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저렴하게 '터치' 하는 노트북, MSI S12T-E1 블랙터치
[IT동아 김영우 기자] 필자는 요즘 노트북을 쓸 때 저도 모르게 화면을 손 끝으로 툭툭 치는 버릇이 생겼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터치스크린 기반 모바일 기기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물론 노트북 중에도 터치스크린을 달고 나오는 제품이 종종 있긴 한데, 아직도 대부분의 노트북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터치스크린이 달린 노트북은 가격이 제법 나가는 고급형 제품인 경우가 많다.
이런 아쉬움을 느끼던 사용자에게 MSI의 S12T-E1 Black Touch(이하 S12T-E1 블랙터치)는 제법 흥미로운 제품이다. 가격은 2015년 5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28만원 남짓인데 과분(?)하게도 터치스크린까지 달려있기 때문이다. 11.6인치의 작은 화면과 1.3Kg 남짓의 가벼운 무게를 갖추고 있어 휴대성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보급형 터치 노트북, MSI S12T-E1 블랙터치를 살펴보자.
저렴한 제품이지만 '싼 티' 줄이려 한 노력 엿보여
참고로 MSI S12T-E1 블랙터치는 올해 초에 등장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동사의 S12-A4 Black Pearl(블랙펄)의 자매품이다. 때문에 디자인도 거의 같다. 보급형 제품답게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같은 사치스런 재질이 눈에 띄지 않는 플라스틱 위주의 마감이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금속 느낌의 헤어라인을 넣어 ‘싼 티’를 줄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상판은 외견이나 촉감이 제법 알루미늄과 흡사하다.
본체의 무게는 1.3Kg으로 측정되었고 두께는 화면을 덮은 상태에서 22.5mm다. 깃털처럼 가볍거나 종잇장처럼 얇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휴대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화면도 11.6인치로 작은 편이니 가방에 넣고 이동하는데 부담이 없다.
소형 노트북이지만 의외로 타이핑 감각이 나쁘지 않다. 특히 각 키를 누를 때 눌리는 깊이가 보기보다 깊은 편이고 반발력도 적절하다. 그리고 키보드 하단에 위치한 터치패드의 경우, 터치부와 버튼 부분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요즘 노트북 중에는 터치패드와 버튼이 일체화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제품은 버튼을 누를 때 마우스 커서까지 움직이며 오동작을 일으키곤 한다. 개인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S12T-E1 블랙터치에 달려있는 것과 같은 분리형 터치패드를 선호한다.
무난한 측면 포트 구성, USB 3.0과 기가 인터넷도 지원
측면 포트의 구성도 무난하다. 총 3개의 USB 포트 외에 스피커나 헤드폰을 연결하는 음성 입력 포트, 마이크를 연결하는 출력 포트를 탑재하고 있으며 메모리카드 삽입용 SD카드 슬롯도 갖췄다. 그 외에도 모니터 연결용 D-Sub(VGA) 포트와 TV 연결에 주로 쓰는 HDMI 포트, 유선 인터넷을 연결하는 유선랜 포트도 탑재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3개의 USB 포트 중 1개가 고속 외장하드를 연결할 때 유용한 USB 3.0 포트라는 점, 그리고 음성 출력과 입력 포트가 별개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요즘 노트북에는 음성 입출력 포트가 일체화된 경우가 많아 헤드폰(혹은 스피커)와 마이크를 따로 꽂기가 쉽지 않은데, S12T-E1 블랙터치라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신 본체에는 스테레오 스피커만 달려있으며 마이크는 내장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유선랜 포트는 기가비트(1Gbps) 접속을 지원하므로 요즘 보급을 시작한 기가 인터넷을 이용하기에도 적절하다. 다만, 내장된 와이파이 기능은 일반적인 802.11n 규격이라 무선 인터넷 속도는 평범하다.
10점 터치 가능한 스크린 탑재, 화질도 그럭저럭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터치스크린이다. 동시에 10점의 터치를 인식하며, 감도도 좋은 편이다. 화면 해상도는 1,366 x 768로 11.6인치 화면에 적절한 수준이며, 광시야각 패널을 적용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를 고려해도 색감이나 좌우 시야각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다만 상하 시야각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S12T-E1 블랙터치는 윈도 7도 지원하는 제품이지만 터치스크린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선 터치 관련 인터페이스를 다수 갖춘 윈도8이나 윈도 8.1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운영체제는 따로 구해 설치해야
참고로 S12T-E1 블랙터치는 요즘 나오는 보급형 노트북이 거의 그러하듯, 윈도 운영체제가 탑재되지 않은 상태로 출고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운영체제를 구해 설치해줘야 한다. USB 방식의 외장형 ODD(CD/DVD드라이브)를 이용하거나 운영체제 설치 파일이 담긴 USB 메모리를 꽂아 부팅한 후 직접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해주자.
