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등골이 오싹할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HP '오멘(Omen) 15'
[IT동아 이문규 기자] HP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오멘(Omen)'. 노트북 이름이 어릴 적 봤던 공포영화 제목과 같아 좀 의아하다. 참고로 'omen'의 원래 뜻은 '조짐', '징조'다. '좋은 노트북일 조짐이 보인다'는 의미인가? 어쨌든 오멘은 데스크탑 못지 않은 막강한 게이밍 성능을 탑재한 '무서운' 노트북이다.
솔직히 말해 본 리뷰어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제품군이 그리 달갑지 않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PC는 아직까지는 데스크탑이, 성능 면에서나 게임 플레이 면에서나 아무래도 노트북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2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데스크탑에 투자하면 현존하는 그 어떤 노트북보다 월등한 사양을 갖출 수 있다. 게임용 PC에는 노트북의 이동성, 간편성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게이밍 노트북 HP 오멘을 사용해 보려는 이유는, '게이밍 노트북'보다는 '고성능 노트북'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함이다. 자동차에 있어서도 연비 좋은 소형 자동차보다, 연비는 형편 없지만 최상의 드라이빙 파워와 경험을 선사하는 슈퍼카에 관심이 가는 이치와 같다. 고성능 노트북이라면 게임뿐 아니라 전문적인 작업에도 유리할 테니까.
참고로 본 리뷰어는 이 리뷰에서 오멘의 성능에 관해서는 크게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성능을 강조한 노트북인데 그게 무슨 되도 않는 소리냐' 반문하겠지만, 최상의 사양을 한데 몰아 놓은 200만 원대의 노트북인 만큼, 성능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적어 봐야 글 쓰는 자신에게도, 글 읽은 독자에게도 시간 낭비다. 다른 제조사도 아니고 HP라면 완성도나 품질은 애당초 그냥 믿고 간다.
여기까지 읽고 '이런 노트북을 누가 200만 원 이상 주고 사나?'라 비평하는 독자라면, 살며시 창닫기 버튼을 클릭(터치)하길 요청한다.
HP 오멘은 일단 겉모습부터 뭔가 다른 비주얼을 선사한다. 고급 노트북인 만큼 폼은 제대로 난다. 전세계에서 유명한 디자인 시상식인 'iF 디자인 어워드 2015'에서 '금' 배지를 단 제품이다. 본체 내외부에 일관된 톤의 검은색을 둘러 중후함을 표현했고, 커버와 바닥의 독특한 삼각형 무늬는 그동안 HP 노트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창의적 패턴이다. 비싼 노트북이라 그런가 커버의 'HEWLETT-PACKARD'라는 로고마저도 '럭셔리'하게 보인다. 여기에 본체를 단단히 에워싸고 있는 알루미늄 합금은 묵직하면서도 견고한 느낌이 다분하다.
커버는 15.6인치 크기지만 바닥 면으로 내려가며 면접을 좁혀, 앞에서 보면 역사다리꼴 형태다. 커버를 닫아 놓으면 노트북이라기 보다 잘 만들어진 인테리어 소품 같다. 구석구석 한치의 유격도 없이 꼼꼼하게 제작된 완성도도 언급할 만하다. 우측의 SD메모리 슬롯을 제외하고, 모든 입출력 단자를 후방으로 몰아 뒀다. 게임 실행 시 케이블 걸리적거림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전원 케이블 단자, USB 3.0 단자 4개, HDMI 단자, DP 단자, 이어폰 잭 등이 뒤꽁무니에 나란히 붙어있다. 이들 단자 좌우측으로 방열구를 두어 고성능 작동 시 원활하게 열이 빠져나가도록 했다(마치 스포츠카 후방의 이중 머플러같다). 참고로, HDMI 단자와 DP 단자를 제공하니 두 대의 모니터를 각각 연결해 3중 모니터 모드로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두툼한 뒤쪽 두께가 약 2cm고 무게는 2.3kg 정도다(전원어댑터 제외). 요즘엔 1kg대의 스키니 노트북이 대세지만, 오멘은 무거울 만해서 무거운 거니 인정한다. 그래도 이런 사양, 이런 성능의 15.6인치 게이밍 노트북이 2.3kg이라면 이 바닥에서는 '울트라북'이다. 이동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휴대는... 역시 버겁다. 오멘만 달랑 휴대할 게 아니라면 '고성능 근육'을 몸에 장착해야 하겠다. 그러나, 본 리뷰어의 솔직한 심정은, 이런 노트북 있다면 얼마든지 짊어지고 다니겠다. 2kg 쯤이야…! (여담으로, 오멘은 박스조차도 멋스럽고 독특하다. 누구든 그냥 버리기가 아까울 정도다.)
