(Orleans, 2014)', '하이퍼보리아(Hyperborea, 2014)'가 발매됐다. 이 게임들은 카드 대신 큐브나 토큰을 주머니에서 뽑는 방식을 택해 '파우치 빌딩(Pouch Building)'이라 불리기도 했다. 전세계 유명 보드게임 데이터베이스인 보드게임 긱에서는 공식적으로 덱 빌딩과 함께 풀 빌딩(Pool building)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게임 방법

도미니언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제치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는 게임이다. 왕이 되려면 힘을 길러야 하고, 힘을 키우려면 효율적인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어떤 카드를 모을지 고민하는 것이 이 게임의 전략이자 재미 요소다.

도미니언에는 다양한 카드 속성이 있다. 재물, 승점(사유지, 공작령, 속주 등), 왕국(액션, 반응 등), 저주 카드 등이다.

게임을 시작하려면 먼저 카드들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25종의 왕국 카드 중 10종을 골라 중앙에 놓고, 재물과 승점 카드를 분류해 중앙에 놓는다. 이렇게 카드 더미를 놓은 영역을 '공급처'라 부른다. 필요에 따라 공급처에 저주 카드를 놓는다. 나머지 구성물은 박스에 넣어 게임에서 제외한다.

게임 준비

게임 준비 <출처: divedice.com>

각 플레이어들은 각자 1의 재물 가치를 가지는 동 카드 7장과 승점 1점에 해당하는 사유지 카드 3장을 가져오고, 이걸 섞어서 자신의 앞에 둔다. 다음으로 이 카드 더미에서 5장의 카드를 뽑아 손에 들고 게임을 시작한다.

시작 플레이어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차례를 가진다. 차례에는 액션, 구입, 정리 단계를 거친다. 이를 ABCD (Action - Buy - Clear - Draw) 순서로 표현하기도 한다.

차례에는 순서대로 3단계를 진행한다.

차례에는 순서대로 3단계를 진행한다. <출처: divedice.com>

첫째, 액션 단계에서는 액션 카드를 1회 사용할 수 있다. 액션 카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각 카드마다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덱에서 카드를 더 가져올 수 있게 해주거나, 1회로 제한된 액션 사용 기회를 더 추가하거나, 1회로 제한된 구매 가능 횟수를 추가해 주는 것 등이 있다. 덱의 카드를 확인하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액션 카드가 있고, 자신의 덱에서 필요 없는 카드를 영구히 제거하는 액션 카드도 있다.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액션 카드가 없기 때문에 이 단계를 생략한다.

액션 카드의 능력

액션 카드의 능력 <출처: divedice.com>

둘째, 구입 단계에서는 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 손에 있는 재물 카드를 이용해 값을 지불하며, 공급처에 있는 카드를 1장 구입하면 된다. 액션 단계와 마찬가지로 1회 구매가 가능하나, 앞서 실행했던 액션의 내용에 따라 구매력이나 구매 횟수에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카드를 구매할 때는 사용 가능한 모든 재화를 사용할 수 있지만, 모두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카드 구입하기

카드 구입하기 <출처: divedice.com>

셋째, 정리 단계에서는 액션 단계와 구입 단계에서 사용한 카드와 구매했거나 획득한 모든 카드를 카드 윗면이 보이도록 모아 '카드 버리는 더미'를 만들어 둔다. 이렇게 모아 놓은 카드 더미에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카드와 새로 얻은 카드들이 들어 있게 된다. 이것들은 게임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새로운 덱을 만들 때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카드를 뽑는다. 현재 가지고 있는 덱에서 카드를 5장 뽑아 손으로 가져오고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넘기면 된다. 덱에서 카드를 뽑다가 카드가 바닥나면 '카드 버리는 더미'를 이용한다. 여기에 버려두었던 카드들을 모두 섞어 다시 덱을 만든 뒤 사용한다.

