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스타트업] 페이스북이 반한 카메라 앱, '노아카메라'
[IT동아 안수영 기자]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열린 페이스북의 개발자 컨퍼런스 'F8 2015'. 이번 컨퍼런스에는 차세대 앱의 미래를 목도하기 위해 약 2,5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참석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기조 연설을 통해 사람을 중심에 두고, 더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 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공유의 미래를 그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F8에서 페이스북이 밝힌 미래 핵심 사업은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은, 페이스북 메신저 내에서 서드파티 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세계 6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 메신저에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음원 앱 '디티', 동영상 서비스 앱 '집잽' 등 전세계 47개 업체가 메신저 플랫폼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
한편, 이번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에는 국내 스타트업도 포함됐는데, 바로 '캔디카메라' 앱의 개발사인 JP브라더스다.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 파트너로 제휴한 국내 기업은 JP브라더스가 유일하다. 양사가 손잡고 선보인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 서비스는 바로 '노아카메라 for messenger(이하 노아카메라)'다. 노아카메라는 캔디카메라의 강점인 필터 기능을 갖춘 동시에,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공유 기능을 강화했다.
노아카메라의 개발은 글로벌 IT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이 협업한 보기 드문 사례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JP브라더스의 서지호 대표, 박상철 CTO(최고기술경영자), 이동호 CMO(최고마케팅경영자, 폰플 CEO)를 만나 노아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왼쪽부터 이동호 CMO, 서지호 대표, 박상철 CTO>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 국내 첫 번째 공식 파트너사
이번 F8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은 메신저와 앱의 연결성을 강조했으며, 이번에 선정된 파트너사는 전세계 47곳 가량이다. JP브라더스는 국내 최초로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에 참여했다. 캔디카메라에서 선보였던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페이스북과 제휴하게 된 과정은 어땠을까.
이동호: "페이스북 측에서 먼저 이메일을 보내 저희에게 제휴를 원한다고 요청했어요. 저희는 처음에 인수한다는 줄 알고(일동 웃음)… 농담이고요. 페이스북에서 "캔디카메라의 필터와 스티커가 인상적이다. 이런 부분을 페이스북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어요. 전세계 모든 카메라 앱들을 살펴보고 캔디카메라를 점찍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는데요, 저희가 필터를 제공하는 것인지 스티커를 제공하는 것인지 물으니,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 새로운 카메라 앱을 붙이려고 한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빠르게 작업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연락을 받은 지 2달 만에 카메라 앱(노아카메라)을 새로 만들었어요. 마침 저희도 새로운 카메라 앱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페이스북과 좋은 파트너가 되어 새로운 기회를 연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합류했습니다"
사실, JP브라더스가 서비스하는 '캔디카메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5,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글로벌 월간 실사용자(MAU)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P브라더스가 새로운 카메라 앱을 만들고자 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지호: "현재 캔디카메라가 전세계적으로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남미, 아시아,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합니다. 상대적으로 북미권 시장에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앱을 만들면서 북미 쪽에서도 성장 기회를 도모하고자 했습니다. 마침 페이스북과 제휴를 하게 되었는데, 페이스북의 개방성과 북미 시장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캔디카메라가 갖지 못한 사진 공유 기능도 보완했습니다. 캔디카메라는 사진을 찍고 편집하기는 좋지만,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목적이자 마지막 단계인 공유, SNS와의 연결성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노아카메라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근 사진 공유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노아카메라의 필터 기능으로 좀 더 멋지게 사진을 남기고, 페이스북 메신저에 공유하는 기능을 통해 사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환경을 구축한 것입니다"
