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음향, 그것이 알고 싶다 3부

김영우 pengo@itdonga.com

1부에서는 멀티채널(5.1채널, 7.1채널 등) 입체음향의 스피커 구성, 2부에서 돌비 디지털, DTS와 같은 입체음향을 출력하기 위한 콘텐츠의 규격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자, 그럼 이제는 소스 기기(PC나 DVD 플레이어 등)에 멀티채널 스피커를 연결하여 돌비 디지털이나 DTS 규격의 음향이 수록된 DVD나 영화 파일을 즐기면 되지만, 그 방법이 간단하지는 않다.

스피커와 소스 기기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5.1채널이면 총 6개의 스피커를 연결하는 것이니 그냥 소스 기기에 6개의 스피커 연결 단자를 꽂으면 끝나는 걸까? 여기서도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이러한 입체음향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하드웨어적인 지식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날로그 방식의 입체음향 구현

① 설치가 손쉬운 것이 아날로그 방식의 장점

소스 기기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바로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이다. 그 중 아날로그 방식은 말 그대로 소스 기기와 스피커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라 설치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순수한 음성 신호만으로는 스피커를 구동할 수 없으므로 이를 증폭시켜주는 앰프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입체음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스 기기 내부에 일단 멀티 채널 스피커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각각의 출력 단자가 필요하며, 음성신호를 증폭시킬 수 있는 앰프 또한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혹은 자체적으로 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스피커를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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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콘텐츠에 수록된 돌비 디지털이나 DTS와 같은 디지털 형식의 입체음향 음성 신호를 멀티채널 아날로그 음성 신호로 분리/변환하는 디코더(Decoder)도 소스 기기에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 PC의 경우, 파워DVD나 윈DVD와 같은 재생 전용 프로그램에서 소프트웨어적인 디코더를 포함하고 있어 아날로그 방식의 입체음향을 구현하기가 비교적 손쉬운 편이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PC 후면에는 대부분 5.1채널 이상의 멀티채널 아날로그 음성신호를 출력할 수 있는 단자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스피커 연결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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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VD 플레이어, 혹은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같은 소스 기기에서는 플레이어 내부에 하드웨어적인 디코더를 내장하고, 자체적으로 멀티 채널 아날로그 음성신호 출력부가 있는 제품이어야만 아날로그 방식의 입체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하드웨어 디코더와 멀티 채널 아날로그 음성 출력부는 부품의 단가가 비싼 편이라 일부 고급형 DVD/블루레이 플레이어에만 달렸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DVD/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 입체음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뒤에서 설명할 디지털 방식의 오디오 출력 장치가 필요하다. 아무리 저가형 DVD/블루레이 플레이어라고 해도 대부분 디지털 음성 출력 장치는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② PC로 입체음향을 구현할 때는 편리, 하지만 한계도 명확해

아날로그 방식의 입체 음향 구현은 위와 같이 간단한 편이다. PC를 소스 기기로 이용할 때 특히 손쉽게 꾸밀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요즘 나오는 PC들의 후면에는 기본적으로 멀티 채널 아날로그 음성 출력단자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5.1채널을 구현하려고 한다면 3개의 출력 포트에 각각의 스피커를 연결하면 된다. 이 포트들은 1개당 2개씩의 스피커를 담당하는데, 각각, 전방 좌우 측, 후방 좌우 측, 그리고 센터/서브 우퍼 출력에 해당한다. 그 후 윈도우 제어판의 스피커 설정이나 사운드카드의 오디오 출력 설정 메뉴로 간 뒤 현재 설치된 스피커의 형태와 일치하는 출력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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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아날로그 방식의 입체 음향은 구현이 쉬운 편이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PC에서 입체음향을 구현할 때에 한정해서 유용하며, 본격적인 AV 기기에서 사용하기엔 대응하는 제품의 종류도 적고 품질도 디지털 방식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PC를 넘어 본격적인 홈시어터를 꾸미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미련 없이 디지털 방식의 입체음향으로 가도록 하자.

디지털 방식의 입체음향 구현

① 비교적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디지털 방식

디지털 방식의 입체음향 구현은 약간 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아날로그 방식의 입체음향 출력은 소스 기기에 스피커만 꽂으면 끝나는 것이지만, 디지털 방식은 소스 기기와 스피커 사이에 디코더 및 앰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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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스피커라는 장치에는 디지털 신호를 곧장 음성으로 변환할 수 있는 기능이 없고,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되는 디지털 신호를 5.1채널이나 7.1채널로 분리해 줄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방식이 선호되는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음질과 현장감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 나와있는 수많은 전문 AV 기기들, 즉 오디오 전용 스피커 및 앰프, 리시버 등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의 튜닝에 따라서는 그야말로 극장 부럽지 않은 환경을 갖출 수 있다.