만약 윈도 설치 디스크는 가지고 있지만 ODD가 없다면 WinToFlash 같은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해 부팅 가능한 윈도 설치용 USB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 운영체제 설치 후에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드라이버(하드웨어를 구동하기 위한 기본 프로그램)는 본체에 동봉된 디스크, 혹은 MSI 홈페이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라데온 GPU 품은 AMD APU, 그리고 4GB 메모리의 조합
운영체제를 설치했다면 본격적으로 MSI S12T-E1 블랙터치의 이용이 가능하다. 내부 사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메인 프로세서로 AMD의 E1-2100 듀얼코어 APU(카비니), 그리고 라데온 HD 8210 그래픽을 내장했으며, 4GB의 DDR3 메모리(RAM), 그리고 128GB의 SSD를 갖춘 것이 눈에 띈다. AMD의 APU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일체화된 통합 프로세서로, 가격에 비해 제법 좋은 그래픽 성능을 내는 라데온 GPU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가성비'에 특화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전에 출시된 S12-A4 블랙펄에 달린 A4 APU에 비해 한 등급 하위 모델인 E1 APU를 탑재한 점을 아쉬워할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프로세서의 등급이 낮아진 대신 터치스크린을 얻게 된 점에 위안을 느끼는 것이 좋겠다.
< 기존의 4GB 메모리에 추가로 4GB를 꽂아 합계 8GB 메모리 구성이 가능하다>
그리고 메모리의 경우, S12T-E1 블랙터치는 본래 2GB 기본 사양이지만, 2015년 5월 현재 MSI 코리아에선 4GB로 메모리를 업그레이드해서 출고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 이벤트가 언제 끝날지는 미정이지만 당분간은 이어질 것 같으니 그냥 기본 사양이 4GB 사양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다. 제품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4GB도 충분한 용량이지만,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본체 바닥의 커버를 열고 최대 8GB까지 메모리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2개의 메모리 슬롯을 갖추고 있으며, 리뷰용 제품은 4GB 1개가 꽂혀있었다.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노트북용 4GB 1개를 추가해 8GB 구성을 만들면 되겠다.
128GB SSD 기본 탑재, HDD 추가 장착도 가능
그리고 보급형 노트북답지 않게 128GB의 SSD를 기본 탑재한 것도 장점이다. SSD는 자기디스크 기반의 저장장치인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내는 반도체 기반 저장장치다. 덕분에 S12T-E1 블랙터치는 수치적인 시스템 사양에 비해 전반적인 반응속도나 민첩성이 좋은 편이다. 기동 속도도 빠른 편으로, 전원 버튼을 눌러 제조사 로고가 뜬 후 약 15초만에 윈도8.1의 부팅을 마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SSD는 속도가 빠른 대신 HDD에 비해 용량이 적은 것이 흠이다. 이게 아쉽다면 별도의 고용량 HDD를 추가하자. 본체 바닥의 커버를 열면 SATA 규격 2.5인치 HDD를 넣을 수 있는 빈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S12T-E1 블랙터치에 기본 탑재된 SSD는 소형 mSATA 규격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한 상태로 별도의 SATA 규격 HDD를 추가할 수 있다.
직접 HDD를 장착해 보니 1TB 모델을 무난히 인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본체 하단 커버를 열려면 나사 구멍을 막고 있는 보증용 스티커를 떼야 하는데, 이 때문에 A/S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이게 불안하다면 본체와 HDD를 들고 직접 MSI 서비스 센터로 가서 HDD 업그레이드를 문의하는 게 좋겠다.
일상적으로 무난히 활용할만한 수준의 성능
실제로 제품을 활용해 보면 웹 서핑이나 문서작성, 풀HD급 수준의 동영상 구동과 같은 일상적인 이용에서 무난히 이용할 만한 성능을 낸다. 다만, 사양의 한계는 분명하다. 특히 4K UHD급(3,840 x 2,160) 해상도의 동영상은 움직임이 끊기며, 리그오브레전드(LOL)와 같은 게임의 경우 그래픽품질을 낮춘 상태에서도 평균 15~20프레임 이내로 구동되어 플레이 자체는 가능하지만 쾌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제품의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만 하며, 발열이나 소음은 그다지 심한 편이 아니었다.
배터리 구동 시간도 측정해봤다. 윈도8.1의 기본 전원 설정인 '균형 조정' 상태에서 배터리를 100% 충전시킨 후 720p(1,280 x 720)의 HD급 동영상을 반복 플레이하며 배터리를 소진시켰다. 측정 결과, 약 4시간 정도를 구동한 후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뜨는 것을 확인했다. 못 쓸 정도는 아니지만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라면 이보다 좀 더 오래 갔으면 좋겠다.
'본전' 생각은 안 드는 초저가 터치 노트북
MSI S12T-E1 블랙터치의 제품 콘셉트는 명확하다. 고사양이 아니라도 좋으니 최소한의 가격에 터치스크린을 더한 작고 가벼운 노트북이면 된다는 소비자들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써보니 게임이나 4K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를 즐기기엔 그다지 적합하지 않지만, 일상적인 PC 활용에는 무리가 없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28만원 남짓으로 저렴한 것이 매력으로 느껴진다.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AMD APU와 SSD, 그리고 터치스크린의 조합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PC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조할 세컨드 PC를 찾는다면 MSI S12T-E1 블랙터치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고성능 제품이라곤 할 수 없지만, 터치스크린까지 달린 초저가 노트북이라면 최소한 ‘본전’ 생각은 안 들 테니 말이다.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