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스타트업 바로 알기] 스타트업, 열정으로 도전하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필자는 최근에 3D프린팅 관련 스타트업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http://it.donga.com/20324/). 책을 쓴 동기는 3D프린팅 관련 비즈니스 생태계가 제대로 커지길 바라서다. 3D프린터를 비즈니스 만병통치약으로 포장하는 이들과 3D프린팅에 대한 미흡한 교육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3D프린팅에 대한 편견이 커지고, 심지어 3D프린팅에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책 출간 후 정반대의 경험을 했다. 필자를 비롯해 3D프린팅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려는 사람들이 무분별한 스타트업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을 여러 SNS 등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3D프린팅 사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활성화되고 있지 않아 이 분야에 긍정의 기운이 생기도록 노력하려 했는데, 정반대의 시선과 의견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음에 매우 놀랐다. 그들의 의견을 충실히 받아 들이고 지금보다 더 집중하고 노력하면 언젠가 그들도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렇게 이견과 오해가 난무하는 이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할까? 3D프린팅이 아니라면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등의 전형적 트렌드에 신경써야 할까? 아니면 인문학과 기초과학 등 모든 삶의 기반이 되는 학문으로 관심을 돌려야 할까?

최근 우리나라 대부분이 대학이 그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학문의 요람이 아닌 기업에 인력을 조달하는 장소에 불과하며, 영리 목적 기업과 똑같이 수익을 최우선시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취업율과 강의 평가에 근거한 학과 통폐합이 이루어지며,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교 수도 축소될 가능성마저 고려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표현이 무색해 진다. 대학이 생존하려면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 대학만 이러한가?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 대부분은 대학 입시를 위해 존재한다. 결국 초, 중, 고, 대학 교육 모두가 오로지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꼴이다.

물론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도록 노력하는 선생님들과 학교도 많다. 하지만 사교육비 세계 최고라는 우리나라 타이틀을 보면 한쪽으로 쏠려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대학 진학률 또한 세계 최고다. 인지도 높은 대학에 입학하여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것이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희망사항이자 꿈이다. 이런 불타는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취업 시장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우리나라도 저성장 기조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으로 글로벌 차원의 유동성 조정이 진행 중이다. 총수요보다 총공급이 많은 상황이기에 신흥국의 과잉투자도 문제다. 또한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전통 산유국들이 위기를 맞고 있으며, 석유 정제 등 석유 2차 사업도 침체 국면이다. 젊은이들의 취업도 문제지만 당장 40세 이상의 기성세대들의 실직 문제가 더 시급하다. 저성장 기조는 대부분의 기업에 효율화를 부추긴다. 고임금의 중견 근로자들은 퇴출 0순위 대상이고, 이들이 직장을 떠나 일할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 상황 돌파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 동력은 우리나라 개별 기업이 이른 바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지와 직결된다. 여기서 핵심 역량이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 기업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가치는 해당 기업에게는 수익을, 나라 전체에는 고용창출과 사회적 기여 제공에 빌미를 준다. 결국 개별 기업에 핵심 역량이 존재해야 전반적인 실업률 제고가 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핵심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까? 물론 돈 주고 살 수도 있다. 기업 인수합병이 그러하다. 여기에는 옥석을 가릴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며, 인수합병의 타이밍도 중요하다. 답은 열정을 북돋는 사회 분위기에 있다.

세계적인 경영 전략가인 게리 하멜(Gary Hamel) 교수는 6단계로 사람의 능력을 구분했다. 맨 아래 단계는 '복종(obedience)'이다. 무서운 선생님이 나타나면 혼나지 않기 위해 그때만 하는 척하는 능력이다. 그 위는 '근면(diligence)'이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위는 '지적 능력(intellect)'이다. 머리를 쓰는 근면 능력이다. 그 위가 '진취성(initiative)'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남이 시키지 않아도 리드하는 능력이다. 그 위가 '창조(creativity)'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맨 위 단계가 바로 '열정(passion & zeal)'이다. 실패를 극복하고 창조를 지속해 내는 사람에게는 열정이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게리 하멜의 인간 능력의 6단계
게리 하멜의 인간 능력의 6단계

< 게리 하멜의 Pyramid of Human Capabilities : http://thehypertextual.com/2010/04/08/gary-hamels-pyramid-of-human- capabilities >

피라미드에서 위 쪽에 있을수록 높은 가치의 능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창조 능력을 열정 능력보다 높이 평가할 것 같으나, 열정 능력이 가장 높은 위치다. 창조는 대부분 실패를 동반하기에 그 창조 능력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더 가치가 있고 그것이 바로 열정이다.