카드 정리하기

카드 정리하기 <출처: divedice.com>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게임은 공급처에서 3종류의 카드 더미가 떨어지거나, 속주 카드가 모두 떨어지면 종료된다. 가장 많은 승점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한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다른 플레이어보다 효율적이고 강한 덱을 만들어야 하고, 비효율적인 요소는 덱에서 제거해야 한다. 재물 카드를 이용해 승점이 높은 카드를 가져오고, 도움이 되지 않는 카드는 버리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도미니언 시리즈

명작 게임의 기준은 아니더라도, 확장이 많이 나온 게임들은 대체로 인기가 좋았던 게임이다. 도미니언은 지금까지 무려 8개의 확장이 나왔고,마지막일 것으로 예상되던 확장 '길드를 위하여' 이후에 '어드벤쳐'라는 추가 확장이 새롭게 예정돼 9개의 확장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미니언의 작가는 "아마 이것이 마지막이겠지만, 반응이 좋으면 또 나올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선 그 확장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도미니언: 장막 뒤의 사람들 (2009)

도미니언: 장막 뒤의 사람들 (2009) <출처: divedice.com>

도미니언 본판은 큰 인기를 끌었고, 이전에 보드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높았다. 하지만, 게임을 많이 해본 사람들에게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점이 있었다. 그것은 게임 참가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또한 승점이 승리 조건 외에는 게임 중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므로, 초반에 야금야금 승점을 얻거나 낮은 승점 카드를 많이 사는 경우에는 덱 관리가 곤란했다. 그런 이유로 게임의 초중반에는 덱 효율만 빨리 올리고 후반에는 승점을 몰아서 사는 플레이가 반복됐고, 결국 게임이 단조로워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서 나온 것이 '장막 뒤의 사람들'이다. 이 확장에는 상대의 패를 꼬아버리는 카드들이 추가됐고, 공격 카드의 강력함과 효용성은 이전보다 더 강화됐다. 승점 카드에 재화나 액션, 특수 기능을 추가해 본판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방법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양해진 승점 카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된 '정찰병' 등의 카드로 새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정찰병과 다양해진 승점 카드들.

정찰병과 다양해진 승점 카드들. 정찰병은 덱에 있는 승점 카드를 찾아서 손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출처: divedice.com>

도미니언을 처음 하는 플레이어에게 '장막 뒤의 사람들'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게임에 대한 평가는 장막 뒤의 사람들이 본판보다는 높은 편이다. 또한, 장막 뒤의 사람들은 본판 없이 독립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확장판이기도 하다. 이후 다른 확장판들은 단독으로 플레이가 불가능해서 도미니언 본판이나 장막 뒤의 사람들, 혹은 도미니언 베이스 카드(Dominion: Base Cards, 2013) 등을 함께 써야 한다.

도미니언 베이스 카드

도미니언 기본판의 카드 이미지를 유려하게 바꿔주는 도미니언 베이스 카드가 출시되기도 했다. 한국어판은 2014년부터 이 디자인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출처: divedice.com>

2009년 발매된 '도미니언: 정복자의 바다'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확장판이다. 바다에 어울리는 잠수부나 항해사, 보물지도, 해적선 같은 카드들이 추가됐다. 그리고 다른 확장에는 볼 수 없는 '지속' 효과를 가진 카드들이 추가됐다. 지속 카드는 이번 차례에 사용하면 다음 차례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카드로, 잘 사용하면 매 차례 지속 효과를 받아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도미니언 확장: 정복자의 바다(2009)

도미니언 확장: 정복자의 바다(2009) <출처: divedice.com>

또한, 토큰과 특수 플레이 영역 매트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카드를 어딘가에 빼 놓았다가 필요할 때 불러서 사용하는 카드, 게임이 끝날 때까지 다른 카드 1장과 함께 덱에서 빼놓는 승점 카드 등 타 시리즈에는 없는 기능의 카드도 생겼다. 정복자의 바다에 포함된 토큰은 카드 능력으로 쌓이며, 쌓인 위치 또는 카드 능력에 따라 장애물이 되거나 유리하게도 쓰인다.

지속 효과가 있는 카드들

손에 있는 덱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게 되었고, 지속 효과가 있는 카드들이 추가됐다. <출처: divedice.com>

안타깝게도 이 확장판의 한국어판은 가장 늦게 출시됐다. 2009년 국내 유통사에서 한국어판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원 제조사의 사정으로 계속 일정이 미루어졌다. 국내 유통사는 5년이란 기간을 기다렸고, 결국 2014년에야 그 동안 바뀐 명칭, 규칙 등을 수정해 국내에 출시됐다.

