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도 'USB 3.1 C 타입'으로 대동단결!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애플이 지난 3월 10일(현지시각) 자사의 새로운 노트북 모델인 '맥북'을 공개했다. 맥북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무선(Wireless)'에 더욱 근접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USB, HDMI, VGA, 전원 등 노트북에 존재하는 여러 단자를 'USB 3.1 C 타입'으로 통합했다. 때문에 맥북에는 USB 3.1 C타입 단자와 마이크/스피커 겸용 단자만 존재한다. 극도로 간결해진 것이다.

애플은 어떻게 USB, HDMI, VGA, 전원 등 형태와 규격이 전혀 다른 단자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었던 걸까. 비밀은 USB 3.1 C 타입에 있다. USB 3.1 C 타입이 무엇이고, 맥북에는 어떻게 적용됐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맥북(Early 2015)
맥북(Early 2015)
<애플 맥북>

USB 3.1, 2배 빠르고 10배 강하다

지난해 8월 USB 단자(Universal Serial Bus, 범용 직렬 단자)의 규격을 결정하는 USB 프로모터 그룹이 USB 3.0의 후속인 USB 3.1의 성능을 확정하고, 새로운 연결방식인 'USB 3.1 C 타입' 규격을 공개했다. 지난 2008년 USB 3.0을 공개한 이래 6년만에 등장한 신 규격이다. 이름만 보면 소소한 업데이트 같지만, 지금까지의 USB 역사에서 가장 큰 혁신이다.

USB 3.1의 전송속도는 기존 USB 3.0보다 2배 더 빠르다. USB 3.0의 초당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대 5Gbps(1초 당 625MB)였으나, USB 3.1은 최대 10Gbps(1초 당 1.25GB)로 강화됐다. HDD뿐만 아니라 SSD의 속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진 것. 이를 단순히 전송속도가 2배 빨라진 것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주변기기나 외부 저장장치 연결용 단자라는 기존의 편견을 벗고, 디스플레이 연결까지 감당할 수 있는 규격으로 거듭난 것이다. 기존 USB 단자는 전송속도(대역폭)의 한계 탓에 HD 해상도의 소형 보조 디스플레이(USB 모니터) 정도만 연결할 수 있었다. 풀HD를 넘는 고해상도 모니터를 연결하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USB 3.1은 다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영상 전송 규격 HDMI 1.4의 경우 10.2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USB 3.1의 전송속도도 이와 같다. 때문에 USB 3.1은 QHD나 UHD 해상도의 모니터 연결용 단자로 활용할 수 있다.

연결된 기기에 전달할 수 있는 전압(V)의 최대치도 4배 증가한다. USB 3.0은 5V가 한계였으나, USB 3.1은 12V 또는 20V를 전달할 수 있다. 전류의 세기도 2A에서 5A로 확장된다. 때문에 USB 3.1은 최대 100W의 전력을 송신할 수 있다. 기존 USB 3.0은 10W밖에 감당하지 못했다. 때문에 3.5인치 외장하드, NAS 등을 PC와 연결하려면 외부 전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제 달라진다. USB 3.1은 외부 전력이 없어도 3.5인치 외장하드와 NAS를 감당할 수 있다. NAS는 보통 36W(12V, 3A)의 전력을 요구한다. 3.5인치 외장하드는 이보다 더 적다.

이는 디스플레이에도 해당된다. 24인치 모니터 역시 평균 36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USB 3.1로 화면을 출력할 경우 모니터에 별도의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노트북의 전력 요구량도 NAS나 모니터와 비슷하다. 지금은 마이크로 USB 단자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충전하는게 고작이지만, USB 3.1이 상용화될 경우 USB 단자로 노트북을 충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데이터와 전력 전송량을 강화한 걸까. '올인원(All-in-One, 통합) 단자'가 되기 위해서다. 마우스, 외장하드 등 일반 주변기기뿐만 아니라 모니터나 노트북처럼 독립된 제품과의 연결마저 모두 감당하려는 것이다. PS/2, 패러렐 포트, IEEE 1394 등이 사라져서 과거에 비하면 많이 간단해졌지만, 여전히 PC와 노트북에는 HDMI, LAN, 전원 등 다양한 단자가 붙어있다. USB 단자의 궁극적인 진화 방향은 이렇게 다양한 단자를 모두 대체하려는 것에 있다.

