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철통보안 2-in-1 PC, 엘리트X2
[IT동아 이상우 기자] 태블릿PC가 처음 등장했을 때 휴대성과 배터리 지속시간 덕분에 노트북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 전망했지만, 시장은 업계의 기대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안드로이드나 iOS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PC의 경우 기존 윈도 노트북에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가 달라 일부 업무가 호환되지 않았다. 윈도 태블릿PC는 소프트웨어 등의 사용 환경이 동일하지만, 키보드나 마우스 등 사용자에게 익숙한 입력 장치가 기본적으로 없기 때문에 업무 생산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 맞춰 탄생한 것이 2-in-1 PC다. 태블릿PC의 휴대성과 노트북의 생산성 및 확장성을 겸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인텔이 지난해 코어 M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기존의 태블릿PC와 비교해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제품이 등장했으며, 업무용으로 사용할 만큼의 기능까지 겸비한 제품도 태어났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 역시 이런 맥락의 제품이다. 바로 HP가 내놓은 엘리트X2(HP Elite X2 1011 G1, 이하 엘리트X2)다.
엘리트X2의 폼팩터는 다른 2-in-1 PC와 크게 다르지 않다. 11.6인치 태블릿PC와 키보드독으로 구성돼 있으며, 윈도 8.1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일반 소비자용 제품보다는 기업용 제품에 더 가깝다. 일반적인 제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보안 부품, 높은 확장성, 각종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을 갖췄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유심 슬롯도 갖췄다.
우선 키보드독을 살펴보자. 키보드독 좌측에는 스마트 카드 리더가 있다. 이 슬롯에 근거리 무선통신 칩이 들어있는 스마트 카드, 예를 들면 직원용 출입증 등을 삽입하면 엘리트X2를 사용할 수 있고, 슬롯에서 이를 제거하면 자동으로 잠긴다.
키보드독 우측에는 지문 인식 장치가 있다. 여기에 지문을 등록하면 윈도 운영체제 잠금 해제, 웹 사이트 로그인, 각종 응용 프로그램 로그인에 사용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과 비교해 사용이 간편하며, 비밀번호가 노출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안전하다.
키보드독에는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본체(태블릿PC)와 연결했을 때는 키보드독의 배터리를 우선 사용한다. 때문에 외근 시 본체만 분리해 휴대하더라도 본체의 배터리는 거의 만충 상태로 가져나갈 수 있다. 내장 배터리의 지속시간은 나쁘지 않다. 화면 밝기 50%, 음량 50%로 설정하고 무선 인터넷을 연결한 뒤 풀HD 동영상을 4시간 정도 재생해보니 배터리를 약 70% 소모했다. 만약 문서 작성이나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키보드독의 배터리만으로 7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본체의 배터리까지 사용한다면 11시간 가까이 연속으로 가동할 수 있으니 배터리에 관한 걱정을 줄일 수 있겠다.
키보드독은 LED를 내장해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자판을 입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화면을 열었을 때 키보드가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지는 디자인이라 손목이 편하다. 또한, 하단에는 배수구가 있어, 물을 엎질러도 즉시 털어내고 말린다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다만 당분이 있는 음료수 등은 말랐을 때 끈적임이 계속 남아있을 수 있으니 알코올 등으로 닦아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키보드독의 확장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일반 크기의 USB 3.0 단자 두 개를 갖췄으며, 디스플레이 출력 단자도 일반 크기의 DP를 지원한다. 좌측에 있는 확장 단자에 별도 액세서리를 연결하면 D-SUB, SD카드 리더 등 다양한 외부 장치를 추가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단자는 기존 HP 엘리트패드 제품군의 액세서리와도 호환한다.
엘리트X2는 키보드가 내장된 커버도 제공한다. 이 커버는 배터리를 내장하지는 않았지만, 키보드독과 비교해 휴다하기 좋다. 또한 USB 3.0 단자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확장성을 조금이나마 더 높일 수 있다.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다면 키보드독을 사용하다가 외부에서 근무할 일이 생기면 키보드 커버로 바꿔 사용하면 되겠다. 참고로 키보드독의 무게는 760g이며, 커버의 무게는 530g이다.
본체 아래에는 와콤 기술을 적용한 전자 펜이 내장돼 있다. 필압 감지는 물론, 필기 시 화면에 댄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는 팜 리젝션(혹은 팜 블록) 기능도 갖췄다. 이를 통해 태블릿PC로써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태블릿PC만 휴대할 때 화면에 나타난 가상 키보드 대신 전자 펜으로 간단한 메모 등을 할 수 있다. 마치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듯하다.
HP는 일반 사용자에게는 PC와 프린터 제조사로만 알려져 있지만, 사실 HP는 엔드유저 컴퓨팅부터 데이터센터까지 기업 인프라 전반에 걸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보안 솔루션 역시 그들의 사업 영역 중 하나다. 엘리트X2는 이러한 HP의 보안 솔루션을 채용했다.
기본 탑재된 HP 클라이언트 시큐리티(HP Client Security)는 암호 관리, 저장장치 보안, 연결 기기 권한 관리 등 보안과 관련해 종합적인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앞서 말한 지문 등록 및 스마트 카드 관리 등도 이 소프트웨어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암호 관리자(HP Passworld Manager) 기능을 이용해 웹 사이트나 각종 응용프로그램에서 암호를 요구할 시 사용자가 사전에 등록한 암호를 불러와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으며, 암호 복구(HP SpareKey) 기능은 사용자가 암호를 잊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별도의 방법으로 암호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이밖에 드라이브 암호화, USB, 블루투스 연결 관리 등을 이 소프트웨어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업무 편의를 위한 소프트웨어도 기본 탑재했다. 바로 HP 페이지 리프트(HP page Lift)다. 페이지 리프트는 엘리트X2로 촬영한 사진 혹은 저장된 이미지 파일을 불러와 PDF 형식으로 바꿔주는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파일 형식을 변환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A4용지에 인쇄한 문서를 바닥에 놓고 촬영하면, 이 사진에서 문서만 인식해 파일로 변환한다. 또한, 용지와 글씨가 확실하게 구분되도록 용지는 더 하얗게, 글씨는 더 까맣게 변환해 줘, 마치 스캐너를 사용한 듯한 효과를 낸다.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외부에서 급하게 PDF 파일을 만들어 전송해야 하는 경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제 제품 사양을 간단히 살펴보자. 프로세서는 5세대 코어 M-5Y51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이는 냉각 팬이 필요 없는 프로세서다. 다시 말해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조용한 사무 환경을 원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메모리는 모델에 따라 4GB 혹은 8GB를 지원하며,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엘리트X2는 일반 사용자가 아닌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이다. 따라서 가격 역시 소비자용 제품과 비교하면 조금 비싸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 비싼 제품을 쓰더라도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제품을 원한다. 업무용 기기에 들어있는 정보는 기업의 자산이기 때문에 보안의 부재로 유출되거나 악성 프로그램에 감염돼 쓸 수 없게 됐을 때의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엘리트X2는 이러한 기업의 요구에 맞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