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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의 세계] 멘사 셀렉트의 대표주자, '세트'

안수영

세트 (1988)

세트 (1988) <출처: divedice.com>

세트는 카드, 타일 등 게임의 구성물을 일정한 조건에 맞게 조합, 수집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미국 '멘사'에서 매년 추천하는 '멘사 셀렉트(Mensa Sellect)' 게임이기도 하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 이미 10년 넘게 판매되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게임 방법

세트는 81장의 카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카드에는 다양한 도형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들 81장의 카드에 그려진 그림은 단 1장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들 그림에는 총 4가지 속성이 있고, 각 속성은 모두 3가지 종류로 나뉜다. 81장이라는 장수는 3의 4제곱에 해당하는 수로, 모든 카드가 각각의 속성과 종류를 지니는 것을 뜻한다.

4가지 속성을 가진 카드 12장을 펼쳐두고 세트를 찾는다

4가지 속성을 가진 카드 12장을 펼쳐두고 세트를 찾는다. <출처: divedice.com>

카드의 각 속성을 살펴보자. 각 카드에 그려진 도형은 타원, 다이아몬드, 구불구불한 모양 중 하나로 되어 있다. 각 카드에 그려진 도형 색깔은 빨간색, 초록색, 보라색 중 하나로 되어 있다. 각 카드에 그려진 도형 개수는 한 개, 두 개, 세 개 중 하나로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각 카드에 그려진 도형의 음영은 완전히 색이 칠해진 것, 속이 비고 테두리만 있는 것, 속이 줄무늬로 된 것 중 하나로 되어 있다.

세트는 모두가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는 실시간(Real-Time) 게임이다. 먼저, 81장의 카드를 잘 섞은 뒤 바닥에 12장을 펼친다. 펼친 12장의 카드를 보다가 '세트'가 되는 3장의 카드를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 "세트!"라고 외치면, 그 카드 조합을 가져갈 수 있다. "세트!"를 외치면 세트가 맞는지 검증하게 된다. 세트가 맞다면 그 카드들을 가져가 득점(1점)으로 처리한다. 세트가 아니라면 카드를 가져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획득한 세트 1개를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세트가 되는가? 그것은 이러하다. 세 장의 카드가 지닌 4가지 속성이 각각 모두 같거나 모두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각 카드를 "(A)개의 (B)색으로 된, 음영이 (C)인 (D)모양"이라고 설명했을 때 A, B, C, D 각각이 모두 같거나 모두 다른 세 장의 카드가 세트다. 그렇게 보았을 때, 이 게임의 세트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된다.

세트의 유형

세트의 유형 1. 모양, 색깔, 개수, 음영의 네 가지 속성 중 한 가지만 모두 다르고 나머지 세 가지는 모두 같은 카드 세 장 <출처: divedice.com>

세트의 유형

세트의 유형 2. 모양, 색깔, 개수, 음영의 네 가지 속성 중 두 가지는 모두 다르고 나머지 두 가지는 모두 같은 카드 세 장 <출처: divedice.com>

세트의 유형

세트의 유형 3. 모양, 색깔, 개수, 음영의 네 가지 속성 중 세 가지는 모두 다르고 나머지 한 가지는 모두 같은 카드 세 장 <출처: divedice.com>

세트의 유형

세트의 유형 4. 모양, 색깔, 개수, 음영이 모두 다른 네 장 <출처: divedice.com>

누군가가 세트를 찾으면 바닥에 비는 카드 장수만큼 새롭게 채운다. 81장의 카드를 다 쓸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며, 가장 많은 세트를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세트의 확률과 교육성

세트는 대표적인 수학 게임이자 교육 게임이다. 세트 안에는 다양한 수학적 조합이 들어 있다. 우선, 81장의 카드 중 아무 카드 2장을 붙이면 이 2장과 더불어 세트를 구성하는 카드가 반드시 1장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위로 뽑은 세 장의 카드가 세트가 될 확률은 1/79이다.

공식 규칙서 상에는 12장의 카드 안에서 세트를 만들지 못할 확률은 1/33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12장 안에 세트가 나오지 않을 경우, 3장을 더 펼치라는 부가 규칙이 있다. 3장을 더 펼쳐서 나오는 15장 안에 세트가 나오지 않을 확률은 1/2500이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15장 안에서는 세트가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트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최대 카드 장수는 20장이라고 한다. 즉, 21장 이상이면 세트는 반드시 있다.

게임 안에 존재하는 세트의 총 개수는 1080개이며, 이들이 12장의 카드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세트의 개수는 2.7개이고 15장 안에서는 5.6개이다. 위에서 언급한 유형 1이 나올 확률은 10%, 유형 2의 확률은 30%, 유형 3의 확률은 40%, 유형 4의 확률은 20%이다. 즉, 가장 높은 빈도로 찾을 수 있는 유형은 세 가지 속성이 모두 다르고 한 가지 속성만 같은 세트다.

이런 세트를 발견하기가 제일 쉽다.