도미니언 확장: 현자의 연금술

도미니언 확장: 현자의 연금술(Dominion: Alchemy, 2010) <출처: divedice.com>

'현자의 연금술'은 연금술답게 포션이라는 새로운 재화가 추가됐고, 물약이 없으면 구매가 불가능한 카드들이 많이 추가됐다. 충분한 재화와 물약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는 까다로운 조건의 카드인 만큼, 카드의 기능은 강력한 편이다. 상대의 손과 차례를 자기 것으로 하는 카드들도 존재한다.

'연금술이니까 가능하다'고 넘어가기에는 눈에 띄게 강한 카드들이 많다. 다만 구매 조건이 까다롭고, 왕국 카드 조합에 연금술 관련 카드가 많이 포함되지 않으면 굳이 물약을 구입하기도 애매해 크게 인기가 있는 확장은 아니다. 마법 테마를 가진 카드와 일러스트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

도미니언 확장: 약속된 번영 (2010)

도미니언 확장: 약속된 번영(Dominion: Prosperity, 2010) <출처: divedice.com>

약속된 번영 확장은 무척 화끈해진 본판이라고 할 수 있다. 본판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재물인 금화(가치 3)보다 고가의 재물인 플래티넘(가치 5)이 등장하며, 가장 강한 승점 카드였던 속주(승점 6)보다 더 큰 승점 카드인 콜로니(승점 10)가 추가됐다. 높은 가치의 카드들이 출현한 만큼 그것을 얻기 위한 왕국 카드들의 능력도 강력한 편이고, 전체적으로 본판의 파워 업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본판에 비해 강력해진 킹스코트, 그랜드마켓

본판에 비해 강력해진 킹스코트, 그랜드마켓 <출처: divedice.com>

같은 액션을 두 번 허락해주던 '알현실' 카드는 약속된 번영 확장에서는 같은 액션을 세 번을 하게 해주는 '킹스 코트(King's Court)'가 되었고, '시장'은 '그랜드 마켓(Grand Market)'으로 강화됐다. 재화 카드도 백금뿐만 아니라 강력한 재화가 많아, 돈 걱정 안하고 풍족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전체적으로 플레이가 시원시원하다.

이 외에도 이 확장판에는 토큰과 게임판이 제공됐는데, 토큰은 액션으로 얻는 승점 역할을 한다. 승점 토큰의 등장으로 승점이 덱을 차지하지 않아, 손으로 가져오는 카드에 부담을 주지 않고도 지속적으로 승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도미니언 확장: 풍요의 뿔 (2011)

도미니언 확장: 풍요의 뿔(Dominion: Cornucopia, 2011) <출처: divedice.com>

'약속된 번영'이 풍부한 돈과 재화를 바탕으로 한 풍요로운 플레이를 특징으로 한다면, '풍요의 뿔' 확장은 여러 카드들의 다채로움에 초점을 맞춘 풍요를 추구한다.

도미니언을 정석으로 플레이하는 방법인 동시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매 카드 셋마다 이른바 '정답'에 가까운 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여러 카드들을 비교했을 때 일반적인 우열이 있으며, 다른 카드와 조합을 했을 때는 어느 다른 카드를 조합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효율을 가지는 카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효율이 떨어지는 카드는 모두에게 외면받고, 모든 사람들이 매번 사는 카드만 사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런 상황을 완화해 주는 카드들이 풍요의 뿔에서 등장한다.

풍요의 뿔에는 카드 각각의 능력은 눈에 띄지 않더라도, 다양한 카드를 사용하거나 종류가 다른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플레이어에게 이득을 주는 카드들이 많다. 득달같이 효율을 쫓기보다는 이것저것 느긋이 카드를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확장이다.

도미니언 확장: 오지의 사람들 (2011)

도미니언 확장: 오지의 사람들 (Dominion: Hinter Lands, 2011) <출처: divedice.com>

'오지의 사람들'은 구매와 동시에 즉시 사용 가능한 카드들이 있고, 이러한 카드들을 이용해 좀 더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확장이다. 오지라는 테마답게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능력의 카드들이 종종 등장하고, 지리학자(Catographer)와 같은 테마에 맞춘 카드들도 등장한다. 구매와 동시에 특수 능력이 발동되는 카드들이 이 확장의 특징이다.