② 디지털 입체음향의 시작, S/PDIF와 HDMI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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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식의 입체음향 환경을 꾸미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일단 소스 기기가 디지털 음성 출력을 지원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디지털 음성 출력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S/PDIF 단자, 혹은 HDMI 단자 둘 중의 하나다. 일단 둘 중의 하나가 있다면 디지털 음성 출력이 가능한 소스 기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디지털 방식은 음성 채널의 수와 상관없이 1개의 케이블로 모든 신호를 전달한다.

S/PDIF 단자는 또 2종류가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옵티컬(Optical: 광) 방식이고 그다음으로 코엑시얼(Coxial: 동) 방식이다. 이름과 마찬가지로 옵티컬 단자는 광케이블을, 코엑시얼 단자는 동축 케이블을 사용해 디코더와 연결한다. 사용하는 케이블은 다르지만 전달하는 신호는 완전히 같으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스 기기와 디코더에 맞는 규격을 선택해 연결하면 된다.

S/PDIF는 디지털 음성을 전달하는 가장 일반적인 인터페이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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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 디지털과 DTS의 신호만 전달 가능하며, 무압축 PCM의 경우 2채널 스테레오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옵티컬이나 코엑시얼 케이블의 대역폭(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 크기) 한계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까지만 해도 아날로그 입체 음향 시스템보다 우수한 음질과 현장감을 기대할 수 있지만 블루레이나 HD DVD 등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 미디어가 제공하는 돌비 트루HD나 DTS HD, 무압축 PCM 5.1채널 등과 같은 차세대 입체 음향을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수 있겠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HDMI다. HDMI는 영상출력 장치로 더 잘 알려졌지만 한 편으론 디지털 음성 출력 장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HDMI의 장점이라면 디지털 방식의 영상과 음성을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점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더 주목할 만한 HDMI의 장점이 바로 우수한 대역폭이다. 덕분에 HDMI는 돌비 디지털이나 DTS는 물론, 무압축 PCM 5.1채널, 돌비 트루HD, DTS HD 등의 다양한 입체음향 신호를 문제없이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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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홈시어터 구성의 핵심, AV 리시버와 스피커

하지만, 소스 기기가 아무리 S/PDIF나 HDMI를 갖추고 있고, 돌비 디지털이나 DTS 등을 지원한다 해도 이 신호를 받아들여 멀티채널로 분리해야 하는 디코더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디코더에서 분리한 멀티채널 음성 신호를 스피커로 전달해 소리를 내게 하려면 신호를 증폭시키는 앰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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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AV용 앰프들은 대부분 디코더와 앰프가 하나로 합쳐진 형태다. 그리고 이런 AV 앰프들은 라디오 수신 기능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통칭 ‘AV 리시버’라고 부른다. 소스 기기의 S/PDIF나 HDMI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달된 디지털 신호를 AV 리시버에서는 멀티채널 아날로그 음성신호로 변환한 뒤, 증폭하여 각 스피커로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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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모든 AV 리시버가 모든 인터페이스와 입체음향 규격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온 지 좀 오래된 모델이거나 저렴한 모델이라면 HDMI 없이 S/PDIF 단자만을 갖추고 있을 것이며, 돌비 디지털과 DTS는 지원하지만 돌비 트루HD나 DTS HD는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AV 리시버를 구매할 때에는 자신이 가진 소스 기기나 경제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AV 리시버는 값싼 몇십만 원대의 제품부터 천만 원 이상의 고가제품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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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피커인데, AV 리시버가 있다면 스피커는 기존의 오디오(일명 전축)용 스피커를 사용해도 되고, AV 입문자를 위한 5.1채널, 혹은 7.1채널 세트 형태의 스피커를 사용해도 된다. AV 리시버와 마찬가지로 가격은 몇만 원에서 몇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비싼 제품일수록 음질이 우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무조건 비싼 것을 사기보다는 소스 기기 및 AV 리시버의 수준에 맞춰 밸런스 있는 구성을 하는 것이 좋다.

보다 편하고 효과적으로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지금까지 3부에 걸쳐 입체 음향 구현을 위한 용어 설명과 구성에 대한 기본 지식을 살펴봤다. AV 기기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사용자들이라면 매우 복잡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가정을 극장처럼 꾸미고자 하는 홈시어터 구입 예정자라면 반드시 익숙해져야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홈시어터를 대신 설치해주는 업체도 많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위와 같은 지식 없이도 손쉽게 홈시어터를 꾸밀 수 있다. 하지만, AV 기기라는 것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아주 자그마한 차이 때문에 가격이 몇 배가 차이가 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차이를 제대로 잡아낼 수 있어야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차후 사용 중에 아주 사소한 조작 실수, 이를테면 케이블이 빠지거나, 돌비 디지털만 지원하는 DVD를 DTS 모드로 재생하거나 하는 등의 상황만 발생해도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때마다 설치 기사를 부르거나 주변의 일명 ‘고수’들을 귀찮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이 정도의 지식은 익혀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근본적으로 보다 편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나름의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입체음향 구현을 위한 지식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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