이런 세트를 발견하기가 제일 쉽다. <출처: divedice.com>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장 피아제(Jean Piaget, 1896. 8. 9 - 1980. 9. 16)의 인지발달이론은 교육학, 특히 아동 교육의 기본 틀에 해당한다. 인지발달이론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은 타고난 것으로, 주어진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구성한다'는 이론이다. 구구단을 외우거나, 신호등이 파란불일 때 길을 건너는 행동들이 이렇게 적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피아제는 인간의 인지발달이 4단계로 진행되며, 단계가 높아질수록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사물의 크기, 무게, 길이 등 다양한 특성에 따라 대상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류하는 인지발달을 7-11세의 시기에 경험한다고 한다. 즉, 카드들 간의 같거나 다른 특성을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하는 보드게임 '세트'는 인지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11세 이후는 형식적 조작기의 시기이며, 이 시기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와 관계가 있는 모든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해 모든 해결책을 구성해보는 조합적 사고력이 발달된다. 세트 게임은 다양한 특성을 동시에 살피는 능력을 요구하므로, 이러한 특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더불어, 12장의 카드들 중 올바른 세트 3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세트가 교육적 게임의 대명사인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분류 습관에서 만들어진 게임

마샤 J. 팔코

마샤 J. 팔코(Marsha Jean Falco) <출처: divedice.com>

세트 게임의 개발자인 마샤 J. 팔코는 원래 저먼 세퍼드 종 사이에 유전되는 간질병을 연구하던 개체군 유전학자였다. 1974년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유전자 연구를 하던 당시, 그녀는 개의 세포 내의 유전자와 염색체를 연구할 때 각각의 유전자 속성을 데이터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서로 다른 기호로 표기해 이를 각각의 파일 카드로 만들었다. 각 파일 카드 상에 특정한 속성은 동일한 기호로 표기되기 때문에, 이들 기호를 조합해 유전자 조합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수의사에게 이 조합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기호 조합에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후 그녀는 몇 개의 게임을 손수 만들어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자주 즐겼으나, 당시에는 출판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게임을 만들어달라는 주변의 요구가 점차 커지자, 그녀도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출판을 마음먹게 된다.

어떤 완구 회사는 그녀에게 세트의 라이선스를 구매하기 위해 큰 금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제안으로 큰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보드게임 사업에 큰 흥미를 느껴 직접 게임을 제작,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1988년부터 그녀는 지하실에서 수제작한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세트의 초기 이미지와 두 번째 이미지.

세트의 초기 이미지와 두 번째 이미지. 세트의 첫 버전은 손으로 만들거나, 종이에 롤러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두 번째 버전은 프린터를 가진 친구의 도움을 받아 50개의 덱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시의 프린터로는 모양과 음영을 표현할 수 없어, 글자 "S, E, T"를 사용했다. 마샤의 가족들은 이 덱으로 17년 동안 플레이 했지만, 위나 아래에서 봤을 때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출처: puzzles.setgame.com>

그녀는 세트를 본격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내놓기 위한 작업으로 1990년 세트 엔터프라이즈 사(Set Enterprises, Inc.)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예상보다 판매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와 가족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1990년 발매된 초판이 10만 개의 판매고를 올리자, 그녀는 본격적으로 보드게임 디자이너, 그리고 보드게임 회사 CEO를 직업으로 삼았다. 게임의 이름이 회사의 이름이 되었을 만큼 세트는 그녀의 대표작이 됐으며, 세트 엔터프라이즈 사를 24년 간 이어가게 했다.

세트의 초창기 디자인.

세트의 초창기 디자인.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었다. <출처: boardgamegeel.com>

이후 세트 엔터프라이즈는 마사가 직접 개발한 게임들, 1999년 멘사 추천 선정작인 퀴들러(Quiddler, 1998), 파이브 크라운스(Five Crowns, 1996), 잭티카(Xactica, 2002), 카르마(Karma, 2014) 등의 게임을 출시했다.

세트의 수상 이력

2007 Creative Child's Preferred Choice Award
2007 TDMonthly Classic Toy award
2005 "Top 100 Games of 2005" Games Quartely
2004 ASTRA Hot Toys
2004 Parents' Choice 'Best 25 games of the past 25 years'
2002 Bernis's Major Fun award
2002 NSSEA - Top New Product
2001 Teachers' Choice Learning Award
2001 Educational Clearinghouse A+ Award
2000 Top Ten Games - Wizards of the Coast
1999 Parents' Council award
1998 Parents Magazine
1997 Parents' Choice Award
1996 Dr. Toy's 10 Best Games
1996 ASTRA Top Toy Pick
1995 Games Magazine 'Games 100' Award
1995 Deutscher Spiele Preis 9th
1994 Games Magazine 'Games 100' Award
1993 Games Magazine 'Games 100' Award
1992 The Consumers Association of Quebec
1992 The Canadian Toy Testing Council
1992 Games Magazine 'Games 100' Award
1991 The Detroit News
1991 OMNI Magazine
1991 Mensa Select

세트는 약 25개가 넘는 상을 받았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수상 이력은 1995 독일 게임상(Deutscher Spiele Preis) 9위 수상과 1991년 멘사 셀렉트(Mensa Select) 수상이다. 1995년은 카탄이 독일 게임상을 거머쥔 해다. 독일 게임들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미국에서 제작된 간단한 카드 게임이 9위를 차지한 사실은 놀랍다.