도미니언 확장: 암흑의 시대 (2012)

도미니언 확장: 암흑의 시대(Dominion: Dark Ages, 2012) <출처: divedice.com>

'암흑의 시대'는 단일 확장으로는 가장 큰 볼륨을 자랑한다. 무척이나 암울한 시대를 아름답게 게임 배경으로 담아냈다. 사유지 대신에 피난처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며, 본판에서 보았던 익숙한 몇몇 카드들은 '폐허가 된'이라는 접두사를 달고 등장한다.

암흑의 시대 카드들

이런 식으로 쓸모 없이 변한 카드들이 등장한다. <출처: divedice.com>

이 확장에는 쥐떼와 피난민이 넘쳐나고 기사와 약탈자들의 공격이 가열차다. 상대방을 방해하는 카드들도 많다. 평소 필요 없는 카드는 덱에서 싹 없애버리고 효율 좋은 카드들만 모으는 것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들도, 암흑의 시대를 플레이하다 보면 두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뚱뚱한 덱을 섞느라 고역을 겪는다.

다른 확장들이 똑똑하게 구매를 해서 효율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이긴다면, 암흑의 시대는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 상대의 공격으로 한 차례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카드만 나오는 일이 잦다. 고효율을 뽐내는 카드와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카드들이 많아, 이전의 시리즈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공격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것이냐, 실리를 챙길 것이냐'도 다른 시리즈보다 깊게 고민해야 한다. 재미는 있지만, 게임을 끝내고 나면 경주에서 이긴 느낌보다는 진흙탕을 가장 먼저 기어 나온 승리감을 느낄 수 있다. 이 확장은 도미니언에 익숙한 숙련 게이머들에 어울린다.

또한, 하나의 덱이 모두 다른 공격 카드들로 구성된 기사가 새롭게 등장한다. 재미있게도 카드에 그려진 기사들의 얼굴이 작가의 가족, 친구, 테스트 플레이어 등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그들을 직접 만날 기회는 없겠지만, 작가 주변의 친한 사람들이 게임에 등장하는 것은 재미있는 요소다.

도미니언 확장: 길드를 위하여 (2013)

도미니언 확장: 길드를 위하여 (2013) <출처: divedice.com>

'길드를 위하여' 확장은 2015년 발표된 도미니언 확장: 어드벤처(Dominion: Adventures, 2015)의 발매 발표 전까지는 공식적인 마지막 확장이었다. 이 확장에는 토큰이 존재하며, 토큰은 특정 카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길드에서 등장하는 토큰은 '언제든 쓸 수 있는 비축된 재물'이다. 예를 들어 토큰을 4개 소유하고 있을 때 손에 재물이 2장뿐이라고 가정하자. 보통은 비용 5의 카드를 얻을 수 없겠지만, 길드에서는 토큰을 3개 사용해 비용 5 의 카드를 구매할 수 있다.

이 확장은 길드 테마를 특징으로 한다. 길드의 특이점은 구매 시 구매 비용 외에 돈을 더 지불하는 만큼, 즉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들이 있다는 것이다. 의사는 돈을 더 많이 지불한 만큼 치료를 잘 해주고, 걸작의 값은 그 값어치를 더 인정한 만큼 부가 따라온다. 아마 길드에 더 많은 충성을 다한 자에게 길드가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준다는 테마를 살린 것으로 보인다.

부족하면 모아놓은 돈을 사용해서 원하는 것을 사고, 돈이 남을 때는 쓸데없는 것을 사기보다는 돈을 더 내서 혜택을 더 받는 게임 플레이는 이전 확장과는 다른 신선함이다.

한편, 도미니언은 10종의 왕국 카드를 무작위로, 혹은 테마에 맞추어 준비해 플레이할 수 있다. 매 게임마다 10종류의 왕국 카드 세트만 교체하면 새로운 게임이 가능하므로, 확장성과 변형성이 무한하다. 카드 한두 종류만 교체해도 게임의 판도가 바뀔 수 있고 전략이 달라진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게이머들은 이마저도 만족하지 못하고,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카드들을 제작해 팬 확장으로 내놓게 된다. 각 종류별로 카드 10벌만 제작하면 되므로 팬 확장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팬 확장은 동화나 전쟁 등 테마가 확실한 편이다.

