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웨어, 명품 옷 입는다
[IT동아 이상우 기자] 스위스 시계 제조사 태그 호이어(TAG Heuer)가 인텔, 구글과 함께 스마트 시계를 위해 뭉쳤다. 세 기업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시계보석박람회에서 이러한 깜짝 발표를 했다. 태그 호이어의 시계 제작 기술에 인텔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안드로이드 웨어 운영체제 위에서 작동하는 기계식 스마트 시계다.
얼마 전 애플이 자사의 스마트 시계 '애플 워치 에디션'을 1만 달러 이상의 가격에 내놓으며 명품 반열에 발을 들인 데 이어, 이번에는 명품 시계 브랜드가 안드로이드 웨어를 기반으로 스마트 시계에 출사표를 던지는 형국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안드로이드 진영과 iOS 진영이 명품 스마트 시계로 맞붙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등장한 스마트 시계 중 아날로그 시계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은 다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시간을 시계의 '화면'에 표시한다. 메시지 알림, 애플리케이션 실행 등 각종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스마트 시계의 특성상 화면 기능을 더 중시한 모양이다. 이 때문에 일반 시계에서는 보기 드문 문제도 생겼다. 화면을 계속 켜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이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배터리를 모두 소모하면 스마트 기능은커녕 시계의 기능도 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스마트 시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성능'을 꼽는다.
이와 달리 기계식 스마트 시계는 화면 표시 기능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 호이어가 자세한 디자인에 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시간을 나타내주는 기능은 기계식으로 유지하되, 작은 창이나 시계 앞 유리에 각종 정보를 직접 표시하는 형태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필수적인 정보를 확인할 때만 화면이 작동하고, 시간을 표시하는 기본적인 기능에서는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만큼 시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태그 호이어가 모바일 기기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에는 스포츠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손잡고 '무르시엘라고 LP 640'의 디자인을 차용한 휴대폰, '메르디스트 오토모빌 람보르기니'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11년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태그 호이어 링크'까지 선보였다. 당시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의 제품(갤럭시S2 등)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사양이지만, 고급 시계 브랜드다운 모습도 보였다. 제품 측면에는 아날로그 시계를 연상시키는 용두가 부착돼 있으며(심지어 여기에는 태그 호이어의 다른 시계와 마찬가지로 심볼이 그려져 있다), 베젤은 금속 재질이며 나사로 조인 듯한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해 실제로 시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낸다.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kMo1P60rwh8>
이런 태그 호이어가 이제는 스마트 시계까지 발을 넓힌다. 독자적으로 모바일 기기를 생산하던 과거와는 달리, 인텔, 구글 등의 기업과 협력해 한 단계 더 진보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태그 호이어가 내놨던 스마트폰은 심미성이나 희소성 등의 가치는 충분했지만, 스마트폰으로서 필요한 성능이나 기능 등의 부분에서는 다른 제조사와 비교해 한 걸음씩 뒤처진 느낌이었다. 때문에 인텔과 구글의 손을 잡고 디자인, 성능, 기능 등을 모두 겸비한, 제대로 만든 명품 스마트 시계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태그 호이어 장 클로드 비버(Jean-Claude Biver) CEO는 "스위스 시계 제조사와 실리콘밸리의 협력을 통해 '기술적 혁신'과 '스위스 시계의 신뢰성'이 만나게 됐다"며, "이번 협력은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며, 세 기업은 이로써 무한한 잠재력을 갖게 됐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이번 협업에서 태그 호이어는 제품 디자인과 생산을 담당한다. 구글은 운영체제를 공급함과 동시에 스마트 시계에서 사용할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한다. 그리고 인텔은 시계에 탑재할 프로세서(SoC)를 생산/공급한다. 로이터 등 해외 보도에 따르면 태그 호이어는 자사의 대표 모델인 '까레라(CARRERA)' 제품군을 기반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 시계를 제작할 계획이다. GPS 같은 기술은 물론, 운동량 추적, 건강 모니터링 등의 기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이 제품만을 위해 독특한 애플리케이션도 탑재할 계획이다.
다만 완제품은 스위스에서 생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클로드 비버 CEO는 태그 호이어는 IT 기업이 아닌 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실리콘벨리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계 몸체, 바늘, 용두 등 시계로서의 핵심 부품은 직접 공급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글 데이비드 싱글턴(David Singleton) "스위스 시계는 기술과 아름다움의 조화를 통해 많은 예술가나 기술자에게 영감을 제공해왔다"며, "우리는 이번 협업을 통해 명품 시장에 감성과 혁신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게 됐으며, 안드로이드 웨어 플랫폼으로 더 향상되고, 아름답고, 스마트한 시계를 그려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확한 가격이나 출시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올해 안에는 구글플레이 '기기' 카테고리에서 가장 비싼 제품으로 등록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