이제 커버를 연다. 데스크탑 키보드와 거의 동일한 키 배치, 배열이 15.6인치 노트북의 광활함(?)을 과시하고 있고, 왼편에는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매크로 키(자동입력 기능)를 6개 마련했다. 이 매크로 키 덕에 가끔은 키보드 사용이 헛갈릴 때도 있다. 맨 좌측 상단의 P1 키를 ESC 키로 착각하기 때문인데, 그리 심각한 건 아니다. 키감은 그동안 사용했던 HP 노트북과 동일하고, 노트북 키보드 특유의 얕은 감이 있지만 타이핑이나 게임 플레이에는 별다른 불편 없다.
다만, 게이밍 노트북으로서 화살표 키가 다소 의아하다. 저런 화살표 키 배열은 대개 크기가 작은 노트북(12인치 이하)에서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적용한다. 15.6인치라 공간이 그리 부족하지 않을 텐데. 어쨌든 대부분의 게임에서 캐릭터 이동에 화살표 키보다 'AWSD(좌상하우)' 키가 주로 사용되니(동시에 마우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화살표 키를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임(프리스타일 등)을 플레이해 보니, 처음에는 이질감이 약간 있었지만 익숙해지니 게임 진행에 불편은 없었다.
키보드 아래 터치패드는 그래도 15.6인치 크기를 십분 활용해 다른 노트북보다 크고 널찍하게 배치했다. USB 마우스를 연결하면 터치패드는 자동으로 '사용 불가' 상태가 된다. 고급 노트북의 기본 클래스다.
칭찬일색이라 읽기에 거북스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좋은 건 좋은 거다.
칭찬하는 김에 하나 더 한다. 바로 '빛'이다. 오멘은 또한 빛의 노트북이다. 고가의 프리미엄 노트북임을 빛을 통해 발산하고 있다. 뒷면 열 배출구에도 붉은 빛이 발광하고, 키보드 바닥 백라이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을 부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이동에 사용하는 AWSD 키만 다른 색상으로 밝힐 수 있다. 주변이 밝으면 이 빛의 존재를 잘 모르고, 어두운 곳에서 오멘의 전원을 켜면... 오...! 몽환적이다. 빠져든다. 이 상태로 게임을 즐기면 그대로 게임 과몰입이 될 거 같다.
칭찬은 했지만 솔직히, 키보드 백라이드를 제외한 나머지 빛은 다분히 '잉여'다.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실속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들 불빛 역시 전력을 소모할 테니 배터리 모드일 때는 꺼두는 게 바람직하다.
자, 본 리뷰어가 오멘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따로 있다. 노트북으로서는 범상치 않은 음질이다. HP의 몇몇 노트북에는 '비츠 오디오(beats audio)' 솔루션이 들어가는데, 오멘은 프리미엄 노트북답게, 게이밍 노트북답게 노트북치고는 탁월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내부에 스피커 몇 개를 어떻게 배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15.6인치 크기의 본체에서 출력되는 사운드로는 상당한 공간감을 체감할 수 있다. 노트북이다 보니 음량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음악 재생이든 영화 감상이든 게임 플레이든 소리 하나하나가 명확하고 날카롭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사용하는 게 오히려 이 공간감을 저해하는 듯하다. 조용한 환경에서 들으면 정말 노트북에서 들리는 소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본체 좌우 가장자리에서 사운드에 따라 번쩍이는 불빛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블루레이급 영화를 재생하면 외부 스피커를 따로 연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부족함 없는 사운드를 출력한다. 사전 설치된 비츠 오디오 프로그램을 실행해, 용도에 따라 음악, 음성, 3D 영화 설정을 바꿔가며 들으면 더욱 좋다.