2000년대 초반, 보드게임 카페를 통해 세트가 소개되면서 국내에도 멘사 셀렉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당시 유명한 보드게임 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나 독일 게임상, 인터네셔널 게이머즈 어워즈(International Gamers Awards) 등이었다. 하지만 세트가 인기를 끌고 국내 보드게임 시장에서 교육 시장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멘사 셀렉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세트는 가장 오랜 기간 국내에서 유통된 멘사 셀렉트 게임으로, 2012년 정식 한국어판이 발매되면서 대표적인 멘사 셀렉트 게임이 됐다. 도형을 사용하고 속성의 분류를 찾는 부분이 교육적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멘사의 이미지와 매치가 잘 된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

세트는 몇 가지 다른 버전을 출시했다.

세트 주니어

세트 주니어 (SET Junior, 2012) <출처: divedice.com>

세트 주니어는 좀 더 어린아이들이 세트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규칙의 숙지가 중요한 보드게임이지만 4살부터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세트 주니어는 세트 본판과 달리 음영 속성이 없어지고 카드가 타일 형태로 바뀌었다. 즉, 각 타일의 도형은 색깔, 개수, 모양의 3가지 속성으로 구성됐다. 게임판은 양면으로 되어 있다. 한 면은 각 플레이어들이 타일 더미에서 타일을 뽑아 3 X 3 크기의 사각칸 3군데 중 한 곳에 타일을 놓을 수 있다. 타일을 놓았을 때 가로나 세로 어느 방향이든 연결된 3타일이 세트가 되면 그 타일들을 획득한다. 반대면은 기본 세트와 마찬가지 방식인데, 카드를 10장 놓게 되어 있다.

세트 큐브

세트 큐브 (Set Cubed, 2008) <출처: divedice.com>

세트 큐브에서 각 플레이어들은 세트의 각 도형이 여섯 면에 그려진 주사위와 게임판을 사용한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차례에 최대 3개까지 주사위를 사용할 수 있으며, 게임판에 이미 놓인 주사위들과 가로나 세로로 연결시켜서 만들어지는 세트의 개수만큼 점수를 획득한다. 조커 주사위도 있어 게임이 더욱 풍부하게 진행된다.

세트 다이스

세트 다이스 (Set dice, 2014) <출처: boardgamegeek.com>

세트 다이스는 42개의 주사위로 세 가지 형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첫째, 45개의 주사위를 모두 펼쳐놓은 뒤, 보이는 대로 세트를 외치고 가져간다. 이렇게 해서 가장 많은 세트를 얻은 사람이 이기는 '스크램블 세트'다. 둘째, 각 플레이어가 10개씩 주사위를 나눠가진 뒤 동시에 굴리고,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 형태로 세트를 연결한다. 이렇게 해서 가장 먼저 주사위를 모두 사용하는 사람이 이기는 '크로스워드 세트'다. 셋째, 게임판에 이미 놓인 주사위와 자신의 주사위를 활용해 세트를 만들어가는 '세트 큐브'가 있다.

세트 퍼즐북

뉴욕타임즈에서 소개되고 있는 세트 퀴즈

세트는 뉴욕타임즈 웹사이트에서 매일 크로스워드 퍼즐, 스도쿠 퍼즐, 켄켄 퍼즐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세트는 퀴즈문제 형태로 출제돼 많은 흥미를 끌었다. 뉴욕타임즈에 출제된 문제를 모아 책 형태로 출판한 세트 퍼즐북(Set Puzzle Book)도 있다.

세트 퍼즐북

세트 퍼즐북 <출처: setgames.com>

세트의 장단점

세트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익히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특히 퍼즐류의 게임을 좋아하거나 두뇌 회전을 요하는 게임들을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세트는 게임 인원에 구애받지 않는다. 혼자서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설사 99명의 사람들이 모여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세트는 뉴욕타임즈뿐만 아니라 종종 TV 프로그램에 변형되어 나오기도 한다.

더 지니어스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시즌 1과 시즌 2에서 나온 세트. 1가지 속성을 제외하고 특별한 규칙을 더했다. <출처: 더 지니어스 시즌 2 공식 홈페이지>

세트의 폭넓은 수용성은 이 게임이 널리 알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트는 학교에서 대량으로 구매돼 수업에도 사용되면서, 한국에서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이 좋은 게임에 흠이 하나 있다면, 인터넷에서 게임의 이름인 '세트'를 검색했을 때 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점이랄까. 이 간단한 게임을 장황하게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글 / IT동아 보드게임 필자, 코리아보드게임즈 현 수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본 기사는 네이버캐스트 게임의 세계: 보드게임의 세계(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883&category_id=2883)에 함께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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