앞과 뒤의 구분이 사라지다

USB 3.1은 A 타입, B 타입, C 타입 등 세 가지 형태의 커넥터(Connector)와 마운트(Mount)를 제공한다. A 타입과 B 타입은 USB 3.0과 함께 등장한 규격이다. A 타입은 우리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USB 형태 그대로다. 커넥터와 마운트의 색상만 USB 3.0처럼 파랄 뿐이다. USB 1.1 및 2.0과 고스란히 호환된다. PC, 노트북, 모니터, TV 등 우리 주변 어디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다. B 타입은 USB 2.0 마이크로 B 타입과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등장한 규격이다. 외장하드나 갤럭시노트3 등 일부 스마트폰에 채택된 바 있다.

USB 3.1 C 타입은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규격이다. 앞과 뒤의 구분이 없는 것이 특징.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도입된 라이트닝 단자처럼 방향을 마음대로 바꿔가며 꽂아도 된다. 게다가 연결 부위가 외부에 노출돼 사용자가 감전될 위험이 있는 라이트닝 단자와 달리 연결 부위가 커넥터 속에 감춰져 있다. 편리하면서 안전하다. 크기도 스마트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USB 2.0 마이크로 B 타입과 유사하다.

USB 3.1 C타입
USB 3.1 C타입

USB 3.1 C 타입은 USB 3.0 B 타입의 실패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나온 규격이다. 원래 USB 프로모터 그룹은 대형 제품에는 A 타입, 소형 제품에는 B 타입이 채택되길 기대했다. A 타입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반면 B 타입은 소형 제품에 사용하기엔 쓸데없이 길었다.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형태도 매우 괴상했다. USB 2.0 마이크로 B 타입 옆에 혹을 하나 붙여 놓은 생김새였다. 이를 깨달은 USB 프로모터 그룹은 B 타입보다 작으면서, 라이트닝 단자만큼 편리한 규격을 연구했다. 그 결과가 USB 3.1 C 타입이다.

B 타입을 폐기하겠단 얘기는 아니다. A, B, C 세 가지 타입은 계속 공존한다. 기존 제품과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크기와 편리성 덕분에 C 타입이 향후 대세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맥북의 USB 3.1 C, 아직 완전한 것은 아냐

맥북이 바로 USB 3.1 C 타입을 적용한 최초의 제품이다. 사실 애플은 최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마우스, GUI(그래픽 사용자 환경), 파이어와이어, 썬더볼트, PCI 익스프레스 기반 보조저장장치 등 최신 컴퓨터 기술을 자사의 제품에 재빠르게 채택해 제품의 가치를 올려왔다.

맥북에 적용된 USB 3.1 C 타입 단자는 전원, USB, 디스플레이(DP), HDMI, VGA 단자의 역활을 함께 수행한다. 다만 기본적으론 전원 단자와 USB 3.1 C 타입의 역할만 한다. 일반 USB 케이블과 연결하려면 USB C-USB 어댑터가 필요하고, DP로 출력하려면 USB C-DP 케이블이 필요하다(USB 3.1 C 타입은 DP 1.2a 규격과 호환된다. 때문에 어댑터 없이 케이블만 있으면 바로 화면 신호를 송출할 수 있다). HDMI 또는 VGA 단자와 연결하려면 고가의 전용 어댑터가 필요하니 참고할 것.

사용자들이 주의해야할 점이 하나 더 있다. 맥북의 USB 3.1 C 타입 단자는 아직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USB 3.1은 원래 최대 10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지만, 맥북의 USB 3.1 C 타입 단자는 USB 3.0과 마찬가지로 최대 5Gbps의 속도만 낼 수 있다. 프로세서(인텔 브로드웰)와 로직보드가 아직 10Gbps의 I/O를 지원하지 않는 탓이다. 때문에 외부 저장장치와 연결해도 기대만큼 속도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외부 모니터 화면 출력도 만족스럽지 못할 전망이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는 최대 UHD 해상도까지 출력할 수 있다고 적혀있지만, 화면 프레임(Hz)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전송속도에 대한 문제는 10Gbps의 I/O를 지원하는 인텔의 신형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 캐논레이크)가 출시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단자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애플의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됐다. 애플이 노트북 시장의 변화를 주도한 '트렌드세터'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제조사도 애플의 실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미래에 PC와 노트북에서 복잡한 단자는 모두 사라지고 USB 3.1 C 타입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맥북의 성공 여부가 이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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