이 리뷰에 사용된 제품의 정확한 모델은 '오멘 NB-15-5021TX'로, 인텔 코어 i7-4710HQ(쿼드코어, 하스웰) 프로세서, 메모리 16GB, SSD 256GB, 지포스GTX 860M(비디오메모리 4GB), 15.6인치 터치스크린 등 데스크탑에 견주어도 만만치 않은 기본 사양을 갖췄다. 게이밍 노트북이라지만 그래픽/동영상 작업 등의 고성능 업무에도 능히 활용할 만하다. 이 정도 사양이면 이후 5년 이상은 거뜬히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터치스크린에 관해서는 사용자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있으면 분명 편리한 기능이지만, 사용빈도가 낮은 기능으로 인해 가격만 높아진다면 이를 반길 이는 (HP 관계자가 아닌 이상) 거의 없을 테다. 본 리뷰어는 리뷰를 위해 잠시 사용하기에 터치스크린 활용도가 낮았지만, 수년 이상 사용할 프리미엄 노트북이니 터치스크린이 있어도 나쁠 건 없겠다.
처리 성능, 그래픽 성능에 관한 소개는, 현재 최고 사양의 온라인 게임인 '검은사막'을 플레이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일단 검은사막의 권장 사양은 '코어 i5 + 메모리 6GB + 지포스GTX650/라데온HD 7770' 이상이다. 데스크탑으로도 녹록하지 않은 조건인데, 오멘은 이를 가뿐히 넘어선다.
게임 내 성능옵션(게임설정)은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텍스처 품질과 그래픽 품질은 '높음'으로 설정하니 약 25프레임이 기록됐다(프레임 수가 높을수록 고성능. 일반적으로 25~30 프레임 수준이면 게임 플레이에 적합).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지장 없고, 고사양 게임답게 탁월한 그래픽 화질을 보여준다. 다만 '최고사양 모드(그래픽 품질 '매우 높음')'로 설정하면 15프레임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게임을 즐기는 데는 큰 불편 없지만 아무래도 부드러운 움직임은 기대할 수 없다(개의치 않고 플레이한다면 못할 건 없다). 하지만, 평소에 게임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그래픽 품질 '높음' 설정이나 '최고사양 모드' 설정이나 화질 면에서 큰 차이를 체감하진 못하겠다.
검은사막보다 권장사양이 한참 낮은 온라인 게임에서는 굳이 테스트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본 리뷰어의 유일한 온라인 게임인 '프리스타일(농구)'을 설치, 실행해 보니, 역시 현재 사용하는 데스크탑보다도 부드럽고 매끈한 그래픽 성능을 보인다. 모 아웃도어 업체의 광고 멘트처럼, '검은사막에서 이 정도니 농구코트에서는 날라 다닌다'.
다만 높은 성능을 발휘하다 보니 열이 많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쿨러(팬) 소리도 제법 요란하다. 조용한 도서관이나 사무실에서는 아무래도 민폐가 되겠으니 게임 플레이를 자제해야 겠다. 물론 이런 쿨러 소리가 단점이라 할 수 없다. 폭발적인 성능을 내는 스포츠카의 시끄러운 머플러 소리를 단점이라 지적할 순 없지 않은가. 아울러 각 부품 성능이 좋으니 배터리 사용 시간도 단축된다. 완전 충전 후 게임 플레이의 경우 최대 평균 3시간 정도 버티고, 일반 작업의 경우라면 4~5시간은 연속 사용할 수 있다.
게임 외 본 리뷰어는 2kg 남짓한 오멘을 짊어지고 다니며 업무 처리에 적극 활용했다. 문서 작업이든 사진 편집이든 몇 개의 작업을 띄워 놓든 거침 없고 시원하다. 그런 성능이 지친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든다. 2kg를 들고 다니는 보람을 안겨 주는 것이다. 더구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마우스 연결하면 윈도 바탕화면이 딱 뜨는 빠른 부팅은 업무용 노트북으로 최적이다. 이런 노트북이 1kg 대의 무게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서두에 언급한 대로 HP 오멘 시리즈는 사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본 리뷰에 사용된 NB-15-5021TX의 경우 220만 원대 이상에 판매되고 있다. 아무리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 가격에 게이밍 노트북을 권하기는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완성도 면에서나 기능 면에서나 특징 면에서나 오멘은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작은 틀 안에 가두기에는 아까운 제품이다. 그러니 게임도 게임이거니와 고성능 작업 전문 노트북으로 포장하는 것도 괜찮겠다. 1kg 대의 얇은 노트북이 득세하는 노트북 시장이지만, 이런 묵직한 성능을 발휘하는 독창적인 노트북 역시 시장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군이다.
HP 고성능 노트북 오멘 NB 시리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HP 홈페이지(http://h20386.www2.hp.com/KoreaStore/Images/KRHPSHOP/ols/category.html#for- home- laptops/gaming)를 참고하기 바란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