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얻는 만큼 잃는다' 소니 엑스페리아 C3
[IT동아 강형석 기자]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물론 애플 빼고)인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만큼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그들의 주력 라인업인 엑스페리아(XPERIA) Z 시리즈는 특유의 디자인과 방수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통신사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이 휴대폰을 직접 구매해 개통하는 '자급제'를 잘 활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소개할 엑스페리아 C3는 소니의 자급제 전략 핵심 스마트폰이다. 소니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Z 시리즈는 자급제라 하기에 조금 애매한 79만 원대 가격이라면, C3는 이것의 절반도 안 되는 34만 원대 가격으로 가벼운 주머니를 공략한다.
소니 스마트폰 특유의 느낌이지만 가볍게
엑스페리아 C3는 소니 엑스페리아 Z3 태블릿 콤팩트를 스마트폰 형태로 작게 다듬은 듯한 느낌이다. 형태나 마감 등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5.5인치로 수치상 큰 편이지만 위와 아래에 굵직한 베젤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장점이 상쇄되는 것 같아 아쉽다. 상단에는 카메라와 센서 등이 탑재되니까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하단 베젤이라도 얇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겉으로 보면 다소 크지 않아 보이던 스마트폰이 손에 쥐는 순간 큼직하게 다가온다. 갤럭시 노트4를 손에 쥐는 듯한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실제 크기를 비교해 보니, 과장은 아닌 듯 하다. 엑스페리아 C3는 세로 156mm, 가로 78.5mm, 두께 7.6mm 사양이다. 갤럭시 노트4는 세로 153.5mm, 가로 78.6mm, 두께 8.5mm다. 세로 길이는 엑스페리아가 길고, 두께는 노트4가 두껍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는 여느 소니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다. 우측에 전원 버튼과 음량 조절 버튼, 카메라 셔터 버튼이 있다. 오른손으로 쥐었을 때, 불편함 없이 다룰 수 있는 구조다.
30만 원대라는 가격으로 인해 엑스페리아 특유의 방수 기능은 제외됐다. 마이크로 SD 슬롯과 통신카드(USIM) 슬롯은 덮개가 있지만 충전과 USB 연결을 위한 단자에는 덮개가 없다. 다른 소니 스마트폰을 생각하고 물로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후면은 단순하다. 상단에 조명(플래시)과 800만 화소 카메라가 배치되어 있는 것 외에 특징을 찾기 어렵다. 가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다. 오히려 깔끔함을 고집하는게 아니라면, 화이트보다 민트나 블랙 등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제 덮개를 하나씩 열어보자. 먼저 통신카드 슬롯 덮개를 제거하니 카드를 탑재하기 위한 틀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규격은 최신 스마트폰에서 쓰는 나노(Nano)가 아닌 마이크로(Micro) 규격의 통신카드를 쓴다. 틀을 슬롯에서 꺼내는 순간, 스마트폰 전원이 인가된 상태라면 즉시 재시작된다. 당황하지 않고 다시 화면이 나오기를 기다리자.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의 덮개를 열면 추가 저장공간 확보를 위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에 마이크로SD 카드를 꽂으면 된다. 그러나 32GB 이상은 인식하지 못하므로 괜히 많은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게 좋다. 기자 또한 패기 넘치게 64GB 마이크로 SD 카드를 꽂았는데, 스마트폰은 매몰차게 '손상된 메모리'라며 포맷하라는 메시지만 내보냈다. 32GB 용량의 메모리를 장착하는 순간, 그런 메시지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엑스페리아 C3의 기본 저장공간은 8GB에 불과하다. 운영체제 설치 공간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 공간은 5GB 남짓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를 쓰지 않으면 영상이나 사진을 담아 두기에 부족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확장이라도 자유롭게 해주면 좋을텐데, 32GB가 한계이니 여러모로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본 저장공간이 16GB라면 이런 아쉬움도 없지 않았을까.