GE 팹랩
GE 팹랩

< GE 팹랩 : http://www.gereports.com/post/80900640694/honey-i-3d-printed-the- president-fab-lab-space >

미국 일리노이스 대학 내 팹랩
미국 일리노이스 대학 내 팹랩

< 미국 ILLINOIS 대학 내 위치한 팹랩 : http://www.istem.illinois.edu/news/fab_lab.html >

팹랩(Fab Lab)은 Fabrication Laboratory의 약자이다. 팹랩의 시초는 미국 MIT대학에서 주변 빈곤층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된 일종의 공작소다. 그런데 위 사진을 보면 GE 팹랩 뿐만 아니라, 일리노이스 대학 부설 팹랩에서도 나이가 지긋한 장년층이 어린 학생에게 무언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정이 있고 다른 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한 능력이 있다면 이런 장년층에게도 활동의 기회를 준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휠체어 시연
3D 프린터로 제작한 휠체어 시연

3D 프린터로 제작한 휠체어
설계도
3D 프린터로 제작한 휠체어 설계도

< 미국 NuVu 고등학교 학생이 3D프린팅으로 제작한 휠체어 핸드 드라이브(오바마 대통령이 오른손으로 잡고 있고, 학생이 들고 설명하고 있음.) : https://cambridge.nuvustudio.com/studios/hacking-a-wheelchair/hand- drive#tab-final >

이 NuVu 고등학교는 필자가 이전에 연재했던 '3D프린터의 세계' 중 소방관들을 위한 새로운 장비를 3D프린터와 아두이노로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낸 사례로 언급했던 학교다(http://it.donga.com/20565/). 이번에는 또 다른 사례다. 이 학교의 한 여학생이 선생님들(위 사진에 코치로 언급됨)의 지도를 받아 고안한 '휠체어 핸드 드라이브'라는 도구다. 위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있는 장면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학생들은 선생님(teacher)에게 '코치(coach)'라는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발명은 학생이 주도했고 선생님은 조언만 했다는 뜻이다.

위 미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선생님에게 모델링 방법과 도구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중고등학교에 이르러 창착 활동이 왕성한 시기에는 그에 걸맞게 젊은 선생님들이 나서서 실제 창작물을 고안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도한다.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영감을 얻고 생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이가 들었다고 실직의 길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갖고 어린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스펙을 쌓으려고 3D프린팅을 배우거나 도구를 고안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되는 도구를 제안하기 위해 3D프린팅을 이용하고 있다(사진의 휠체어를 탄 학생도 실제 NuVu 고등학교의 장애우다. 친구의 불편한 생활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필자의 3D프린팅 서적을 보고 연락을 해오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게,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3D프린팅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내 선생님 중 3D프린팅에 관심 있는 분이 한 명도 없고, 학교에는 3D프린터도 없다고 한다. 이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필자는 주변에 있는 무한상상실(미래창조과학부 지원) 등을 체험하는 게 좋겠다고 안내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게리 하멜 교수가 말한, 인간의 최상위 능력인 열정 능력이 넘친다. 학생의 몸으로 3D프린팅 관련 책을 읽고, 3D프린팅 동아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중장년 실직자들도 구직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하지만 기회가 많지 않다. 마땅한 창업 아이템이 없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3년 내 폐업하기 일쑤다. TV에서 방영하는 실직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어린 학생부터 장년까지 나이에 맞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스펙을 쌓기 위한 교육으로는 기존에 없는 창의적 기기가 나올리 없고, 돈 벌기에 급급한 중장년 창업은 지속 유지되기 어렵다.

나이에 상관 없이 도전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을 반드시 바꿔야 한다. 이는 대학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초중고 교육의 문제로 보는 편이 맞다. 사교육비 세계 최고의 덫을 벗어나야 한다. 창의 교육 활성화 등을 통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트위터 창업자 비즈 스톤, 이들 모두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대학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끝으로, 게리 하멜 교수가 언급한 인간의 능력 중 열정 능력이 창조보다 윗 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창조의 실패를 거듭 이겨낼 수 있는 열정이 꼭 필요한 시기다. 우리 아버지들이 실직으로 좌절하고 있고, 우리 자녀들이 창의성 교육에 목말라 하고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조금만 더 열정을 싣고 앞으로 나가라. 스타트업을 만들 아이디어가 있다면 창업넷, 중소기업청, 진흥원, 소상공인진흥공단 등의 도움을 얻어 열정으로 도전하라. 일자리를 나눌 수 있는 여건이 있다면 사회 초년생과 장년을 위해 자리를 나누라.

스타트업 도전을 위해 준비해야 될 내용과 전략 등은 이후 연재에서 다룬다.

글 / 김영준 (3dbiz@naver.com)
한국 3D프린팅비즈니스코칭센터(K3DBC) 대표 겸 창의 혁신 강사.
새로움에 도전하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 20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18년 간 3D 설계 및 개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현재 3D프린팅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고자 3D프린팅 관련 서적을 출간했다(<3D프린팅 스타트업, 라온북>)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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