Playdominion.com

Playdominion.com은 도미니언을 온라인으로 해볼 수 있는 사이트다. 도미니언의 제작사인 리오그란데 게임즈(Rio Grande Games)의 정식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됐다. 이곳에서는 도미니언 본판과 튜토리얼을 가장한 어드벤처 모드를 즐길 수 있다.

온라인 도미니언 사이트

온라인 도미니언 사이트

이 사이트에서는 가입과 동시에 도미니언 본판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어서, 도미니언을 직접 구매하기 전에 즐겨보기 좋다. 어드벤처 모드에서 등장하는 가상의 플레이어들은 도미니언 기본판에서 오랫동안 연구돼 유명해진 전략들을 구사한다. 따라서, 가상 플레이어의 게임 진행을 눈여겨 본다면 빠른 전략 습득이 가능하다. 어떤 카드 조합이 강한지, 처음에 획득할 카드는 어떤 것이 좋은지 등 기초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도미니언 기본판은 무료이지만, 도미니언의 확장판들은 이 사이트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맛보기로 해보기 좋다. 다만, 외국 서비스라 한국어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 세계 각지의 도미니언 팬들이 모이다 보니, 해외의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하는 경우 상대와의 응답 속도가 떨어지거나 접속이 끊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도 맛보기로 시작하기는 나쁘지 않고, 같은 지역의 사람들끼리 시간을 맞추어 즐기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미지의 게임 디자이너, 도널드 X 바카리노

도널드 X. 바카리노

도미니언의 작가, 도널드 X. 바카리노 <출처: boardgamegeek.com>

도널드 X. 바카리노는 1969년에 태어났다. 좋아하는 색은 녹색이고, 운전은 하지 않는다. 여행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작업은 주로 컴퓨터 앞에서 혼자 한다. 팀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보다 혼자 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보드게임 디자이너다.

게임 디자이너라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그는, 어릴 때는 보드게임보다는 비디오게임에 심취했다. 그는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Wizard of the Coast)사의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 1993)'을 접하면서 카드 간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고, 덱 빌딩 게임 구조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던전 & 드래곤(Dungeons & Dragons)과 매직 더 개더링에 큰 영향을 받은 듯, 많은 인터뷰에서 이 게임들을 언급했다. 게임을 시험 삼아 만들어서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 사에 수차례 보여줬던 이유도 아마 그의 팬심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작가 도널드 X 바카리노는 매직 더 개더링을 접하며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친구들을 통해 다른 보드게임들을 접하며 관심 영역을 넓히게 된다. 그리고 그는 1995년부터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몬스터 팩토리(Monster Factory, 2012)는 1995년에, 네파리우스(Nefarious, 2011)는 1999년에, 인필트레이션(Infiltration, 2012)은 2003년에, 도미니언은 2006년에 만들었다. 2012 독일 올해의 게임상(2012 Spiel Des Jahres)를 수상한 그의 다른 대표작, '킹덤 빌더(Kingdom Builder, 2011)'는 1999년에 만들었던 캐슬 빌더(Castle Builder)가 그 원형이다. 킹덤빌더의 출시는 2010년에 이루어졌다.

킹덤 빌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킹덤 빌더 <출처: divedice.com>

이렇게 그의 게임 개발은 1995년부터 계속 이어졌지만, 1997년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사에 작품을 보여주던 시기 이외에는 굳이 게임을 발매하려 하지 않았다.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사는 CCG장르의 게임에 주력하느라 그의 작품을 눈여겨보지 않았고, 그의 게임들은 영영 빛을 못볼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X 바카리노는 매직 더 개더링의 작가 리처드 가필드(Richard Garfield)와 다른 임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그것도 잠시, 그의 우상이었던 리처드 가필드가 위저드 오브 코스트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는 위저드 오브 코스트사에 방문하는 일에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됐다.

작가 도널드 X 바카리노는 보드게임 산업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게임을 출판할 다른 회사를 찾아볼 생각에, 자신이 가진 게임들을 살펴보다가 상자마다 찍힌 리오그란데 게임즈사의 로고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이 회사라면 자신이 디자인한 게임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메일을 보냈고, 단 20분 만에 답장을 받았다. 이렇게 작가는 리오그란데 게임즈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2008년 도미니언을 발매하게 된다.

리오그란데 게임즈 로고.