현재 노아카메라 앱은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내에서 노아카메라를 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박상철: "노아카메라 앱에서 사진을 찍으면 즉시 페이스북 메신저로 보낼 수 있습니다. 현재는 페이스북 메신저 내에서 디스커버리 탭이 오픈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향후에는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서도 노아카메라를 비롯한 페이스북 메신저 플랫폼을 즉시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박: "노아카메라에서 사진을 찍은 뒤, 화면 하단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를 선택하고, 대화할 사람을 선택하면 사진이 즉시 전송됩니다. 사진을 받은 사람은 바로 사진으로 '답하기'를 할 수 있는데요, 노아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앱 설치 후 답하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노아카메라 앱에서는 화면을 옆으로만 넘겨도 필터를 즉시 바꿀 수 있습니다. 화면을 넘기며 해당 장면에 어울리는 필터를 선택하고 촬영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서: "노아카메라는 많은 기능을 제스처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화면을 옆으로 넘겨 필터를 빠르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필터를 보고 싶다면 화면을 위로 밀어서 필터를 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시 화면을 아래로 밀면 필터를 닫을 수 있지요. 화면을 터치하면 촬영이 되는 기능도 있고요, 화면을 아래로 쓸어내리면 촬영 모드를 전/후면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JP브라더스는 노아카메라를 선보이며 공유와 제스처 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엔진과 기종별 최적화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서: "저희가 이번에 엔진을 손보았는데요, 캔디카메라보다 속도는 300% 이상 빨라졌고, 아직은 보완하는 단계이지만 캔디카메라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한편, 안드로이드의 경우 기종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기종별 최적화 작업도 관건입니다. 여기서 가장 큰 이슈가 화질 문제였고, 실시간으로 필터를 바꾸는 만큼 퍼포먼스 문제도 있었어요. 이런 점을 개선하는 엔진을 개발하는 데 약 1년을 공들였습니다. 사실 캔디카메라를 발전시키려고 시작한 작업이었는데, 이번에 노아카메라에 적용하게 되었지요"
캔디카메라가 다양하고 예쁜 필터로 유명한 만큼, 노아카메라 역시 캔디카메라의 필터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JP브라더스의 필터 개발에 대한 비법은 '직접 여성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었다.
서: "저희가 잡은 타겟 유저는 여성이었어요. 여성분들은 셀프카메라를 찍을 때 화장이나 조명 등에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그 입장이 되어보기로 했어요. 직접 비비크림을 바르고(!) 파우더도 두드려 보고(!) 그랬습니다. 직접 사진을 찍어보고, 일일이 필터를 만져가면서 개발했습니다. 조명을 고려한 연구도 했어요. 화장실 불빛, 특히 백화점 화장실 불빛 아래에서 셀프카메라가 가장 잘 나온다고 하죠. 햇빛이 너무 강해도 안 되고, 그늘진 날에 적당히 찍어야 예쁘고. 그런 많은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다 고려했어요. 현재 필터는 100개가 넘고, 스티커도 많습니다"
건장한 남성분들의 이러한 시도에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캔디카메라가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카메라 앱'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리라.
서: "현재 캔디카메라와 노아카메라의 필터는 동일하고, 향후 대폭 추가할 계획입니다. 현재 노아카메라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안정화를 거친 뒤에 필터들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카메라 앱을 넘어 공유의 미래를 꿈꾸다
캔디카메라의 성공에 이어 노아카메라의 도전까지. 여기까지만 본다면 JP브라더스는 카메라 앱을 전문으로 한 스타트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좀 더 야심차다. 서 대표는 "JP브라더스의 목표는 카메라 앱이 아니라 SNS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 "저희의 미션은 T, K, S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T는 Take,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K는 Keep, 사진을 소장하는 것이고요, S는 Share, 사진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즉, 사진으로 줄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창출해서 사용자 분들에게 기쁨을 전달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박: "TKS 중에서 T와 K는 어느 정도의 고도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S가 관건인데요, 사실 저희가 더 크게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S입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해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노아카메라의 시도도 그렇고요, 궁극적으로는 SNS가 되리라 봅니다"
서: "사진기가 발명된 이래, 사진이라는 산업을 결코 죽지 않았습니다. 사진의 의미도 확대됐는데요, 그 동안 사진이란 것이 추억을 간직하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한층 더 나아가 자신을 어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물론 사진의 형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고, 매체는 모바일까지 확산됐습니다. 향후에도 그 형태와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진이란 인간과 늘 함께하는 문명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사진의 의미를 주는 동시에, 사진의 형태와 방향성이 변화하면 그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고자 합니다"