무난한 성능, 배터리 성능은 인상적
이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성능과 기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전원버튼을 누르니 큼직한 화면이 밝아진다. 제법 또렷한 화면이지만, 요즘 출시된 FHD(1,920 x 1,080)나 QHD(2,560 x 1,440)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렇다. 5.5인치 대화면에 HD(1,280 x 720) 해상도다. 가격으로 인해 희생된 또 다른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즐길 때, 큰 불편함은 없지만 아쉬움이 밀려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4(킷캣)다. 이 정도만 되어도 실사용에 아무 지장은 없다. 그러나 앱을 과하게 설치해 쓰는 사용자라면, 결국 8GB라는 공간이 걸림돌이다. 만약 엑스페리아 C3를 구매할 예정이라면, 요즘 32GB 마이크로 SD의 가격이 저렴하니 하나 구입해 확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화면 밝기를 최대로 했을 때의 화사함이나 시인성은 만족스럽다. 하지만 약 70% 밝기 이하에서는 야외 시인성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화면을 좌우로 넘겼을 때,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아무래도 전반적인 사양이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양을 보면 1.2GHz로 작동하는 쿼드코어 기반의 퀄컴 스냅드래곤 40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했다. 여기에 1GB 용량의 메인 메모리가 호흡을 맞춘다. 보급형 제품들이 많이 취하는 구성이다. 그래픽 처리 프로세서도 아드레노(Adreno) 305여서 고사양 3D 게임이나 어느 정도 사양을 타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라면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간단한 멀티미디어 활용 측면에서 보면 엑스페리아 C3는 제법 높은 만족감을 보여준다. 음악은 '워크맨(Walkman)'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는데, 기자가 쓰는 슈어(SHURE) SE535 이어폰에서 타 기기와 다른 음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음장효과가 클리어오디오+와 이퀄라이저 정도여도 설정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점이 좋다.
사진은 보급형 스마트폰 수준까지 기대하는게 좋다. 800만 화소의 소니 엑스모어(Exmor) RS 모바일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는데, 손떨림 방지나 다양한 효과를 품었음에도 화질 자체가 돋보이거나 하지 않는다. 반면, 카메라를 위한 버튼을 따로 배치해서 편의성을 높인 점은 장점이다. 마치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후면 카메라보다 돋보이는 부분은 전면 카메라다. 500만 화소 사양인데, 렌즈가 어지간한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 정도여서 셀피(Selfie) 환경에는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남성이 셀피를 자주 할지는 의심스럽지만,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소셜네트워크(SNS)나 다른 서비스를 활용해 사진을 공유하는 재미는 확실하다.
사진보정(Portrait Retouch) 앱을 쓰면 다양한 보정 효과나 처리를 통해 여러 느낌의 사진을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얼굴(스마일) 인식이나 카메라 전용 버튼을 활용한 촬영 편의성도 돋보인다.
2,500mAh 용량의 배터리를 품었지만 사용시간도 여유로웠던 점도 인상적이다. 기본 상태에서 하루는 거뜬히 쓸 수 있었고, 배터리 스태미나(Battery Stamina) 모드를 적용하면 하루 이상도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이 기능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알아서 전원을 차단하지만 전화나 문자, 알림은 유지된다. 전원버튼을 다시 누르면 스마트폰이 켜진다. 대기 중에는 필요한 앱 알림을 받을 수 있게 설정도 가능하다.
원망해라 그 법을...
최신 흐름에는 못 미치는 사양과 디스플레이, 적은 저장공간, 주 메모리 등 주목 받는 고사양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엑스페리아 C3는 부족함 투성이다. 그러나 34만 9,000원이라는 매력적인 가격은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남을 정도다. 단통법 시대에 스마트폰 출고가가 80~90만 원대 하는 이 상황에서 30만 원대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다. 오히려 수수하지만 묵묵히 제 능력 내에서 충실히 맡은 일을 해낸다. 그것이 이 스마트폰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고급스러움과 뛰어난 성능, 용량 등 유행을 쫓는 사람이라면 이 제품 말고 다른 것을 선택하는게 더 현명하다. 반면, 비용 부담을 덜면서 합리적인 스마트폰을 선택하고 싶다면 엑스페리아 C3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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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형석(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