리오그란데 게임즈 로고. 리오그란데 게임즈는 많은 독일 게임들의 영문판을 제작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출처: divedice.com>

작가 도널드 X 바카리노는 자신의 게임 디자인 철학으로 게임 배경의 균형을 강조한다. 그는 게임 배경을 '전체 구조, '멋과 분위기', '각각의 기능'으로 나누는데, 이 3가지에 각각 양념을 치면서도 균형을 이루어야 플레이어들이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를 느끼며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각각의 기능에 멋과 분위기가 녹아있어야 하며, 게임 배경을 살리기 위해 멋을 너무 부리면 게임의 구조가 흔들린다고 경고한다.

전체 구조에 알맞게 각각의 기능에 멋을 더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에 따라, 도미니언의 카드들은 그 이름에 어울리는 기능과 테마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사용하는 단순한 행동에도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쉽게 이해하며, 게임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작가는 이런 이유로 자신이 디자인한 게임 중에서 도미니언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과 팀을 짜서 패배시킬 플레이어를 정하고 시작하는 정치적인 게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널드 X 바카리노는 불확실성과 다양성, 반복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게임에서의 불규칙성은 숙련된 게이머가 초보자를 언제나 이기지는 않을 정도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숙련자의 승률이 더 나오게 하는 만큼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그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의 이름 도널드 X. 바카리노(Donald X. Vaccarino)에서 X의 의미는 알 수 없는 미지의 값, 변수를 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 현재 진행중인 전설의 게임

2008 Meeples' Choice Award
2008 Origins Awards Best Traditional Card Game Winner
2009 Deutscher Spiele Preis Best Family/Adult Game Winner
2009 Diana Jones Award for Excellence in Gaming - Winner
2009 Fairplay A la carte Winner
2009 Golden Geek Best Card Game Winner
2009 Golden Geek Board Game of the Year Winner
2009 Guldbrikken Special Jury Prize
2009 Hra roku Winner
2009 Japan Boardgame Prize Voters' Selection Winner
2009 JoTa Best Card Game Audience Award
2009 JoTa Best Card Game Critic Award
2009 Juego del Ano Finalist
2009 JUG Game of the Year Winner
2009 Lucca Games Best Card Game Winner
2009 Ludoteca Ideale Official Selection Winner
2009 Mensa Select Winner
2009 Spiel der Spiele Hit mit Freunden Recommended
2009 Spiel des Jahres Winner
2009 Vuoden Peli Adult Game of the Year Winner
2010 Arets Spill Best Family Game Winner
2010 Games Magazine Best New Family Strategy Game Winner
2010 Ludoteca Ideale Official Selection

도미니언처럼 화려한 이력의 게임도 드물다. 도미니언은 보드게임 관련 상중에서도 양대 산맥인 2009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 2009년 올해의 독일 게임상을 거머쥐고도 모자라 2009년 골든 긱 어워드, 이탈리아, 일본, 덴마크 올해의 게임상, 심지어 2009년 멘사 셀렉트까지 가져갔다. 2009년은 도미니언의 해였음이 틀림없다.

도미니언이 받은 각종 상들이 증명하듯, 이 게임의 가치는 이미 입증됐다. 많은 확장들의 발매도 게임성이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벌써 8개의 확장이 있다.

여러 확장들을 조합해 게임을 할 수 있고, 이 확장을 통해 풍부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도미니언 특유의 재미 요소다. 도미니언에서 왕국 카드를 조합할 때, 조합의 모든 경우의 수를 한 번씩만 플레이하고 그 시간을 일반적인 1회 플레이 시간인 30분으로 잡는다고 가정하면, 일생 동안 게임을 해도 모든 조합을 다 플레이할 수 없을 정도다.

왕국 카드는 계속 늘어난다.

왕국 카드는 계속 늘어난다. <출처: divedice.com>

한국어판이 발매되며 국내에 도미니언이 소개된지도 어느새 6년이 흘렀지만, 도미니언은 여전히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미니언의 확장판 몇 가지는 그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판으로 발매됐다.

도미니언의 작가, 도널드 X 바카리노는 '도미니언: 길드를 위하여' 이후 더 이상의 확장판은 없다고 공언했던 것을 뒤집어, 이 게임의 인기가 계속되어 여전히 그 수요가 있다면 확장판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가 자신의 말을 뒤집을 만큼 도미니언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조합이 플레이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리라. 도미니언의 확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된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안창준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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