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플라이북, 둘이 헷갈리나요?
[IT동아 강일용 기자] 세계 최대의 프로세서 제조사 '인텔'과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간의 분쟁을 기억하시나요? 지난 2004년, 인텔은 디시인사이드의 '인사이드'와 '인텔 인사이드(인텔의 프로세서 슬로건)'의 '인사이드'를 사용자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디시인사이드의 상표등록 철회와 상표사용 중지 등을 요구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는 당연히 이 황당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분쟁은 특허청을 거쳐 결국 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 두 회사의 기나긴 분쟁은 장장 7년 만에 대법원이 디시인사이드의 손을 들어주면서 마무리됐습니다. 디시인사이드가 인텔 인사이드와 헷갈릴 우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국내의 일개 커뮤니티 사이트와 7년 동안 분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인텔은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하게 됐죠. 본전도 못 찾은 겁니다.
그런데 이것과 비슷한 분쟁이 다시 일어날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26일 세계 최대의 SNS '페이스북'이 국내의 도서 추천 서비스 '플라이북'에게 유사상표로써 사용자들이 혼동할 우려가 있으니 서비스의 이름을 바꾸던가, (서비스의 이름을) 특정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라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플라이북은 사용자들끼리 도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읽을만한 서적을 추천해주는 SNS 겸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6개월이 조금 넘은 신생 스타트업입니다.
쟁점은 세 가지. 'F', 'BOOK', 'SNS'
페이스북은 플라이북 앞으로 발송한 내용증명서를 통해 "두 상표의 앞 글자가 F로 동일하고 뒤에 접미사 BOOK이 있어 사용자들이 두 회사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며, 플라이북이란 이름을 변경하던가, 플라이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사업을 '서적 및 전자출판물'로 한정하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귀사의 상표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죠.
플라이북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입니다. 페이스북과 플라이북은 'BOOK'이라는 글자를 제외하면 글자가 전혀 다르며, 실제 상표권 출원에서 중요한 요소인 발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플라이북측의 설명입니다. 플라이북은 페이스북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상표를 변경하라는 것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인지도를 포기하라는 것이고, 업종을 서적 및 전자출판물로 한정하라는 것은 주력 사업인 SNS를 그만두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즉, 페이스북의 주장은 플라이북에게 사업을 그만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이북 관계자는 "상표권 출원을 담당한 변리사에게 문의한 결과 상표는 외관, 칭호, 개념을 면밀히 검토해 유사한지 판단한다. 특히 문자상표는 호칭 유사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두 회사의 호칭은 전혀 다르며 개념이나 외관 역시 전혀 달라 법원과 특허청 상표심사실무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페이스북은 자사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업체를 상대로 언제나 강경하게 대처해왔습니다.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에 올라온 공식 페이스북앱과 유사한 앱을 상대로 권리투쟁에 나서 모두 앱 장터에서 사라지도록 조치를 취한적도 있죠. 이번 공문 역시 그러한 권리투쟁의 일환일겁니다.
두 회사 모두 물러설 수 없으니, 결국 상표권의 유사 여부에 관한 판단은 법원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플라이북은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길고 긴 법정투쟁을 일개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법원까지 올라가기 앞서 두 회사간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뜻이겠지요.
처음에 인텔과 디시인사이드 간의 분쟁을 얘기했지요? 당시 인텔이 디시인사이드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누리꾼들은 인텔을 조소했습니다. 둘이 혼동되지도 않는데 먼저 나서서 호들갑이라는 겁니다.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죠. 그래서 다시 한번 누리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페이스북과 플라이북, 둘이 정말 헷갈리나요?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