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구입 시, 주변의 ‘컴고수’들을 너무 괴롭히지 말자!
하지만 나름 시간과 노력을 다해서 조언을 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이를테면 ' 가격이 너무 비싸다 '라던가 ' 성능이 생각보다 아쉽다 '고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꼭 맨 마지막엔 ' 옆집 누구는 이것보다 싸게 샀는데 더 좋더라 '라는 확인사살까지. 사실 이렇게 되면 도와주는 사람 입장에선 '뭐 주고 뺨 맞은 격'이 되어서 제법 우울하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땐 사실 처음 부탁을 하는 사람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경험상, 이런 사용자들은 단순히 ' 난 PC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라는 단서를 붙이며 그냥 ' 제일 좋은 PC '로 해달라고 한다거나 ' 제일 가격이 싼 PC '로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사실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면 아주 곤란하다.
단순히 좋은 PC라면 코어 i7 익스트림에 지포스 GTX295를 SLI로 꽂고 랩터 하드를 RAID로 하라고 하면 된다. 가격은 약 500만 원 정도할 것이다. 그리고 무조건 싼 PC라면 최하등급의 부품을 조합해서 20만 원대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지독하게 느린 작업 속도에 넌더리가 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이 연출이 되니, 서로 만족을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꼭 명심하도록 하자. '컴맹'의 입장에서 '고수'에게 질문을 할 때는 꼭 아래와 같은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이야기하자.
1. PC를 사용할 주된 용도를 정확하게 밝힌다
따라서 게임이면 게임, 그래픽작업이면 그래픽작업, 영화감상이면 영화감상이라고 용도 를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도 명확하게 말하자. 이를테면 '게임용 PC'라고 하더라도 던전앤파이터나 리니지(2D 그래픽)가 잘 돌아가는 PC와 크라이시스나 C9, 아이온(3D 그래픽) 등의 게임이 잘 돌아가는 PC 사양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나며, '그래픽작업용 PC'라고 하더라도 포토샵용 PC와 마야용 PC는 지향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예: "이번에 새로 살 PC는 게임 '아바'가 잘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2. 용도가 여러 가지라면 그 중에 우선순위를 정한다
사실 요즘 세상에 PC를 한가지 용도로만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터넷도 하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디자인작업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다~잘 되는 PC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PC 사양상담(?)을 받는 입장에선 있는 대로 다 집어넣은 초고가 PC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질문을 할 때는 자신이 원하는 대표적인 용도 를 이야기 하되, 그 우선순위 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예: "대표적인 용도는 인터넷이랑 영화 감상, 그리고 게임 플레이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감상을 주로 하고, 게임은 카트라이더 정도만 잘 돌아가면 됩니다.'
3. 가지고 있는 예산을 분명히 밝힌다
- 보급형: 40~50만원 대
- 중급형: 60~80만원 대
- 고급형: 90~100만원 대 이상
다만 이건 조립 PC 기준이며, 메이커 PC의 경우 저 기준에서 한 단계 가격대를 높여야 한다 고 생각하면 알맞을 것이다.
예: '지금 예산이 한 60만 원 정도 있는데, 게임이랑 동영상이 잘 돌아가는 PC가 필요해요. 특히 '아이온' 게임이 잘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4. 부탁을 들어준 고수는 질문자의 A/S기사가 아니다
이 정도의 정보만 준다면 부탁을 받는 '고수'도 계획을 짜기 쉬우며, 부탁을 하는 '컴맹' 역시 비교적 만족스런 PC를 장만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부탁을 한 후에도 의뢰인이 반드시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시켜야 할 부분이 있는데, 이는 바로 케이스와 같이 디자인적인 취향 을 많이 타는 부분, 혹은 키보드나 마우스와 같이 직접 만지며 조작해야 하는 부분 이다. 이건 매장에서 최종 구입할 때 같이 가서, 직접 체험해보고 고르도록 하자.
아무튼 PC는 디지털 기술의 결정체이고, 좋은 PC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디지털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좀더 좋은 PC를 가지기 위해, 그리고 이를 계기로 주변의 사람들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성의와 에티켓 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