물론, 현재 명확한 성공을 거둔 국산 SNS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외산 SNS로 트래픽이 넘어가고 있다는 현실은 JP브라더스도 잘 알고 있다. 비록 사진 공유 SNS는 아직 구상 중에 있지만, 그들이 도전하고자 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러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저력과 용기는 캔디카메라 개발과 성공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 "흔히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기술력과 타이밍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캔디카메라 앱은 2013년 12월에 출시됐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앱 중에서는 상당히 후발 주자입니다. 저희에게는 타이밍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수많은 경쟁업체들을 분석해 장점만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캔디카메라가 타이밍이 없었는데 가치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약 1년 5개월이 된 지금, 5천 만 다운로드를 넘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수많은 앱들 중에서도 끊임없이 더욱 편하고, 쉽고, 예쁜 앱을 찾아요. 약 100만 원을 주고 구입한 스마트폰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스마트폰 안에 있는 앱을 구매하는 데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이 쉽게 앱을 바꾼다는 것은 저희에게도 독이 될 수는 있지만, 역으로 그것을 기회로 활용하고 장점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도전했어요.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쾌한 존중, 즐거운 배려, 부지런한 도전
캔디카메라의 성공부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탄생시킨 노아카메라까지. JP브라더스의 성공 요인은 앱 자체의 경쟁력 때문이다. 많은 카메라 앱들 중 꾸준히 선택받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더불어, 남다른 저력이 또 있다. 바로 팀워크다. 팀이 좋다는 것은 설령 캔디카메라가 아니더라도 다른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리라.
서: "저희 문화가 존중과 배려이고요, 그리고 '리액션의 신'. 이것이 저희의 핵심입니다(웃음). 나중에 투잡으로 방청객 해볼까 싶을 정도로. 요새 외부 미팅을 하면 방청객 같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요"
실제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사무실에 걸어놓은 액자들의 내용도 기업 문화를 증명했는데 '친하게 지내자', 'WOW'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서: "WOW는 저희가 가장 많이 쓰는 리액션 용어입니다. 그리고 '친하게 지내자'에서 사람 모양, 저게 로고에요. 저희끼리의 인사지요"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서로 의견이 일치할 때도 이런 인사를 했다>
이: "분위기를 본다면, 아직 한국에서 없었던 유형의 회사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이런 유형의 회사들도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저희가 좋은 사례가 되고자 합니다"
서: "저희가 이렇게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업무 특성도 그렇지만, 투자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자생적으로 성장한 케이스인데요, 그래서 조직 문화나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물론, 즐거운 분위기 속에 날카로운 진지함도 존재했다. 사무실에 걸어놓은 액자들의 내용 속에는 따끔한 철학도 담겨 있었다.
서: "내일 망할 수도 있다…. 네 맞아요. 스타트업은 정말 내일 망할 수도 있어요. 항상 정신차려야 해요.
비슷한 의미로 '칠면조 법칙'도 있습니다. 실은 저게 '닭의 법칙'인데, 닭으로 하면 좀 없어 보여서(웃음). 닭이 알을 낳는데, 그 알이 두 가지 길을 가잖아요. 병아리가 깨어나서 닭이 되거나, 계란 후라이가 되느냐. 그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태어나면 얼른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단련해서 나아가야지,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그냥 있으면 계란 후라이가 됩니다.
물론, 닭이 되어서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가만히 있어서 살만 찌면 치킨이 되죠. 끊임없이 나가서 돌아다니고 무언가를 하는 닭은 장닭으로 남아 양육된다고 생각해요. 글쎄요… 계속 돌아다녀서 육질이 질기게 되면, 치킨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80%를 만족시켜라', '이 모든 게 다 경험', '실패는 용서 포기는 응징' 등의 문구도 있었다.
서: "80%를 만족시켜라, 라는 것은 모든 부분에 적용하는 것인데요, 사실 무언가 목표를 갖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100%라는 욕심을 버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것에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거든요. 따라서 80%를 만족시키고 나머지는 포기하되, 그 대신 80%를 통해 얻는 가치를 통해 다시금 배우고자 합니다. 과욕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또 배우자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물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저건 뭐예요?"
서: "말 그대로 청소 열심히 하자…. (하하하!)" (물론, 사무실은 깨끗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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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